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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ret Mission 『S Relief』 시작되는 추적 - 1 -
at 2009-05-15 23:09:50 2 comment

미드칠더 북부 시에나에는 모처럼 많은 비가 쏟아졌다.
건물의 외벽과 옥상에 부딪히는 빗물은 저마다 독특한 소리를 내면서 흩어져 바닥에 작은 강줄기가 되어 흘러내렸다.
우중충한 하늘에는 태양과 관련한 모든 것들을 볼 수 없었다.
위에는 어두운 검은 구름과 소량의 먼지가 섞인 투명한 빗물들이 태양의 빈자리를 대신하여 하늘을 차지했다.
시간에 지남에 따라 거세지는 빗줄기에 사람들은 집 안에서 쉽사리 나오려하지 않았다.
거리는 한산했고, 그나마 어쩔 수 없이 나온 사람들이 자신을 빗줄기에서부터 보호할 우산과 우비를 하나씩 들고 험한 빗줄기를 뚫고 지나갔다.
어두운 시에나의 거리…
그 어둠 속에서 빛을 잃지 않으려는 듯 시에라의 거리 한 쪽에 위치한 차원항행함대 부감찰관의 자택에는 환한 조명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근신기간 동안 제임스 코튼은 혼자서 지내왔다.
하지만 오늘은 평소와 달리 한 명의 낯선 이가 더 들어와 있었다.
널브러진 찻잔과 쓰러진 옷걸이, 깨진 도자기조각들이 거실 바닥에 깔려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낯선 이를 향해 은제 나이프를 쥐고 있는 제임스 코튼과 그를 여유롭게 쳐다보는 검은 레인코트를 입은 남자가 서있었다.
"하아.. 하아.."
남자는 또 하나의 흉기를 던져 제임스가 들고 있던 나이프를 떨어뜨렸다.
제임스의 등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죽음에 대한 실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갑자기 집에 찾아온 이 낯선 남자는 갑자기 흉기를 던졌다.
첫번째 공격은 어떻게 피하긴 했지만 그 남자는 제임스를 놀리는 듯 가지고 있던 흉기를 하나씩 던지면서 그가 곤경에 처한 표정을 즐겼다.
목적을 물어볼 새도 없이 몰리다가, 상대가 던진 흉기를 집어 들어 대치상황까지는 끌고 와봤지만 그 마저도 이제는 안 되는 것이다.
"날 죽이려는 이유가 뭐냐?"
남자는 무언으로 대답했다.
그저 살의가 느껴지는 희미한 미소가 그의 유일한 답이었다.
제임스는 결국 살기 위해서 규정위반을 무릅쓰고 마법을 시전했다.
"스팅거 블레... 아니!"
제임스의 손에서 구현되던 스팅거 블레이드는 도중에 사라졌다.
당황하는 제임스를 보며, 남자는 웃으면서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소용없다."
"뭐라고?"
"이 집에는 AMF 발생 장치가 잔뜩 깔려있다. 마법 같은 건 사용할 수 없어"
"AMF라고?"
제임스는 상대가 AMF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자라는 사실에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J.S 사건 이후 이미 제일 스칼리엣티에게 AMF 기술을 구매한 다른 차원을 제외한다면 다른 차원은 물론이거니와 관리국에서도 극소수만이 쓸 수 있는 기술이 AMF였다.
어디서 온 누군지도 모르는 자객이 그 기술을 쓴다는 것 자체가 상상 외의 일이었다.
"어느 틈에…"
"물론 당신이 자는 사이에"
"크흑.."
제임스는 뒤로 물러섰다.
남자는 또 하나의 흉기를 던졌다. 이번에는 제임스의 얼굴을 살짝 빗겨가며 뒤에 있는 액자를 맞추고 불안정하게 떨어졌다.
그리곤 아까 흉기를 던져 떨어뜨렸던 흉기를 집어 들어 제임스에게 겨누었다.
남자가 다가오자, 제임스는 천천히 물러섰다.
부엌에 붙어있는 길쭉한 식사용 테이블까지 몰리자, 그는 흠칫했다. 더 이상 뒤가 없어졌다.
'한계인가…'
"당신, 죽는 이유가 뭔지 알고 싶다고 했나?"
갑자기 남자는 먼저 말을 걸어왔다.
제임스는 떨리는 몸을 겨우 가누고 고개를 떨어뜨린 채 힘겹게 대답했다.
"그, 그래…"
"당신은 너무 많은 것을 알려고 했어"
"…뭐라고?…"
순간, 그가 조사하고 있던 것이 뇌리에 스쳤다.
제 4 관리세계 수도행성 '던'에서의 의문의 마을전소 사건에 대한 관리국 고위층의 간섭, 그것이 자신이 위협을 받는 이유였다.
그렇게 생각하면, AMF 기술이 튀어나온 것도 들어맞았다.
올 것이 왔다는 생각과 동시에 제임스는 죽음의 공포보다 자신이 생각한 것이 들어맞았다는 사실에 대한 기쁨이 더 컸는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그래, 역시 난 틀리지 않았다는 건가?"
"그래, 틀리지 않았지. 하지만 정답에 대한 보상은 바로 죽음이야"
"설마 대응이 이렇게 빠를 줄이야…"
세찬 바람이 창문에 부딪히며 소리를 냈다.
빗소리와 섞여 들리는 그 소리는 죽음으로의 카운트다운처럼 점점 커져갔다.
시간이 흐를수록 제임스는 죽음에 대해 어느 정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조금씩 여유를 찾아갔다.
이윽고 어차피 죽을 목숨이라면 그들을 파멸시킬 것을 남기고 죽겠노라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제임스는 자연스럽게 옆구리를 만지는 척하며 그가 숨겨놨던 녹음기의 버튼을 눌렀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제임스는 남자에게 말했다.
"하지만 근신 기간 동안에 내가 누군가에게 살해당한다면 군이나 언론에서 냄새를 맡을 텐데… 그 정도도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너의 상관은 무능한가?"
"뭐라고?…"
"훗, 너희들의 상관. 아니, 나의 상관이라고 할 수 있겠군. 그래, 이 관리국의 지휘권을 가지고 있는 다니엘 케레시스는 정말 무능하다! 정의라는 그 허울 좋은 이름으로 관리국은 온갖 부당하고 잔인한 살인 행위를 저질러왔다! 그 녀석이 취임한 뒤로 관리국은 정의의 이름으로 뒤에서 전보다 많은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그런 것으로 진정한 관리세계의 올바른 관리가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는 무능하디 무능한 녀석이다!"
[총사령관님께 무능하다뇨. 실례입니다.]
남자의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이것은 자신을 위협하는 남자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새로운 사람… 아니, 새로운 사람이지만 어디선가 들어본 목소리였다.
"누구지?"
[그건 알 필요 없습니다. 어차피 당신은 곧 죽으니까요.]
남자의 목소리는 제임스를 깔아보는 듯 말했다.
비아냥거리는 그의 목소리에 제임스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말을 이었다.
"자네가 이 자의 상관인가? 어차피 다니엘 케레시스의 충실한 개 중에 한 마리겠지. 그래, 개한테 물어보지. 자네는 관리국의 이런 행위가 정당하다고 생각하나?"
[왜 관리국이 지난 50여 년 동안 反관리국 세력들에게 당해왔는지는 잘 아실 텐데요? 벨칸 전쟁, 아르페인 전쟁, 디카트 내전, P.T 사건, NOA의 테러행위, J.S 사건,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마리아쥬 연속살인사건 등…. 모든 것은 그동안 제대로 관리국이 그 싹을 자르는데 중시하지 않아 생긴 불순물들입니다.]
"범죄의 싹을 자르기 위해서는 무고한 사람들이 죽어도 상관없다는 것이냐?"
[무고한 사람들이라뇨. 그들은 모두 폭주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행위는 궁극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인명을 구했죠.]
"뭐라고?"
그 남자의 목소리는 계속 친숙하게 들려왔다.
하지만 그 이전에 제임스는 의문의 남자의 말에 화났다.
그 마을에 살고 있던 사람들은 대체로 온건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문제는 단지 마도문명에 대한 거부를 이유로 장기적으로 관리국에게 대항한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무고하다! 그들은 단지 마도문명에 대한 거부로 인해 받은 경제재제로 인한 식량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요구했을 뿐이다! 그들이 관리국의 질서를 위협할리가 없지 않나!"
[흐음… 진실을 모르니 그런 소리를 하는 군요. 부감찰관]
"진실이라고?"
[뭐, 더 이상 이야기해봤자 시간 낭비입니다.]
무의식적으로 제임스는 그 남자의 비아냥거리는 소리를 다시 한번 귀 기울였다.
그에 대한 연산이 뇌에서 끝나자, 제임스는 한 가지 충격적인 사실을 알아냈다.
"…네, 네놈! 설마!!"
[그럼, 편안한 여행되시길]
그리곤 다시 그 남자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제임스의 앞에서 묵묵히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남자는 한 번 더 그에게 미소를 보였다.
그에게 보내는 최후의 선물이었다.
그리곤 바로 뛰어 들어가 제임스가 몰렸던 테이블 위에 앉아 제임스의 뒤를 확보했다.
제임스는 움직일 수 없었다. 발이 얼어붙은 것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남자가 왼손에 들고 있던 칼에 차가운 살기가 가득 찼다. 남자의 왼팔은 제임스의 왼쪽 목을 돌아서 감았다. 그리고 칼은 바로 제임스의 오른쪽 경동맥을 사선을 긋듯이 위에서 아래로 파고들었다.
칼날을 이루는 철에 제임스의 피가 잔뜩 베어들었다.
순식간에 경동맥이 잘리면서 심장의 압력을 받은 피가 분수처럼 솟았다. 바닥과 벽은 피로 얼룩졌다.
비명을 지를 틈도 없이 그대로 고꾸라진 제임스는 즉사했다.
죽은 제임스를 뒤로하고 남자는 뒤처리를 시작했다.
살해하는데 쓴 그의 지문이 묻은 칼을 그의 왼손에 쥐어주고 제임스가 숨겨뒀던 녹음기를 챙긴 후 컴퓨터를 켜서 한 자료를 화면에 띄웠다. 그리고 자신이 던진 모든 흉기를 수거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흉기는 그가 계산한 대로 스치듯이 바닥을 미끄러져 떨어졌지만 단 하나의 흉기는 나무로 된 거실 테이블에 꽂혀있었다.
'음.. 하나는 결국 찍힌 건가? 이건 어쩔 수 없군.'
흉기를 빼들자, 그렇게 깊지는 않지만 칼자국 티가 나는 자국이 드러났다.
그는 테이블에 놓인 유리로 만든 사각의 재떨이를 집어 들어 칼자국에 힘껏 내려쳤다. 재떨이가 산산이 조각나면서 흩어졌다.
순간 그는 뭔가 실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냉정을 찾았다.
"뭐… 괜찮겠지. 자주 사용하던 재떨이일 테니까"
그렇게 중얼거리며 마지막으로 AMF 발생 장치를 제거하고, 제임스가 그의 땀범벅이 된 손으로 테이블을 짚은 부분에 한기를 내뿜었다. 작은 얼음들과 함께 자국은 응결되어 물과 섞였다.
'엘러먼트 뿐이라면 기록도 남지 않으니 만일을 위해서…'
이로써 완벽하게 제임스 코튼 부감찰관이 자신의 잘못에 대한 자료를 본 것에 비관하여 스스로 경동맥을 잘라 자살한 사건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유유히 남자는 빗속으로 사라졌다.
Secret Mission 『S Relief』 - Phase 1
시작되는 추적
시작되는 추적
미드칠더력 127년 1월 12일.
비가 내리는 우중충한 미드칠더의 하늘 아래 장례식이 열렸다.
역사상 가장 존경받았던 차원항행함대의 인물 중 한 명의 장례식인 만큼 비가 오는 좋지 못한 날씨임에도 많은 인파가 몰렸다.
시공관리국 총·부사령관, 주요 6부처 국장, 주요 의원들과 당직자, 군 주요간부, 일반 국원, 민간인 등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한 이 위대한 사람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모였다.
검은색 장례식 차량은 그의 생전의 사진을 선두에 두고 천천히 그가 묻힐 묘지를 향해 움직였다.
차원항행함대 부감찰관 제임스 코튼 중장. 향년 63세였다.
지붕이 있는 연단에 선 사회자는 빗소리에 묻히지 않도록 마이크 소리를 크게 하고 다시 그의 연력을 읊어 내렸다.
"제임스 코튼 중장. 미드칠더력 64년 미드칠더 크라나간 태생. 그는 15세에 국립마법학교 보조계 수석졸업을 하였으며 바로 차원항행함대 제 3함대 기관장직을 맡으셨습니다. 그 후 제 3함대에서 브릿지를 제외한 모든 병과를 거치고 미드칠더력 91년, 제 1함대 기함 순항 N급 엔프르눈 함장을 역임하셨습니다. 그 후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수많은 장례식 인파 속을 지나가던 검은 차량이 양쪽으로 서있는 제임스 코튼의 측근들을 지나갔다.
거기에는 크로노도 말없이 서있었다.
차원항행함대에서 그가 가장 존경했던 상관의 갑작스러운 사망은 그에게 충격이었다. 어떤 이유로 죽은 것인지는 내국안보부의 수사 내용을 듣고 알고 있었지만 그는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
크로노가 알기로 그는 강인한 사람이었다.
그까짓 이유로는 절대로 자살 같은 것은 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최근 제 4 관리세계 건으로 받은 근신이 있었지만 그런 것으로 좌절한 분은 더더욱 아니었다고 그는 생각했다. 하지만 수사원들에게 보고 받은 내용은 비관자살이었다.
그렇게 서있는 크로노의 뒤에는 이 일의 내막을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는 3명이 모여 있었다.
침울한 날이었지만 그들은 마냥 침울하게 있을 수는 없었다.
나노하는 고개를 들어 저 멀리 연단에 서있는 유노의 모습을 쳐다봤다. 그의 모습은 변함없이 무표정했다. 빗줄기 탓에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는 알 수 있었다. 그에게서 슬픈 기색이란 느껴지지 않았다.
'유노…'
"나노하, 슬슬 가자."
"응"
"그나저나, 대단하고마. 이 정도 규모라니"
인파와 세찬 빗줄기를 헤치며 3명은 유유히 빠져나갔다.
그녀들의 귓가에 사회자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들려왔다.
제법 인파들에게서 멀어진 곳까지 그녀들은 걸어왔다.
기다리고 있던 볼켄리터들이 하야테를 알아보고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주, 어떤 것 같습니까?"
"바로 현장으로 갈끼다. 제대로 확인해보고 조사를 시작해야지"
"역시, 유노 국장의 짓인가?"
"아마도…"
작년 말, 크로노가 차원정보국에 갔다 오고 난 뒤 신경성 과로로 쓰러졌다가 깨어난 뒤 조금 이상해진 것 같다는 에이미의 말에 하야테는 의구심을 품었다.
아니, 그녀는 에이미가 그 말을 하기 전에 어느 정도 크로노의 이상을 짐작했다.
크로노가 자신에게, 그것도 평범한 디스플레이 통신이 아닌 핸드폰을 이용해 전화를 했다는 것은 그가 디스플레이 통신을 하면 안 되는 상황에 놓였음을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갑자기 예전에 자신이 했던 말을 물어보기나 하고, 그 뒤로 바로 차원정보국에 가서 이상해진 것. 충분히 의심의 여지는 있었다.
에이미가 말한 크로노의 이상한 점은 무언가 몰두하는 것에 대한 기억이 없는 것이었다.
에이미에게도 비밀로 했던 것이기에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었지만, 하야테는 크로노의 사건이 차원정보국과 뭔가 관련이 있을 것이라 추측했다.
하야테는 크로노에게 그와 코튼 중장이 근신처분을 받았던 제 4 관리세계에 대해서 물어봤다.
하지만 별 소득은 없었다. 그의 대답은 한결 같았다.
"나와 코튼 중장님은 관리국 몰래 가져온 보급품을 협상용으로 쓰기 위해 그곳으로 갔다가 그곳을 덮친 파이어 스톰에 휘말린 것뿐이다. 차원정보국에 간 것은 순전히 페릿 녀석에게 물어볼 것이 있었을 뿐이라고"
더 많은 자료를 얻기 위하여 그녀는 먼저 크로노의 최측근인 린디 제독과 레티 제독을 찾아갔다.
그 판단은 정답이었다. 그녀들은 최근에 크로노에게 몇 가지를 자료를 건네 준 것이었다.
린디 제독에게서는 그녀가 크로노에게 제공한 자료의 내용, 그리고 레티 제독에게서는 크로노가 그녀에게 질문했던 내용들을 비밀스럽게 입수할 수 있었다.
로엔………
아그리 터너………
제 4 관리세계에서의 사건………
대함능력을 가진 의문의 범죄자 게리………
그리고 이 정보들을 조합하여 차원정보국에게 당하기 전 크로노가 생각했던 것을 그녀는 반 정도 구축할 수 있었다.
하야테는 그를 토대로 크로노가 타고 있는 함선의 부함장인 데니스에게 찾아가려고 했지만 데니스는 이미 타 차원으로 출장을 가고 없었다.
결국 하야테가 스스로 조사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던 시기에 이 사건이 터진 것이다.
"우선, 시그넘, 샤멀은 내를 따라오레이. 나머지는 그 키워드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조사하는 기다. 알긋나?"
"응"
하야테, 시그넘, 샤멀은 미리 준비해둔 차량을 타고 장례식장을 벗어났다.
남아있던 나노하, 페이트, 비타, 자피라는 각자 조사를 위해 뿔뿔이 흩어졌다.
자동차를 타고 20분.
북부 시에나에 있는 제임스 코튼 중장의 저택에 도착했다.
유난히 빗줄기가 굵은 오늘도 살인(물론 대외적으로는 자살이었다.) 현장의 앞에는 내국안보부에서 나온 사람들이 미동도 하지 않고 지키고 있었다.
한 때 특별 수사관의 자격을 가지고 있던 하야테의 경험은 살인 현장에서 여실 없이 드러났다.
미동도 하지 않던 그들이 하야테를 알아보고 반가운 얼굴을 지었다.
"이거, 하야테 씨 아닙니까?"
"오랜만이데이. 잘 지냈나?"
"네"
하야테는 그들과 자연스럽게 악수를 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너희들이 여기에 서있는긴가?"
"교대로 지키고 있는 겁니다."
"음… 내도 현장을 잠시 살펴보고 싶은데, 좀 들어가도 되제?"
"뭐… 하야테 씨라면 문제될 건 없겠죠. 그래도 다 조사해서 나올 것은 없을 것 같습니다만…. 게다가 자살이고 말이죠."
"괜찮다. 그냥 보는 거니까"
하야테는 고마움을 표시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시그넘과 샤멀도 하야테를 뒤따라 아무런 제재 없이 입성할 수 있었다.
잘 꾸민 정원 사이로 난 돌 길을 지나, 그의 저택으로 들어섰다.
저택은 현관문을 열자마자 거실이 바로 드러나는 구조로 되어 있었기에 바로 현장의 참상이 눈에 들어왔다.
널브러진 파편들과 그의 혈흔, 그리고 구역표시만이 남은 시신이 있던 곳…
하야테는 먼저 시신이 있었던 위치를 살펴보았다.
뒤쪽은 테이블을 끼고 있고 발견 당시 시신은 흉기인 칼을 쥔 채로 테이블과 거의 수직으로 엎드린 상태로 놓였던 상태였고 바닥에는 약간의 물이 고여 있었다.
즉,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면 사망 당시에 테이블에 서있던 것이다.
"샤멀, 서있는 사람이 죽을 때 보통 어느 방향으로 넘어져?"
"음… 보통 무게가 쏠리는 부분으로 넘어지니까 머리의 위치에 따라 달라질 거에요."
"그렇다면…"
하야테는 천천히 생각하다가 시신이 있던 곳의 나무로 된 바닥을 살펴봤다.
바닥은 특정한 부분만 흠뻑 젖어 있었다.
그녀는 시신 근처에 고여 있던 물을 빨아들여 축축해진 바닥조각을 떼어내 미리 준비한 검시봉투에 넣었다.
하야테는 일어나서 이번에는 컴퓨터에 있는 자료를 살펴봤다.
컴퓨터에는 과거에 제임스 코튼의 판단실수로 파괴됐었던 한 도시의 참상을 사진으로 찍었던 사람에 대한 최근기사가 있었다.
기사 내용은 당시 사건에 대한 새로운 자료에 대한 사회의 관심과 그 일을 일으켰던 코튼에 대한 비판을 제 4 관리 세계의 사건에 대한 의문과 연루시킨 공격적인 내용이었다.
당시 사건에 대해서 조사한 바로는 제임스 코튼은 그 일이 있은 후 유가족을 대상으로 개인적으로 사죄를 구하고 그들을 위한 보상금 등의 지급을 완벽하게 끝냈다고 했다.
그래서 대다수의 언론들도 제임스 코튼에 대해서는 그렇게 언급하지 않았다. 그 공격적인 기사는 희귀 케이스인 것이다.
그러한 기사 하나에 자살까지 한다는 것이 하야테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물론 정황상으로는 완벽한 자살이었다.
그 때 시그넘이 무언가 발견한 듯, 하야테를 불렀다.
"주, 이것을 보세요."
"이건…"
시그넘은 거실 테이블에 남겨진 흠집을 가리키며 말했다.
"재떨이로 내려친 자국 같긴 하지만 여기에는 칼자국도 섞여있는 것 같습니다."
"칼자국?"
"네, 이제껏 여러 종류의 칼자국을 봐온 저는 칼자국이 눈에 들어옵니다. 재떨이가 부딪힌 흔적에 가려 잘 안보이지만 파인 부분이 작은 흉기의 자국과 비슷합니다."
"흠… 그렇다면, 누군가가 여기에 칼자국을 냈다는 긴가?"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재떨이를 내려친 곳에 희미하게 남은 칼자국은 중요한 단서를 제공했다.
하야테는 바로 근처에 있던 수사관을 불렀다.
"저기, 이 근처에 있던 재떨이에 묻은 지문은 조회해봤나요?"
"네. 근데 피해자 지문 밖에 안 나왔어요."
"그 지문 좀 확인을 해도 될까요?"
하야테의 부탁에 수사원은 가지고 있던 파일들을 뒤적거려 검출된 지문 사진만을 모은 것을 건네주었다.
한꺼번에 몇 장씩 넘기자, 곧 재떨이에 묻은 지문 검출 사진이 나왔다.
모든 재떨이 조각에는 덕지덕지 제임스 코튼의 지문이 남아있었다.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자료였다.
유심히 살펴보던 하야테는 한 가지 의문점이 들었다.
그리곤 왼팔을 위에서 아래로 힘껏 움직여 보았다.
몇 차례를 반복하자, 하야테는 뭔가 알아낸 듯 다시 거실 테이블에 남은 흔적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잠시 동안 흔적을 관찰하던 그녀는 곧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수수께끼는 모두 풀맀다…"
"네?"
"시그넘, 샤멀. 그만 가제이"
"아, 네"
볼 일이 끝난 그녀들은 다시 밖으로 나왔다.
밖에서 아까 봤던 그들이 그녀들을 반겨주었다.
그녀들이 탑승한 차량은 곧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1월 답지 않은 긴 강우가 끝난 맑은 날에 오랜만에 나노하를 비롯한 멤버들이 108 부대에 집결했다.
하지만 그들이 키워낸 스트라이커즈들은 일부러 부르지 않았기에 오지 않았다.
108 부대에 소속되어 있는 긴가와 웬디가 마실 것을 들고 와 그들의 앞에 하나씩 준비했다.
"고마워"
"아니에요."
긴가와 웬디가 내온 것은 그녀들이 최근 취미를 들였다는 자스민 차였다.
TV에서 자스민 차에 대한 효능을 본 뒤로 마시게 된 뒤 그녀들은 꾸준히 마시고 있었다.
가볍게 한 모금을 들이킨 하야테는 준비했던 자료를 꺼내 테이블에 늘어놨다.
"일단 제임스 코튼 중장 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가 나왔어. 역시 타살이야"
"타살이라니… 정황상 자살이 아니었나요?"
긴가가 묻자, 하야테는 자료를 하나 집어 들어 설명을 시작했다.
"먼저, 살해방법에 대해서 설명할게. 제임스 코튼 중장은 왼손잡이인 만큼 오른쪽 경동맥을 끊어버리믄 스스로 왼손으로 경동맥을 끊어버리는 상황이 나오지만, 뒤에서 팔을 감아서 왼손으로 오른쪽 경동맥을 위에서 아래로 긁으면 타인이 이런 행위를 만들 수 있는기라. 다음으로 재떨이야. 이 재떨이에는 코튼 중장의 지문만 검출됐지만 한 가지 의문점이 있데이. 분명 거실 테이블에 남은 자국은 재떨이의 모서리로 내려쳐서 생긴 자국일 텐데 재떨이의 위쪽이나 아래쪽 부분에는 엄지손가락 지문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데이"
"엄지손가락?"
나노하가 의문이 든 듯 하야테에게 질문했다.
"이런 종류의 재떨이는 힘 있게 모서리로 내려칠 때 반드시 엄지손가락으로 윗부분이나 아랫부분을 잡고 나머지 네 손가락으로 아래나 위를 잡아줘야 하는기라"
하야테는 직접 모션을 취하며 보충설명을 더했다.
"거기에 없다면 이런 식으로 속 안을 잡는 경우인데 속 안에는 지문 자체가 없었어. 즉, 코튼 중장은 재떨이를 내려치지 않았다는 이야기인기라."
하야테의 설명에 납득했는지 그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으로 시신 옆에 물이 고여 있다고 해서 만일을 대비해서 마리엘에게 부탁해서 조사를 해봤데이.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강력한 냉기를 품은 입자가 물에 포함되어 있던기다."
"강력한… 냉기 입자?"
"아마도 범인은 부엌 테이블에 몰린 코튼 중장이 땀으로 범벅된 손으로 테이블을 짚은 것을 보고 그것을 인멸하려고 했던 걸기다. 물이라면 금방 마를 테고 설사 물이 조금 남아있어도 냉기 입자는 물과 어울려 자연스럽게 소멸될 것이다, 라는 계산이었겠지만… 그들도 이 강우를 예상하지는 못한 것이겠지. 강우로 인해 차오른 차가운 습기는 물이 마르는 시간을 지연시켰고 냉기 입자마저도 어느 정도 남아있게 했지."
하야테는 그러면서 마리엘에게 받은 자료를 보여줬다.
거기에는 물 분자 속에 조금씩 섞여있는 냉기 입자의 모습이 선명하게 찍어있었다.
하야테는 그러면서 한 가지 이야기를 덧붙였다.
"나노하, 페이트. 이 냉기 입자는 상당히 특수한 냉기 입자인기라. 보통 냉기 입자처럼 물과 섞이면 곧 사라지지만 구성식은 일반적인 것과 다르데이."
"그것이 어떻다는 거야, 하야테?"
"혹시 기억나? 전에 성왕교회에서 우리가 만났던 빙결계의 마도사, 유르겐 디트리히"
"…!!"
나노하, 페이트, 하야테에게 충격적인 모습을 선사한 은발의 마도사.
그 모습은 잊을 수가 없었다.
나노하와 페이트의 전력을 쏟아 부은 혼신의 더블 브레이커를 머리와 오른팔을 제외한 모든 부위에 큰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막아내고 반격까지 성공시킨 SDA의 SA 중 한 명.
유르겐 디트리히.
그와 직접 싸워본 페이트의 눈이 흔들렸다.
그는 그 피해를 입고도 버젓이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아랑곳하지 않고 살인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유르겐 디트리히라는 사람이 하야테와 알프의 신경을 끊었다던?…"
샤멀은 당시 하야테와 알프의 신경을 치료하던 때를 회상하며 되물었다.
"응. 내도 그 녀석 때문에 고생 좀 했제"
"그 녀석이… 그런 짓을…"
샤멀은 고개를 숙여 그렇게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조금 우울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하야테는 다시 말을 이었다.
"알프가 치료받고 난 뒤부터 연락이 안 되서 더 구체적인 정보를 모을 순 없었지만, 어쨌든 그 유르겐이 직접 나섰다는 것은…"
"이번 일은 유노가 지시했다는 거군"
"그래서 이제부터 SDA에 대해서 추적을 실시하는 거야. 임시로 재탄생한 우리 기동6과의 비밀미션인 'S Relief'의 첫 단추를 꿰매는 거제. 각자 조사해달라는 것은 했지?"
자료 수집을 맡았던 사람들이 각자 자료를 꺼내 테이블에 올려놨다.
만일에 대비하여 모든 종이서류의 형태로 작성한 자료들을 올려놓고 자피라가 먼저 이야기를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 로엔이라는 이름을 가진 국원은 그 세 명 외에는 없다. 데이터 베이스에 두 명, 그리고 차원기상청에 있다던 한 명. 최근 입대한 국원들의 명단까지 조사해봤는데 새로운 인물은 존재하지 않아. 크로노의 말이 사실인 것 같다."
"음… 그런가. 나노하는 어때?"
"아그리 터너는 레티 제독이 말해줬던 것 외에도 다른 것을 찾아냈어. 먼저, 외차원관리국 소속의 아그리 터너는 최근 파견지에서 처음으로 돌아온 모양이야. 환경부의 아그리 터너는 가끔씩 얼굴을 내비치지만 거의 혼자서 활동하는 것 같아."
"그럼 환경부의 아그리 터너가 조금 의심스럽군…"
"그리고… 이건 신규 등록된 제 106 관리세계에 있는 친구가 알려준 거야. 제 106 관리세계는 제대로 관리국의 혜택을 받지 못했지만 어떤 과학자가 관리국의 기술을 관리국 몰래 그들에게 전해줘서 국가적 영웅 취급을 받는 모양이야. 그 과학자 이름이 통칭 아그리 박사라고 하더라고"
"아그리 박사인가…"
"아그리라는 이름이 흔하지 않다는 것을 고려하면, 아마도…"
"만약 그가 우리가 쫓는 아그리 터너라면 그 사람은 과학자라는 건가?"
모인 정보대로라면 환경부의 아그리 터너가 관리국 상층부와 관련이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아직 섣불리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이건 조사해볼 가치가 있겠고마. 비타는 어때? 그 사건의 내막을 알아냈나?"
"없어, 없어. 제 4 관리세계 사건에 대한 이야기는 공표된 것 외에는 알 수 없었어. 그나저나 오히려 내가 위험해질 뻔 했다니까. 가끔 있는 길 잃은 국원으로 인식된 것만 해도 다행이지. 그나저나 그 녀석들 나를 꼬맹이라고 놀리지 않나.. 으으으…"
비타가 다시 분이 쌓였는지 얼굴이 붉어졌다.
'역시 무리였나.'라고 생각하는 하야테였다.
시그넘과 샤멀이 날뛰려는 비타를 말리는 동안 하야테는 페이트에게 질문을 이었다.
"게리라는 범죄자에 대해서 나름대로 조사해봤지만 차원항행함대에서 게리라는 사람은 금기어였는지 조사하기가 어려웠어. 다행히 우리 함장님이 알려주신 건데 그 게리라는 사람, 지금쯤이면 나이가 좀 있을 거라고 하셨어"
"나이?"
페이트는 자료에서 게리의 활동나이 추정치를 찾아내 모두에게 보여줬다.
"스, 스무살? 첫 활동시기가?"
"응. 14년 전에 함장님이 잠시 일 때문에 함선에서 내려서 화를 면하시고 기적적으로 게리를 안전한 곳에서 한 번 본 적이 있으셨는데, 멀리서 보기에도 꽤 젊은 사람이었다고 하셨어. 많아도 20살 정도일까 라고…"
"그럼, 지금은.. 서른 중반은 됐겠네."
"그렇지."
그를 지켜보던 시그넘이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어쨌든 지금은 그 아그리 터너라는 사람을 찾아내서 추궁하는 방법 외에는 없는 것 아닌가?"
시그넘에 말에 자피라가 끼어들 듯이 말했다.
"하지만 만약 그 아그리 터너라는 인물이 게리를 관리국에 입대시키기 위해 만든 포석이라면…"
"…그렇군... 그런 가능성도…"
의외의 가능성에 멤버들은 고심했다.
만약 그렇다면 아그리 터너에게 정보를 얻는 것은 불가능, 아니 싸울지도 모르는 적에게 정보를 얻는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세월이 지나 실력의 감퇴가 있을 수는 있어도 그는 어쨌거나 그 프레시아와 같은 대마도사. 결코 쉽지는 않겠지"
프레시아 테스타롯사의 당시 실력은 직접 싸워봤던 나노하와 페이트만이 잘 알고 있었다.
당시엔 그녀들이 9살이었다고 해도 유노나 알프, 크로노 등의 힘을 빌려서 겨우겨우 엘하자드로 날려버린 정도였기 때문이다.
물론 나노하와 페이트의 그때와 지금의 실력차를 비교한다면 하늘과 땅 차이겠지만 그래도 쉬운 상대라곤 할 수 없었다.
"어쨌든 아그리 터너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으면 이 이상 진전이 없을 것 같데이. 베롯사에게 조사를 부탁해보고 경과를 지켜보자."
"응"
"그게 제일 좋은 방법인 것 같군요."
일단 첫 단추는 아그리 터너의 행적을 쫓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만약 그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크로노와 코튼 중장의 사건과 SDA와의 관계를 더욱 명확하게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오늘은 해산. 나머지는 전에 말한 대로 행동하고 있는기다. 알긋나?"
"네!"
108 부대에 모였던 인원들이 빠져나간 후, 나노하와 페이트는 한 번 더 크로노에게 찾아가기로 했다.
그녀들은 이번에는 린디 제독와 레티 제독에게 받은 자료의 샘플을 가지고 가기로 했다. 어쩌면 전과는 다른 답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가지고…
아키가 임무를 마치고 차원정보국에 돌아왔다.
검은색과 초록색으로 구성된 제복은 그녀가 지닌 피 냄새를 가볍게 덮어주었다.
차원정보국의 복도를 지나가다 그녀는 안식이 있는 사람을 만났다.
"안녕, 이자벨 대위"
관리국상에서의 그녀의 서류명은 이자벨.
웃기지도 않은 가명이었지만 그녀가 여기에 있기 위한 이름은 바로 이것이었다.
아키가 약간의 미소를 머금고 그녀에게 인사를 돌려줬다.
"네, 케이시 대령님"
"보고하러 가는 거야?"
"네"
메리는 그녀가 왼쪽 어깨에 멘 백팩을 보면서 말했다.
그리곤 한 숨을 길게 내쉬었다.
"하여간 유적발굴부는 이래서 힘들다니까. 만날 밖에 있다가 가끔 돌아오면 보고서나 제출했다가 다시 나가야 하고…"
"…이게 제 일인걸요."
아키는 다시 평소의 표정이 있는 듯 없는 듯이 생긴 얼굴로 돌아와 그녀에게 말했다.
적당히 말을 끝낸 아키는 한 걸음씩 5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밟아갔다.
차원정보국의 5층… 이곳은 국장실과 비서실, 그리고 숨겨진 비밀이 있는 곳.
절묘하게 숨겨져 있는 유리문에 아키는 얼굴을 댔다.
잠시 후 붉은 레이저가 그녀의 동공을 훑은 뒤, 그 문은 그녀를 허락했다.
녹색의 조명이 채워진 길을 지나, 다시 어둠이 기다리고 있는 곳에 들어섰다.
"오, 왔나? A04"
"…더글러스 씨, 웬만하면 제대로 된 교통편을 보내주세요. 제가 아끼는 옷을 다 버렸잖아요."
아키는 가지고 온 가방 속에서 흙과 먼지 범벅에 여기저기 헤진 블라우스와 스커트를 그에게 보여주며 불만을 토로했다.
"미안하군. 하지만 그 지역은 그게 가장 좋은 교통편이었다."
더글러스가 어깨를 으쓱거리자, 아키는 한 숨을 쉬었다.
이를 지켜보고 있었는지 엘렉트라가 웃으면서 계단을 내려왔다.
"하하하하, 그만둬요. 더글러스 씨는 여자의 마음에 대해서는 하나도 모르니까요."
"뭐라고?"
"여자는 미를 위해서라면 약간의 불편함 정도는 견뎌내는 생물이라구요. 그렇죠?"
아키가 그녀의 말에 매우 동의하는 듯 고개를 과하게 끄덕였다. 왠지 모르게 주변에 있던 여성요원들도 비슷한 모션을 취했다.
갑작스런 그녀들의 파상공세에 더글러스는 포기한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그래, 내가 멍청이다. 만족하나?"
"와아― 더글러스 씨를 이겼다―"
웬만하면 웃음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 어두운 공간에 어울리지 않는 것이 채워졌다.
그러나, 곧 공간의 이상 조짐을 빠르게 간파한 누군가가 웃음소리의 사이를 파고들었다.
"이거야 원… SDA에 웃음이라니.. 상당히 색다르군."
"아, A01"
"진호 씨, 언제 왔어요?"
"어젯밤에 돌아왔다. 하지만 곧 나가야 해서 말이야"
그는 귀찮은 듯이 머리를 긁적였다.
SDA 최강의 요원으로 불리는 남자치고는 그의 행색은 그야말로 모습 그대로 30대 중반의 아저씨, 그 이미지였다.
"나간다고? 어딜 간다는 건가?"
"자원봉사다. Y에게도 말해 놨다."
"아, 그거 말이군."
"에? 그거라뇨?"
엘렉트라의 질문에 진호는 안경을 고쳐 쓰며 이야기했다.
"궁금한가? 마침 잘됐군. 엘렉트라도 따라와라"
"네?"
"실은 결계마법을 쓸 요원이 필요한데, 다 임무에 나가서 자네 밖에 없단 말이지"
"도대체 뭘 하는데 결계가 필요한 거예요?"
"그러니까 따라와 보면 안다고 했지 않나? 아무튼 사복으로 갈아입고 떠날 준비를 마쳐라. 난 Y에게 보고하겠다."
엘렉트라는 순간 그를 골려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그녀에게 있어서 좋은 소재가 마련된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최대로 낼 수 있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어머… 설마 데이트? 그건 안돼요~ 제가 아무리 아름다.."
진호는 그녀의 말에 신경도 쓰지 않고 나가버렸다.
그가 대꾸도 하지 않은 탓에 그녀는 무안하게 그 자리에서 서있었다.
왠지 모르게 웃긴 상황이 만들어져버렸다. 그 냉정한 더글러스조차도 이번엔 겨우겨우 웃음을 참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입 안에 갇혀있던 공기가 조금씩 새는 소리가 들려왔다.
엘렉트라는 그 자리를 어서 벗어나고 싶었다.
아니, 벗어나지 않으면 여러 의미로 위험했다.
"정말!!"
그 외침과 함께 엘렉트라는 빠른 걸음으로 탈의실로 향했다.
그녀가 남기는 흔적마다 웃음은 점점 커져갔다.
한편, 진호는 국장실에서 그의 자원봉사에 대한 보고를 막 끝마쳤다.
"여기까지가 오늘 일정입니다."
"알겠습니다."
서류를 넘겨받은 진호는 가볍게 거수경례를 하며 몸을 돌리려는 모션을 취했다.
하지만 진호는 그의 몸을 돌리지 않고 다시 자세를 바로 잡았다.
유노가 그를 다시 쳐다보자, 진호는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예의 그 건은 어떻습니까? 너무 처리를 느슨하게 했다고 생각합니다만…"
진호의 물음에 유노는 슬며시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제가 처리를 그렇게 한 것은 다 이유가 있어서 입니다."
"그 건을 조사할 가능성이 있는 것은 린디 제독과 레티 제독 정도입니다. 비록 그들이 상층부에 대한 조사를 꺼려하긴 하지만 미래의 위협이 될지도 모르는 그들을 처리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들은 관련인이기 때문에 더욱 처리하기 힘든 겁니다. 접촉 여부는 확실하지 않지만 만일을 대비해서 데니스 부함장은 출장 명령으로 처리했지만 본국사령부 소속인 린디 제독, 레티 제독을 모두 처리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기억조작은 크로노 제독의 경우 친분의 힘으로 운 좋게 성공했지만 상식적으로 고위급을 대상으론 불가능입니다. 그들은 출장을 보내는 것도 불가능하고 그렇기에 남은 수단은 자살로 위장한 살해인데 설령 자살이라도 그들이 죽어버리면 크로노 제독 주변의 인물 3명이 죽어버리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관련성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다른 세력의 조사가 정당해지고 이건 상층부도 막기 힘들 겁니다. 어차피 그녀들은 조사에 대한 의지가 없으니 이정도가 가장 적절합니다."
유노의 대답은 그에게 충분하지 않았다. 아니, 그렇다 라기 보단 원래의 질문의 답은 됐지만 새로운 의문이 생겼다.
그는 다시 유노에게 재 질문을 했다.
"다른 조사 세력이 있단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그들은 우리가 하는 행위를 어느 정도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잘하면 당신의 존재에 대해서도 어렴풋이 알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갑작스레 다가온 자신의 존재에 대한 위협.
물론 진호는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지만 신경은 쓰였다.
전 차원에서 시공관리국을 유린하던 S급 범죄자라는 자신의 과거가 드러나면 관리국에 머무른다는 것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곧 '게리'가 아닌 '선우진호'라는 자신의 본명을 걸고 관리국에 온 의미가 없어진다는 것이기도 했다.
그의 머릿속에서 생각할 수 있는 단체들을 골라내봤다.
"……설마 RAT를 말하시는 겁니까? 물론 RAT가 장관 직속이나 독자적인 행동과 판단이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저의 존재까지는…"
"아니요. RAT가 이 건에 관여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수렴합니다. 그들은 이런 사건엔 흥미가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성왕교회입니까?"
유노는 고개를 저었다.
그의 깊고 어두운 보라색의 눈동자가 유노를 주시했다.
"그렇다면 누가…"
"그것을 알고 싶다면 이번 자원봉사에선 조금은 허술하게 행동해도 될 겁니다."
진호는 그의 진의를 알 수 없었다.
유노가 말한 어떤 세력이라는 존재가 자신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다면 오히려 좀 더 신중하게 행동해야 말이 맞는 것이다.
자신의 존재를 최대한 숨긴 채 오히려 적의 정체를 밝혀내는 것이 정석. 이것은 비밀조사의 기초 중의 기초다.
하지만 진호는 그에 대해 더 이상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첫째로 괜히 피곤해질 것이고, 둘째로 그의 의중을 미리 보는 것은 왠지 재미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존재를 위협하는 존재. 그것은 신경이 쓰이는 일이었지만 한편으로는 하나의 재미라고 그는 생각했다.
가볍게 유노에게 인사를 한 후, 밖에서 조금은 지루한 표정으로 서있던 엘렉트라와 함께 아래로 내려갔다.
하라오운 가에 찾아온 나노하와 페이트를 에이미가 반갑게 맞이했다.
에이미는 그녀들에게 따듯한 차를 내준 후 방으로 들어가 쉬고 있던 크로노를 데리고 나왔다.
아직 코튼 중장의 죽음에 대한 충격은 완전히 가시지 않았지만 그는 전보다는 많이 좋아진 상태였다.
"크로노, 기분은 어때?"
"이제는 조금 나아졌어. 한 주 정도만 더 쉬면 다시 임무에 복귀할 수 있겠지. 코튼 중장님이 못 다 이룬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내가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돼."
페이트는 그런 크로노를 보면서 조금은 우울한 표정을 보였다.
그가 누군가에 의해서 타살당한 것을 크로노에게 알려주지 못한다는 사실은 그녀를 더욱 가슴 아프게 했다.
'이번 사건이 타살이란 사실은 아직 외부에 알려져서는 안된데이. SDA에 대한 확실한 행적을 잡고 모든 증거가 갖춰져야만 확실하게 그들의 살인행위를 방지하고 유노를 구할 수 있는기다.'
하야테의 그 말을 상기하며 페이트는 마음속을 다잡았다.
나노하가 다시 크로노에게 자료를 보여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크로노, 다시 한번 물을게. 당시에 차원정보국에서 어떤 것을 물어본 거야?"
크로노는 한 숨을 깊게 내쉬며 말했다.
"내 말은 똑같아. 내가 제 4 관리세계에서 겪은 파이어 스톰에 대해서 유노에게 물어본 것 뿐이야"
"그럼, 왜 린디 씨나 레티 씨에게 그런 것들을 물어본 거야?"
"파이어 스톰을 처음 겪어봐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대함능력을 가진 마도사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다가 게리라는 놈이 얻어 걸린 것뿐이야. 지그하르트 감찰관의 통신기록은 나에 대한 통신누락 가능성에 대한 조사용, 로엔은 감찰관님에게 파이어 스톰 주의를 알려준 차원기상청에 근무하는 신입국원이고, 인사변동을 물어본 것은 그 건으로 인해 나와 코튼 중장에 대한 견제움직임을 주시하기 위해 물어본 것뿐이라고. 아그리 터너는 그저 우연으로 나온 이름이지."
그의 대답은 전과 똑같았다.
자료를 들이밀어 봐도 완벽하게 아귀에 맞는 크로노의 일관된 대답이 돌아왔다.
오히려 그녀들이 '정말 그런 것인가?'라고 설득당할 뻔할 정도로 치밀했다.
나노하는 그의 대답에 지지 않듯 재 질문을 했다.
"하지만, 뭔가 이상해. 너랑 코튼 중장님이 함선 무단 출격과 물품 무단 반출이라는 범죄에 가벼운 근신 처분만을 당하고, 네가 차원정보국에서 돌아온 뒤에 갑자기 과로로 쓰러진 후 몰두하던 어떤 것을 그만 둔 것, 그리고 뒤이어 코튼 중장님이 갑자기 자살했다니… 뭔가 이상하다구."
"장성급 이상에 대한 근신처분은 이 세계에선 흔한 일이란 것은 너희들도 잘 알잖아. 그리고 과로는 상관에 대한 스트레스로 얻은 거고 몰두하던 것은 없었다고 말했잖아. 그게 중장님의 자살이랑 무슨 관계가 있는 거지?"
"하지만…"
크로노는 다시 한 숨을 쉬며 나노하와 페이트에게 말했다.
"이제 그만 돌아가. 코튼 중장님의 일은 이제 잊고 싶은 기억이야."
"하지만 분명히 크로노는 뭔가 일을 당한 것이 틀림없다구!"
"맞아, 분명히 그럴…"
"시끄러워―――――"
크로노는 테이블 위에 있는 찻잔을 향해 팔을 휘둘렀다.
장인이 제법 공들였을 장식은 땅과 조우하며 산산조각이 났다.
찻물이 조각들 사이를 뒤덮었다.
"너희들이 무슨 의도를 가지고 나에게서 뭘 알고 싶은지 모르겠지만, 유감이다! 난 너희들이 원하는 정보를 몰라! 코튼 중장님의 일 때문에 가뜩이나 스트레스인데 너희들까지 이러는 거야?!"
"그, 그건…"
"크로노! 그렇다고 화를 낼 것까진…"
"시끄러워, 에이미!!"
한껏 인상을 쓴 크로노는 무서운 표정으로 3명을 쳐다봤다.
그 얼굴은 정말 건드리지 말아야할 얼굴이었다.
이렇게 극도로 화가 난 크로노의 얼굴은 그녀들도 본 적이 없었다.
그것은 십 수 년의 소꿉친구로서도 아닌, 하라오운 가의 아버지로서도 아닌, 시공관리국의 차원항행함대 제독으로서의 분노였다.
갑자기 큰 소리에 놀랐는지 방 안에 있던 아이들이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울음소리가 들리자, 에이미는 황급히 애들에게 달래기 위해 방으로 들어갔다.
아이들의 울음소리에 크로노는 다시 인상을 조금 풀고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나노하와 페이트를 바라봤다.
"아무튼 돌아가! 난 더 이상 할 말 없어. 페이트, 내가 오빠로서 부탁할게. ……지금은 혼자 있고 싶다."
결국 나노하와 페이트는 아무런 소득도 얻지 못하고 하라오운 가에서 쫓겨나듯 나왔다.
나노하는 하라오운 가의 앞에 있는 벤치에 주저앉았다.
그야말로 여러 의미로 전력전개를 당한 나노하였기에 그녀는 피곤해졌다.
"결국 아무 것도 얻지 못 했네…"
"하지만 오빠의 심정도 이해가 돼. 갑자기 소중한 사람을 잃었는데 우리가 거기에 대해서 집요하게 묻기만 하고…"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유노는……."
크로노에게서 결정적인 정보를 얻을 수만 있다면 단번에 그를 돌려놓을 수 있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일에 나노하는 분했다.
나노하의 눈에서 다시 투명한 액체가 맺히기 시작했다.
그런 나노하를 페이트는 앞에서 가볍게 안으며 등을 다독였다.
"걱정 마, 유노는 반드시 돌아올 거야. 전에 네가 그랬잖아. '유노가 마지막으로 한 말은 상냥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말' 이라고. 분명히 유노는 우리 손으로 구해낼 수 있을 거야"
"…응"
성왕교회에서의 예전과는 달리 변해버린 그와의 첫 만남…
그리고 그 유노가 자신에게 남긴 마지막 말…
나노하는 결코 잊을 수 없었다.
'과거의 나는… 죽었다고 생각해줘. 부탁이야'
그것은 그에게 아직 나노하에 대한 상냥함이 남아있다는 증거였다.
비가 내리는 우중충한 미드칠더의 하늘 아래 장례식이 열렸다.
역사상 가장 존경받았던 차원항행함대의 인물 중 한 명의 장례식인 만큼 비가 오는 좋지 못한 날씨임에도 많은 인파가 몰렸다.
시공관리국 총·부사령관, 주요 6부처 국장, 주요 의원들과 당직자, 군 주요간부, 일반 국원, 민간인 등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한 이 위대한 사람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모였다.
검은색 장례식 차량은 그의 생전의 사진을 선두에 두고 천천히 그가 묻힐 묘지를 향해 움직였다.
차원항행함대 부감찰관 제임스 코튼 중장. 향년 63세였다.
지붕이 있는 연단에 선 사회자는 빗소리에 묻히지 않도록 마이크 소리를 크게 하고 다시 그의 연력을 읊어 내렸다.
"제임스 코튼 중장. 미드칠더력 64년 미드칠더 크라나간 태생. 그는 15세에 국립마법학교 보조계 수석졸업을 하였으며 바로 차원항행함대 제 3함대 기관장직을 맡으셨습니다. 그 후 제 3함대에서 브릿지를 제외한 모든 병과를 거치고 미드칠더력 91년, 제 1함대 기함 순항 N급 엔프르눈 함장을 역임하셨습니다. 그 후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수많은 장례식 인파 속을 지나가던 검은 차량이 양쪽으로 서있는 제임스 코튼의 측근들을 지나갔다.
거기에는 크로노도 말없이 서있었다.
차원항행함대에서 그가 가장 존경했던 상관의 갑작스러운 사망은 그에게 충격이었다. 어떤 이유로 죽은 것인지는 내국안보부의 수사 내용을 듣고 알고 있었지만 그는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
크로노가 알기로 그는 강인한 사람이었다.
그까짓 이유로는 절대로 자살 같은 것은 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최근 제 4 관리세계 건으로 받은 근신이 있었지만 그런 것으로 좌절한 분은 더더욱 아니었다고 그는 생각했다. 하지만 수사원들에게 보고 받은 내용은 비관자살이었다.
그렇게 서있는 크로노의 뒤에는 이 일의 내막을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는 3명이 모여 있었다.
침울한 날이었지만 그들은 마냥 침울하게 있을 수는 없었다.
나노하는 고개를 들어 저 멀리 연단에 서있는 유노의 모습을 쳐다봤다. 그의 모습은 변함없이 무표정했다. 빗줄기 탓에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는 알 수 있었다. 그에게서 슬픈 기색이란 느껴지지 않았다.
'유노…'
"나노하, 슬슬 가자."
"응"
"그나저나, 대단하고마. 이 정도 규모라니"
인파와 세찬 빗줄기를 헤치며 3명은 유유히 빠져나갔다.
그녀들의 귓가에 사회자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들려왔다.
제법 인파들에게서 멀어진 곳까지 그녀들은 걸어왔다.
기다리고 있던 볼켄리터들이 하야테를 알아보고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주, 어떤 것 같습니까?"
"바로 현장으로 갈끼다. 제대로 확인해보고 조사를 시작해야지"
"역시, 유노 국장의 짓인가?"
"아마도…"
작년 말, 크로노가 차원정보국에 갔다 오고 난 뒤 신경성 과로로 쓰러졌다가 깨어난 뒤 조금 이상해진 것 같다는 에이미의 말에 하야테는 의구심을 품었다.
아니, 그녀는 에이미가 그 말을 하기 전에 어느 정도 크로노의 이상을 짐작했다.
크로노가 자신에게, 그것도 평범한 디스플레이 통신이 아닌 핸드폰을 이용해 전화를 했다는 것은 그가 디스플레이 통신을 하면 안 되는 상황에 놓였음을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갑자기 예전에 자신이 했던 말을 물어보기나 하고, 그 뒤로 바로 차원정보국에 가서 이상해진 것. 충분히 의심의 여지는 있었다.
에이미가 말한 크로노의 이상한 점은 무언가 몰두하는 것에 대한 기억이 없는 것이었다.
에이미에게도 비밀로 했던 것이기에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었지만, 하야테는 크로노의 사건이 차원정보국과 뭔가 관련이 있을 것이라 추측했다.
하야테는 크로노에게 그와 코튼 중장이 근신처분을 받았던 제 4 관리세계에 대해서 물어봤다.
하지만 별 소득은 없었다. 그의 대답은 한결 같았다.
"나와 코튼 중장님은 관리국 몰래 가져온 보급품을 협상용으로 쓰기 위해 그곳으로 갔다가 그곳을 덮친 파이어 스톰에 휘말린 것뿐이다. 차원정보국에 간 것은 순전히 페릿 녀석에게 물어볼 것이 있었을 뿐이라고"
더 많은 자료를 얻기 위하여 그녀는 먼저 크로노의 최측근인 린디 제독과 레티 제독을 찾아갔다.
그 판단은 정답이었다. 그녀들은 최근에 크로노에게 몇 가지를 자료를 건네 준 것이었다.
린디 제독에게서는 그녀가 크로노에게 제공한 자료의 내용, 그리고 레티 제독에게서는 크로노가 그녀에게 질문했던 내용들을 비밀스럽게 입수할 수 있었다.
로엔………
아그리 터너………
제 4 관리세계에서의 사건………
대함능력을 가진 의문의 범죄자 게리………
그리고 이 정보들을 조합하여 차원정보국에게 당하기 전 크로노가 생각했던 것을 그녀는 반 정도 구축할 수 있었다.
하야테는 그를 토대로 크로노가 타고 있는 함선의 부함장인 데니스에게 찾아가려고 했지만 데니스는 이미 타 차원으로 출장을 가고 없었다.
결국 하야테가 스스로 조사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던 시기에 이 사건이 터진 것이다.
"우선, 시그넘, 샤멀은 내를 따라오레이. 나머지는 그 키워드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조사하는 기다. 알긋나?"
"응"
하야테, 시그넘, 샤멀은 미리 준비해둔 차량을 타고 장례식장을 벗어났다.
남아있던 나노하, 페이트, 비타, 자피라는 각자 조사를 위해 뿔뿔이 흩어졌다.
자동차를 타고 20분.
북부 시에나에 있는 제임스 코튼 중장의 저택에 도착했다.
유난히 빗줄기가 굵은 오늘도 살인(물론 대외적으로는 자살이었다.) 현장의 앞에는 내국안보부에서 나온 사람들이 미동도 하지 않고 지키고 있었다.
한 때 특별 수사관의 자격을 가지고 있던 하야테의 경험은 살인 현장에서 여실 없이 드러났다.
미동도 하지 않던 그들이 하야테를 알아보고 반가운 얼굴을 지었다.
"이거, 하야테 씨 아닙니까?"
"오랜만이데이. 잘 지냈나?"
"네"
하야테는 그들과 자연스럽게 악수를 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너희들이 여기에 서있는긴가?"
"교대로 지키고 있는 겁니다."
"음… 내도 현장을 잠시 살펴보고 싶은데, 좀 들어가도 되제?"
"뭐… 하야테 씨라면 문제될 건 없겠죠. 그래도 다 조사해서 나올 것은 없을 것 같습니다만…. 게다가 자살이고 말이죠."
"괜찮다. 그냥 보는 거니까"
하야테는 고마움을 표시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시그넘과 샤멀도 하야테를 뒤따라 아무런 제재 없이 입성할 수 있었다.
잘 꾸민 정원 사이로 난 돌 길을 지나, 그의 저택으로 들어섰다.
저택은 현관문을 열자마자 거실이 바로 드러나는 구조로 되어 있었기에 바로 현장의 참상이 눈에 들어왔다.
널브러진 파편들과 그의 혈흔, 그리고 구역표시만이 남은 시신이 있던 곳…
하야테는 먼저 시신이 있었던 위치를 살펴보았다.
뒤쪽은 테이블을 끼고 있고 발견 당시 시신은 흉기인 칼을 쥔 채로 테이블과 거의 수직으로 엎드린 상태로 놓였던 상태였고 바닥에는 약간의 물이 고여 있었다.
즉,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면 사망 당시에 테이블에 서있던 것이다.
"샤멀, 서있는 사람이 죽을 때 보통 어느 방향으로 넘어져?"
"음… 보통 무게가 쏠리는 부분으로 넘어지니까 머리의 위치에 따라 달라질 거에요."
"그렇다면…"
하야테는 천천히 생각하다가 시신이 있던 곳의 나무로 된 바닥을 살펴봤다.
바닥은 특정한 부분만 흠뻑 젖어 있었다.
그녀는 시신 근처에 고여 있던 물을 빨아들여 축축해진 바닥조각을 떼어내 미리 준비한 검시봉투에 넣었다.
하야테는 일어나서 이번에는 컴퓨터에 있는 자료를 살펴봤다.
컴퓨터에는 과거에 제임스 코튼의 판단실수로 파괴됐었던 한 도시의 참상을 사진으로 찍었던 사람에 대한 최근기사가 있었다.
기사 내용은 당시 사건에 대한 새로운 자료에 대한 사회의 관심과 그 일을 일으켰던 코튼에 대한 비판을 제 4 관리 세계의 사건에 대한 의문과 연루시킨 공격적인 내용이었다.
당시 사건에 대해서 조사한 바로는 제임스 코튼은 그 일이 있은 후 유가족을 대상으로 개인적으로 사죄를 구하고 그들을 위한 보상금 등의 지급을 완벽하게 끝냈다고 했다.
그래서 대다수의 언론들도 제임스 코튼에 대해서는 그렇게 언급하지 않았다. 그 공격적인 기사는 희귀 케이스인 것이다.
그러한 기사 하나에 자살까지 한다는 것이 하야테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물론 정황상으로는 완벽한 자살이었다.
그 때 시그넘이 무언가 발견한 듯, 하야테를 불렀다.
"주, 이것을 보세요."
"이건…"
시그넘은 거실 테이블에 남겨진 흠집을 가리키며 말했다.
"재떨이로 내려친 자국 같긴 하지만 여기에는 칼자국도 섞여있는 것 같습니다."
"칼자국?"
"네, 이제껏 여러 종류의 칼자국을 봐온 저는 칼자국이 눈에 들어옵니다. 재떨이가 부딪힌 흔적에 가려 잘 안보이지만 파인 부분이 작은 흉기의 자국과 비슷합니다."
"흠… 그렇다면, 누군가가 여기에 칼자국을 냈다는 긴가?"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재떨이를 내려친 곳에 희미하게 남은 칼자국은 중요한 단서를 제공했다.
하야테는 바로 근처에 있던 수사관을 불렀다.
"저기, 이 근처에 있던 재떨이에 묻은 지문은 조회해봤나요?"
"네. 근데 피해자 지문 밖에 안 나왔어요."
"그 지문 좀 확인을 해도 될까요?"
하야테의 부탁에 수사원은 가지고 있던 파일들을 뒤적거려 검출된 지문 사진만을 모은 것을 건네주었다.
한꺼번에 몇 장씩 넘기자, 곧 재떨이에 묻은 지문 검출 사진이 나왔다.
모든 재떨이 조각에는 덕지덕지 제임스 코튼의 지문이 남아있었다.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자료였다.
유심히 살펴보던 하야테는 한 가지 의문점이 들었다.
그리곤 왼팔을 위에서 아래로 힘껏 움직여 보았다.
몇 차례를 반복하자, 하야테는 뭔가 알아낸 듯 다시 거실 테이블에 남은 흔적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잠시 동안 흔적을 관찰하던 그녀는 곧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수수께끼는 모두 풀맀다…"
"네?"
"시그넘, 샤멀. 그만 가제이"
"아, 네"
볼 일이 끝난 그녀들은 다시 밖으로 나왔다.
밖에서 아까 봤던 그들이 그녀들을 반겨주었다.
그녀들이 탑승한 차량은 곧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1월 답지 않은 긴 강우가 끝난 맑은 날에 오랜만에 나노하를 비롯한 멤버들이 108 부대에 집결했다.
하지만 그들이 키워낸 스트라이커즈들은 일부러 부르지 않았기에 오지 않았다.
108 부대에 소속되어 있는 긴가와 웬디가 마실 것을 들고 와 그들의 앞에 하나씩 준비했다.
"고마워"
"아니에요."
긴가와 웬디가 내온 것은 그녀들이 최근 취미를 들였다는 자스민 차였다.
TV에서 자스민 차에 대한 효능을 본 뒤로 마시게 된 뒤 그녀들은 꾸준히 마시고 있었다.
가볍게 한 모금을 들이킨 하야테는 준비했던 자료를 꺼내 테이블에 늘어놨다.
"일단 제임스 코튼 중장 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가 나왔어. 역시 타살이야"
"타살이라니… 정황상 자살이 아니었나요?"
긴가가 묻자, 하야테는 자료를 하나 집어 들어 설명을 시작했다.
"먼저, 살해방법에 대해서 설명할게. 제임스 코튼 중장은 왼손잡이인 만큼 오른쪽 경동맥을 끊어버리믄 스스로 왼손으로 경동맥을 끊어버리는 상황이 나오지만, 뒤에서 팔을 감아서 왼손으로 오른쪽 경동맥을 위에서 아래로 긁으면 타인이 이런 행위를 만들 수 있는기라. 다음으로 재떨이야. 이 재떨이에는 코튼 중장의 지문만 검출됐지만 한 가지 의문점이 있데이. 분명 거실 테이블에 남은 자국은 재떨이의 모서리로 내려쳐서 생긴 자국일 텐데 재떨이의 위쪽이나 아래쪽 부분에는 엄지손가락 지문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데이"
"엄지손가락?"
나노하가 의문이 든 듯 하야테에게 질문했다.
"이런 종류의 재떨이는 힘 있게 모서리로 내려칠 때 반드시 엄지손가락으로 윗부분이나 아랫부분을 잡고 나머지 네 손가락으로 아래나 위를 잡아줘야 하는기라"
하야테는 직접 모션을 취하며 보충설명을 더했다.
"거기에 없다면 이런 식으로 속 안을 잡는 경우인데 속 안에는 지문 자체가 없었어. 즉, 코튼 중장은 재떨이를 내려치지 않았다는 이야기인기라."
하야테의 설명에 납득했는지 그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으로 시신 옆에 물이 고여 있다고 해서 만일을 대비해서 마리엘에게 부탁해서 조사를 해봤데이.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강력한 냉기를 품은 입자가 물에 포함되어 있던기다."
"강력한… 냉기 입자?"
"아마도 범인은 부엌 테이블에 몰린 코튼 중장이 땀으로 범벅된 손으로 테이블을 짚은 것을 보고 그것을 인멸하려고 했던 걸기다. 물이라면 금방 마를 테고 설사 물이 조금 남아있어도 냉기 입자는 물과 어울려 자연스럽게 소멸될 것이다, 라는 계산이었겠지만… 그들도 이 강우를 예상하지는 못한 것이겠지. 강우로 인해 차오른 차가운 습기는 물이 마르는 시간을 지연시켰고 냉기 입자마저도 어느 정도 남아있게 했지."
하야테는 그러면서 마리엘에게 받은 자료를 보여줬다.
거기에는 물 분자 속에 조금씩 섞여있는 냉기 입자의 모습이 선명하게 찍어있었다.
하야테는 그러면서 한 가지 이야기를 덧붙였다.
"나노하, 페이트. 이 냉기 입자는 상당히 특수한 냉기 입자인기라. 보통 냉기 입자처럼 물과 섞이면 곧 사라지지만 구성식은 일반적인 것과 다르데이."
"그것이 어떻다는 거야, 하야테?"
"혹시 기억나? 전에 성왕교회에서 우리가 만났던 빙결계의 마도사, 유르겐 디트리히"
"…!!"
나노하, 페이트, 하야테에게 충격적인 모습을 선사한 은발의 마도사.
그 모습은 잊을 수가 없었다.
나노하와 페이트의 전력을 쏟아 부은 혼신의 더블 브레이커를 머리와 오른팔을 제외한 모든 부위에 큰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막아내고 반격까지 성공시킨 SDA의 SA 중 한 명.
유르겐 디트리히.
그와 직접 싸워본 페이트의 눈이 흔들렸다.
그는 그 피해를 입고도 버젓이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아랑곳하지 않고 살인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유르겐 디트리히라는 사람이 하야테와 알프의 신경을 끊었다던?…"
샤멀은 당시 하야테와 알프의 신경을 치료하던 때를 회상하며 되물었다.
"응. 내도 그 녀석 때문에 고생 좀 했제"
"그 녀석이… 그런 짓을…"
샤멀은 고개를 숙여 그렇게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조금 우울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하야테는 다시 말을 이었다.
"알프가 치료받고 난 뒤부터 연락이 안 되서 더 구체적인 정보를 모을 순 없었지만, 어쨌든 그 유르겐이 직접 나섰다는 것은…"
"이번 일은 유노가 지시했다는 거군"
"그래서 이제부터 SDA에 대해서 추적을 실시하는 거야. 임시로 재탄생한 우리 기동6과의 비밀미션인 'S Relief'의 첫 단추를 꿰매는 거제. 각자 조사해달라는 것은 했지?"
자료 수집을 맡았던 사람들이 각자 자료를 꺼내 테이블에 올려놨다.
만일에 대비하여 모든 종이서류의 형태로 작성한 자료들을 올려놓고 자피라가 먼저 이야기를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 로엔이라는 이름을 가진 국원은 그 세 명 외에는 없다. 데이터 베이스에 두 명, 그리고 차원기상청에 있다던 한 명. 최근 입대한 국원들의 명단까지 조사해봤는데 새로운 인물은 존재하지 않아. 크로노의 말이 사실인 것 같다."
"음… 그런가. 나노하는 어때?"
"아그리 터너는 레티 제독이 말해줬던 것 외에도 다른 것을 찾아냈어. 먼저, 외차원관리국 소속의 아그리 터너는 최근 파견지에서 처음으로 돌아온 모양이야. 환경부의 아그리 터너는 가끔씩 얼굴을 내비치지만 거의 혼자서 활동하는 것 같아."
"그럼 환경부의 아그리 터너가 조금 의심스럽군…"
"그리고… 이건 신규 등록된 제 106 관리세계에 있는 친구가 알려준 거야. 제 106 관리세계는 제대로 관리국의 혜택을 받지 못했지만 어떤 과학자가 관리국의 기술을 관리국 몰래 그들에게 전해줘서 국가적 영웅 취급을 받는 모양이야. 그 과학자 이름이 통칭 아그리 박사라고 하더라고"
"아그리 박사인가…"
"아그리라는 이름이 흔하지 않다는 것을 고려하면, 아마도…"
"만약 그가 우리가 쫓는 아그리 터너라면 그 사람은 과학자라는 건가?"
모인 정보대로라면 환경부의 아그리 터너가 관리국 상층부와 관련이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아직 섣불리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이건 조사해볼 가치가 있겠고마. 비타는 어때? 그 사건의 내막을 알아냈나?"
"없어, 없어. 제 4 관리세계 사건에 대한 이야기는 공표된 것 외에는 알 수 없었어. 그나저나 오히려 내가 위험해질 뻔 했다니까. 가끔 있는 길 잃은 국원으로 인식된 것만 해도 다행이지. 그나저나 그 녀석들 나를 꼬맹이라고 놀리지 않나.. 으으으…"
비타가 다시 분이 쌓였는지 얼굴이 붉어졌다.
'역시 무리였나.'라고 생각하는 하야테였다.
시그넘과 샤멀이 날뛰려는 비타를 말리는 동안 하야테는 페이트에게 질문을 이었다.
"게리라는 범죄자에 대해서 나름대로 조사해봤지만 차원항행함대에서 게리라는 사람은 금기어였는지 조사하기가 어려웠어. 다행히 우리 함장님이 알려주신 건데 그 게리라는 사람, 지금쯤이면 나이가 좀 있을 거라고 하셨어"
"나이?"
페이트는 자료에서 게리의 활동나이 추정치를 찾아내 모두에게 보여줬다.
"스, 스무살? 첫 활동시기가?"
"응. 14년 전에 함장님이 잠시 일 때문에 함선에서 내려서 화를 면하시고 기적적으로 게리를 안전한 곳에서 한 번 본 적이 있으셨는데, 멀리서 보기에도 꽤 젊은 사람이었다고 하셨어. 많아도 20살 정도일까 라고…"
"그럼, 지금은.. 서른 중반은 됐겠네."
"그렇지."
그를 지켜보던 시그넘이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어쨌든 지금은 그 아그리 터너라는 사람을 찾아내서 추궁하는 방법 외에는 없는 것 아닌가?"
시그넘에 말에 자피라가 끼어들 듯이 말했다.
"하지만 만약 그 아그리 터너라는 인물이 게리를 관리국에 입대시키기 위해 만든 포석이라면…"
"…그렇군... 그런 가능성도…"
의외의 가능성에 멤버들은 고심했다.
만약 그렇다면 아그리 터너에게 정보를 얻는 것은 불가능, 아니 싸울지도 모르는 적에게 정보를 얻는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세월이 지나 실력의 감퇴가 있을 수는 있어도 그는 어쨌거나 그 프레시아와 같은 대마도사. 결코 쉽지는 않겠지"
프레시아 테스타롯사의 당시 실력은 직접 싸워봤던 나노하와 페이트만이 잘 알고 있었다.
당시엔 그녀들이 9살이었다고 해도 유노나 알프, 크로노 등의 힘을 빌려서 겨우겨우 엘하자드로 날려버린 정도였기 때문이다.
물론 나노하와 페이트의 그때와 지금의 실력차를 비교한다면 하늘과 땅 차이겠지만 그래도 쉬운 상대라곤 할 수 없었다.
"어쨌든 아그리 터너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으면 이 이상 진전이 없을 것 같데이. 베롯사에게 조사를 부탁해보고 경과를 지켜보자."
"응"
"그게 제일 좋은 방법인 것 같군요."
일단 첫 단추는 아그리 터너의 행적을 쫓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만약 그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크로노와 코튼 중장의 사건과 SDA와의 관계를 더욱 명확하게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오늘은 해산. 나머지는 전에 말한 대로 행동하고 있는기다. 알긋나?"
"네!"
108 부대에 모였던 인원들이 빠져나간 후, 나노하와 페이트는 한 번 더 크로노에게 찾아가기로 했다.
그녀들은 이번에는 린디 제독와 레티 제독에게 받은 자료의 샘플을 가지고 가기로 했다. 어쩌면 전과는 다른 답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가지고…
아키가 임무를 마치고 차원정보국에 돌아왔다.
검은색과 초록색으로 구성된 제복은 그녀가 지닌 피 냄새를 가볍게 덮어주었다.
차원정보국의 복도를 지나가다 그녀는 안식이 있는 사람을 만났다.
"안녕, 이자벨 대위"
관리국상에서의 그녀의 서류명은 이자벨.
웃기지도 않은 가명이었지만 그녀가 여기에 있기 위한 이름은 바로 이것이었다.
아키가 약간의 미소를 머금고 그녀에게 인사를 돌려줬다.
"네, 케이시 대령님"
"보고하러 가는 거야?"
"네"
메리는 그녀가 왼쪽 어깨에 멘 백팩을 보면서 말했다.
그리곤 한 숨을 길게 내쉬었다.
"하여간 유적발굴부는 이래서 힘들다니까. 만날 밖에 있다가 가끔 돌아오면 보고서나 제출했다가 다시 나가야 하고…"
"…이게 제 일인걸요."
아키는 다시 평소의 표정이 있는 듯 없는 듯이 생긴 얼굴로 돌아와 그녀에게 말했다.
적당히 말을 끝낸 아키는 한 걸음씩 5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밟아갔다.
차원정보국의 5층… 이곳은 국장실과 비서실, 그리고 숨겨진 비밀이 있는 곳.
절묘하게 숨겨져 있는 유리문에 아키는 얼굴을 댔다.
잠시 후 붉은 레이저가 그녀의 동공을 훑은 뒤, 그 문은 그녀를 허락했다.
녹색의 조명이 채워진 길을 지나, 다시 어둠이 기다리고 있는 곳에 들어섰다.
"오, 왔나? A04"
"…더글러스 씨, 웬만하면 제대로 된 교통편을 보내주세요. 제가 아끼는 옷을 다 버렸잖아요."
아키는 가지고 온 가방 속에서 흙과 먼지 범벅에 여기저기 헤진 블라우스와 스커트를 그에게 보여주며 불만을 토로했다.
"미안하군. 하지만 그 지역은 그게 가장 좋은 교통편이었다."
더글러스가 어깨를 으쓱거리자, 아키는 한 숨을 쉬었다.
이를 지켜보고 있었는지 엘렉트라가 웃으면서 계단을 내려왔다.
"하하하하, 그만둬요. 더글러스 씨는 여자의 마음에 대해서는 하나도 모르니까요."
"뭐라고?"
"여자는 미를 위해서라면 약간의 불편함 정도는 견뎌내는 생물이라구요. 그렇죠?"
아키가 그녀의 말에 매우 동의하는 듯 고개를 과하게 끄덕였다. 왠지 모르게 주변에 있던 여성요원들도 비슷한 모션을 취했다.
갑작스런 그녀들의 파상공세에 더글러스는 포기한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그래, 내가 멍청이다. 만족하나?"
"와아― 더글러스 씨를 이겼다―"
웬만하면 웃음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 어두운 공간에 어울리지 않는 것이 채워졌다.
그러나, 곧 공간의 이상 조짐을 빠르게 간파한 누군가가 웃음소리의 사이를 파고들었다.
"이거야 원… SDA에 웃음이라니.. 상당히 색다르군."
"아, A01"
"진호 씨, 언제 왔어요?"
"어젯밤에 돌아왔다. 하지만 곧 나가야 해서 말이야"
그는 귀찮은 듯이 머리를 긁적였다.
SDA 최강의 요원으로 불리는 남자치고는 그의 행색은 그야말로 모습 그대로 30대 중반의 아저씨, 그 이미지였다.
"나간다고? 어딜 간다는 건가?"
"자원봉사다. Y에게도 말해 놨다."
"아, 그거 말이군."
"에? 그거라뇨?"
엘렉트라의 질문에 진호는 안경을 고쳐 쓰며 이야기했다.
"궁금한가? 마침 잘됐군. 엘렉트라도 따라와라"
"네?"
"실은 결계마법을 쓸 요원이 필요한데, 다 임무에 나가서 자네 밖에 없단 말이지"
"도대체 뭘 하는데 결계가 필요한 거예요?"
"그러니까 따라와 보면 안다고 했지 않나? 아무튼 사복으로 갈아입고 떠날 준비를 마쳐라. 난 Y에게 보고하겠다."
엘렉트라는 순간 그를 골려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그녀에게 있어서 좋은 소재가 마련된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최대로 낼 수 있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어머… 설마 데이트? 그건 안돼요~ 제가 아무리 아름다.."
진호는 그녀의 말에 신경도 쓰지 않고 나가버렸다.
그가 대꾸도 하지 않은 탓에 그녀는 무안하게 그 자리에서 서있었다.
왠지 모르게 웃긴 상황이 만들어져버렸다. 그 냉정한 더글러스조차도 이번엔 겨우겨우 웃음을 참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입 안에 갇혀있던 공기가 조금씩 새는 소리가 들려왔다.
엘렉트라는 그 자리를 어서 벗어나고 싶었다.
아니, 벗어나지 않으면 여러 의미로 위험했다.
"정말!!"
그 외침과 함께 엘렉트라는 빠른 걸음으로 탈의실로 향했다.
그녀가 남기는 흔적마다 웃음은 점점 커져갔다.
한편, 진호는 국장실에서 그의 자원봉사에 대한 보고를 막 끝마쳤다.
"여기까지가 오늘 일정입니다."
"알겠습니다."
서류를 넘겨받은 진호는 가볍게 거수경례를 하며 몸을 돌리려는 모션을 취했다.
하지만 진호는 그의 몸을 돌리지 않고 다시 자세를 바로 잡았다.
유노가 그를 다시 쳐다보자, 진호는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예의 그 건은 어떻습니까? 너무 처리를 느슨하게 했다고 생각합니다만…"
진호의 물음에 유노는 슬며시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제가 처리를 그렇게 한 것은 다 이유가 있어서 입니다."
"그 건을 조사할 가능성이 있는 것은 린디 제독과 레티 제독 정도입니다. 비록 그들이 상층부에 대한 조사를 꺼려하긴 하지만 미래의 위협이 될지도 모르는 그들을 처리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들은 관련인이기 때문에 더욱 처리하기 힘든 겁니다. 접촉 여부는 확실하지 않지만 만일을 대비해서 데니스 부함장은 출장 명령으로 처리했지만 본국사령부 소속인 린디 제독, 레티 제독을 모두 처리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기억조작은 크로노 제독의 경우 친분의 힘으로 운 좋게 성공했지만 상식적으로 고위급을 대상으론 불가능입니다. 그들은 출장을 보내는 것도 불가능하고 그렇기에 남은 수단은 자살로 위장한 살해인데 설령 자살이라도 그들이 죽어버리면 크로노 제독 주변의 인물 3명이 죽어버리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관련성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다른 세력의 조사가 정당해지고 이건 상층부도 막기 힘들 겁니다. 어차피 그녀들은 조사에 대한 의지가 없으니 이정도가 가장 적절합니다."
유노의 대답은 그에게 충분하지 않았다. 아니, 그렇다 라기 보단 원래의 질문의 답은 됐지만 새로운 의문이 생겼다.
그는 다시 유노에게 재 질문을 했다.
"다른 조사 세력이 있단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그들은 우리가 하는 행위를 어느 정도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잘하면 당신의 존재에 대해서도 어렴풋이 알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갑작스레 다가온 자신의 존재에 대한 위협.
물론 진호는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지만 신경은 쓰였다.
전 차원에서 시공관리국을 유린하던 S급 범죄자라는 자신의 과거가 드러나면 관리국에 머무른다는 것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곧 '게리'가 아닌 '선우진호'라는 자신의 본명을 걸고 관리국에 온 의미가 없어진다는 것이기도 했다.
그의 머릿속에서 생각할 수 있는 단체들을 골라내봤다.
"……설마 RAT를 말하시는 겁니까? 물론 RAT가 장관 직속이나 독자적인 행동과 판단이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저의 존재까지는…"
"아니요. RAT가 이 건에 관여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수렴합니다. 그들은 이런 사건엔 흥미가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성왕교회입니까?"
유노는 고개를 저었다.
그의 깊고 어두운 보라색의 눈동자가 유노를 주시했다.
"그렇다면 누가…"
"그것을 알고 싶다면 이번 자원봉사에선 조금은 허술하게 행동해도 될 겁니다."
진호는 그의 진의를 알 수 없었다.
유노가 말한 어떤 세력이라는 존재가 자신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다면 오히려 좀 더 신중하게 행동해야 말이 맞는 것이다.
자신의 존재를 최대한 숨긴 채 오히려 적의 정체를 밝혀내는 것이 정석. 이것은 비밀조사의 기초 중의 기초다.
하지만 진호는 그에 대해 더 이상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첫째로 괜히 피곤해질 것이고, 둘째로 그의 의중을 미리 보는 것은 왠지 재미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존재를 위협하는 존재. 그것은 신경이 쓰이는 일이었지만 한편으로는 하나의 재미라고 그는 생각했다.
가볍게 유노에게 인사를 한 후, 밖에서 조금은 지루한 표정으로 서있던 엘렉트라와 함께 아래로 내려갔다.
하라오운 가에 찾아온 나노하와 페이트를 에이미가 반갑게 맞이했다.
에이미는 그녀들에게 따듯한 차를 내준 후 방으로 들어가 쉬고 있던 크로노를 데리고 나왔다.
아직 코튼 중장의 죽음에 대한 충격은 완전히 가시지 않았지만 그는 전보다는 많이 좋아진 상태였다.
"크로노, 기분은 어때?"
"이제는 조금 나아졌어. 한 주 정도만 더 쉬면 다시 임무에 복귀할 수 있겠지. 코튼 중장님이 못 다 이룬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내가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돼."
페이트는 그런 크로노를 보면서 조금은 우울한 표정을 보였다.
그가 누군가에 의해서 타살당한 것을 크로노에게 알려주지 못한다는 사실은 그녀를 더욱 가슴 아프게 했다.
'이번 사건이 타살이란 사실은 아직 외부에 알려져서는 안된데이. SDA에 대한 확실한 행적을 잡고 모든 증거가 갖춰져야만 확실하게 그들의 살인행위를 방지하고 유노를 구할 수 있는기다.'
하야테의 그 말을 상기하며 페이트는 마음속을 다잡았다.
나노하가 다시 크로노에게 자료를 보여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크로노, 다시 한번 물을게. 당시에 차원정보국에서 어떤 것을 물어본 거야?"
크로노는 한 숨을 깊게 내쉬며 말했다.
"내 말은 똑같아. 내가 제 4 관리세계에서 겪은 파이어 스톰에 대해서 유노에게 물어본 것 뿐이야"
"그럼, 왜 린디 씨나 레티 씨에게 그런 것들을 물어본 거야?"
"파이어 스톰을 처음 겪어봐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대함능력을 가진 마도사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다가 게리라는 놈이 얻어 걸린 것뿐이야. 지그하르트 감찰관의 통신기록은 나에 대한 통신누락 가능성에 대한 조사용, 로엔은 감찰관님에게 파이어 스톰 주의를 알려준 차원기상청에 근무하는 신입국원이고, 인사변동을 물어본 것은 그 건으로 인해 나와 코튼 중장에 대한 견제움직임을 주시하기 위해 물어본 것뿐이라고. 아그리 터너는 그저 우연으로 나온 이름이지."
그의 대답은 전과 똑같았다.
자료를 들이밀어 봐도 완벽하게 아귀에 맞는 크로노의 일관된 대답이 돌아왔다.
오히려 그녀들이 '정말 그런 것인가?'라고 설득당할 뻔할 정도로 치밀했다.
나노하는 그의 대답에 지지 않듯 재 질문을 했다.
"하지만, 뭔가 이상해. 너랑 코튼 중장님이 함선 무단 출격과 물품 무단 반출이라는 범죄에 가벼운 근신 처분만을 당하고, 네가 차원정보국에서 돌아온 뒤에 갑자기 과로로 쓰러진 후 몰두하던 어떤 것을 그만 둔 것, 그리고 뒤이어 코튼 중장님이 갑자기 자살했다니… 뭔가 이상하다구."
"장성급 이상에 대한 근신처분은 이 세계에선 흔한 일이란 것은 너희들도 잘 알잖아. 그리고 과로는 상관에 대한 스트레스로 얻은 거고 몰두하던 것은 없었다고 말했잖아. 그게 중장님의 자살이랑 무슨 관계가 있는 거지?"
"하지만…"
크로노는 다시 한 숨을 쉬며 나노하와 페이트에게 말했다.
"이제 그만 돌아가. 코튼 중장님의 일은 이제 잊고 싶은 기억이야."
"하지만 분명히 크로노는 뭔가 일을 당한 것이 틀림없다구!"
"맞아, 분명히 그럴…"
"시끄러워―――――"
크로노는 테이블 위에 있는 찻잔을 향해 팔을 휘둘렀다.
장인이 제법 공들였을 장식은 땅과 조우하며 산산조각이 났다.
찻물이 조각들 사이를 뒤덮었다.
"너희들이 무슨 의도를 가지고 나에게서 뭘 알고 싶은지 모르겠지만, 유감이다! 난 너희들이 원하는 정보를 몰라! 코튼 중장님의 일 때문에 가뜩이나 스트레스인데 너희들까지 이러는 거야?!"
"그, 그건…"
"크로노! 그렇다고 화를 낼 것까진…"
"시끄러워, 에이미!!"
한껏 인상을 쓴 크로노는 무서운 표정으로 3명을 쳐다봤다.
그 얼굴은 정말 건드리지 말아야할 얼굴이었다.
이렇게 극도로 화가 난 크로노의 얼굴은 그녀들도 본 적이 없었다.
그것은 십 수 년의 소꿉친구로서도 아닌, 하라오운 가의 아버지로서도 아닌, 시공관리국의 차원항행함대 제독으로서의 분노였다.
갑자기 큰 소리에 놀랐는지 방 안에 있던 아이들이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울음소리가 들리자, 에이미는 황급히 애들에게 달래기 위해 방으로 들어갔다.
아이들의 울음소리에 크로노는 다시 인상을 조금 풀고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나노하와 페이트를 바라봤다.
"아무튼 돌아가! 난 더 이상 할 말 없어. 페이트, 내가 오빠로서 부탁할게. ……지금은 혼자 있고 싶다."
결국 나노하와 페이트는 아무런 소득도 얻지 못하고 하라오운 가에서 쫓겨나듯 나왔다.
나노하는 하라오운 가의 앞에 있는 벤치에 주저앉았다.
그야말로 여러 의미로 전력전개를 당한 나노하였기에 그녀는 피곤해졌다.
"결국 아무 것도 얻지 못 했네…"
"하지만 오빠의 심정도 이해가 돼. 갑자기 소중한 사람을 잃었는데 우리가 거기에 대해서 집요하게 묻기만 하고…"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유노는……."
크로노에게서 결정적인 정보를 얻을 수만 있다면 단번에 그를 돌려놓을 수 있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일에 나노하는 분했다.
나노하의 눈에서 다시 투명한 액체가 맺히기 시작했다.
그런 나노하를 페이트는 앞에서 가볍게 안으며 등을 다독였다.
"걱정 마, 유노는 반드시 돌아올 거야. 전에 네가 그랬잖아. '유노가 마지막으로 한 말은 상냥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말' 이라고. 분명히 유노는 우리 손으로 구해낼 수 있을 거야"
"…응"
성왕교회에서의 예전과는 달리 변해버린 그와의 첫 만남…
그리고 그 유노가 자신에게 남긴 마지막 말…
나노하는 결코 잊을 수 없었다.
'과거의 나는… 죽었다고 생각해줘. 부탁이야'
그것은 그에게 아직 나노하에 대한 상냥함이 남아있다는 증거였다.
그것은 유노가 다시 돌아올 수 있는 한 가닥 희망이었다.
그것은 나노하에게 희망이었다.
[I think so too. Master, your courage that he will come back to us maintain.]
레이징 하트의 격려의 말이 나노하에게 큰 힘으로 다가왔다.
"고마워, 레이징 하트. 나 포기하지 않을 거야!"
[Sure]
조금 기분이 풀렸는지 나노하는 벤치에서 일어나 양팔을 하늘을 향해 뻗어 기지개를 폈다.
인공이지만 상쾌한 공기가 그녀들을 스쳐 지나갔다.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자, 나노하와 페이트는 서로를 쳐다보며 웃었다.
[――Message arrived. From Hayate Yagami]
갑자기 하야테로부터 통신전문이 들어왔다.
레이징 하트를 통한 연결. 도청을 염려한 행동이었다.
레이징 하트의 구체를 중심으로 조그만 창이 떠올랐다.
거기에는 베롯사가 뭔가 알아냈다는 단문만이 적혀있었다.
"벌써? 뭔가 움직임이 있는 건가?"
"좋아, 일단 미드칠더로 다시 가보자."
"응"
SDA에 대한 실마리를 풀 수 있을지도 모르는 한 걸음의 성과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녀들에게 있어 그것이 사소한 것이든 결정적이든 상관없었다.
그걸로 유노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간다면 그것이 그녀들에게 있어서 최고의 소득일 것이다.
-------------------------------------------------------------------------------------------------------
네, 이제부터 시리어스물에 제목이 붙었습니다.
이것은 이제 장편물로 전환됩니다.
물론 그 전에 관련된 이야기들도 이쪽 부류지만 이 제목은 안 붙일 겁니다.
본격적으로 다시 임시로 설립된 기동 6과(군의 눈을 피하는 법은 나중에 설명)와 시공관리국의 차원정보국 산하 비밀조직 SDA와의 싸움이 대주제로 스토리가 진행되는 것이죠.
앞으로는 밝은 스토리는 자제할 예정이고 이것을 위주로만 작성할 겁니다.
뭐, 꾸준히 봐주시는 분들은 적절하게 봐주시고 지적할 부분도 적당히 지적해주시면 좋겠네요. ~_~
다음 편은 시험기간 끝나고 ~_~
- 막간 작가의 막장 설정 공개
제임스 코튼 중장 살해 방법
- 어디선가 보셨다면 보셨을 겁니다. 네, 이것은 가끔 추리물에서 나오는 자살 위장용 살인 방법입니다. 이런 식의 살해 방법은 범인에게 피가 튀기지 않고(혹은 극소량만이 튀고) 자살로도 위장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이것을 쓰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몸을 순간적으로 고정해야 하며, 피해자가 주로 사용하는 손을 사전에 알아야 하고 흉기가 조금 소형이어야 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자칫하면 피해자의 저항을 최소하기 위해서 피해자의 몸을 잡을 때 자국이 남거나, 체모가 떨어질 가능성도 있지요. 뭐, 이 경우에는 판타지 세계에서나 가능한 고속 이동이 가능하므로 잡을 필요가 없었지만요.
아무튼 꽤 인상적인 트릭입니다.
AMF(Anti Magic Field)의 입수
J.S 사건의 주역, 제일 스칼리엣티가 완전하게 만든 對 마법병기인 AMF 기술에 대한 완벽한 해석은 사건 종결이 된지 1년 뒤에나 정립되었다. 시공관리국 상층부는 이를 이용할 좋은 방안을 구상해봤지만 AMF가 악용될 우려가 있음을 인식한 의회는 AMF 기술의 제한적 사용안을 결의했다. 안에 따르면, AMF 기술의 활용은 함선의 장치, 대 테러용 관리국 전용 장비, 전쟁시 최소한의 방어병기용도로 제한되었다.
미드칠더력 126년 중순, 유노 스크라이어의 요청으로 대 테러용도로 발생장치가 10개 정도 따로 제작되여 SDA에게 넘겨졌다. 넘겨진 AMF 필드 장치는 효과적인 암살 및 테러 활동에 주효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것은 나노하에게 희망이었다.
[I think so too. Master, your courage that he will come back to us maintain.]
레이징 하트의 격려의 말이 나노하에게 큰 힘으로 다가왔다.
"고마워, 레이징 하트. 나 포기하지 않을 거야!"
[Sure]
조금 기분이 풀렸는지 나노하는 벤치에서 일어나 양팔을 하늘을 향해 뻗어 기지개를 폈다.
인공이지만 상쾌한 공기가 그녀들을 스쳐 지나갔다.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자, 나노하와 페이트는 서로를 쳐다보며 웃었다.
[――Message arrived. From Hayate Yagami]
갑자기 하야테로부터 통신전문이 들어왔다.
레이징 하트를 통한 연결. 도청을 염려한 행동이었다.
레이징 하트의 구체를 중심으로 조그만 창이 떠올랐다.
거기에는 베롯사가 뭔가 알아냈다는 단문만이 적혀있었다.
"벌써? 뭔가 움직임이 있는 건가?"
"좋아, 일단 미드칠더로 다시 가보자."
"응"
SDA에 대한 실마리를 풀 수 있을지도 모르는 한 걸음의 성과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녀들에게 있어 그것이 사소한 것이든 결정적이든 상관없었다.
그걸로 유노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간다면 그것이 그녀들에게 있어서 최고의 소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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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제부터 시리어스물에 제목이 붙었습니다.
이것은 이제 장편물로 전환됩니다.
물론 그 전에 관련된 이야기들도 이쪽 부류지만 이 제목은 안 붙일 겁니다.
본격적으로 다시 임시로 설립된 기동 6과(군의 눈을 피하는 법은 나중에 설명)와 시공관리국의 차원정보국 산하 비밀조직 SDA와의 싸움이 대주제로 스토리가 진행되는 것이죠.
앞으로는 밝은 스토리는 자제할 예정이고 이것을 위주로만 작성할 겁니다.
뭐, 꾸준히 봐주시는 분들은 적절하게 봐주시고 지적할 부분도 적당히 지적해주시면 좋겠네요. ~_~
다음 편은 시험기간 끝나고 ~_~
- 막간 작가의 막장 설정 공개
제임스 코튼 중장 살해 방법
- 어디선가 보셨다면 보셨을 겁니다. 네, 이것은 가끔 추리물에서 나오는 자살 위장용 살인 방법입니다. 이런 식의 살해 방법은 범인에게 피가 튀기지 않고(혹은 극소량만이 튀고) 자살로도 위장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이것을 쓰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몸을 순간적으로 고정해야 하며, 피해자가 주로 사용하는 손을 사전에 알아야 하고 흉기가 조금 소형이어야 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자칫하면 피해자의 저항을 최소하기 위해서 피해자의 몸을 잡을 때 자국이 남거나, 체모가 떨어질 가능성도 있지요. 뭐, 이 경우에는 판타지 세계에서나 가능한 고속 이동이 가능하므로 잡을 필요가 없었지만요.
아무튼 꽤 인상적인 트릭입니다.
AMF(Anti Magic Field)의 입수
J.S 사건의 주역, 제일 스칼리엣티가 완전하게 만든 對 마법병기인 AMF 기술에 대한 완벽한 해석은 사건 종결이 된지 1년 뒤에나 정립되었다. 시공관리국 상층부는 이를 이용할 좋은 방안을 구상해봤지만 AMF가 악용될 우려가 있음을 인식한 의회는 AMF 기술의 제한적 사용안을 결의했다. 안에 따르면, AMF 기술의 활용은 함선의 장치, 대 테러용 관리국 전용 장비, 전쟁시 최소한의 방어병기용도로 제한되었다.
미드칠더력 126년 중순, 유노 스크라이어의 요청으로 대 테러용도로 발생장치가 10개 정도 따로 제작되여 SDA에게 넘겨졌다. 넘겨진 AMF 필드 장치는 효과적인 암살 및 테러 활동에 주효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글루스 가든 - 이글루스 리리컬 동맹단 가든지부
할일: 팬픽(SideStory)




2009-05-16 02:57 #
2009-05-23 01:08 #
아무튼 정말 본격적이군요 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