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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ret Mission 『S Relief』 Trade : In The Ice
at 2009-09-11 22:25:09 2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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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rch : The 80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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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Rareslork
제 80 관리 외 세계는 한 개의 항성과 레어스로크 하나로 이루어져 있는 차원이다.
이 얼음밖에 존재하지 않는 행성 레어스로크는 약 50년 전에 GF-5 출신의 탐험가 미겔 레스로크에 의해서 발견되었고 그의 성을 따 이름 지어졌다.
레어스로크는 상당히 작은 행성인데, 지면의 80%는 대지를 둘러싼 얼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20%는 빙산으로 되어 있다.
기후는 대체로 추우며, 간간이 부는 블리자드가 더욱 춥게 한다. 항성과의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기에 빛은 하루가 52시간인 레어스로크를 기준으로 단 7시간 밖에 비치지 않는다.
발견 당시에 시공관리국은 아무것도 없을 수 없는 이 무인행성을 관리 외 세계로 지정하고 관심을 끊었다.
너무나도 두껍고 단단한 얼음을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이곳에 오래 머무를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미겔 레스로크가 레어스로크에 도착하여 쓴 글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었다.
'이 얼음밖에 없는 행성엔 생명체가 있다고 믿긴 힘들다. 대지는 얼음이고 공기는 날카롭고 차갑다. 두터운 방한복을 입었음에도 10분도 채 있을 수 없을 것 같다. 한 시라도 빨리 조사를 마치고 이곳을 벗어나고 싶다.'
그러나 그로부터 30년이 지나서, GF-5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진보된 쇄빙 기술과 지하 건축 기술을 활용하여 이 무인 행성을 전쟁 피난민과 방랑자를 위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지하의 온도는 밖에 비해서 매우 따뜻했고, 약간의 기술의 힘을 빌려 농작물과 발전, 주거 등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었다. 식수는 지면에 넘치는 얼음을 활용하여 해결할 수 있었다.
GF-5는 적극적으로 그들을 받아들여 갖은 노력 끝에, 오늘날 인구 300만의 행성으로 만들었다. 이 업적을 이용하여 GF-5는 이례적으로 제 80 관리 외 세계를 시공관리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아 GF-5의 영역으로 편입하여 자신들의 관리 하에 두었다.
Secret Mission 『S Relief』- Phase 2
Trade : In The Ice
Trade : In The Ice
무중력의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얽혀 있다.
그들의 주변에선 책들이 날아다니며, 정보들이 흘러간다.
차원정보국 내부에 있는 무한서고.
정보국원들의 정상이자, 지옥인 업무 장소이다.
그 무한서고의 중층에 허니 블론드의 머리카락을 가진 남자가 여유로운 표정으로 떠 있었다.
남들과 비교되는 책장이 넘겨지는 속도와 책의 양, 뽑히고 꽂히고 정리되고 요약본이 정리되어 넘겨지는 일련의 과정들이 그 남자의 곁에서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었다.
다중 사고 회로. 유노의 최대의 능력이자, 그가 어째서 차원정보국의 국장직을 맡았는지의 해답이다.
그의 뇌는 최대 십 수 가지의 생각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
유노가 책을 정리하는 작업에 할애하는 사고 회로는 평균적 8개. 그리고 여유분에는 '오늘 저녁은 뭐로 때울까?', '새로운 논문 내용 생각', '몸 상태' 따위의 자잘한 것을 할애한다.
그러나 오늘 그의 다중 사고 회로는 평소보다 더욱 활발하게 움직였다.
유노는 양지의 생활을 실컷 즐기고 있었다.
아니, 사실 차원정보국은 양지중에서도 가장 어두운 양지였지만, 관리국의 가장 어두운 면을 보는 유노의 입장에서 그 생활은 양지의 생활이었다.
SDA는 이미 그가 없어도 원활히 돌아갈 수 있었다.
그의 판단을 나름대로 할 수 있는 두뇌들이 있었고, 그것을 할 요원들이 있었다. 이보다 더 효율적일 수는 없었다.
다만, 예측되는 일을 미연에 방지하고 필요할 것이라 생각되는 인물에 대한 사살이나 집단에 대한 공작에 대해서는 유노의 기초적인 명령이 들어가야 했다.
유노는 최고수뇌부의 요구가 최근 들어 잠잠해지자, 시간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을 제외하고 하달 받거나 예상되는 임무를 계산한 다음 일찍 수행하도록 했다.
그의 명령에 따라 그 행동들은 이미 수행되고 있었고,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유노에겐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여유가 있다면 즐겨야 함을 그도 알고 있었기에 그는 오랜만에 일상의 대부분을 양지에서 보내기 시작했다.
그가 좋아하는 논문 작성과 유적 발굴 스케줄에 시간을 쓰며 그 즐거움을 만끽했다.
물론 그가 상주하는 시간이 많아지자, 무한서고에서 업무하는 정보국원들은 평소보다 더 많은 능률을 보일 수 있었다.
"국장님이 오랜만에 이 정도까지 있으시네."
"요샌 SDA에서 조사할 일이 별로 없다고 하나봐"
"그래?"
차원정보국에서 일반적으로 일하는 정보국원들은 SDA가 특수조사부서라고 알고 있었다.
그들이 아는 것은 SDA가 RAT나 국방국 특수조사대와 비슷한 일을 하는 곳이며, 범죄에 대해서 좀 더 특수한 과학적인 조사를 하는 집단이라는 매뉴얼상의 내용이 전부였다.
그 외에는 아무 것도 몰랐다. 그 부서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그들은 알지 못했다. 다만, 유노가 그곳에 관여하고 있음을 그들은 알고 있었다.
[국장님, 레어스로크 유적 탐사 일정이 잡혔습니다.]
"그래요?"
[정말 대단한 유적이에요. 직접 보셔야 할 겁니다.]
"하하, 그거 기대되는데요."
유노의 옆에 나타난 작은 디스플레이에서 유적발굴부 국원의 모습이 나타났다.
디스플레이는 곧 두개로 나뉘어 레어스로크 유적의 모습과 정보들을 제공했다.
유노의 다중사고가 두 개의 생각을 추가로 만들어냈다.
하나는 레어스로크 유적에 대한 생각이었다. 그의 순수한 탐사 욕구는 SDA의 생활에서 사라져간 감정 속에서 살아남았다. 빙산 속에서 발견된 그 얼음성은 독특한 양식을 가지고 있었다. 무인 행성이라고 판단되었던 그곳에서 만들어진 지능생명체의 구조물은 고고학자의 군침을 돌게 하기 충분했고, 유노는 그 누구보다 먼저 그 성의 비밀을 알고 싶어 했다.
또 하나는 레어스로크 그 자체에 대한 생각이었다.
SDA의 대형 디스플레이에 떴던 그 반응. 그것은 분명히 알프의 마력 반응이었다.
그리고 그 반응이 발견된 위치가 그렇게 좋지 않은 위치임을 유노를 비롯한 그 주변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한 시라도 알프를 확보해야 했다.
두 개의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휘저었다.
그는 생각을 정리하고 디스플레이 너머의 국원에게 말했다.
"오늘 출발해도 되겠습니까?"
[네, 국장님이 원하시는 대로 하셔도 좋습니다. 어차피 작업을 도울 사람들은 언제라도 좋다고 하니까요.]
"그럼 오늘 밤 비행기로 레어스로크로 가도록 하죠."
유노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주변에 떠있는 책들을 다시 원래 위치로 되돌려 놨다.
아직도 일하는 국원들을 뒤로하며, 유노는 결계 너머 국장실로 돌아왔다.
주황빛의 조명만이 반기는 공간에서 유노는 주변을 둘러봤다.
책장에 꽂혀 있는 한 권의 책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책을 들고 국장실을 나온 그는 숨겨져 있는 문 너머의 공간으로 들어갔다.
SDA의 내부는 예상대로 한산했다.
대부분의 전투요원들은 임무에 나간 상태였고, 그나마 남은 요원들도 보고서를 쓰기 위해 각자 방으로 들어간 상태였다.
사령부에 남은 정보요원들만이 자리를 지키며 조용한 공간에서 전자음을 내고 있었다.
"그레이엄 씨, 어떻습니까?"
"도저히 안 되겠는데요? 침입할 여지가 없어요."
"그렇습니까?"
그레이엄은 유노의 앞에 디스플레이를 띄운 뒤, 설명을 덧붙였다.
"레어스로크의 거주지 구조는 침입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위성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문은 듬성듬성 나있는 조그만 얼음 기둥이 전부고 나머지는 빙산과 얼음대지입니다. 게다가 놈들 나름대로 방어벽이 있겠죠. 물리적으로 뚫는 건 불가능합니다."
"역시 GF-5가 문제군요."
"거긴 특수구역이니까요."
유노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틈이 존재하지 않는 밀실에 있는 알프를 빼내는 것은 예상보다 쉽지 않았다.
게다가 그의 머리를 골치 아프게 하는 존재는 또 하나 있었다.
"그냥 변장해서 침입하는 식으로 하면 안 됩니까?"
"어이 신입, 그렇게 쉬우면 우리가 이러겠나?"
"문제가 있는 겁니까?"
신입 정보요원의 질문에 레이첼이 다가와 어깨를 툭툭 건드리며 말을 걸었다.
"혹시 문 와치라고 알아?"
"그, 글쎄요."
"문 와치라는 조직은 일종의 교단이야. 그들은 루나리스라는 여신을 믿는 자들인데, 근대 미드칠더식과 근대 베르카식을 변형시켜 만든 루나리스식이라는 마법을 사용하는 조직이지. 꽤나 역사가 깊은 조직이라고 알고 있어. 한 60년 정도 되나.."
레이첼의 말에 스미레가 끼어들어 말을 이었다.
"문 와치는 상당히 교활하면서도 위험하지. 대부분이 여자 신도지만, 교단을 확장하기 위해서 무슨 수단이든 다 쓰는 자들이야. 방해되는 다른 사이비 교단을 신의 이름으로 처단하고 미드칠더식과 베르카식을 쓰는 자들도 무참히 공격하지. 자신의 신이 허락한 술식만이 진리라는 구호 아래 관리국에 대한 공격도 서슴지 않았어."
"그런 사이비 조직이라면 변장 같은 것을 해도 안 들킬 것 같은데요?"
신입의 질문에 필이 조소를 지었다.
"문 와치에게는 변장이 통하지 않아. 아니, '이제는 통하지 않는다.'가 정답이겠지. 5년 전에 우리가 그 방법을 이용하여 놈들을 궤멸 직전까지 몰았으니까 말이야."
"궤멸 직전…?"
신입의 의문이 완전히 풀리지 않았음을 느낀 유노는 자료를 그의 컴퓨터로 전송했다.
5년 전, 그 일을 기록한 자료를 바탕으로 유노는 그에게 설명했다.
"전 5년 전에, 문 와치의 횡포가 심해진 것을 우려한 수뇌부의 명령으로 그들을 토벌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신도로 위장한 저와 몇몇 요원들이 침투해서 교주를 죽이고 내부부터 소탕을 시작했죠. 그 때 완전히 궤멸시켰다고 생각했지만, 놈들은 다시 몇 개의 조직으로 나뉘어서 살아나고 있죠. 그리고 그 중 하나가 저 레어스로크 기지입니다."
"그, 그렇군요."
"그나저나 큰일이군요. 어서 알프 중령님을 확보해야 할 텐데요."
"그렇습니다."
디스플레이에서 점점 그 반응 세기가 작아지는 것을 보며 유노는 미간을 찡그렸다.
알프의 확보는 SDA의 존망이 걸린 중요한 일이었다.
그녀를 확보하느냐 하지 못하느냐에 따라 조직이 입을 피해는 천지차이가 될 것이라 그는 생각했다.
그녀가 늘 가지고 있던 예전의 요원 신상정보가 그녀가 가지고 있는 전부라면 다행이었지만, 자신도 모르게 그녀가 확보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SDA가 해왔던 각종 공작 행위와 암살 행위 목록은 유출시 조직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것뿐이었다.
물론 알프가 문 와치에게 정보를 넘겨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았다. 그녀 역시 문 와치에게는 그렇게 좋은 감정이 있진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성왕교회에서 그녀가 보여준 각오를 생각할 때, 자신을 구한다는 말도 안 되는 명목으로 그들에게 정보를 유출시킬 가능성이 없진 않았다.
유노는 문 와치를 계획 위험 변수로 두고 있었다.
다시 부활한 그들의 교단 확대력은 전보다 강력했다. 레어스로크는 GF-5의 관리 하에 있기에 그들의 영향력은 미치지 못했지만, 다른 관리 외 세계에 흩어진 그들은 해당 차원 여론의 3분의 1을 순식간에 장악했다.
그들의 여론 지배력과 파괴성은 그 자체로도 위험했다. 만약 그런 조직에게 SDA의 기밀 정보가 넘어가기라도 한다면, 본격적인 관리 세계에 대한 교단의 파급력이란, 통제 가능 수준이 아닐 것이라 그는 계산했다.
물론 그가 준 위험 변수로 지정하고 있는 성왕교회에게 정보가 넘어갔을 때의 막강함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테지만, 위협적인 요소인 것은 분명했다.
즉, 이것을 막기 위해선 알프를 확보해야만 했다.
만일의 알프의 돌발 행동을 막기 위한 최고의 수단은 알프를 확보해서 죽이든 구속하든 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가장 세력이 큰 바이젠의 세력이 아닌, 레어스로크의 세력 하에 있다는 것이었다.
"곧 있으면 그 지역에 블리자드가 불겁니다. 그러면 마력 반응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어서 이 후 행적을 놓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면초가로군요."
"몰래 침입하자니 지형 구조 때문에 아웃, 무력으로 정직하게 돌입하면 GF-5에게 걸려서 아웃, 변장을 해서 가자니 상대는 모든 검문을 철저히 해서 아웃. 쓰리 아웃인데요?"
어떤 방법도 통하지 않았다.
유노의 다중 사고 회로 3개가 할애되어 방법을 강구해봤지만, 다른 방법은 시도조차 불가능한 방법이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수수방관할 수는 없었다. 그동안 찾지 못하다가 위치를 포착한 이상 빠른 시일 내에 추적하지 않으면 또 그 행적을 놓쳐버릴 수 있었다.
유노와 정보요원들이 머리를 싸매는 가운데 아키가 사령부로 올라왔다.
"…Sir, Yuno"
"아, A04인가요?"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약간 일그러진 인상의 유노를 본 아키는 유노가 가리키는 손가락 방향을 쳐다봤다.
디스플레이에는 알프의 사진과 함께 문 와치의 레어스로크 은신처의 화면이 나오고 있었다.
아키는 디스플레이를 훑어본 뒤 바로 상황을 파악한 듯 눈을 가늘게 떴다.
"…난제로군요."
"방법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해결책을 강구해야 할 텐데요."
유노는 의자에 걸터앉았다.
고개를 젖히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천장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레이엄과 스미레 역시 지친 듯 고개를 젖혔다.
필과 레이첼만이 지끈거리는 머리를 끌고 가며 열심히 방법을 구상하고 있었다.
아키는 조용히 천장을 바라보는 유노의 옆에 놓인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제법 두꺼운 그 책을 얇은 왼손으로 집어 들자, 책의 무게가 왼팔에 전달됐다.
잠깐 휘청거린 왼팔은 곧 중심을 잡고 책의 무게를 지탱했다.
책의 앞면에는 이상하게 휘갈겨진 글자가 40포인트의 크기로 정돈된 채 자리 잡고 있었다.
읽을 순 없었지만, 그것이 어떤 곳에서 쓰는 글자인지는 바로 알 수 있었다.
"…국장님, 이건 GF-5의 공용어 아닙니까?"
"아아, 그렇습니다. 제목은 '레어스로크 얼음의 이형상'이죠."
"…레어스로크에 가실 일이 있는 건가요?"
"네, 오랜만에 유적 발굴 좀 하러 갑니다. 오늘 밤에 출발하죠."
그가 지어 보인 가벼운 미소는 곧 사라졌다.
SDA에 있을 때만큼은 유적 발굴에 대한 생각은 잊고 싶었다. 지금은 알프를 어떻게 문 와치의 수중에서 탈취하느냐가 최대의 관건이었다.
책을 내려놓은 아키는 저린 손목을 허공에 휘두르면서 말했다.
"…오랜만에 일반적인 생활을 하시는군요."
"그래요. 일반적인 생화…"
순간 유노의 뇌리를 스치는 무언가가 있었다.
젖혀있던 고개가 다시 원상복귀 되고 잠시 정지했던 그의 다중 사고 회로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 가지, 한 가지씩 힌트를 짜맞춰가는 그의 뇌는 이윽고 알프를 레어스로크의 차가운 얼음 속에서 빼낼 좋은 방법을 찾아냈다.
유노는 여유 있는 미소를 지었다.
"A04, 좋은 힌트 고맙습니다."
"…네? 아, 저기.."
"필 씨, 이번 작전은 저와 A04가 직접 가겠습니다."
"네?! 국장님이 직접 가신다고요?"
"어차피 레어스로크에 일도 있고 하니, 겸사겸사 다녀오죠."
말문이 막힌 필 대신 레이첼이 바통을 넘겨받았다.
하지만 유노는 그를 기다리지 않고 바로 출구를 향해 걸어갔다.
"아니, '겸사겸사'라뇨. 아니, 국장님. 잠깐 기다리세요!"
"레이첼 씨, 이번 작전엔 계산이 필요 없으니까 푹 쉬세요. 아, 그리고 A04"
"네"
"사복 입고 저랑 같이 레어스로크에 갈 준비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신분증은 ARC입니다."
"Sir, Yuno"
그가 할 말을 다한 뒤 그의 모습은 초록빛 조명등을 가로질러 곧 사라졌다.
필을 비롯한 5명은 그의 의도를 알지 못했다. 하지만 자신감이 있는 그의 모습과 신분증이 ARC 타입이라는 점에서, 자신들이 할 일은 그다지 없음을 깨달았다.
다시 SDA 사령부는 적막에 잠겼다.
차가운 한기가 알프의 몸을 둘러쌌다.
알프의 두 손에 차여진 차가운 수갑과, 철판으로 만들어진 감옥이 내뿜는 기운은 얼음장과 같았다.
그러나 알프는 그것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의식은 또렷했고 왜 여기에 왔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여기가 어디인지 알고 싶었다.
고개를 조금 내밀어 밖을 보고 싶었지만, 레이저 펜스는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펜스 안에서 한정된 각도로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보이는 것은 감옥의 내벽과 똑같은 철판이었다.
하얀색의 페인트는 쇠 특유의 차가움을 지우는 데는 부족했다.
알프는 다시 침대에 앉았다. 누군가가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이윽고 문이 열리며 사람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알프는 어쩐지 갈아 입혀져 있는 하얀 옷을 꼭 잡으며, 레이저 펜스 너머로 상황을 지켜봤다.
"…는 잘 있겠지?"
"네, 의외로 담담하더군요."
"그래?"
알프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임을 금방 눈치 챘다.
발걸음 소리가 점점 다가오자, 그녀는 침대에 누웠다. 그러자, 발걸음 소리가 멈췄다.
"조사가 끝났다."
"그래?"
"아무래도 자네의 말은 사실인가 보군."
남을 내려다보는 것 같은 말투를 가진 여성은 침대에 앉아있는 알프를 쳐다봤다.
얼마 후 힘이 빠지는 소리와 함께 레이저 펜스는 사라졌다.
"따라와라, 교주님께서 찾으신다."
"교주님이라고?"
"네가 구한 사람 말이다. 우리 교주님이시다."
알프는 지지리도 운이 없다고 생각했다.
평범한 신도였다면 적당한 대접으로 끝날 일을 여기까지 불려가게 되었다.
한 시라도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야 하는 그녀로서는 매우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SDA의 추적망을 피해온 지도 어느새 2달이 되어가고 있었다.
여러 세계를 전전하며 자기 살기에도 바쁜 나날을 보내다가 우연히 사람을 구한 자신을 책망했다.
그녀는 '지금쯤이면 자신을 발견했겠지?'라는 생각을 속으로 되뇌며, 조용히 자신을 인도하는 신자의 뒤를 따랐다.
"여긴 어디지?"
"그건 교주님을 뵙고 이야기해라."
알프는 그 신도가 아직 자신에 대한 경계를 풀지 않았음을 확신했다.
지금도 옷 주름 너머에 보이는 디바이스가 그를 증명하고 있었다.
몇 분간을 걸어서 탁 트인 공간으로 나오자, 화려하게 온갖 장신구는 다 착용한 사람이 정원에서 여유롭게 차를 마시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정원을 보며 알프는 그 풍경과 얼음의 대지 아래에 이것을 만든 기술에 탄복했을 뿐, 이 이상은 없었다.
그러나 레어스로크의 거주지 중에서도 이정도 규모의 정원을 조성하려면 꽤나 돈이 들었을 것이 자명했기에, 한편으론 씁쓸했다.
그녀의 앞에서 알프를 인도하던 신도가 무릎을 꿇었다.
"너도 어서 무릎을 꿇어라!"
"아.. 그러지."
알프는 그녀의 행동을 보고 자기 앞에 있는 사람이 교주라는 사실을 알았다.
뭔가 성왕교회와는 다른 분위기를 가진 그 종교 집단 내에서 알프는 일단 그녀의 말에 따라 무릎을 꿇었다.
그러자, 흡족한 표정으로 교주가 입을 열었다.
"고개를 들라, 나의 생명의 은인이여"
알프가 고개를 들자, 조금 나이가 있어 보이는 여자가 그녀에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자네들은 그만 물러가게"
"네? 하지만…"
"괜찮네. 이 자에게선 살의가 보이지 않아."
"…알겠습니다."
넓은 정원에서 그녀를 보좌하던 수행원들과 알프를 데려온 신자는 그녀의 말 한 마디에 따라 신속하게 그곳에서 자취를 감췄다.
물소리만이 들리는 정원 내에서 알프는 교주의 맞은편에 앉았다.
"여기는 어디죠?"
"여기는 레어스로크의 우리 교단의 기지라네."
조금 부드러운 말투로 교주는 그녀에게 대답했다.
"아까부터 종교 이야기가 나오던데… 도대체 무슨 종교 길래 '기지'라는 것까지 있는 겁니까?"
"후훗. 당신이라면 알고 있었을 줄 알았는데… 모르는 걸 보면 역시 위험인물은 아닌 것 같군."
"네?"
교주는 자신의 상의 소매를 걷어 팔에 그려져 있는 문신을 알프에게 보여줬다.
독특한 노란색 색감의 문신과 창과 달의 그림.
알프의 머리는 한 번에 그 존재의 이름을 끄집어냈다.
"문 와치!"
"잘 왔네. 차원정보국의 알프 요원"
알프는 긴장했다.
분명히 5년 전에 궤멸됐을 문 와치가 살아있다는 것은 그녀로서는 납득되지 않았다.
물론 그녀의 생각은 당연한 거였다. 유노와의 불협화음으로 인해 SDA에 대한 출입이 뜸했던 그녀가 불과 4개월 만에 소생하기 시작하는 이 조직에 대해서 알 턱이 없었다.
"분명히 5년 전에 궤멸됐을 텐데..."
"역시, 당신은 그다지 위험한 존재가 아니야."
"뭐?"
"이렇게 정보가 부족한 자를 무서워 할 리가 있나?"
알프는 다시 마음을 진정시키고 앞에 놓인 차를 마셨다.
한 모금씩 넘어갈 때마다 들리는 소리를 교주는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우린 그 작전으로 궤멸했지. 당시 교주님이 죽은 시점에서 교단 세력은 와해되고, 각지에 있던 우리의 교회와 제단은 모조리 불에 타버렸네. 하지만 우린 굴하지 않고 각고의 노력 끝에 이렇게 다시 교단을 일으켰다네."
"그, 그렇군요."
"우린 그렇게 간단히 무너지지 않아."
교주는 미소를 지으며 걷었던 소매를 다시 추슬렀다.
"그런 정보조차 없는 것을 보면 내 추측은 확실한 것 같군."
"추측이라뇨?"
"당신이 나를 구할 때 입은 옷은 차원정보국의 제복이었지. 내가 알기로, 차원정보국에서 대외 파괴 행위를 할 때는 평상복을 입는다고 했어. 그러니까 당신이 우리를 궤멸시키기 위해 온 것은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네. 그리고 나를 그 크레바스에서 구했던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지."
"그땐 당연히 구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지금 알프가 기억하고 있는 것은 그저 빠진 사람을 구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뿐이었다.
그녀가 어떻게 빠졌고, 어떻게 그 모습을 봤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다만, 그녀를 구하고 난 뒤, 그녀의 일행으로 보이는 자들이 다가와 자신을 공격한 것뿐이었다.
"그럼 지금은 날 죽여야 하는 존재라고 인식하는 건가?"
"아, 아니.. 그건.."
"농담이네."
그녀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일관하며 테이블에 놓인 차를 마셨다.
알프 역시 그녀를 따라 차를 마셨다. 풍미가 깊은 차였다.
"즉, 당신은 이미 차원정보국의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런 거지"
"…아무튼 제 정체는 이미 알고 계신다는 거군요."
"신도들이 당신을 제압하고 옷 안에 있던 수첩을 봤지. 떡 하니 신상정보가 들어가 있는데, 어찌 모르겠나?"
"그럼 절 여기서 빠져 나가게 해주세요."
"그건 안 돼. 당신이 지금 나에게 적의가 없는 사실이지만 그게 그 가증스러운 남자의 전략일지 모르는 일 아닌가?"
교주의 머릿속에서 유노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 시절의 유노는 아직 테러 공작 행위에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었지만, 문 와치를 궤멸시키는 것만큼은 망설임이 없는 표정으로 임했었다.
아직 교주라는 칭호를 얻기 전이었던 그녀의 눈에는 아직도 유노의 부하에 의해 교주가 죽임 당하는 모습이 생생했다.
"전 이제 차원정보국 사람도 아닌데요."
"흐음.."
"지금 차원정보국은 저를 쫓고 있어요. 지금까지는 이리 저리 옮겨 다녀서 겨우 추적을 피했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있으면 여기가 공격받을 수 있습니다."
"그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그건 걱정 안 해. 놈들은 귀찮은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 분명히 GF-5의 눈을 피해 자네를 구하고 싶을 터. 그렇다면 우리로써는 좋은 협상 카드가 되는 거지."
"그런 문제가 아니에요! 그라면 절 빼낼 방법을 찾아낼 겁니다."
"대단한 자신감인데?"
교주의 말에 알프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무리 자기가 쫓기는 입장이라 할지라도 그녀가 생각하는 유노의 실력에 대한 평가가 바뀐 것은 아니었다.
이렇게 도망치는 것만으로도 기적적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그녀는 유노를 높이 평가했다.
"교주라고 하셨죠? 그럼, 이곳을 먼저 공격받는 것은 되도록 피하고 싶겠네요?"
"그게 무슨 소리지?"
"아무리 차원정보국이라고 해도 교주는 가장 활동이 활발한 곳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 보통이죠. 공격을 한다면 그곳을 먼저 하는 것도 정상적이고요. 하지만 지금 저는 그들에게 있어서 최중요목표입니다. 절 공격하다가 얻어 걸리는 식이면 문 와치 입장에서도 그렇게 좋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교주는 알프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분명히 물리적 공격에 대해서 GF-5의 보호를 받을 수 있고 몰래 침입할 가능성도 0%였다.
계산은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문 와치의 컴퓨터가 찾아내지 못한 의외의 변수를 찾아내서 유노가 길을 열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었다. 유노는 분명히 문 와치의 머리 위에 있는 존재였다.
"확실히…. 하지만 난 당신이 우리에게 있어서 좋은 카드일 수 있다고 생각 중이야. 여차하면 그들의 정보도 얻을 수 있고 말이지. 여차하면 관리국에게"
알프는 순간 그들에게 자기가 가진 SDA의 과거 행적 정보를 제공하고자 했던 마음을 지워버렸다.
문 와치는 어차피 문 와치였다. 그들의 신을 위해서라면 그들은 뭐든지 할 수 있었다. 그들에게 정보를 주는 것은 늑대를 쫓으려고 호랑이를 데려다 놓는 격인 게 뻔했다.
유노를 어둠 속에서 빼내는 것도 중요했지만, 그렇다고 범죄조직에게 여론을 맡길 순 없었다.
하지만 지금 유노에게 붙잡혀 시공관리국으로 갔다가는 어떤 꼴을 당할지는 알프도 잘 알고 있었다.
"뭐, 이제 와서 관리국과 정면 대결을 하고 싶은 건 아니야. 그래서 나름대로 절제를 하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를 나락 끝으로 떨어뜨린 그들의 정보를 조금이라도 얻는다면 더할 나위는 없겠지. 우리의 분노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으니까"
교주의 말을 들은 알프는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교주님, 그럼 저와 거래를 하시겠습니까?"
레어스로크에 있던 유적을 본 유노는 감탄사를 터뜨렸다.
성의 독특한 양식과 정교한 얼음세공, 매끄러운 곡선은 도저히 그 옛날 문명이 만들었다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이었다.
물론 이제껏 뛰어난 기술을 보여준 유적들의 사례는 있었지만, 레어스로크의 척박한 환경 속에서 이런 것을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그의 심장을 뛰게 만들었다.
아쉽게도 그 문명과 그들이 살았던 흔적은 모두 블리자드와 얼음에 사라졌지만, 빙산 속에 숨겨져 있는 이 성은 그들이 살았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어떻게 보십니까? A04"
"…확실히 정교하군요. 고대 베르카 양식과 유사한 것 같지만 뭔가가 다른 것 같습니다."
고대 베르카 양식을 전공한 아키에게도 이 양식은 매력적이었다.
아름다운 곡선이 그녀의 눈을 매료시켰다.
"반갑습니다, 유노 국장님. 현지 발굴팀 대장인 로드 시제트입니다."
"아, 처음 뵙겠습니다. 유노 스크라이어입니다."
"옆에 계신 분은 조수이신가보죠?"
"아아, 예. 제 조수인 이자벨입니다."
"…반갑습니다."
"하하, 꽤나 수줍음이 많으신 아가씨로군요. 따라오시기 바랍니다."
유노와 아키는 그의 뒤를 따라 거대한 고대인의 예술의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예상대로 얼음조각과 그것으로 만든 가구들이 있었다. 재료는 하나 같이 투명한 흔해빠진 얼음이었지만, 손길이 닿은 얼음들은 모두 특별한 존재가 되었다.
"보존 상태가 제법 대단하군요."
"네, 차가운 한기가 얼음을 유지시켜주고 있고, 이쪽은 지반도 안정적입니다."
"…내구수명은 걱정할 필요 없겠군요."
"뭐, 그렇죠."
좀 더 위로 올라가자, 몇몇 발굴팀들이 모여 있었고 닫혀 있는 거대한 얼음 문이 정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었다.
"여기서부터 제 일인 것 같군요."
"그렇습니다."
"이자벨, 문설주와 문 상방 쪽에 액티브를 걸어주세요."
"…알겠습니다."
아키가 문의 옆으로 다가가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그녀의 손끝에서 마력이 조금 모이자, 유노는 문 근처를 유의 주시했다.
아직까진 미동도 없었다.
아키의 액티브 매직이 문설주와 문 상방을 살짝 건드렸다가 다시 튕겨져 나왔다.
차가운 얼음조각이 조금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정적의 시간이 흘렀다.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일단 문을 여는데 함정은 없는 것 같군요."
"그렇습니까?"
"그럼 이제 술식을 해석하겠습니다."
유노가 문 앞에서 두 손을 뻗자, 두 개의 마법진이 각 문짝에 새겨졌다. 미드칠더식도, 베르카식도 아닌 그 마법진은 유노의 손짓에 따라 천천히 돌아가기 시작했다.
하나의 마법진은 그 형체가 일그러지면서 불안정해지기 시작했다.
유노가 다시 한 번 힘을 주자, 왼쪽 문짝에 새겨진 마법진이 형태를 바꾸고 문자의 형태로 돌아갔다.
"이자벨, 해석하세요."
"…네. 술식구조 D-52-...DM...2에 코런타스에.. 아니, 뮬리에입니다."
"뮬리에?"
"…아무래도 제 13 관리 외 세계의 행성 오렌의 그것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오렌..인가?"
유노는 계속 손끝에 힘을 주었다.
술식 해석 후 언락된 왼쪽은 이제 문제없었다.
그는 잠시 생각을 했다.
문제는 오른쪽이었다. 오른쪽 문짝에 새겨진 마법진은 좀처럼 그 형태가 일그러질 생각이 없었다.
여러 가지 수식을 넣고 있지만, 어떤 것도 해석하기에는 문제가 있었다.
술식 해석에 있어서 1, 2위를 다투는 그가 이정도로 오래 걸리고 있다는 사실에 아키와 발굴팀들은 조금 긴장했다.
어쩌면 트랩이 많이 있는 마법진이라 힘들게 해석해도 잘못해서 폭발과 함께 무너질 가능성도 있었다. 술식 해석이 오래 걸릴수록 그런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것이 설사 유노라고 해도 예외는 없었다.
20분이 지났지만 여전히 술식엔 미동도 없었다.
유노는 최후의 수식을 넣었다. 역시 먹히지 않았다.
유노는 그제야 이 술식의 비밀을 알아낼 수 있었다.
유노는 손을 뗐다.
팔이 축 늘어졌다.
"국장님, 어떻습니까?"
"처음 보는 술식입니다. 어떤 것도 먹히지 않아요."
"그렇습니까?"
"제가 생각하기엔.. 이 술식은 최소 두 가지 이상이 혼재되어 있어요."
"혼재되어 있다뇨?"
"보아하니 이 성은 누군가가 이미 왔던 것 같습니다. 제가 해석한 왼쪽은 메르디앙 술식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메르디앙 술식은 간혹 발견되는 미지의 술식이라 푸는 방법을 알고 있었습니다만, 문제는 오른쪽입니다. 오른쪽 술식은 복합적으로 섞여있는 결계 마법입니다. 오른쪽을 열지 못하면 왼쪽도 열지 못하게 되어 있어서 꽤나 체계적이죠."
"고대인들이 그런 고도의 마법을 썼다는 겁니까?"
"아뇨. 이건 비교적 현대의 마법입니다. 미드칠더식과 베르카식은 물론이고 여러 가지 잡다한 술식을 혼재한 마법이 등장한 것은 약 60년 전부터…"
유노는 잠시 멈칫했다.
뇌리를 스치는 한 줄기의 빛은 그의 다중 사고 회로 중 하나를 번뜩이게 했다.
"아, 60년 전부터 등장했다는 거죠?"
"네, 네."
"흠.. 유노 국장님도 뚫을 수 없다니…. 포기해야 되는 걸까요?"
"아니요. 한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오오, 그게 뭡니까?!"
"저에게 한 5시간 정도만 주지 않으시겠습니까?"
발굴팀 대장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문까지는 할당량의 채 반도 채우지 못한 분량이었기에 그들은 어서 이 문 너머에 있는 것을 발굴하고 싶었다.
그들은 돈을 받고 일하는 이상 할당량을 채워야만 했다. 이대로 집에 가서 겨우 30%의 돈을 손에 쥐는 것보단 좀 더 기다려 100%를 거머쥐는 것은 당연한 판단이었다.
유노는 아키와 함께 다시 밖으로 나왔다.
공기는 날카로워졌다. 슬슬 블리자드가 불기 시작했다.
"…뭔가 생각이 있으신 겁니까?"
"지금 그걸 하겠습니다."
"…그걸 지금 말입니까?"
"A04는 지정된 위치에서 대기해주세요. 나머지는 신호 후에 매뉴얼 A를 읽어보시면 됩니다."
"…Roger"
블리자드가 휘몰아치는 레어스로크의 하늘은 항성이 점점 가까워짐에 따라 밝아지고 있었다.
유노가 블리자드 속에서 사라지자, 아키도 역시 장비를 점검하고 출발했다.
유노는 거센 눈발과 칼바람을 뚫고 천천히 앞을 보며 걸어갔다.
머릿속에선 조금 움직임이 더뎌진 다중 회로 사고가 계속 작전에 대해서 연산을 하고 있었다.
바람이 한 번 세게 불자, 그의 몸이 기우뚱했다.
이미 시야에는 눈과 바람밖에 보이지 않았다.
얼음과 같은 몸과 손에는 점점 감각이 사라져갔다.
시공관리국의 군수품이 형편없다는 사실을 그는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껴야 했다.
장교용 방한복마저도 이 거센 환경을 뚫기에는 약간 역부족했다.
드디어 유노의 시야에 작은 얼음기둥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레어스로크 특유의 출입문인 '도'였다.
도가 보이자, 유노는 나침반을 체크했다. 강풍과 칼바람과 눈발 속에서도 나침반은 큰 흔들림 없이 북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유노는 외곽에 있는 도의 앞으로 가 문을 두드렸다.
역시 손에 감각은 없었다.
"도박이긴 하지만.. 쿨럭!"
아무 응답이 없자, 그는 그제야 문에 달려있는 버튼을 눌러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방한복을 움켜쥐며 버튼을 누르자, 도의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그칠 줄 모르는 블리자드에서 그는 일단 한시름 놓았다.
문 안으로 들어가자, 또 다른 쇠문이 그를 가로 막고 있었다.
그 건물은 무심한 쇠문으로 맞이했지만, 작은 배려는 남아있었기에 블리자드를 피할 수 있도록 작은 공간이 문과 문 사이에 마련되어 있었다.
유노는 다시 쇠문으로 다가가 차가운 버튼을 눌렀다.
[누구냐?]
"저기…. 차원정보국에서 왔습니다."
[어디라고?]
"차원정보국이요."
갑자기 와서 차원정보국에서 왔다고 하는 유노를 보며, 신도는 경계했다.
그녀는 바로 동료들에게 알리기로 했다.
그 이후 아무런 응답이 없자, 유노는 조금 지친 몸을 쉬게 했다.
바닥에 앉아서 그는 수첩을 펼치고 자신이 짠 작전을 다시 체크했다.
그는 생각을 되뇌었다.
그러는 동안, 좀 더 고위의 신도가 출입문 근처로 다가갔다.
"차원정보국에서 왔다고 자처했다고?"
"네"
"여기가 어딘지는 아는 건가?"
"일단 전도사님이 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전도사는 보안창 너머로 유노를 보면서 그를 안에서 호출했다.
[차원정보국에서 온 남자여.]
"음? 아, 드디어 높으신 분이 왔군요."
[여기가 어딘지 알고 온 건가?]
"물론이죠. 문 와치의 레어스로크 기지 아닙니까?"
[무슨 목적이지?]
"일단 안에 가서 이야기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여긴 좀 춥네요. 하하.."
[무슨 꿍꿍이냐!]
전도사는 그를 심각하게 경계했다.
갑자기 큰 소리에 유노는 보안창을 흘겨봤다.
그는 아직 자신의 어두운 면을 보여줄 때가 아님을 알았다.
"하하.. 화내지 마시고. 레어스로크에는 그냥 유적 발굴 때문에 온 겁니다. 게다가 어차피 저 혼자선 이곳에 있는 문 와치의 여러분들을 모두 상대할 수 없거든요. 그러니까 제발 좀 이 문 좀 열어주시면 안될까요? 추워요."
전도사는 잠시 생각을 했다.
그녀는 어차피 그 혼자, 가장 전력이 약하다고 하지만 문 와치의 신도들도 모두 싸울 순 없다고 생각했다. 보안창과 외부 감시카메라 상으로는 그의 동료도 없었다.
"혼자라고 일부러 밝혔으니.. 좀 의심 가는데요?"
"아니야. 못해도 이 레어스로크 기지를 장악하려면 차원정보국이라도 10명 이상은 필요할 터."
"하지만 저 가증스러운 남자가 엄청 센 사람들을 데려왔을 수도 있잖아요?"
"하지만 그의 말투에선 살의라든가 거짓은 보이지 않았다. 루나리스님의 영력이 그렇게 말하고 있어. 하지만 신중하긴 해야겠지."
"크흠..."
"문을 열어라!"
요지부동하던 쇠문이 드디어 열리자, 그 너머에 문 와치 문지기들이 그에게 겨눈 디바이스를 보면서도 유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반갑습니다. 문 와치 여러분."
몇 초가 지나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자, 문지기들은 디바이스를 거뒀다.
"아, 아무래도 진짜 혼자인 것 같네요."
"그래, 차원정보국에서 온 남자. 무엇이 목적인가?"
"유적발굴 현장에서 여러분들의 루나리스 술식의 힘을 좀 빌려야 할 일이 생겼는데, 이곳 책임자는 어디 계시죠?"
"호오, 미드칠더식을 쓰는 남자여. 그대도 우리 루나리스식의 위대함을 알아챈 건가?"
"하하, 그건 아닌데요."
유노가 정색을 하자, 그들은 잠시 움찔거렸다.
전도사는 들고 있던 디바이스를 몰래 움켜쥐며 그에게 말했다.
"유감스럽지만, 교주님은 너 같은 하찮은 분과 이야기하실 분이 아니다."
"오, 여기 책임자가 교주님이라고요?"
"아차!"
전도사는 자신의 말실수를 정확히 집어내는 그의 표정을 보며 긴장했다.
그녀는 초조에 빠졌다.
"교주님이라면 이야기가 더 빠르겠죠. 안내하시죠."
"안 된다!"
"하아.. 진짜…. 책임자랑 이야기를 해야 루나리스 술식을 빌려 쓰든 말든 할 거 아닙니까? 책임자의 허락 없이 적으로 간주되는 자들 사이에서 마법을 발현할 수 있겠습니까? 하물며 그런 건 교주가 아니고서야 이야기가 되지 않죠."
유노의 말은 정확했다.
그가 원하는 것은 루나리스 술식을 적의 한 가운데에서 비폭력적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었다. 당연히 책임자, 그것도 교주의 허락이 필요했다.
그가 건 도박은 일단 70% 성공이었다.
50%는 문을 넘어서 달성됐고 20%는 추가로 여기에 바로 교주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달성되었다.
"그럼, 만일을 위해 당신의 마력을 봉인해도 되나?"
"마음대로 하세요."
전도사가 손짓을 하자, 그들은 옆방에서 바로 수갑을 가져왔다.
마력 차단 수갑. 문 와치 고유기술로 제작된, 관리국 것과 비교했을 때 구식인 물건이었다.
그가 손목에 수갑을 차자, 안심한 듯 문지기들은 디바이스에 들어간 힘을 뺐다.
"자, 그럼 교주님이 계신 곳으로 안내하시죠."
"알겠다."
차가운 얼음의 대지 아래에 만들어진 지하기지의 밑으로 내려갈수록 추위는 사라져갔다.
유노는 손목에 차인 수갑을 몇 차례 보면서 그들의 교주가 있는 최심부로 내려갔다.
유노의 생각보다 교주는 의외로 젊었다.
한 30대 후반이나 40대 정도로 보이는 그녀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유노에게 착석을 권했다.
"앉아라."
"그럼, 사양 않고."
테이블에 놓인 차를 보며 유노는 팔을 들어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를 보여줬다.
"이 자의 수갑을 풀어줘라."
"네? 하, 하지만"
"괜찮다. 이 자는 가증스럽지만, 협상 테이블에서 거짓말을 하는 파렴치한까지는 아니니까."
유노의 손목에 차인 수갑이 풀어지자, 그는 해방감을 느꼈다.
자유로워진 손목이 맨 처음 한 일은 앞에 놓인 잔을 들어 차를 입으로 가져가는 것이었다.
"이 사람을 아십니까? 교주님"
"알다마다. 이 자야 말로 우리가 증오하는 차원정보국의 수장. 이 드넓은 차원 세계에서는 정보의 지배자라 불리는 인물, 유노 스크라이어라네."
"네?!"
"이거, 교주님께서 알아주시니 영광이군요. 전에 저희가 죽인 교주님은 영 머리가 잘 안 돌아가서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만…."
"뭐라고! 무례하다!"
"아아, 진정하게. 그래, 그대가 나에게 부탁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인가?"
주위의 살벌한 분위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마치 다른 세계인 듯, 교주와 유노는 서로의 앞에 놓인 차를 마시며 협상을 시작했다.
"레어스로크 근처에 성이 하나 발견된 것은 알고 계시죠?"
"그래, 우리 루나리스님의 은혜가 창조한 또 다른 건축물이지."
"하하.. 아무튼, 그 건물에 결계가 하나 걸려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혼합 술식 결계라서 말이죠. 저라도 뚫을 수가 없었습니다."
"훗, 그대의 의지를 간파했네. 그러니까 혼합 술식에 있어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의 힘을 빌리겠다는 거로군."
교주는 실눈을 뜨고 유노의 동태를 살펴봤다.
흔들림이 없는 눈동자가 그녀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녀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난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겠네."
"어째서죠?"
"그대는 너무나도 가증스러운 존재이기 때문이야."
"거절의 이유치고는 치졸하군요."
"이 자식! 어느 안전이라고!"
"교주님께 어서 무릎을 뚫어라!"
주변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유노의 신경을 자극했다.
"당신들이야말로 닥치시죠."
"뭐라고?!"
유노는 텐션을 조금 높이기로 했다.
협상에서는 이러한 것도 필요한 법이었다.
"전 분명히 평화적인 목적으로 여기 왔습니다만, 이렇게 나오시면 어쩔 수 없죠."
"흥! 네놈 혼자서 우리와 싸워보기라도 하겠다는 거냐?! 미안하지만 너 같은 건 이 자리에서 바로 죽일 수 있어!"
"그런 말이 나올까요?"
"…그대, 한 번 이유를 설명해보게나"
교주가 혼란 속에서 유노에게 답을 권했다.
신도들은 교주의 움직임에도 여전히 열이 받은 상태였다.
유노는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우린 분명히 GF-5 때문에 당신들에게 직접적인 공격을 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제가 죽으면 이야기는 달라지죠. 지휘관이 세계적인 범죄조직 문 와치에게 살해당한 차원정보국은 저의 반응이 사라진 마지막 지점, 즉 이 기지를 공격할 겁니다. 선제공격으로 인한 대응에다가 범죄조직인데 제 아무리 GF-5라도 우리의 행동을 막진 못합니다."
"그게 어쨌다는 거지?! 우린 너희 차원정보국과 싸울 준비가 되어 있다!"
"맞아!"
"이거야 원. 이렇게 머리가 안 돌아가시면 안 되죠. 우린 문 와치의 신흥세력들이 있는 곳을 모두 파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격하지 않은 이유는 당신들이 그 전과는 달리 아직 공격 행위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종교의 자유를 막을 순 없으니까요. 과거에도 마찬가지로, 당신들을 정보부 레벨 선에서 저지할 수 있었기에 처리한 겁니다. 하지만 제가 죽는다면… 정보부 레벨이 아닌 공식적인 병력, 즉 당신들이 어찌할 수 없는 병력이 몰려갈 겁니다. 그래요. 가령 예를 들자면.. 차원항행함대가 말이죠."
"뭐라고?!"
"뭐, 저 하나를 희생시켜서 이런 사이비 교단과 범죄조직을 쓸어버릴 수 있다면 그거야 말로 차원에 공헌하는 관리국원으로서 최대의 영광이겠습니다만."
차가운 유노의 눈빛을 보며 신도들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자신들이 뛰어나다고 말하는 루나리스 술식이라고 할지라도 대함마법은 존재하지 않았으며, 함선은 가질 여력이 되지 못했다.
차원항행함대가 온다면, 그것은 절망이었다.
교주 역시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었다.
결국 그녀는 협상에 응하기로 했다.
"좋아. 그대의 요구를 들어주지. 하지만, 협상은 거래. 뭘 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겠지?"
"4천만 SC 정도면 어떻습니까?"
"물질적인 것이라? 역시 정보부다운 생각이군. 좋다."
유노의 도박은 90% 달성되었다.
이제 나머지 카드 패 한 장으로 그의 도박은 잭팟을 터뜨릴 수 있었다.
"아, 대신 사람은 제가 뽑도록 하죠. 이 의뢰는 외부세계의 술식에 눈에 익어야 하니, 아무래도 당신들 규율 중 하나인 외부술식을 배척하라는 이야기를 한 번은 어겨야 되겠죠."
"그렇군. 규율을 위배한 자들 중에서 뽑겠다는 건가?"
"대신 그 사람의 문 와치에서의 활동을 보장해주시기 바랍니다."
"……훗, 그대가 그런 것까지 신경 쓰다니."
"뭐, 빚을 갚는다고 해두죠. 사회를 위한 활동을 한 거니까요."
"하, 가증스럽지만 속이 깊은 남자로군. 르브란, 루카"
교주의 말에 그녀의 주변에 모인 사람들 속에서 두 사람이 빠져나와 그녀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손님을 지하 감옥으로 안내해드려라."
"알겠습니다."
두 명의 신도는 유노에게 따라오라는 손짓을 했다.
유노는 그녀들의 뒤를 말없이 따라갔다. 신도들의 무리에서 그는 신도들의 눈총을 받았다.
날카로운 눈빛들이었다.
그녀들을 따라가 도착한 감옥은 교주가 있던 곳에서 한층 아래에 있는 곳이었다.
감옥이라기엔 하얀색으로 도배된 건물 내벽이 화사했지만, 감옥 안의 분위기가 이곳이 감옥임을 알렸다.
듬성듬성 보이는 레이저 펜스로 둘러싸인 감옥에는 문 와치의 규율을 위배한 자들이 감옥 안에서 축 늘어진 채로 머물고 있었다.
유노는 하나하나 감옥을 들여다보며, 그들의 동태를 살펴봤다.
"감옥은 이제 끝인가요?"
"아뇨, 저 너머에 특수 감옥이 있습니다만 저기까지는…"
"안내해주세요."
"하, 하지만…."
유노는 직감적으로 특수 감옥에 뭔가가 있다고 확신했다.
유노는 특수 감옥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켰다.
그러자, 갑자기 특수 감옥이 문이 부서지며 은색의 마력의 창이 유노와 신도들을 덮쳤다.
유노는 바로 라운드 실드를 걸었다.
"제길! 뭐지?"
"이, 이건 도대체…"
"누가 특수 감옥에서 탈옥이라도 한 겁니까?!"
"아, 아뇨."
"빌어먹을!"
엄청난 공세가 지칠 줄을 모르고 계속됐다.
마법진은 한계라는 것을 모르는 것 같았다. 수많은 마력의 창이 유노의 라운드 실드를 가격했다.
그의 몸이 점점 뒤로 밀리자, 그는 신도들에게 말했다.
"빨리 위에 가서 지원 좀 요청하세요!"
"아, 알겠습니다!"
신도들은 유노를 뒤로 하고 재빨리 감옥에서 벗어났다.
유노는 한 손으로 버거운 지, 두 손을 사용하여 라운드 실드를 강화시켰다.
그러자, 조금씩 마력의 창의 공세를 밀어낼 수 있었다.
천천히 공격을 밀어내면서 유노는 기회를 엿봤다.
잠시 공세가 잦아진 순간, 유노는 한 손을 풀어 술식을 빠르게 구축했다.
"스트러글 실드!"
유노의 마력광는 조금 다른 푸르스름한 마력이 라운드 실드와 거리를 두고 앞을 감싸듯이 구축됐다.
마력의 창들은 스트러글 실드의 앞에서 모두 무력화되기 시작했다.
유노는 바로 라운드 실드를 해제하고 스트러글 실드를 앞세워 전진하기 시작했다.
그가 전진하자, 마치 그의 움직임을 읽는 듯이 잠시 사라졌다가, 특수 감옥의 안에서 마력의 창을 발사하며 저항하기 시작했다.
파괴된 특수 감옥의 문 조각을 뒤로 하고 유노는 계속 은색의 마법진을 압박해 나가며 특수 감옥의 안으로 들어왔다.
그 사이에 도착한 문 와치의 지원군들이 재빨리 뛰어왔다.
"어이, 물러서!"
[Lunar Buster]
유노가 스트러글 실드를 치움과 동시에 루나리스 술식의 기본 공격인 루나 버스터가 마력의 창들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수명이 발사한 루나 버스터의 공세 탓에 마력의 창은 소멸됐고 결국 마법진은 폭발과 함께 사라졌다.
남은 것은 약간 엉망진창이 된 특수감옥 뿐이었다.
'대단하군, 그 정도 거리여도 이 정도 파괴력인가…'
유노는 소동이 끝나자마자, 특수 감옥의 내부를 살펴봤다.
그곳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유노는 입술을 깨물었다.
'늦은 건가! 그럴 리가…'
블리자드가 불기 시작한 것은 불과 3시간 전이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알프의 반응은 희미하게나마 살아있었다. 물론 그 사이에 빠져 나갔을 가능성을 배제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면 외부로 빠져나갈 때 무언가 신호가 잡혀서 연락이 왔어야 했다. 공항에는 블리자드가 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신호는커녕 아무런 SDA에서는 연락도 오지 않았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유노가 숨겨둔 장치를 통해 좌표와 상황을 지켜보며 마법진을 발생시켜 그를 공격한 아키 역시 입술을 깨물었다.
일반적으로 친근하게 접근하여 감시를 피하고 동시에 거짓말이 아니면서 진짜 목적은 알프가 있는 곳을 알아내 그녀와 한 명의 문 와치의 신도를 데리고 나가 알프를 빼내려는 작전은 이렇게 실패하고 말았다.
작전 자체는 완벽했다.
유노의 계산대로 아키의 마법인 'Volley'의 최장 커맨드 사거리인 주거 외곽지 15km 밖에서라면 GF-5의 마력 감지를 피할 수 있었고 거주지 내부는 감지가 불가능했었다.
그리고 감지하지 못했다.
그러나 로열 스트레이트 플러시의 최후의 한 패는 어이없게도 알프가 이미 사라진 것으로 나왔다.
플러시. 전체적인 결과만으로는 중박이었지만, 그 상황에서는 죽어야 하는 패가 되었다.
유노는 말없이 돌아서서 다시 1층으로 돌아갔다.
그의 포커페이스가 조금 일그러졌다.
다시 올라온 유노는 감옥에서 데려온 한 명의 신도와 함께 떠날 채비를 했다.
"그럼, 고마웠습니다. 교주님. 입금은 예정대로 해드리죠."
"아니네. 오히려 우리 신도들을 지켜준 것이 고맙지. 조심히 가게나"
밖을 나서는 그의 모습을 본 교주는 그가 나가고 나서야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크게 웃었다.
"하하하, 내 평생 이리도 즐거운 때가 있을 줄이야."
"그 남자의 얼굴이 일그러진 것을 보셨습니까?"
"내 평생소원이었지. 그 흔들림 없는 눈동자와 얼굴이 흔들리고 있을 때, 얼마나 고소했는지 모른다."
"유노 스크라이어의 최대의 실패로군요."
교주와 신도들은 서로 모여 웃고 떠들었다.
유노의 실패는 곧, 문 와치의 즐거움이었다.
"그나저나, 정말 그 알프라는 사람의 말대로군요."
"그래, 그 남자는 기어코 여길 들어왔어. 그것도 당당하게 말이지."
"그나저나 거래는 흡족하십니까?"
신도가 교주에게 묻자, 교주는 크게 미소를 지으며 테이블에 놓인 새로운 차를 들었다.
"숙원인 남자에게는 물리적인 것을 받았고, 그녀는 우리에게 차원정보국 요원의 신상정보를 주고 당분간 우리의 훌륭한 활동요원이 되기로 했지. 뭐, 루나리스식을 이어받지 않는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지만, 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그러게 말입니다. 하하하"
"그나저나 레어스로크 전역의 현재 날씨를 파악해서 블리자드가 부는 지점마다 트랜스포터를 한다고 했을 때는 놀랐습니다. 게다가 성공까지 했다니…. 그 여자도 만만지 않은 것 같더군요."
"그래서 난 더욱 기대가 되네. 과연 그녀가 우릴 위해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가 말이야. 하하하"
교주와 신도들의 웃음소리가 레어스로크 기지 전체에 울려 퍼졌다.
지금쯤 레어스로크의 블리자드와 맞서며 굴욕의 시간을 보내는 유노에게 들릴 터 없는 그 웃음소리는 어쩐지 유노의 귓가에도 들리는 듯 했다.
문 와치의 제 16 관리 외 세계, 바니실스의 영역에 한 여자가 다가왔다.
"누구냐?"
"제 이름은 알프. 문 와치 특수전투행동대원으로 성 루나틱 문쉐이드 교주님의 명령으로 이곳에 왔습니다."
노련한 문지기는 그녀의 눈빛만으로도 그 말이 진실임을 알아챘다.
문이 열리자, 그녀의 눈에 레어스로크보다 더욱 크고 장대한 '문 와치' 교단의 마을이 들어왔다.
이들을 최대한 이용하여 유노를 어둠의 세계에서 빼낼 행동을 개시하는 것이 그녀가 여기에 온 목적이었다.
유노를 따돌릴 탈출 시나리오와 자신이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구식 정보인 차원정보국의 요원 신상정보와 맞바꾼 독자적인 행동과 지휘권. 그 거래는 서로 흡족했지만 실상은 알프에게 큰 이득이었다.
알프는 교주가 준 특별한 징표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쳐다봤다.
특수전투행동대원임을 증명하는 목걸이. 은으로 만든 그 목걸이는 노을빛에 의해 유난히 반짝거렸다.
그 징표에는 알프의 각오가 담겨 있었다.
멀리서 가라앉고 있는 오후의 태양을 보며, 그녀를 징표를 들고 있던 손으로 주먹을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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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알프의 이야기입니다.
이 건으로 유노는 드문 실패를 겪게 됩니다.
아무리 유노가 뛰어나도 오랜 기간 동안 그와 있었던 알프는 어느 정도 생각을 읽었기에 유노에게 한 방을 먹일 수 있었던 것이죠.
그리고 새로운 세력, 문 와치가 본격적으로 등장했습니다.
문 와치는 앞으로 알프와 함께 행동하게 되며, 작중에서도 나름 비중 있게 나올 겁니다.
그럼 다음 편에서 뵙죠. ~_~
- 막간 작가의 막장 설정 공개
성 루나틱 문쉐이드 교주
- 여신 루나리스(Lunaris)를 모시는 문 와치의 제 6대 교주. 나이 39세.
전 교주인 성 루나틱 크리센트 교주가 차원정보국 SDA의 전신인 AAT의 요원들에게 살해당한 후, 와해된 교단을 규합시키는데 일조하고 교단을 부흥시키는데 큰 기여를 하는 것을 인정받아 제 6대 교주로 임명되었다.
품성이 온화하며 현실적이기에 전대 교주까지 해왔던 타 술식 사용자를 죽이는 행위는 하지 않지만, 차원정보국에 대한 분노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대단하다.
타나카 아키(田中 アキ) 대위
- SDA의 SA 중 한 명. 외부에서는 이자벨 크림슨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다. 나이는 25세.
본래 고대 베르카 미술 양식을 전공하는 미술학자였으나, 좀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4년 전에 들어간 차원정보국에서 AAT 요원으로 선발되었다. 그러나 그녀가 어째서 목적과 다른 AAT가 하는 짓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지 않으면서 손쉽게 살인을 해내고, SA의 자리에 올랐는지는 극소수를 제외한 사람들에겐 비밀로 되어있다.
사용하는 디바이스는 Warp Artillery로서 장거리 사격을 지원한다.
이글루스 가든 - 이글루스 리리컬 동맹단 가든지부
할일: 팬픽(SideStory)




2009-09-11 22:45 #
2009-09-11 22:50 #
그걸 보시면 이해가 빠르실 것 같아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