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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심히 절박하였으나: 말러, 교향곡 제 5번 & 모차르트 교향곡 35번 "하프너" - 클라우스 텐슈테트, 런던 필하모닉, 1984(Tokyo FM)
at 2009-10-24 23:04:06 2 comment

- 무척이나 마초적이고 무거우면서 강한 해석이 텐슈테트의 말러이다. "가장 처절하고 비극적인"이라는 수식어가 그의 연주에는 늘 따라다닌다. 그런데 한번 쯤 생각해보자. 말러가 진짜로 그렇게 오로지 번뇌와 고통에 몸부림쳤던 인간이었는지를. 물론 그의 교향곡들이 밝음보다 어두움의 색조가 더 강한건 사실이나, 그렇다고 해서 하드보일드한 느낌으로만 말러를 바라보는 것은 오류가 아닐지. 내가 텐슈테트의 말러를 받아들일 수 없는게 바로 이 점 때문이다.
- 이 음반에 수록된 연주 역시 전형적인 "텐슈테트 식" 말러. 다만 아무래도 아직은 병마에 덜 고통받던 시절이라 그런지, 이후의 여러 녹음들보다는 강과 유 사이의 균형감이 잡혀있는 편이다. 1악장의 도입부부터 한껏 절박한 티를 내는 것이 영락없이 "나는 정말 심각한 상황이다"라고 외치는 모양새지만, 어째서인지 뒤로 갈수록 힘이 빠져나가기 시작한다. 1, 2악장에서 느껴지던 긴장감과 절박함은 3악장을 넘어 4악장 아다지에토에 이르면 이미 희박해진다.
- 끝까지 "텐슈테트"스럽기를 원하는 입장이라면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진지하고 심각하기만 해서 더 듣기 힘들 지경에 이르기보다는 차라리 이 편이 나은 건지도? 1991년의 말러 6번 실황(Tosiba EMI)는 "광폭하다"고까지 평해지는 소위 "명연"이라지만, 솔직히 그렇게 극단적으로 균형이 무너진 연주는 CD 띠지에 쓰여진 문구 그대로 "폭연", 그러니까 음악과 청자에 대한 테러 행위나 마찬가지라고 감히 비판해본다. 그 지경까지는 안 갔으니 참으로 다행이 아닐 수 없다.
- 두 번째 CD에 지휘자 인터뷰 녹취와 함께 실려있는 15분짜리 "하프너"는 "텐슈테트 식 말러"에 시달려서 지친 마음을 상쾌하게 풀어주는, 숙취 후 해장국 같은 연주. 사실 우리가 진정 주목해야 할 텐슈테트는 오히려 이 쪽일지도 모른다. 지휘자 본인도 그 쪽을 더 바라고 있진 않았을까? 괜시리 괴팍하고 처절한 이미지로 기억되기보다는 말이다.
- 사실 텐슈테트의 말러 교향곡 해석의 방식과 그 결과물에 대해서는 과대평가된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고 본다. 상당수 애호가들이 텐슈테트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실제로 뛰어난 해석과 연주를 들려주기 때문이라는 점 보다는 음악 외적인 이유, 그러니까 말년에 병마에 고통받았던 것과 스튜디오 녹음보다 실황 쪽에서 더 훌륭한 성과를 올렸다는 것 등에 있는 게 아닐까.
ps: 이런 연주도 정식 음반화되는 일본의 클래식 음악계 사정은 참으로 부럽기 그지 없다. 음반 시장의 사정으로만 보면 요새는 되려 본고장인 유럽과 미국 등지보다 더 훌륭한 환경에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이글루스 가든 - 클래식 음악 듣기
할일: 말러 교향곡 전 곡 듣기.



2009-10-25 02:17 #
특히 일본은 구하기 힘든 놈을 구하기 좋은 곳이지요. 다만 요즘 엔화가 좀 쎄다는 문제점이..
(칼 리히터 베르디의 레퀴엠이 일제 로컬로 나와서 구하려고 했더니, 엔화의 압박이;;)
2009-10-29 14: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