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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ret Mission 『S Relief』 시작되는 추적 - 3 -
at 2009-07-26 13:21:13 5 comment

밖에서 본 유리천장이 덮인 곳은 바로 이곳이었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은 그들이 가진 본성을 감추기 위한 위장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진호가 준 사진을 면밀히 살펴보며,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에서 그 위험한 잡초들을 하나씩 살펴보았다.
"왠지 모르게 징그럽게 생긴 꽃잎이… 저건가?"
마치 인간의 신체조직과 같은 색을 가진 꽃잎이 달려서 붙은 그 이름, 오간허브(Organ Herb).
물론 꽃잎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지는 않지만, 꽃잎에서 내뿜는 강력한 중금속 성분의 독은 닿기만 해도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전해지는 유명한 꽃이다.
엘렉트라는 조심스레 장비를 꺼내 착용하고 오간허브의 위협적인 꽃잎을 피해 꽃줄기를 한 번에 따서 전용상자에 담았다.
중간에 떨어진 액상독이 장갑에 닿자, 장갑의 겉이 녹이 슬듯 부식되었다.
물론 엘렉트라 자신에게 피해가 가진 않았지만, 심장이 철렁 내려앉을 만한 공포를 느끼기엔 충분했다.
시작되는 추적 3
모든 작업을 마친 엘렉트라가 내려오자마자 본 것은 쾨쾨한 냄새로 가득 찬 실험실 한 가운데에 보호 장비를 착용한 채로 실험 테이블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진호였다.
"엘렉트라, 그 보호 장비는 내가 풀라고 할 때 풀도록 해"
"안 그래도 그럴 셈이에요. 누가 이런 곳에서 이걸 벗겠어요? 죽어요."
진호는 씨익 웃으며 자신의 얼굴을 가리키며 엘렉트라를 쳐다봤다.
엘렉트라는 두 눈을 의심했다.
그가 찬 보호 장비는 기본적인 손과 팔을 보호하는 장비와 눈을 보호하는 안경 외에는 없었다.
"진호 씨! 괜찮은 거죠? 죽은 거 아니죠? 좀비가 된 게 아니죠?"
"난 멀쩡하네, 엘렉트라. 그것보다 가져온 것 좀 주겠나?"
"아, 네"
가지고 있던 상자를 넘겨주자, 엘렉트라는 몸이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다.
전용용기 속에 있어도 독초들이 가지고 있던 독극물의 영향이 간접적으로 전해진 것이었다.
용기를 개방하자, 독초들이 뒤엉켜서 생긴 독소화합물이 풍기는 냄새가 피어올랐다.
만화나 애니메이션에서 나오는 보라색이나 검누런 색을 가진 연기가 섞인 냄새는 아니었다. 어두운 실험실을 비추는 형광등에 보인 어른거리는 입자는 무색이었다.
"이 녀석들이 합성하면서 황산화물을 상당히 분출하는 것 같군. 입자주제에 눈에도 어른거릴 정도라니… 자체적으로 산화작용을 한 건가?"
"혼잣말만 하지 말고 이것 좀 어떻게 해줘요."
진호는 엘렉트라에게 또 다른 보호 장비를 던지듯 넘겨줬다.
약간 자세를 흐트러뜨리며 받은 것은 그녀가 이미 쓰고 있는 마스크 위에 덧대는 필터였다.
"3분 동안 어디에 좀 가 있는 편이 나을 것 같군."
"하아―――"
엘렉트라가 다른 곳으로 피신한 사이에 진호의 정화 작업이 시작됐다.
달리 갈 곳이 없었던 엘렉트라는 다시 그 독초들이 우글거리던 정원에 돌아갔다.
그녀는 사실 독초들이 우글거릴지라도 실험실보다는 나은 조건의 장소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기체성 독을 내뿜는 식물은 그다지 없었고, 그마저도 그녀가 착용한 보호구라면 문제없이 필터가 가능했다.
단지, 그녀는 자신의 몸을 덮고 있는 이상한 옷들이 신경 쓰였다.
바깥의 날씨와는 상관없이 정원은 옷과 맞물려 덥고, 짜증나는 곳 그 자체였다.
만일의 가능성을 고려한 시간인 5분 후에 실험실은 말끔히 정화되어 있었다.
드디어 그녀가 방호복을 벗어던지자, 다시 그녀의 배리어 재킷이 밖으로 드러났다.
"아, 맞다. 아까 미처 못 들었는데, 여기서 뭘 하는 거죠?"
정화 작업을 거쳐 내부가 약간 차가워진 상태의 실험실에 새로운 온기가 흘렀다.
엘렉트라의 질문에 진호는 팔과 입 주변 근육을 제외한 어떤 부위의 세세한 미동도 없이 그녀에게 대답했다.
"자세한 건 말해줄 순 없지만… 그래, 일종의 강화라고 하면 되겠군."
"강화요?"
"자네, 제 97 관리 외 세계의 화학 수준에 대해서 알고 있나?"
"에? 갑자기 웬 화학…"
"나도 다른 곳에서 화학을 배웠지만, 다른 건 몰라도 그 세계의 화학에 대한 지식은 상당하지. 관리국조차도 따라잡을 수 없는 각종 화학지식이 그곳에는 있는 거야. 물론 만들어진 화학물질이라든가 반응을 하는 방법은 우리가 많이 가지고 있지만 우리가 마법으로 모든 화학 반응을 이루어낸다면 그쪽은 직접적으로 물질과 물질의 용해나 가열 등으로 그것을 이끌어내지. 즉 그 과정에 있어서 그들은 우리보다 우월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거야."
가열장치 위에 올려있던 플라스크 안에서 무언가 반응이 일어나자, 진호는 그를 보며 말을 이었다.
"가령… 이걸 보라고. 이건 아까 독초에서 추출한 수은에 상당히 진한 질산을 넣어서 가열하는 거라고. 이렇게 가열해서 증발시키면 질산수은이라는 녀석을 만들어 내지."
"흐음… 그래서, 이걸로 뭘 하시려고요?"
그녀는 진호가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전공이 다른 분야라곤 하지만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녀는 그저 애매하게 질문을 할 수밖에 없었다.
"잠깐이지만, 내가 그 곳의 화학에서 눈 여겨 본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오염물질에 대한 것과 또 하나는 라디칼."
"라디…칼?"
"다른 물질과 반응이 잘 일어나는 녀석이지. 대개 입자가 강력한 외부요인에 의해 분해될 때 나오는데 프레온가스에서 만들기가 쉽지. 난 이 라디칼을 응용해보기로 한 거야. 즉, 이 라디칼에 마력을 더해 새로운 독성물질을 창조하는 거지."
그가 지구의 서적, 정확히는 대기오염서적에서 본 라디칼이라는 개념은 그의 관심을 끌었다.
물론 그가 알고 있는 지식이라는 것은 정말 깨알 같은 지식이었고 그마저도 완전히 정확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프레온가스에 자외선을 쏴서 분해시키면 라디칼이라는 것이 생성되고 그것은 활성화된 상태로서 다른 입자가 전자를 공유하여 안정화를 하기 위해(물론 그는 여기까진 알지 못했다.) 반응이 잘 된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가 본 지식을 간단히 정립하자면 다음과 같다.
CCI₂F₂, 즉 CFC-12가 gCCIF·(라디칼 상태)과 gCI·인 염소라디칼로 순간적으로 분해되고 이 상태에서 활성화된 염소라디칼이 오존과 반응하여 일산화염소를 생성하여 산소분자를 남긴 후 여기서 생성된 gCIO·이 CI₂O₂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오존층 파괴에 대한 간략한 지식이다.
아무튼 위 과정의 설명이 어찌됐든 간에, 그에겐 이 후 설명은 필요 없었다.
그가 습득한 라디칼이라는 개념은 다른 물질과 반응이 잘 되는 상태라는 것이고, 어쨌든 이것만으로도 그가 하려는 실험에는 큰 도움이 될 것은 자명했다.
그는 미리 준비한 용기를 조립하여 그 안에 오존을 채워 넣었다.
마법을 통해 환경을 가급적 지구의 성층권과 흡사한 상태를 조성하자, 인공으로 만들어진 오존층이 생성됐다.
"와아… 뭔지는 모르겠지만 멋진데요?"
그녀의 육안으로 오존층이 생성되는 것 같은 것이 보일 리는 없었지만 뭔가 한다는 것이 그녀는 신기하고도 흥미로웠다.
물론 그 생각은 얼마가지 않았다.
그녀가 그러든 말든 진호가 용기의 밑에 달린 호스연결부위에 호스를 연결했다.
그가 미리 손을 써둔 반응에 이상이 없을 범위에서 색을 입힌 프레온 가스를 준비하고 책에 적힌 대로 파장이 220㎚ 이하의 자외선을 쪼였다.
그리고 또 다른 호스를 위쪽에 연결하여 아까의 독초들을 이용해 그가 독자적으로 만든 기화된 독성물질을 준비했다.
투명한 호스를 따라 독성물질과 프레온 가스가 용기와 호스 사이에 있는 차단막까지 도달하자, 그는 바로 마법을 준비했다.
"지금부터 반응이 일어남과 동시에 마법으로 CFC-12가 분해되어 생긴 염소라디칼에 내가 만든 독성물질을 강제로 반응시킬 거야. 염소가 불활성화 될 때까지 말이지. 물론 순간적이니까 의외로 빨리 끝나겠지만"
"그럼, 결계도 필요 없잖아요. 마력위장 결계는 마력을 위장하기 위한 것일 텐데, 진호 씨가 여기서 마법도 사용 못하는 과학자 연기를 할리는 없을 테고, 보아하니 이곳의 마력탐지 수준은 형편없는 것 같고요."
그녀는 디바이스 셋업 시에도 반응하는 Normal Reaction을 신경 쓰지 않는 진호의 행동을 상기하며 이야기했다.
그 말대로, 디바이스 셋업 시에도 소량의 마력이 방출되지만 그것을 잡아내지 못하는 카렐리야의 마력탐지 수준은 미비한 것이라 단정할 수 있었다.
진호가 쓰는 순간적인 마법이 탐지될 리는 없었다.
"공교롭게도 난 여기서 대체로 간단한 반응촉진마법 외에는 마법이란 걸 써본 적이 없다. 그래서 여기까지 올 때도 걸어온 거지. 그리고…"
먼저 진호가 만든 기화된 독성물질을 생성한 인공 오존층에 주입하여 충분히 섞이게 했다.
오존층에 들어간 독성물질은 자외선과 만나며 소소한 반응을 일으켰다.
반응을 통해 독성물질은 지구에선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2차오염물질로 변화됐지만 그가 원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물론 충분한 양을 투입했기에 그에게 있어서 그 정도의 느린 반응 속도는 계산 범위 내인 것이었다.
다음으로 CFC-12가 투입되었다.
차단막이 해제되며 프레온가스가 바로 오존과 반응하기 시작했다.
그를 놓치지 않고 진호가 술식을 구현했다.
"Active Particle"
보랏빛의 마법진이 용기의 4방을 둘러싸며 용기에 마력을 주입시켰다.
활성입자의 투입과 반응 강제가 오존입자와 gCI·의 반응을 밀어내고 독성물질과의 합성을 촉진시켰다.
수초가 지나고, 오존이 완전히 소멸한 상태에서 용기에 남은 것은 프레온가스와 기존의 독성물질, 그리고 새로운 독성물질이었다.
"성공이다. 다음은 액화로군."
진호는 새로운 독성물질을 추출해낸 다음 적당히 색을 입힌 후, 새로운 용기에 옮겼다.
유출되진 않았지만 그래도 용기에서 나오는 기분 나쁜 분위기가 엘렉트라에게도 전해졌다.
새로운 독성물질이 담긴 용기에 손을 대서 다시 술식이 구성되고, 얼마 안 있어 기체는 간단히 액화가 되었다.
"아까 하던 이야기를 계속하자면, 그동안은 내가 가져온 위장용 마력발전기로 위장했지만, 오늘은 마력발전기로도 커버할 수 없고 결계가 없으면 미비한 수준에도 탐지가 되고 마는 마법을 쓸 예정이라서 그렇다."
"진호 씨가 가진 마법 중에 그런 것이라면…"
엘렉트라가 모든 것을 이해한 듯 표정을 짓자, 진호는 웃으며 다시 실험을 계속했다.
아까 만들었던 질산수은을 가져와서 그 안에 액화된 독성물질을 부어 넣었다.
"자세한 반응 구조까지는 나도 알지 못하지만 내 계산이 얼추 맞는다면 어쨌든 이 녀석이랑 이걸 반응시키면…"
그러자, 강력한 반응을 보이며 질산수은은 산화와 환원을 시작했다.
강렬한 반응에 진호와 엘렉트라는 반응이 일어나는 플라스크 근처에 있을 수 없었다.
이윽고 짙은 녹색의 기분 나쁜 색을 가진 용액이 만들어졌다.
진호가 보호 장비를 착용하고 접근하여 재빨리 결계로 반응 과정에서 휘발된 기체를 묶어뒀다.
그는 옆에 있던 우리에서 여러 가지 독에 기본적인 내성을 가지도록 만들어 둔 쥐를 결계 안에 집어넣었다.
쥐는 결계 안에 있던 책상의 위를 돌아다니다가 이윽고 죽어버렸다.
죽은 쥐의 시체 외부에는 괴사된 피부조직들이 선하게 드러났다.
"이거, 말도 안 되는 녀석을 만들어낸 것 같은데…"
"그…렇네요."
죽은 상태에서도 조직괴사가 진행되는 쥐를 바라보며 엘렉트라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시작해볼까…"
위험한 독기는 그의 디바이스를 반응시켰다.
창조주의 보랏빛 눈이 그의 디바이스를 지긋이 응시했다.
지면의 풀들이 바람에 갈라지며 길이 되었다.
두 명의 겁 없는 비행은 주변의 눈이 없는 상황에서 더욱 거칠 것이 없었다.
[Master, We'll be at the destination after about ten minutes]
[Guarder is not around]
"아무도 없는 건가?"
"좋아, 이대로 가는 거야!"
역풍의 바람을 거슬러 빠른 속도로 저공비행을 하며 그녀들은 목적지에 향하고 있었다.
그녀들의 눈에 거대한 숲이 보이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연구소로 향하는 길목, 침입하는 자를 노려보는 숲이었다.
숲 근처에 도착하자, 나노하와 페이트는 잠시 멈추고 주변 동태를 살펴보기로 했다.
주변에는 역시나 경비원이 존재하지 않았고, 감시카메라의 렌즈의 반짝임조차도 그녀들의 발달된 시력에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어딘가에 감시카메라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그녀들의 절친한 친구인 라리사가 준 정보는 여태까지 틀린 적은 없었다.
"라리사의 정보에 의하면 이 부분부터는 감시카메라 지점이야"
"어떻게 할래, 나노하?"
지금까지는 경비원이 없었기에 발견되지 않았지만 앞은 어디 있을지 모르는 감시카메라의 눈이 도사리는 지역.
숲을 통과하여 들키지 않고 잠입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공중으로 가는 건 어떨까?"
"공중이라면 감시카메라의 눈을 피할 순 있겠네."
그 때, 나노하가 가진 무전기에서 통신이 들어왔다.
하야테였다.
[나노하, 내 말 잘 들리나?"]
"응, 하야테. 우리 위치는 확인하고 있지?"
[응, 발신기로 잘 추적하고 있다아이가. 그것보다 새로운 정보를 입수했데이."
"새로운 정보?"
새로운 정보라는 말에 그녀들의 귀가 예민하게 움직였다.
[롯사가 제 106 관리 세계의 마력감지 시설의 배치와 구조를 알아냈데이. 연구소 주변에 마력탐지 시설은 총 3개가 있데이. 하나는 연구소로부터 남쪽 12km 지점에 산 중턱에 있는 저고도 감지시설, 또 하나는 연구소로부터 북동쪽으로 10km 지점에 있는 고고도 감지시설, 마지막으로 연구소에 고고도 감지시설이 있데이.]
"고고도라면 공중을 탐지하는 거야?"
[응, 지금 너희들이 있는 지점에서 4km 떨어진 곳에 북동쪽에 있는 시설이 존재한데이.]
"그럼, 여기서 고고도 비행을 하면…"
[바로 그쪽 군에게 들키는 기라.]
상황은 난감해졌다.
결국 감시카메라를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공중도 지상도 침입자의 출입을 잡아내지 못할 수 없는 환경인 것이었다.
"시설을 파괴하면 어떨까?"
[안 된데이. 감지시설은 실시간으로 정보가 전송되고 있어서 파괴하면 금방 드러날 끼다.]
차선인 시설에 대한 파괴공작도 불가능했다.
어느 쪽이든 들키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 때, 옆에서 생각을 하던 페이트의 머리에서 문득 어떤 것이 떠올랐다.
"저기 하야테, 감시카메라의 정보는 어디로 가는 거야?"
[감시카메라 정보? 아마도 연구소로 갈 것 같데이.]
"그래? 그럼, 빠른 속도로 정면 돌파해도 되겠지?"
[저, 정면 돌파라니, 무슨 소린교!]
무전기너머로 하야테의 놀란 표정이 보이는 듯 그녀는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페이트는 바르딧슈를 움켜쥐고 차분히 다시 이야기했다.
"어차피 들킬 거라면 군보다는 연구소에 있는 적에게 들키는 편이 나을 거야. 어차피 싸울 거라면 미리 들켜도 상관없을 테니까"
[그, 그거야 그렇지만… 그 카메라들이 얻은 정보가 연구소에만 간다는 보장도 없다아이가, 게다가 그 연구소에 있는 사람들이 군에 연락할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이고…]
"계속 여기 있다간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거야. 하야테, 정면 돌파를 허락해줘"
페이트의 말에 하야테는 숨을 쉬었다.
하지만 그녀도 그 작전이 최선이라 생각했기에, 큰 거부는 하지 않은 것이었다.
[하아… 알았데이. 몸 조심하그레.]
"응"
무전이 끊기자, 나노하와 페이트는 다시 비행을 시작했다.
"저공비행으로 최대속도, 할 수 있지? 레이징 하트"
[Yes, my master. Accel fin ready]
"정면 돌파야. 가자!"
강력한 후폭풍과 함께 나노하와 페이트는 숲을 파고들었다.
교묘하게 숲에 감춰진 감시카메라들이 감지한 갑작스러운 반응을 센서에 입력시키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녀들의 속도는 감시카메라의 추적 속도를 상회한 속도였다.
숲 외곽을 둘러싼 감시카메라는 그녀들을 파악했지만 기껏해야 잔상만을 기록할 뿐이었다.
상황은 의외로 그녀들에게 좋게 작용되었다.
운 좋게도, 후폭풍은 오래되어 내구력이 부족한 외곽의 감시카메라들의 기능을 정지시켰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 이상에 대한 정보가 적에게 알려지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최소한 바로 그 원인을 알지 못하여 신속한 대응을 하지 않게는 할 수 있었다.
"나노하, 아무래도 이 판단은 옳았던 것 같은데?"
"응! 갈 수 있어!"
나노하와 페이트는 더욱 속도를 높여 더욱 빠르게 숲을 돌파했다.
하지만 그녀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시설은 아직 숲에 남아 있었다.
그 눈을 번뜩이며 빠른 속도로 연구소에 접근하는 그녀들의 움직임을 읽어 내렸다.
이윽고 그 눈이 본 모든 정보는 전송되었다.
진호는 완성된 독성물질을 특수 처리된 스포이드로 확보하여 자신의 디바이스에 몇 방울 떨어뜨렸다.
녹색의 청명한 핵을 가진 디바이스가 그에 반응하며, 만들어진 독성물질을 그 핵에 흡수하기 시작했다.
"이걸로 준비가 됐군. 이제…"
[경고, 침입자 발견. 발령 상황 매뉴얼 A]
실험실 전체에 들어와선 안 되는 존재를 알리는 경고음과 메시지를 담은 기계음이 전역에 울리며 붉은 등이 들어왔다.
갑작스러운 경고음과 함께 모니터가 자동으로 켜졌다.
"엘렉트라, 잠시 숨어 있어라!"
"아, 네!"
그녀가 재빨리 모습을 감추자, 모니터에 비친 남자의 시야에는 붉은 등이 들어온 실험실에 약간 놀란 표정을 지은 아그리 박사만이 보였다.
[박사님, 침입자입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건가요??"
[우려했던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러 길래 경호 병력을 줄이자는 말을 하셔서는…]
"괜찮은 줄 알았다고요!"
[알겠으니, 진정하시기 바랍니다. 아직 침입자의 정체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르지만, 현재 게리 미하일로비치 폐하의 명에 따라 조사 중에 있습니다.]
"아, 알겠으니까 빨리 좀 처리해줘요!"
땀을 흘리며 긴장한 표정과 떨리는 음성으로 일관하는 박사를 보며, 남자는 자신의 부하에게 수색대 파견 명령을 내렸다.
붉은 등 아래 두려움에 떠는 박사의 모습은 그야말로 도살장에 끌려가기 직전의 가축이었다.
물론 자국의 영웅이라 칭송받아도 그것은 육체적인 힘이 아닌 지식의 힘으로 얻어낸 것이지만, 영웅의 칭호를 가진 자라기엔 조금은 어울리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는 속으로 그의 모습을 비웃었다.
[연구소의 보호쉘터에서 차분히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아시겠죠?]
"알겠습니다."
통신이 끝나자, 남자는 차분하게 모니터에 비친 연구소를 나타내는 다이오드에 경고를 알리는 붉은 빛이 점멸하는 것을 지켜봤다.
그 반대편에선 진호가 머리를 쓸어 올리며, 자신이 설치해둔 모니터를 쳐다봤다.
엘렉트라가 살며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연기력 좋은데요?"
"뭐, 이정도야. 그것보다, 침입자라니…"
"우리를 추적한 녀석들이 있는 건가요?"
진호는 곰곰이 생각했다.
유노의 말을 듣고 미행에 대해서 허술하게 움직이며 파악한 자신을 미행한 사람은 녹색의 장발 남자, 단 한 명뿐이었다.
하지만 그 남자는 자신들이 공항 근처에 다다르자, 추적을 멈추고 그냥 돌아갔다.
물론 수속을 마치고 탑승 전 주변을 체크했음에도 미행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모습과 기척을 완전히 감출 수 있는 미행의 신이라면 모를까, 자신의 눈을 피해 미행을 한다는 것은 자신의 그동안의 마도사 경험을 고려할 때, 쉽지 않은 일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다시 한 번 생각했다.
만약 추적자가 자신을 쫓아왔다면…. 내가 추적자라면….
이윽고 한 가지 가능성을 찾아냈다.
"아무래도 공항에 물어보는 것으로 승객의 이동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자인 것 같군."
"그런 사람들이라면 별로 없을 텐데요. 그 공항은 민간 기업이 경영하는 거라 승객정보에 대한 정보는 기껏해야 특수조사대의 상급요원이나.. 설마, RAT가?"
특수조사대 소속의 모든 현역요원에 대한 정보는 SDA에게 정기적으로 보고되고 있기에 그들이 자신들을 추적할 여지는 없었다.
즉, 그는 RAT라는 가능성을 생각했다.
유노가 RAT가 개입할 가능성이 없다고 했지만, RAT의 요원들은 독립적인 활동이 가능한 인물들임을 고려할 때, 그들 중 누군가와 친한 어떤 세력이 RAT요원을 사적으로 이용한다고 쳐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럼, 그 자가 여기 왔다는 건가요?"
"아니, 우릴 쫓아왔던 놈은 그 움직임을 미루어볼 때, 전투요원보단 정보요원에 가까운 능력을 가진 듯 했어. 이런 짓을 할 인물은 아니라는 거지"
진호가 모니터에 다가가 버튼을 몇 개 누르더니 새로운 모니터가 그 옆에 생성되었다.
"그럼, 한 번 누구인지 직접 알아볼까?"
[시스템 옵저버 가동. 상공 특수촬영 개시. 해상도 1024x768 설정. 피아식별 한도 지상 1m 설정. 추적 속도 한계치 마하 2로 설정]
구름을 넘어 대류권의 최상위, 하늘의 최상층에서 지켜보는 새로운 눈은 향상된 능력으로 침입자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복합특수렌즈에 우거진 나무 사이를 가로지르는 변칙적인 움직임을 가진 물체가 들어왔다.
[정보 분석. 물체운동인식을 통한 숫자 추정은 2, 속도는 102.1km/h와 102.3km/h, 생명체일 가능성 96%, 마력 반응 존재, 랭크 ±1단계 범위에서 추정 S]
"둘 다 S?"
진호는 예상치 못한 결과에 조금 당황했다. S랭커의 마력을 가진 기계류의 병력은 전함 급의 포신이나 고정식 포대. 하지만 그것들이 지능을 가지고 숲을 헤쳐 온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었다. 즉, 이것은 마도사의 반응이었다.
그것도 두 명 다 S랭커라면, 보통내기 조직은 아니었다.
"속도로 추정했을 때, 저 거리에서 여기까진 앞으로 기껏해야 5분…정도로군요."
"허, Y가 말했던 다른 조사세력이라는 녀석들이 이런 터무니없는 녀석들이라니…."
"네? 국장님이요?"
"아아, 크로노 제독 건을 이야기하다가 새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내 존재를 어렴풋이 알고 있을 지도 모르는 녀석들이 있을 지도 모른다고 말이야."
그 말을 듣고, 엘렉트라는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선우진호의 정체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 가능성이 있고 크로노 제독과 관련 있는 사람.
자신들에 대해서 어쩌면 가장 많이 알고 있을 존재.
그리고 몇 개월 전, 자신과 유르겐이 성왕교회의 근처에서 싸웠던 상대.
"새로운 기동6과…"
"뭐?"
"아마, 그 녀석들일 겁니다. 진호 씨, 여긴 제가 남아서 시간을 벌겠습니다. 먼저 가세요. 그녀들은 제가 상대합니다."
"그녀들? 설마, 저번에 싸웠다던…?"
"네, 모든 실력을 발휘한 건 아니었지만 저도 감당하긴 어려웠어요. 보통내기는 아니에요."
어느새 그녀들의 모습을 계속 추적하는 모니터를 응시하며, 엘렉트라는 눈을 때지 않았다.
지난 번, 유노의 개입으로 끝을 내지 못한 것을 상기하며, 이번에는 확실히 죽이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선우진호는 그런 그녀와 모니터에 비친 두 명의 마도사의 모습, 그리고 시계를 보며 한 가지 생각을 해냈다.
"엘렉트라, 저 결계는 외부의 공격으로 파괴되는 결계인가?"
"네? 아니요. 내부에선 파괴되지만 외부에선 통과만 시킵니다."
"그럼, 자네가 권역에서 멀어졌을 때, 저 결계는 사라지나?"
"바로는 아닙니다. 핍스 가더가 권역에서 멀어지면 부속 디바이스들은 10분 정도 기능이 유지됩니다."
"그럼, 셋업을 해제하면?"
"이미 떨어진 디바이스는 별도로 취급되어 권역에서 멀어진 걸로 간주하고 역시 10분 정도 유지됩니다."
"10분인가."
그러자, 선우진호는 자신의 디바이스를 그녀에게 던지고, 버튼을 하나 눌렀다.
약간의 진동과 함께 주변에 있던 유리관 중 하나가 갈라지며 그곳에서 간이포트가 등장했다.
"내게 생각이 있네. 자네는 먼저 내 디바이스를 가지고 저 포트로 탈출하게. 미츄린스키 공항의 뒷골목으로 이어져 있을 거야"
"네?! 그게 무슨…"
"잔 말 말고 가라. 이제 녀석들이 도착하기까지 3분도 채 안 남았어."
"아, 알겠습니다. 핍스 가더, AI 회수입니다."
[Recall an AI of C2]
핍스 가더가 밖에서 결계를 펼치던 자신의 부품 인텔리 디바이스의 AI를 회수하자, 점멸 신호를 보냈다.
포트로 이동한 엘렉트라는 잠시 후, 진호의 조작에 의하여 포트에 보랏빛을 가진 입자에 둘러싸였다.
"그럼, 몸조심하시길…"
"그런 말은 필요 없다, A02. '생명보다 임무를' 지겹게 들었겠지?"
진호의 매정한 작별 인사와 함께, 진호와 엘렉트라는 서로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엘렉트라의 전송이 확인되자, 진호는 당연한 수순으로 자료인멸에 들어갔다.
우선 정원에 불을 질렀다.
그가 그동안 수집한 독초들이 재를 흩날리며 타들어갔다.
'이젠 독을 만들 일도 없어지겠군….'
독초가 모두 불탄 뒤 뒤처리를 하고 실험실에 내려간 그는 이어서 모든 자료를 파기하여 처분했다.
그가 만들었던 논문과 실험 자료가 형체도 없이 사라지고, 기본적인 실험실의 흔적만이 남게 되었다.
그가 아그리 박사로서 카렐리야 공화국 몰래 하던 실험의 흔적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통신장비를 파괴한 후, 재가 흩날리는 실험실 안에서 그는 의자에 걸터앉아 침입자가 들어올 루트를 생각했다.
현재 건물의 상태를 고려한다면, 정원은 침입 불가능에 건물파쇄 역시 쉘터의 두께 때문에 억지로 들어올 순 없었다. 남은 방법은 상대적으로 약한 차단벽이 쳐진 계단에 대한 공격.
그가 생각한 고려할 수 있는 수단은 이 정도였다.
그 정도의 차단벽이라면 S랭크정도의 마도사가 뚫기엔 충분한 내구도이면서도, 쉽게 출입이 가능했다.
예상 돌입까지 앞으로 1분 여, 그는 보안시스템의 작동으로 3중 차단이 걸린 아까 들어왔던 계단이 있는 문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저공고속비행으로 나노하와 페이트는 예상외로 빠르게 숲을 벗어났다.
오는 도중에 있던 감시카메라는 후폭풍으로 거의 다 박살났지만, 내부에 자리 잡고 있던 신형 감시카메라까진 어쩌지 못했다.
처음 돌입부터 지금까지 10분 이상이 지났는데도 주변의 공격이나 기척은 없었다. 즉각 스크램블 발령으로 출격한다면 위치상 5분 내에 병력이 연구소에 도착했어야 했다. 이로써 그녀들은 감시카메라의 정보가 카렐리야 군이 아닌, 연구소로 들어간 것으로 추측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들이 연구소에 거의 다다른 순간에도 병력이라고는 개미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의심스러웠지만 그녀들에게는 최고의 조건이었다.
그녀들의 시야에 들어오는 건물을 응시하며 다시금 그들의 긴장감을 다잡기 위하여 착지했다.
"저것이 아그리 박사의 연구소네."
"저기에 단서가 있을 거야"
회색의 낮은 건물과 좌측에 있는 작은 유리 돔, 그리고 위로 솟은 레이더가 달린 탑.
연구소라 하기엔 이상한 모양이었지만 그곳에서 누군가가 연구를 하고 있었다.
그 사람이 별도의 아그리 박사인지, 아니면 게리인지, 아니면 제 3의 인물인지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SDA와 관련이 있는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을 거라 그녀들은 생각했다.
그 사람을 확보하면 어둠의 깊은 곳에 있는 유노에게 가까워질 수 있었다.
"그나저나, 이 이상한 냄새는 뭐지?"
"저 식물에서 나는 것 같은데. 독은 아닌 것 같지만"
"일단 가보자"
가볍게 날아올라서 식물 밭 위를 나는 순간, 나노하와 페이트는 이상한 마력을 감지했다.
마도사의 것은 아니었지만, 분명 마력은 존재했다.
"결계인가?"
페이트가 유심히 살펴보자, 희미한 노란색 마력의 장막이 펼쳐져 있었다.
자신의 마력광과는 조금 다르지만, 비슷한 파동이었기에 금방 구분이 가능했다.
더군다나 이 마력광은 어디선가 본 마력이었다.
"외부의 침입을 막기 위한 거야?"
"아니, 술식 구조가 조금 달라. 아마, 존재 자체를 위장하기 위한 것 같아"
"들어가자"
"그래"
결계는 그녀들의 침입을 순순히 허용했다.
결계의 내부에선 아무 것도 느낄 수 없었다. 다른 마력도 살기도 인기척도 느낄 수 없었다.
외관은 멀쩡하지만 내부는 텅 빈 것처럼….
연구소에 있는 고고도 마력감지기에는 무언가에 긁힌 자국이 남아있었다. 이 상태라면 마력감지 기능은 수행하지 못할 터였다.
나노하는 연구소를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연기가 자욱한 유리 돔을 발견했다.
"페이트! 저기"
"가보자"
사뿐히 착지하여 바르딧슈의 끝부분으로 살짝 치자, 의외로 유리는 쉽게 깨졌다.
하지만 유리가 깨짐과 동시에 유독가스가 섞인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나노하!"
재빨리 코와 입을 틀어막고 멀어졌지만 유독가스는 잠깐의 흡입만으로도 그녀들에게 상당한 고통을 주었다.
끊임없이 정원에서 뿜어 나오는 유독가스를 보고 나노하는 다른 루트를 모색해봤다.
하지만 아까 전 둘러본 바로는 주변에 틈은 없었다.
윗부분은 옥상이라는 개념도 없이 강화된 철벽으로 둘러싸였고 유리창으로 추정되는 부분은 이미 셔터가 이중으로 쳐져 진입이 불가능했다.
"아무래도 몰래 들어가긴 힘들어 같아, 페이트"
"그러네."
"그렇다면… 레이징 하트!"
[All right]
나노하는 그대로 상공에서 연구소를 향해 레이징 하트를 겨누었다.
가장 무식한 방법이지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나, 나노하"
"어차피 들킨 이상 타이밍을 알려주고 들어가도 될 거야"
"그, 그거야 그렇지만…"
더 이상 페이트는 자신의 말이 통하지 않을 것을 알았다.
정황상 나노하의 말은 정확했다. 그러나 일반인일지도 모르는 아그리 박사가 건물의 잔해에 파묻힐 가능성을 상정하지 않을 순 없었다.
카트리지가 방출되고, 백의의 마도사가 분홍빛의 마력을 집중시켰다.
"디바인―― 버스터―――――!!"
고도의 마력집속포는 단숨에 건물 윗부분을 날려버렸다.
위로 솟은 탑이 아슬아슬하게 그 균형을 잡고 비스듬히 자세를 유지했다.
상공에서 발사한 디바인 버스터는 연구실의 6번 차단벽까지 날려버렸다.
차단벽의 존재의 의미는 중요시설이 지하에 있다는 의미가 되는 것이었다.
연기가 걷혀지자, 나노하는 다시 한 번 레이징 하트를 조준했다.
이번에는 카트리지 3발을 사용했다.
위력이 더욱 증강한 디바인 버스터는 건물 자체를 소멸시킬 기세로 빛났다.
"디바인―― 버스터―――――!!!!!!"
이번에도 디바인 버스터는 제대로 적중했다.
땅을 울리는 거대한 진동이 겨우 균형을 잡던 탑을 쓰러뜨렸다.
8번, 9번… 연이어 12번, 13번, 14번. 모두 디바인 버스터의 열기에 그 임무목적을 다했다.
마지막 6m 두께의 강화된 15번 차단벽마저 디바인 버스터가 뚫어버리면서 디바인 버스터는 연구소의 밑을 받치는 지반을 가격했다.
지반에서 올라오는 흙먼지가 건물 전역에 퍼졌다.
진호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자신이 보던 계단 쪽은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계단은커녕, 천장에 오히려 커다란 구멍이 뚫려버렸다.
'이런 터무니없는… S랭크 마도사가 이 쉘터를 두 번 만에 파괴할 수 있는 버스터를 가지고 있다고?'
도합 약 90m의 지하 층수와 차단벽은 디바인 버스터 두 발에 그 밑천을 드러냈다.
그에겐 있을 수 없는 일로 다가왔다.
그것보단 S랭크, 많이 봐줘도 S+랭크의 마도사가 이런 힘을 발휘한다는 것의 전례가 그의 머릿속엔 없었다.
보통 포격계의 마도사는 자신의 종합랭크보다 한 단계 혹은 두 단계 아래의 포격이 최고수준의 가용마법이라는 것이 정설이었다.
그 정설을 깨버리는 사례가 등장한 것이다.
그는 데이터 분석을 의심했지만, '창공의 눈'은 SDA에서 만든 최고의 감시카메라였다.
그렇다면 결과는 정말 그 미지의 마도사가 이런 힘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 되었다.
그는 상당히 놀라웠지만, 그 놀라움이 두려움으로 바뀌진 않았다.
오히려 재밌어진 상황에 그는 슬쩍 미소를 지었다.
"훗, Y가 재밌는 것을 혼자만 알고 있었군. 하긴, 재밌는 건 나중에 해야 재밌는 법이지. 좋은 선물입니다, Y!"
한편, 나노하와 페이트는 완전히 흙먼지가 걷힐 때까지 대기했다.
지반을 직접 강타한 덕분인지 흙먼지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지만 조금씩 걷혀지면서 흉물스럽게 변해버린 연구소의 모습이 조금씩 드러났다.
"어떻게 할까?"
"조금만 기다렸다가 들어가자"
"응"
먼지가 거의 걷혀지자, 더욱 확실히 흉물스러운 연구실의 모습이 드러났다.
열기에 녹아내린 차단벽과 철 파편들이 돌조각과 사물에 엉겨 붙어 진풍경을 이룩했다.
"가자!"
"Okay!"
빠른 속도로 지하 15층 최하층까지 내려간 나노하와 페이트는 떨고 있는 상태에서 서있는 한 사람을 만났다.
중간에 흰머리가 섞인 부스스한 검은 머리를 한 40대 가량으로 보이는 남성은 상기된 표정으로 완전히 굳어버린 채, 나노하와 페이트를 쳐다봤다.
"다..다...당신드...드....들은 누, 누구십..니까?!"
떨리는 목소리로 남자는 나노하와 페이트에게 물었다.
왠지 그녀들이 나름대로 상상하고 있던 이미지와는 다른 의외의 인물의 등장이었지만 나노하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그에게 물었다.
상대가 SDA의 정예요원일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면 연기력 또한 출중할 가능성은 있었다.
"당신이 아그리 터너 박사인가요?"
"그, 그렇습니…다."
그 사이에 주변의 기척을 살펴보던 페이트는 그 남자 이외에는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 나노하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녀들이 보기에 남자는 그야말로 평범한 과학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디바이스도 없었고 마력 또한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저항의 가능성이 거의 없음을 확인한 페이트가 먼저 공중에서 내려와 아그리 박사에게 물었다.
"여기서 뭘 하고 있었던 거죠?"
"뭐, 뭐냐뇨…? 다 알고 시공관리국에서 온 사람들 아니었습니까?"
그가 이야기하는 말이 요전에 라리사에게 들은 적이 있던 것과 관련이 있는 것임을 페이트는 깨달았다.
이곳에서 아그리 박사가 영웅으로 추대 받는 이유이자, 시공관리국 입장에선 당연히 잡아들여야 할 이유였다.
연기라고 하기엔 너무나 자연스러운 그의 태도에 페이트는 몸의 긴장을 약간 풀었다.
하지만 아직 팔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다.
신분증을 제시하며 페이트는 말을 시작했다.
"저는 시공관리국 차원항행함대 제 2함대 소속 페이트 테스타롯사 하라오운 소령이고 저쪽은 본국 전투기술교도대 소속 타카마치 나노하 소령입니다. 관리국에서 온 것은 맞습니다만, 저희는 다른 이유로 온 것이니 안심하세요."
"다, 다른 이유로 온 건데 이렇게 막무가내로 이 연구소에 들어온 겁니까?"
그의 물음에 나노하와 페이트는 대답 대신 새로운 화제전환의 말로 대응했다.
나노하가 살며시 착지하면서 그에게 물었다.
"죄송해요. 이곳에 저희가 쫓고 있는 중대한 범죄자들이 왔다는 정보를 들어서 어쩔 수가 없었어요. 남녀로 구성된 범죄자인데, 혹시 아시는 것 없으십니까?"
"그, 글쎄요. 저는 평범한 과학자라서 말입니다. 게다가 여긴 누군가 왔다고 해도 제 허락 없인 이곳의 군관계자든 누구든 아무도 못 들어오니까요. 아가씨들처럼 들어오지 않는 이상 말입니다."
"아… 네"
완전히 뚫려버린 천장을 쳐다보며, 그는 실소를 머금었다.
페이트는 조금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나노하는 그들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에서 라리사가 한 말을 상기하며 생각을 했다.
자신들이 연구소로 들이닥칠 때의 연구소 주변의 경계 수준과 아그리 터너라는 인물의 중요도, SDA의 정예요원이 카렐리야에 온 이유, 불타고 있던 정원, 그리고 아까부터 신경 쓰이던 하늘에서 빛나는 무언가의 존재. 그녀의 머릿속에서 맴돌던 이 정보들은 그녀에게 의혹을 가져다주었다.
무모한 방법이긴 했지만 그녀는 어떤 작전을 구상하고 그를 몰아붙이기로 했다.
"당신, 혹시 SDA에 대해서 아나요?"
"에?"
갑자기 튀어나온 나노하의 질문에 페이트는 잠깐 놀랐지만 나노하가 슬쩍 보낸 신호에 그녀의 의중을 파악하자, 그녀의 행동에 제동을 걸지 않았다.
그녀도 내심 과학자의 행동에 의구심을 품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분명히 자연스러운 행동이지만, 너무도 자연스러웠고, 그에게서 나오는 작위적인 느낌을 지울 순 없었다.
"SDA?"
"아니, 질문을 바꾸겠습니다. '게리'를 알고 있나요?"
"게리? 아.. 들어 본 적이 있습니다. 확실히 S랭크 급의 대범죄자라고 하던데… 헌데 그 사람이 뭘 어쨌다고 저에게 그런 걸…"
태연스럽게 되묻는 아그리 박사에게 나노하는 그를 낚아내기 위한 밑밥을 던졌다.
밑밥을 가장 효과적으로 만들 수 있는 쏘아대면서도 큰 목소리로.
"당신이 그 '게리'라는 사람이죠?!"
유연제와 실리콘, 특수 스프리트검 혼합물의 아래에 있는 진호의 얼굴엔 보이지 않는 조소가 감돌았다.
그는 손을 가운 안에 넣고 조금 여유를 부리기로 했다.
이 정도 시간이 지났다면 일반적으로 천장에서 갑자기 들이닥친 이방인들에 대한 두려움도 다소 사라지고 자신의 페이스를 되찾을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제가요? 이봐요. 전 그냥 과학자입니다."
"아니, 당신은 게리가 확실해요!"
"아가씨들.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소리…"
진호는 도중에 말을 끊을 수밖에 없었다.
순식간에 발현된 분홍빛 마력이 진호의 얼굴을 스쳐 지나 땅바닥에 구멍을 만들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진호는 잠깐 멈칫하다가 바로 비명과 함께 다리에 힘이 풀린 듯이 주저앉았다.
"이, 이게 무…"
그가 말할 틈도 주지 않고 나노하는 계속 그를 향해 디바인 슈터를 날렸다.
물론 그를 직접적으로 노리지는 않았지만, 고도의 컨트롤을 통한 미세한 거리 차는 공포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런 파상공세에 진호는 팔로 머리를 감싸고 수그리는 것 외에는 달리 할 것이 없었다.
물론 진호의 행동은 어디까지나 자신이 아그리 터너 박사로서 인정받기 위함이었다. 그 속사정까지 그녀들에게 보일 필요는 없었다.
몇 차례의 디바인 슈터 난사 후, 진호가 잠잠해진 것을 확인하고 팔을 풀어 고개를 들었다.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지만, 역시나 그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아그리 박사의 입장에서)밑도 끝도 없이 자신을 노려보는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들의 얼굴이었다.
"나노하, 근데 이래도 괜찮을까? 이러면 완전히 마력까지 들켜버릴 것 같은데?"
"걱정 마. 페이트, 저기에 있는 결계가 위장결계라고 했지?"
"응"
"아무래도 이 결계, 마력위장 결계 같은데?"
"어떻게 그걸 아는 거야?"
나노하는 페이트의 질문에 검지를 펴서 덜덜 떨고 있는 진호의 뒤에서 널브러져 있는 마력 발전기를 가리켰다.
"연구용 마력발전기가 이상하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개 중에는 위험한 것도 있다고 들었어. 아마 그걸 카렐리야에게 들키지 않게 하려고 일부러 저런 결계를 친 것 같아."
"확실히… 연구소 자체를 위장하는 일은 지도까지 있는 마당에 없을 테니까. 위장결계를 칠 만한 일이라면…. 아무래도 나노하의 말이 맞는 것 같아"
"아무래도, 당신에게 뭔가 있는 것 같은데, 잠시 저희들이랑 이야기하지 않겠습니까?
"나 참. 이 아가씨들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는데, 내가 무슨 근거로 SDA와 관련이 있고 게리라는 사람이라는 건지 설명을 해달란 말이야!"
이제는 존칭을 버린 말투로 그녀들에게 말하는 거짓된 얼굴을 한 진호에게 나노하는 거짓을 깨부수는 정곡을 찔렀다.
"아까 분명히 '게리를 아나요?' 라는 제 질문에 당신은 게리라는 범죄자의 이름을 들었죠."
"그게 뭐 어째…"
"하지만 이 근처에서 게리라고 한다면…"
나노하의 말에 진호는 무심결에 저지른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카렐리야에서 '게리'라고 한다면 카렐리야의 최고 권력자인 국왕 게리 미하일로비치 류리크를 떠올렸어야 정상이었다.
출발 전 유노가 말한 게리에 대한 이야기가 무의식중에 발현된 덕분에 그의 완벽한 연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난 다, 당연히 범죄자의 건으로 왔으니까 당연히 게리라는 이름을 가진 범죄자 중에선 가장 유명한 게리를…"
"그런데 어쩌죠. 게리란 범죄자가 예전에 엄청난 일을 벌인 것은 사실이지만 사실 그에 대한 정보는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거의 다 말소돼서 차원항행함대의 높으신 분들이 아니면 정보부의 높으신 분들만 아는 건데 말이죠. 그런데 일개 과학자께서 그런 걸 어떻게 아시는지 궁금하군요."
페이트의 쐐기를 박는 일침은 진호를 낭떠러지 끝으로 몰고 갔다.
더 이상 논리적으로는 그녀들을 이길 수 없다는 판단이 그의 머릿속에서 맴돌기 시작했다.
"알 수도 있는 거지! 그게 나랑 SDA가 관련이 있다는 증거가 되는 건가?!"
진호는 마지막으로 억지를 통한 발악을 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그것이 쓸데없는 짓임을 채 3초도 지나지 않아 깨달았다.
레이징 하트가 뿜어낸 쇼트 버스터가 다시 한 번 그를 살짝 스쳐서 땅바닥에 떨어졌다.
진호는 더 이상 두려움에 떠는 심리적인 연기는 그만두기로 했다. 그는 추가로 발사된 쇼트 버스터를 끝까지 지켜보면서 긴장한 얼굴연기를 시작했다.
나노하는 마지막으로 쇼트 버스터를 그에게 약간의 상처를 줄 정도의 지점에 발사하기로 했다.
이 정도의 위협이라면 저항 능력이 거의 없는 그도 포기하고 술술 털어놓을 것이라는 그녀 나름의 계산이었다.
[Shoot]
재차 들어오는 버스터의 진로를 파악한 진호는 살짝 옆으로 피했다.
얼굴은 계속 긴장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이젠 연기가 아니어도 그런 표정을 나올 것 같았다.
"하아… 이렇게 위협을 줘도 아무 것도 말하지 않는 건가?"
"그렇군."
"에?"
[Haken Form]
페이트는 가볍게 바르딧슈를 들어 하켄 폼으로 변형시켰다.
이윽고 블리츠 액션으로 갑자기 사라진 페이트는 잠시 후 갑자기 진호의 오른쪽에서 등장하여 하켄 슬래쉬를 그에게 휘둘렀다.
"페이트!"
나노하는 갑작스런 그녀의 행동에 놀라 외쳤다.
하지만, 그것은 걱정할 일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그 다음의 일은 그녀들에게 걱정거리로 돌아왔다.
페이트의 하켄 슬래쉬는 진호가 오른손으로 전개한 짙은 보랏빛의 라운드 실드에 의하여 여유롭게 막히고 있었다.
왼손에 찬 시계를 보는 진호의 여유로운 눈빛은 그녀를 흘겨보면서 어느새 바뀌었다.
"이번엔 살기가 좀 느껴졌군. 실드를 안 썼으면 큰일 날 뻔 했어."
"이 반응 속도…. 역시 당신은 보통 과학자가 아니었군요."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페이트"
급전개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나노하에게 그녀에게 물었다.
"지금까지 연기였던 거야. 나노하, 이 사람은 과학자가 아니야. 전투요원이지!"
"전투요원?"
"그래, 아까 나노하의 쇼트 버스터를 피할 때 확인했어. 그 회피스텝은 일반인이 구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니야"
"그것만으로 알아내다니 제법인데, 아가씨. 역시 나이는 못 속인다니까. 오늘따라 실수하는 것이 많군."
진호가 한번 힘을 주어 바르딧슈를 밀어내자, 페이트는 간단히 튕겨져 나갔다.
다시 전열을 정비한 나노하와 페이트는 아까는 전혀 느낄 수 없었던 마력을 풍기는 여유로운 미소를 짓는 40대의 모습을 지켜봤다.
"SDA죠?"
"요즘 젊은 것들은 정보 수집력도 제법 대단하군. 누구처럼 말이야."
나노하가 레이징 하트를 힘껏 쥐었다.
진호는 그녀의 눈빛에 무언가 강한 의지가 있다는 것을 먼발치에서도 알 수 있었다.
강한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나노하는 말했다.
"그렇다면 역시 당신이 게리인가요?"
"아니, 그건 잘못 짚었네. 난 자네들이 아는 대로 아그리 터너. 그저 소모품일 뿐이지."
더러워진 구두를 털어내는 그를 보며 페이트는 자세를 갖추었다.
"그렇다면 당신을 사로잡아서 여러 가지 알아낼 것이 많겠군요."
"나도 아가씨들을 사로잡아서 여러 가지 물어볼 것이 많을 것 같단 말이지."
물론 그에게 그럴 생각은 없었다.
진호의 발밑에서 빠르게 술식이 시전 됐다.
순식간에 진호는 나노하와 페이트의 사이에 서 있었다.
"어느 틈에?!"
"그런!"
"싸움에 이런 게 필요하겠나? 아가씨들"
그녀들의 몸속에서 약간의 연기가 나기 시작했다.
그녀들이 숨겨둔 카메라와 녹음기 안에 있던 메모리가 파괴되면서 난 연기였다.
공격 마법을 쓴 것은 아니었지만, 고도의 마력 컨트롤을 통한 보이지 않는 파동은 제품마다 동일한 공명 값을 가지는 메모리를 파괴시키는데 그다지 무리는 없었다.
당황하는 나노하와 페이트에게 진호는 시간을 주지 않았다.
"체인바인드!"
3개로 뻗어나간 체인바인드는 빠른 속도로 나노하와 페이트에게 다가갔지만, 그녀들을 잡기엔 단조로운 루트를 잡고 있었다.
여유롭게 체인 바인드를 따돌린 나노하가 먼저 그에게 디바인 슈터를 발사했다.
진호는 다시 한 번 라운드 실드를 전개했다.
연기가 생성되자, 페이트는 재빨리 라운드 실드와 디바인 슈터가 부딪힌 지점의 뒤를 파고들어 바르딧슈를 휘둘렀다.
"걸렸군."
"이, 이건"
페이트는 연기 속에서 오히려 딜레이드 바인드에 사로잡혔고, 진호는 그 뒤쪽에서 재로 얼룩진 가운을 휘날리며 서 있었다.
"아가씨들이 강하고 나름 경력도 있다는 것은 대충 알 것 같은데 말이야. 아까부터 생각한 건데 말이지. 아가씨들은 힘이 너무 들어갔어."
"어째서 그런 곳에?!"
"그걸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건 귀찮지만 간단한 거니까 이 아저씨가 특별히 알려주겠네. 단순한 거야. 그쪽의 하얀색 아가씨가 날린 공격을 막으면서 내가 서있던 지점에 딜레이드 바인드를 걸고 뒤쪽으로 트랜스포터를 한 것뿐이지"
그가 간단하다고 말한 그 전술에 나노하와 페이트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물론 간단하다면 간단하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다중술식 구축과 빠른 술식 전개의 전제가 있어야 했다.
"이건 설마…"
"다중술식"
"응. 아무래도 이 사람, 상당히 강한 것 같아."
나노하와 페이트는 성가신 상대임을 직감했다.
디바이스도 없이 다중술식과 이 정도의 술식 전개 속도를 낼 수 있는 마도사는 그녀들도 여태까지 유노 외에는 보지 못했다.
"둘이서 뭔 이야기를 하는지 이 아저씨도 들어보자구!"
진호가 먼저 접근하자, 나노하가 일단 그를 막기로 했다.
페이트는 바인드를 풀어보려고 했지만 상상 이상으로 바인드는 정교한 술식으로 짜여 있었다.
[Barrel Shot]
그 사이 형태를 변경한 레이징 하트의 끝에서 날개와 함께 불규칙 마력파동이 발현되었다.
불가시형 바인드를 통한 움직임 봉쇄 후의 공격. 정석적이었다.
하지만 진호는 전혀 개의치 않은 듯 술식을 구성했다.
"트랜스포터"
배럴 샷의 물리적 충격파와 불가시형 바인드가 마치 보인 듯이 정확한 타이밍에 그는 나노하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나노하의 뒤쪽에서 등장하여 돌려차기로 힘껏 머리를 쳤다.
"거참, 엄청 거창하게 싸우네. 이래서야 일개 요원인 나조차도 못 잡겠네."
[Accel shooter]
그가 잠시 기절한 떨어지는 나노하에게 접근하자, 레이징 하트가 자발적으로 엑셀 슈터를 날려 위협했지만 소용없었다.
가끔 위협적인 것만 라운드 실드로 걷어낸 후 오른손을 그녀의 복부에 조준했다.
"체인 바인드!"
근거리에서 발현된 체인 바인드는 그녀를 구속하지 않고 그대로 강력한 둔기로 때리듯 배를 가격했다.
그대로 나노하가 땅바닥에 쳐 박히자, 그 사이에 바인드를 푼 페이트의 마법이 그를 공격했다.
"파이어!"
8발의 마력 탄이 진호를 향해 돌진했다.
진호가 술식을 구성하기 시작하자, 그에 맞춰서 페이트가 뒤쪽으로 돌진했다.
[Blitz Rush]
순간가속으로 더 맹렬하게 접근하는 랜서는 그에게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느낀 뒤쪽에서의 살기가 기계음이 들린 직후 느껴졌다.
'빠르다!'
"하켄 슬래쉬!"
"이래서 난 근접전이 싫단 말이지. 서클 프로텍션!"
보라색 구체가 동시에 정면과 후방을 방어했다. 충분히 강력한 공격이었지만, 서클 프로텍션에는 흠집 하나 나지 않았다.
하지만 페이트는 멈추지 않고 공격을 계속 했다.
"플라즈마 스매셔!"
"무식하게 힘만 강한 아가씨군."
[Scythe Form]
"사이즈 슬래쉬!"
"어리석군. '언젠간 뚫리겠지'라는 거냐?"
페이트의 무의미한 공격이 계속 되면서 진호는 타이밍에 맞춰 서클 프로텍션을 라운드 실드로 변환했다.
마법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진호의 방어는 깨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페이트가 한 숨을 고르고 근거리에서 플라즈마 랜서를 발사했지만, 계란으로 바위 깨기였다.
진호가 그 모습을 보며 왼손으로 술식을 구현하기 시작했다.
"지금이야! 나노하!"
"뭣?!"
두 번의 카트리지 장전 소리와 함께 망가진 철 구조물로 만들어진 벽에서 강력한 마력이 구현되었다.
[Divine Buster Extension]
"슛!"
직사로 발사된 버스터가 진호의 좌측으로 파고들었다.
트랜스포터로 피하려고 했지만, 페이트가 끈질기게 방해하고 있는 터라 술식파동 제어를 안정시킬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그는 왼손을 뻗어 방어하기로 했다.
"세퍼레이션 배리어"
강력한 디바인 버스터를 향해 커다란 미드칠더식 마법진과 수직방향의 벽이 구축되었다.
술식의 강력함은 그 마법이 방출하는 마력입자로 가늠할 수 있다고 하는 옛 선인의 말처럼 그 벽은 디바인 버스터의 섬광에 밀리지 않는 빛을 내뿜었다.
디바인 버스터 익스텐션의 강력함에 더하여 공중에서 방어하는 터라 조금 밀리긴 했지만, 세퍼레이션 배리어는 디바인 버스터가 진호에게 도달하기도 전에 가운데를 갈라서 양쪽으로 날려버렸다.
양쪽으로 갈라진 버스터가 페이트에게 접근하자, 블리츠 액션으로 잠시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상당히 위험한 걸 쓰고 계시네, 아가씨. 아가씨가 저 천장도 뚫어버린 건가?"
진호는 디바인 버스터를 막아내고 바로 이어진 페이트의 공격을 밀쳐냈다.
그의 팔이 강한 충격에 놀란 듯 안에서부터 욱신거렸다.
"그 랭크가 되서도 보조계 마도사랑 싸우는 방법도 모르는 거냐?"
아픈 기색을 보이지 않기 위해 그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팔을 만지작거리며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를 페이트는 놓치지 않았다.
[나노하, 아무래도 앞과 뒤에서 협공해야겠어. 아까의 공격으로 충격을 받았으니 가능성이 있을 거야]
[응!]
염화로 작전을 다시 세운 나노하와 페이트는 디바인 슈터와 플라즈마 랜서를 흩뿌리며 진호의 움직임을 잠시 봉쇄했다.
다시 벽의 양쪽으로 멀어진 두 사람은 동시에 술식을 구현했다.
"스팅거 블레이드!"
연기 속에서 진호가 간단한 스팅거 블레이드로 속공을 시도했지만, 맞지 않았다. 그러나 술식을 잠시 취소하는 데는 효과가 있었다.
아주 잠시 잠잠해진 틈을 타 진호는 다시 시계를 쳐다봤다.
"1분 남았군. 슬슬 끝내볼까?"
시간도 시간이지만 진호 자신도 슬슬 체력적인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
예전보다 떨어진 체력은 디바이스의 보조 없인 아무래도 한계가 있었다.
그 사이 나노하가 아래로, 페이트는 위로 올라가 다시 그에게 디바이스를 조준했다.
커다란 마법진가 발현되면서 카트리지가 1발씩 소모되어 마력이 충원되었다.
그녀들의 위치를 확인한 진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Excellion Buster]
[Trident Smasher]
양측의 중거리 버스터가 빛을 발하며 진호에게 위협을 줬지만, 그의 눈엔 그저 강아지가 짖는 걸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진호는 먼저 발사될 조짐이 보이는 트라이던트 스매셔의 빛에 다가갔다.
"슛!.. 뭐?"
"상당한 실력인데, 아가씨?!"
페이트는 놀랐다.
그녀의 눈에는 조금 힘겨운 표정을 짓고 있지만 라운드 실드 익스텐션을 전개한 단 하나의 손으로 3개로 갈라진 트라이던트 스매셔의 빛을 밀어내고 있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
"말도 안 돼!"
"크흣, 이대로 밀어내면 재미없겠지? 마침, 저쪽 아가씨의 버스터도 오니까 사이좋게 만나게 해주지"
나노하도 그 모습을 보고 서둘러 마법을 취소했지만 이미 엑셀리온 버스터의 일부는 발사된 직후였다.
페이트가 마법을 취소하자 진호는 그대로 옆으로 빠지면서 엑셀리온 버스터가 페이트에게 직격으로 도달할 길을 열어줬다.
"라운드.. 칫!"
방어마법 전개 타이밍을 잃은 페이트는 블리츠 액션을 통해 엑셀리온 버스터를 하늘로 날려 보냈다.
상당량의 잔존 엑셀리온 버스터의 마력이 엘렉트라의 마력위장 결계를 뚫고 하늘로 솟구쳤다.
나노하의 마력이 카렐리야의 구식 마력탐지기에 감지되었다.
나노하가 하늘을 쳐다보며 잠시 넋을 잃은 사이에 페이트는 진호가 사라졌음을 알아챘다.
"그 녀석은?!"
"아차!"
"늦었어, 아가씨들"
진호는 어느새 연구실 구석에 있는 사설 전송포트 안에서 자신을 휘감은 보라색 입자와 함께 있었다.
다중으로 쳐진 벽은 강력한 결계와 20초 뒤로 타이머가 맞춰진 마법폭탄을 품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그녀들이 짜증날 정도로 상당히 만족스러운 표정이 감돌았다.
"실로 멋졌고, 랭크에 걸맞지 않는 강함. 잘 감상했네. 이대로 더 싸웠으면 나의 패배일 테니 이쯤 해두지. 아, 내가 뿜어낸 마력은 여기 남지 않았으니까 조사할 생각은 하지 말았으면 하는군."
"이 자식!"
"아저씨한테 열 내지는 말라구. 앞으로의 위협을 생각하면 더 골 때릴 거야."
"앞으로의 위협이라고?!"
"내가 살았으니 그 기념선물로 아가씨들에게 두 가지만 알려주겠어."
그녀들을 조롱하는 그의 마지막 여유는 나노하와 페이트를 더욱 짜증나게 했지만, 어쩔 도리는 없었다.
결계로 막힌 장치는 물론이거니와 이미 그의 몸의 절반은 입자로 전송되고 있었다.
"하나는 앞으로 10초 후 자네들을 환영할 카렐리야의 용사들이 올 것이라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이곳의 코제두프라는 인물을 조심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야."
"코제두프?"
"그럼 잘해보게나"
그는 그녀들에게 기분 나쁜 미소를 띠며 그녀들을 조롱했다. 그가 사라지자마자 마법폭탄은 전송포트를 날려버렸다.
연기와 함께 추적할 단서는 사라졌다. 끝까지 그녀들에게 한 방을 먹여준 것이었다.
하지만 그 불쾌함을 덜어내는 것도 잠시, 엘렉트라의 결계가 파괴되면서 드디어 연구소에 가득 찬 그녀들의 잔존마력들이 방출되었다.
외부에서 자신들의 영웅의 보금자리를 엉망으로 만든 쥐새끼의 위치를 알아챌 수 있는 조건이 완성된 것이었다.
"이거.. 큰일 났네"
"으,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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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kb....
가장 많이 쓴 양이 되겠군요.
40kb를 넘긴 적이 없었는데 쓰다보니 이리 됐네요.
아무튼 간단한 진호와 나노하,페이트의 전투입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암투와 음모(응?)
전반부의 화학 이야기는 크게 필요는 없었지만 일단 이렇게 해두면 좋을 것 같아서 쓴 겁니다. 저번 학기 교양에서 배운 것을 토대로 약간의 화학 지식을 첨부하여 넣었습니다.(덕분에 화학공부를 했습니다;;)
제 설정상 지구의 화학 이해도는 거의 차원 상위급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시작되는 추적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군대 가기 전에 끝내야겠죠?
- 막간 작가의 막장 설정 공개
세퍼레이션 배리어(Separation Barrier)
배리어 강도 : AAA+
방어범위 : C
마법 랭크 : AAA
對 마력집속포 전용마법으로서 웬만한 마력집속포는 대부분 방어할 수 있다.
베이스로 라운드 실드가 쳐진 상태에서 마법진 위로 수직방향으로 길이 2m, 폭 1m의 양면이 오목하게 들어간 오면체의 방어술식이 구축된다. 이 마력술식이 마치 하나의 장벽을 이루었기에 마법의 이름이 지어졌다.
생성된 오면체의 끝모서리는 '오닉스'라 부르는데, 이 오닉스에서 술자의 마력에 비례한 역 파장 마력이 생성되어 흘러나온다. 적의 마력집속포가 올 때, 오닉스가 마력집속포의 중심을 찾아서 그 중심에 역 파장 마력을 흘려보낸다. 그러면 마력집속포가 양 갈래로 갈라진다. 양 갈래로 갈라진 마력집속포는 입체도형의 옆면을 타고 흘러 술자의 뒤로 빠진다.
방어마법 중에서도 고위의 방어 마법이며 영창으로 술식을 구축할 시에는 보통 10초가 걸린다.
이글루스 가든 - 이글루스 리리컬 동맹단 가든지부
할일: 팬픽(SideStory)




2009-07-26 21:34 #
2009-07-26 23:33 #
2009-07-27 20:36 #
유노!!!!
잘봤습니다.
우왕ㅋ굳ㅋ
2009-07-27 21:39 #
2009-07-29 13: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