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의 집 (1) - 1
at 2006-04-09 16:11:11 0 comment
마차에서 내려선 그의 얼굴이 모자 밑으로 드러났을 때, 르 로엔그린 가문의 집사는 그가 잘 봐줘야 겨우 십대 후반인 앳된 젊은이라는 사실을 간파했다. 그러나 이제 육십줄에 접어든 집사는 어떤 말이 긍지높은 파이터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지조차도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그리하여 노집사는 그저 빙긋 웃으며, 넋나간 듯이 대저택을 올려다보고 있는 이 소년 파이터를 향해 간략히 소개하듯 말했을 뿐이다.
" 잘 오셨습니다. 이곳이 바로 르 로엔그린 가의 본산, 루로열 저택입니다. 이제부터 당신이 기거하며 르 로엔그린 백작님을 위해 힘이 되어주셔야 할 곳이지요. "
" 여기가... 루로열? "
아무리 어려보인다 하더라도, 신대륙의 날고 긴다는 갑부들 깨나 보고 자신의 칼솜씨 하나만 믿고 산전수전 다 겪었을 파이터다. 르 로엔그린 가와 계약하기 직전까지도 온갖 임무를 수행하며 세상을 깨쳤을 그 젊은이인데도 눈앞에 서 있는 저택 앞에서는 그저 압도당한 듯한 표정만 멍하게 짓고 있을 따름이다. 정원에는 수령이 적어도 60년 이상 되었을 고목들이 매캐한 냄새를 풍기며 치렁치렁 가지를 늘어뜨린 채 줄지어 서 있는데, 그보다도 더 나이먹은 듯한 저택이 거대한 위용에 스스로 질린 마냥 새벽 안개 속에 서서히 실루엣을 드러내고 있었다. 수백 개는 되어보이는 길고 좁은 창문들이 줄지어 빽빽이 늘어선 것이 꼭 창을 치켜세운 군사들 같다. 젊은, 아니, 이 저택 앞에 어린애와 다름없는 파이터는 마른침을 꿀꺽 삼킨 후에 입을 열었다.
" 대체 지은 지 몇 년이나 됐죠? "
" 개척왕이 이름을 날리기 전에도 신대륙에는 사람들이 모이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의 건물로, 아마 리볼도외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을 꼽으라면 그중 다섯 손가락 안에는 들어갈 겁니다. 근처 사람들은 이곳을 바람의 집이라고도 부르는 것 같습니다만. "
" 바람의 집.... "
나직이 그 이름을 되뇌이는 것만으로도 마음 속에 서늘한 미풍이 밀려오는 것만 같다. 집사는 주제넘은 짓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손을 뻗어 젊은이의 어깨를 친근하게 살짝 어루만졌다.
" 자, 백작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러고보니 이름이 뭐라 하셨죠? "
다 알면서도 의뭉스럽게 다시 한번 묻는다. 파이터 젊은이는 비로소 자신의 직분을 깨달았는지 턱을 치켜올린다. 앞챙이 튀어나온 경쾌한 모자 사이로 유난히 푸르고 깨끗한 눈빛이 잊었던 자존심을 곧추세우는 것만 같았다.
" 유더, 유더 캐넌. "
" 틀렸습니다. 당신은 오늘 부로 유더 르 로엔그린입니다. 카스펠로윈 백작 르 로엔그린 님의 식솔로서 목숨마저 기꺼이 바칠 수 있는 가신 일 세대가 될 남자 아닙니까. "
사명을 일깨워주려는 듯 노집사의 목소리가 굵어진다. 그 말에 정신이 번쩍 든 듯 유더는 눈썹을 지그시 모았다가는, 군인다운 절도있는 발걸음으로 루로열 저택의 정문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안내 따위는 필요없었다. 그는 이미 이 바람의 집의 일원이었으므로.
심호흡을 하고 문을 노크했다. 노집사 에이머스의 말로는 이 저택에는 1층에만도 대살롱을 포함해 양쪽 윙사이드에 소규모 살롱이 하나씩이 딸려있다고 했다. 물론 시절이 좋다고는 하지만 이 풋풋한 신대륙에 매일같이 살롱을 열고 향수냄새 그윽한 귀부인이나 젊은 혈기 가득한 신사분들을 접대할 일이 있을 리 만무하다. 그런고로 정면 홀에 딸린 대살롱은 잠궈둔 채 일주일에 한번 대청소 때나 열어볼 뿐이고, 동쪽 소살롱도 조용한 것을 선호하는 르 로엔그린 백작의 취향 탓에 대부분 닫아두고 있다고 한다. 남은 건 서쪽 윙에 딸린 소살롱 <시그너스 룸> 뿐인데, 바로 이곳이 <그들>에게 개방된 응접실로 쓰이고 있다.
바로 르 로엔그린 가의 가신들, 유더 같은 자들 말이다.
귀족의 권위란 것도 광활하고 야성적인 신대륙의 토지에 와서는 옅어졌는지, 예전 같으면 사관학교 출신이나 최소한 준남작 집안 정도는 되는 자나 백작 가의 가신으로 어울린다고 호들갑을 떨겠다만 이곳 그라나도 에스파다에서는 사정이 달랐다. 그 때문에 기회의 땅이다 자유와 황금의 대륙이다 어쩌고 하며 뜨내기들이 더욱 몰리는 것이겠지만. 유더는 살롱 문을 밀고 들어서며 실소를 흘렸다. 그렇게 따지자면 자신이야말로 뜨내기 중의 뜨내기, 아주 훌륭한 천출 아니던가. 아마 할아버지의 아버지 대였지? 사형집행 직전에 국왕의 사면 처분으로 강제노역 일꾼으로서 신대륙행 배에 사슬 바람으로 가축처럼 탔던 게.
고상한 출신들께서 들으시면 콧잔등을 찌푸리며 깃털 부채를 부칠 노릇이다. 그런 자신이 당당하게 르 로엔그린 백작가의 살롱에 들어서고 있다. 게다가 정식은 아니지만 가신으로서 르 로엔그린의 이름으로 백작가의 공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허가받기까지 했다. 르 로엔그린이 어느 집안이란 말인가. 불과 80년 전만 하더라도 본토에서는 국왕의 최측근으로서 기침만 해도 나는 새를 떨어뜨릴 수 있다던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던 명문가 아니던가. 비록 카스펠로윈 백작이 직계가 아니고 게다가 본국의 사촌들 권력싸움에서 기세가 꺾여 퇴출된 신세라고는 해도, 르 로엔그린이 어디 가는 게 아니었다.
자, 그러니까 진정해! 진정해라, 심장아!
유더는 고개를 크게 내저었다. 조금 전부터, 아니, 실은 루로열에서 보낸 마차에 탈 때부터 이미 가슴은 터져나갈 것만 같았다. 아니, 조금만 더 정직하자. 얼굴도 모르는 르 로엔그린 백작에게서 파견된 사무원이 방문하여, 르 로엔그린 백작께서 토너먼트에서 보인 당신의 활약에 깊은 감명을 받으셔서 당신과 계약을 맺고 싶어하신다며 정중하게 가죽 장정으로 둘러싸인 서류를 내밀 때부터 이미 심장은 폭발하기 일보직전이었다.
정신 똑바로 차려, 유더 캐넌. 이 기회를 놓치지 마.
소살롱 안은 밤새 난롯불을 때웠는지 꽤 훈훈했다. 유더는 고개를 똑바로 치켜들려 했으나, 정면에 위치한 커다란 창에서 바늘처럼 내리꽂히는 아침 햇살 탓에 눈을 찌푸리고 말았다. 그때 귓가에 작게 킥킥대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 또 촌뜨기 하나 등장이네. "
반사적으로 인상을 썼으나, 그다지 적대적인 어조는 아니었다. 그보다는 더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음색이다. 마치 노래하는 것처럼. 유더는 고개를 돌렸고, 그제야 난롯가 근처 양탄자 위에 푸른 드레스 자락을 펼친 채 앉아있는 한 여성을 알아보았다. 너붓거리는 금발 웨이브가 앉은 키를 넘어 드레스 자락과 함께 흩어져 있는데 이쪽을 빤히 바라보는 두 눈은 적나라한 호기심을 감출 생각도 않고 있었다. 드러난 가슴의 우유빛 속살이 눈부셨다. 유더는 자신도 모르게 너무 오래 그 살빛 위로 시선을 주고 있었다는 걸 깨닫고 황급히 얼굴을 붉히며 눈길을 거뒀다. 그녀는 무심한 얼굴 위로 픽 하고 다시 한번 웃음을 흘렸다.
" 자세히 보니 아직 어린애로군. 뭐야, 검사? 파이터? "
" 파이터, 유더요. "
어차피 그쪽도 얼굴만 봐서는 마찬가지로 어린애 아닌가. 한바탕 패악을 부리고 싶었지만 여전히 뚫어져라 바라보는 새파란 눈동자와 농후한 연분홍 입술에 기가 질려 마음먹은 대로 대꾸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귓가에 걸린 요란한 귀고리를 보란 듯 짤랑거리며 고개를 치켜들었다.
" 난 에포니나. 이래뵈도 이중에서 제일 고참이라고. 마법에는 꽤 자신이 있으니까 마음에 안 드는 녀석이 있으면 말만 해. 언제든 지져줄게. "
워록인가! 저 가냘픈 체구로, 신대륙 최강의 마법사라 불리우는 워록이라고? 유더는 쓴웃음을 삼켰으나 에포니나는 그를 내버려 둘 기색이 아니었다. 그녀는 가느다란 팔목을 들어 살롱 안을 한바퀴 휙 돌아보였다.
" 긴장 풀어. 여긴 친구들이 많으니까. 뭐, 다들 최근 한두 달 새 도착했으니 사정은 다 너와 마찬가지로 고만고만하지. 이봐, 다들! 설마 졸고 있는 거야? 신참이 왔잖아. 자기 소개라도 한번 해 봐. "
어둠 속에서 낄낄대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유더는 미처 살롱 안의 사람들을 다 파악하기도 전에 그쪽부터 쳐다보고 말았다. 허둥대는 모습을 보이다니 실수다, 라고 생각했으나 이미 늦었다. 살롱 안에서도 가장 난롯불빛이 안 드는 구석 자리에서 한 남자가 너무나 태연한 모습으로 불쑥 면상을 들이밀었다.
" 여왕님 말씀인데 누가 감히 거역하리. 그런데 어차피 다 같은 신센데 고참이니 신참이니 우습지 않아? "
" 불만이면 네 방으로 가던가. "
에포니나는 도도하게 대꾸하며 가터벨트와 스타킹이 그대로 드러난 맨다리를 드레스 자락 밖으로 쑥 내밀었다. 어디다 시선을 둬야 좋을지 몰라 유더는 그저 애매하게 새로 등장한 사내의 이마팍을 노려볼 수밖에 없었다. 염소수염을 기른 넉살 좋아보이는 사내는 모자를 벗고 꾸벅 인사를 했다. 그 바람에 유더도 생각지도 않게 얼결에 모자를 벗었다.
" 여어, 유더라고 했나? 난 워반. 함정설치와 구호 기술자이지만 지금은 일이 없어서 보다시피 여왕님 말상대나 해 드리고 있는 참이지. "
아니나 다를까. 실내에서도 허리띠와 벨트에 주렁주렁 매단 수도 없이 많은 가죽가방과 주머니가 사내의 출신을 짐작케 했다. 길고 맷집없이 생긴 몸매에도 불구하고 빈틈 하나 없어 보이는 저 몸가짐도 그렇다. 스카우트였군. 유더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역시 재력가 르 로엔그린 가 답다. 고용조건이 까다로운 워록과 스카우트를 한꺼번에 들이다니. 누가 봐도 꽤나 공격적인 신대륙 개척 경쟁에 나설 것이라는 점이 자명하다. 그렇다면 저기 남은 두 남자의 성분도 짐작이 간다.
옷깃을 높이 세운 채 벽난로의 맨틀피스에 기대어 있는 단정한 미남에게서는 희미하게나마 총포의 화약 냄새가 체취인 양 매혹적으로 풍겨왔고, 대조적으로 소파 위에 불손하게 반쯤 누운 검은 곱슬머리 사내는 섬세하고 신경질적으로 가느다란 골격이 전형적인 마법사 풍이다. 예상을 뒷받침하기라도 하려는 듯, 에포니나가 심드렁하게 각각 소개했다. 소개라기보다는 그저 이름을 읊는 것에 불과하다만.
" 저기 팔자 늘어진 두 양반들 보이지? 저쪽이 카시드렐, 이쪽이 레스테어. 보다시피 총사와 위자드. 자, 각자 할 말 있으면 해. "
" 안녕, 어디서 날아온 작은 새지? "
얇은 입술 위로 미소를 머금으며 마법사 레스테어가 말을 건넸다. 살짝 놀리는 듯한 어투다. 유더는 딱딱하게 받았다.
" 파이터다. 그런 농담은 질색이야. "
" 이런이런. "
짐짓 놀랐다는 듯, 레스테어는 흰 장갑 낀 손을 들어 과장스러운 제스쳐를 취했다. 누가 봐도 놀리는 게 분명하다. 벌써부터 워반은 저쪽에서 재미있는 꼴을 다 보겠다는 듯 이를 드러내고 웃고 있었다.
" 그렇다면 검을 찬 작은 새로군. 그 반짝이는 금발은 누구에게서 받은 거지? 햇님의 선물인가? "
두 말 할 것 없었다. 유더는 빠르고 신속했다. 뜨거운 석탄 덩어리도 그냥 쥘 수 있을 만큼 두툼한 가죽장갑이 주먹을 꽉 그러쥔 채 날아들어 왔을 때, 제 아무리 날렵한 마법사라 해도 등줄이 오싹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레스테어는 여유있게, 최소한 여유를 가장하고는 살짝 고개를 틀어 우아하게 그 주먹을 받아냈다. 실로 놀랄 만한 움직임이었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고, 레스테어는 남은 한손을 들어 흘러내린 유더의 머리카락을 쓸어 올려주는 느긋함마저 선보였다.
" 자칫하다간 그 검에 다칠까봐 염려되는걸. 아, 이런 실례. 소녀가 아니었군. "
난로불빛 속에 드러난 파이터의 얼굴은 모욕감에 입을 꽉 다물고 있었다. 붉게 달아오른 탓인지 하얀 얼굴은 더욱 어려보였고, 도드라진 목울대마저도 성징이 되기는커녕 그 유연하고 애띤 겉모습에 일조하고 있었다. 남자답다기보다는 차라리 곱다는 수식어가 어울릴 법한 외양이다. 시시하다는 듯 에포니나가 뒤로 풀썩 기댔다.
" 승부는 났군. "
" 조심해, 레스테어. 밤길 걸을 때는 등뒤를 주의하라고. "
워반이 농담처럼 무마하며 유더의 모자를 내밀었으나, 유더는 그걸 휙 잡아채 금발 위에 푹 눌러쓰며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레스테어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 휘유, 카시드렐에 이어 농담이 통하지 않는 동료가 또하나 늘었나. "
" 네 농담 취향이 괴팍한 거야. 워반에게는 굴처럼 우울한 얼굴이라고 하고 카시드렐에게는 머스킷티어는 신종 허수아비의 일종이냐고 했지? 맞아죽지 않는 걸 다행으로 여겨. "
" 오, 하지만 신랄하기로는 그대가 우리 중 최고 아닌가. 에포니나, 나의 귀여운 파랑새. "
에포니나가 레스테어의 손등을 힘껏 꼬집는걸 곁눈질로도 보지 않고, 유더는 휙하니 구석진 자리로 찾아 들어왔다. 가급적 그들과 멀리 떨어진 곳을 찾는다는게 어쩌다 보니 과묵한 총사 사내의 곁자리였다. 지금껏 벌어진 작은 소동에는 전혀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 그는 빈틈없이 걸친 제복 차림으로 방어라도 하듯 굳게 팔짱을 낀 채였다. 흘끔 쳐다보니, 높이 세운 옷깃 위로 우뚝한 콧날이라던가 깊이 파여 빛을 뿜는 눈매라던가가 첫인상대로 단순한 미남 정도가 아니라 꽤 숙달된 군인임이 분명했다.
" 너. "
무심결에 던진 시선인데, 그걸 눈치챘는지 그가 입을 열었다. 시선은 여전히 파묻듯이 아래쪽, 자신의 부츠 언저리에 가 있는 그대로였다.
" 소사나 거리에서 왔지? 싸우는 걸 한번 본 적이 있다. "
" 그런가?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군. "
유더는 별 감흥없이 대꾸했다. 소사나 거리는 그런 곳이었다. 구대륙에서 정식으로 사관학교를 나오지 못한 자들이 어중이 떠중이 몰려 그라나도 에스파다에 도착하여, 임시로 세워진 막사에서 속성 군인 수업을 받는다. 개중 출신성분이 우수하거나 연줄이 되거나 성적이 좋은 자들은 바로 정규병이나 부유한 상인 혹은 귀족의 사병으로 채용이 된다. 그러나 개중에도 남는 떨거지들이 있는 법. 성적이 좋아도 출신성분이 의심스러운 경우, 난폭하여 적응하지 못한 경우, 도벽이나 술버릇이 안 좋게 든 경우, 여자들에게 손을 대서 영창 신세를 진 경우, 그외 갖가지 사정으로 인해 남겨진 찌끄러기들. 그런 자들은 별 수 없이 뒷골목 처지가 되거나 혹은 용병으로, 혹은 격투가로 거리를 헤맨다. 운이 좋아서 어느 뒤가 켕긴 귀족 상인 계급이 사병으로 채용해주기를 바라며.
소사나 거리의 격투장은 그런 뜨내기 전사들에게 있어서는 등용문 구실을 했다. 그곳에서는 무인들끼리 일대일 격투도 벌어지지만 현상금을 건 마족 토벌 레이스도 종종 열렸다. 그런 각종 경기와 토너먼트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는 자는 이름을 날리며 부유한 고용주를 만날 기회도 큰 것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 기다리는 것은 나락일 뿐이지만. 유더는 그 희망과 불안이 소용돌이치는 거리에서 1년 남짓한 시간을 보냈다. 숱한 과거의 사건들이 머릿속을 스쳤지만, 이 번듯한 집안 출신처럼 보이는 총사의 눈에 띄였을 법한 일은 잘 떠오르지를 않았다.
" 그런 거리에 종종 드나드나? 현재 그라나도 에스파다에서 허가받은 총사는 본국에서도 인정받은 경력의 소유자로 정식 훈련을 거쳐야만 되는 걸로 아는데. 그런 거리에서 한가하게 용병들 실력을 보고 있을 처지는 아니지 않나? "
" 아, 꽤나 인상적이길래 단 한번 보고 기억에 남았지. "
약간 거리감을 둔 유더의 어조에도 아랑곳 않는 듯 카시드렐이 대꾸했다.
" 그다지 불법적인 경기는 아니었어. 용병을 필요로 하는 고용주들을 위해 유망주들을 선보이는, 일년에 두번 있던 토너먼트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때 백작을 호위하고 있던 게 나였거든. "
아, 백작이 자신을 사병으로 채용하기로 마음먹었던 그 토너먼트 말이로군. 무심결에 고개를 끄덕이려다 말고 유더는 불현듯 생각이 났다.
" 그런데 르 로엔그린 백작이란 자는 대체 어떤...? "
[ 2006. 2. 26. ]
아시는 분만 알아볼 모 게임의 '배럭' 모드입니다. 심심풀이 삼아 시대 배경과 클래스별 이미지만 따와서 취향대로 변형시킨 취미성 글이랄까요. 대항해시대도 그렇고 그라나도도 그렇고, 그 시대 배경을 참 좋아하기 때문에 시대의 바람을 타는 젊은이들을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원래는 원고지 천 매 정도의 짭짤한 장편으로 계획했는데 현재는 다른 장편 마감 중이라서 절반 쯤 쓴 후로 진도가 못 나가고 있어요.
혼자놀기 용이라 거의 오리지널입니다. 그라나도를 모르시는 분들은 읽기 편하시겠지만 그라나도 팬들께는 죄송스럽습니다. 8시간 정도 플레이 해 본 게 전부거든요.(...) 지금껏 8편 정도 썼는데 이글루스 글자 제한 탓에 쪼개 올리면 총 15~6편으로 나뉘게 되겠네요. 생각날 때마다 짬짬이 올릴까 합니다. 역시 심심하신 분들은 봐 주셔도 좋습니다. 말하자면, 러브 스토리입니다.
할일: 꼴리는 대로 써 보자!
회원님이 남기신 덧글 하나가 가든에 꽃을 피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