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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말을 타고 창을 든 용맹한 런던에서 온 기사여.
at 2009-11-04 22:05:19 20 comment

우리가 처음 만난 곳은 요즘 가장 피 터지는 전쟁터인 신본 던전이 아니었지요. 그렇다고 기사님의 본진인 발바리 공화국도 아니었지요. 어쩌다 그쪽으로 오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4년 전 기사님은 무지개 경과 돌쇠네 가봤니를 물어보며 코즈니 공화국에 줄지어 계셨지요. 많은 사람들이 기사님을 몰라보고 지나가고 어떤 사람들은 기사님이 타고계신 말의 모습이 어색하고 창을 들고 있는 각도가 다르다며 영국에서 온 진짜 기사님임을 부인하고 기사님 앞에서 기사님을 능욕했지요. 하지만 저는 알아봤습니다. 기사님이 진짜 영국 런던에서 오셨음을 그리고 그 먼 곳에서 이곳까지 오시느라 말은 지쳤고 기사님 팔에 힘이 빠져서 창을 든 각도가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요.
목에는 두 개의 버튼으로 고개를 당당하게 들어 남들 앞에서 주눅들지 않게 하시고 소매는 프렌치 커프스로 한결 더 엘레강스 함을 더 해주셨죠. 저는 그저 반해버렸습니다. 당신의 푸르른 하늘과 같은 넓은 바탕과 그 안에 강직함을 나타내는 하얀 철창에 저를 철저하게 가둬버리고 싶었습니다. 코즈니 공화국은 기울어져 가는 공화국을 조금이나마 세워보기 위하여 주말에 한하여 기사님을 비롯한 유럽에서 온 용병들을 반 값에 팔아 넘기고 있었지요. 게다가 그들은 천박하게도 출신 성분을 묻지도 않고 기사님과 용병들을 넘겼습니다. 덕분에 귀족이 아닌 저 같은 천민도 당신 같은 용맹한 기사의 기운을 입을 수 있게 되었지만요.
저는 당신을 너무나 혹사 시켰습니다. 학문에 매진해야 하는 시절에 남들에게 당신을 자랑하고 싶어서 매일같이 기사님과 함께 했습니다. 그리고 저의 어머님께서는 세상의 물정에 밝은 분이 아니어서 기사님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시고 남들과 똑같이 그것도 강하게 다루셨습니다. 그 결과 기사님은 금새 쇠약해 지셨죠. 기사님이 많이 힘들어 하시고 프렌치 커프스의 엘레강스 함을 지켜주는 커프 노트와도 이별하여 기사님을 왕자님께 맡기고 편히 쉬게 두었지요.
어느 날, 갑자기 대륙에서 날카로운 찬 기운을 가진 놈이 대한민국을 침범하던 날 그러니까 어제지요. 저는 카디건 장군을 모시고 오랜만에 기사님과 함께 했습니다. 너무 목을 세우고 다니셔서 그런지 몰라도 목을 상하신 모습이 안타깝긴 했지만 여전히 기사님은 용맹하고 푸르렀습니다. 역시 기사님은 멋진 V 대형을 만들어 주시며 저 또한 당당하게 만들어 주셨습니다.
전적으로 제 실수 입니다. 전장에서 휴식을 가질 때는 급하더라도 한번에 하나씩 해야 한다는 기본을 잊고 기사님과 카디건 장군님을 한번에 모셨습니다. 저와 잠시 떨어져서 34번의 번호를 가진 참호에서 쉬실 때만 해도 괜찮으셨죠... 다시 전장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머리와 얼굴의 전열을 가다듬고 기사님과 장군님을 모실 때 문제가 생겼지요. 제 둔한 몸이 쇠약해진 기사님을 밀어내는 바람에 가슴에 치유 할 수 없는 상처를 남겼지요. 한 번에 하나씩 버튼들을 하나씩 해결해야 한다는 기본을 잊은 결과가 이렇게 참혹하다니 눈물이 앞을 가리고 제 자신이 너무 밉습니다.
이제 더 이상 저는 당신의 보호를 받을 수 없습니다. 저의 욕심과 자만과 잃어버린 초심이 당신을 이렇게 만들고 버려지게 하네요. 그 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다음 번에는 저를 폭풍우에도 지켜주실 수 있는 갑옷으로 무장하셔서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바쁘시면 애플경의 대표를 보내셔서 폭풍우에서 지켜주셔도 됩니다. 안녕. 말을 타고 창을 든 용맹한 런던에서 온 기사여.


이글루스 가든 - 우리는 패션 블로거



2009-11-04 22:11 #
그래서 버버리가 참 좋답니다..
쉽게 집어 올릴수 있는 제품이라서..
그나저나 오래 입으셔서 그런가요..아니면 너무 애용해서 그런가요.
2009-11-06 08:40 #
2009-11-04 22:39 #
으흥 웃어 버렸다 ㅠ
오늘 백화점에서(안간도 했건만) 무지개 경의 셔츠를 보고 침을 흘리다 왔는데 이 글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그 마음이 사라집니다아아-
2009-11-06 08:41 #
2009-11-04 23:24 #
2009-11-06 08:41 #
2009-11-05 01:17 #
눈물 ㅠ
2009-11-06 08:42 #
2009-11-05 08:48 #
2009-11-06 08:43 #
2009-11-05 10:10 #
마침 이 포스팅이 ㅋㅋㅋ;;;
2009-11-06 08:43 #
2009-11-05 10:43 #
2009-11-06 08:44 #
2009-11-05 10:47 #
아니면 v넥 스웨터로 레이어드신공이 딱이네요.
저도 가끔 애용한답니다. :)
2009-11-06 08:44 #
2009-11-05 17:47 #
티나도 상관없다! 하신다면 수선집에서 수선 가능한!!
2009-11-06 08:45 #
2009-11-06 00:25 #
2009-11-06 08:4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