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뮤지컬 루트비히 2세
at 2005-12-06 06:33:38 0 comment
오스트리아산 뮤지컬 엘리자베트가 독일어권 뮤지컬로서는 브레히트의 서푼 짜리 오페라 후 수십 년만에 국제적 성공을 거두며 돈을 긁어모는 걸 본 옆나라 독일의 바이에른 지방에서는 이런 생각을 했나보다. "정신 나간 왕족이라면 우리 바이에른 땅에도 있지 않나! 우리도 뮤지컬 만들어서 돈 긁어모으면 되겠네!"
바이에른의 비텔스바흐 왕가는 원래 정신 이상의 피가 흐르는 터라 - 비텔스바흐 가문에서 합스부르크로 시집간 씨씨는 자기 가문의 우울증 유전자를 루돌프에게 물려주었다 - 정신 나간 인물 찾는 건 어렵지 않다. 그리고 가장 돈이 될만한 것은 흔히 백조성으로 알려진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지어 후손들에게 두고 두고 관광 산업으로 먹고 살 길을 닦아준 후 장절하게 파산한 루트비히 2세다.
그래서 바이에른 사람들은 노이슈반슈타인 성 근처 관광객들이 버스 타고 갈 수 있을만한 거리에 뚝딱뚝딱 전용 극장까지 짓고는 2000 년 뮤지컬 "루트비히 2세 - 낙원에 대한 동경"을 초연했다. 결과는?
쫄딱 망했다.
초연 1년 후 2001 년 봄에 마침 어학 연수 차 독일 와 있던 하일트가 바이에른 여행 간 참에 퓌쎈에서 이 뮤지컬을 보게 되었는데 표가 안 팔려서 가장 싼 표 산 관객들까지 1등석에서 볼 수 있었을 정도...그것도 관객들이 "어, 저기 자리 비었네?"하고 슬금슬금 1등석으로 넘어간 게 아니라 주최측에서 1등석이 너무 썰렁해서 보기 안좋으니까 관객들더러 저기 가서 앉아요~ 했다. 가난한 학생이라 가장 싼 표를 사야 했던 하일트야 좋았지.
그리고 본 공연은 과연 망할만 했다. 뮤지컬 만든 사람들이 엘리자베트 팀에서 성격 파탄 왕족을 소재로 대박났다는 점만 보고 그 밖의 장점은 못배운 게 분명했다. 뭐 배우들 가창력은 괜찮았다. 돈 팍팍 쓴 무대도 볼만했고.(바이에른이 원래 부자 동네다. 오죽하면 뮤지컬 하나 때문에 전용 극장까지 지었겠냐)
그런데 결정적으로 음악들이 시원찮았다. 전반적으로 뮤지컬이라기보다는 오페레타에 가까운 - 이건 내 표현이 아니라 이 뮤지컬 씨디에 대한 아마존의 고객 평에서 인용한거다 - 진부하고 무성의한 음악이라 전곡 공연을 보고 나서도 귀에 남는 게 별로 없었다. 게다가 대본은 시원찮은 정도가 아니라 형편없었다. 뮤지컬 엘리자베트가 왜 대박이 났는데. 픽션으로서 적당한 역사 왜곡과 과장을 행하되 그래도 역사적 인물 엘리자베트에 대해 좀 냉정하다 싶을 정도로 가차없는 시선을 보냄으로써 기존의 씨씨 영화같은 키치적인 엘리자베트 숭배와 거리를 둔 새로운 시각이 돋보이지 않았나. 루케니가 '키치'라는 노래에서 그간 영화나 관광 산업에서 재생산되던 씨씨 숭배를 비웃어대는 건 이 뮤지컬이 '우리는 그런 것과 다르다'고 과시하는 자신감의 발현이었다. 엘리자베트가 불감증이라 상대 남자 캐릭터들이 약해질 것 같으니까 죽음이라는 가상의 존재이되 나름대로 일리가 있는 캐릭터를 새로 집어넣는 센스도 발휘했고.
하지만 루트비히 뮤지컬에서는 그런 성의가 안보였다. 도발적인 구석이라고는 없는 기존의 <안전>하고 낭만적인 루트비히 이미지의 재탕에다 어떻게든 사람들 눈길을 더 끌어볼까 해서 별 상관도 없는 씨씨를 굳이 히로인처럼 끼워넣는 얕은 수법. 기껏 신선한 점을 찾자면 예전에는 알려져 있지 않던 루트비히의 약혼녀 조피와 - 씨씨의 동생이다 - 평민 사진사 사이의 로맨스를 끼워넣은 것 정도겠지만 역시 밋밋하고 약했다.
그래서 뮤지컬을 보고온 후 하일트는 유스호스텔에서 다른 나라 관광객들을 붙들고 "뮤지컬 엔간하면 보지마라"하고 열심히 뜯어말렸더랬다. 음반 살 생각도 물론 안했고.(그래도 일부러 백스테이지 투어는 했다. 무대 자체는 나쁘지 않았던데다 궁금하기도 했으니까)
그리고나서 한참 잊고 있다가 오늘 레코드 가게에서 뮤지컬 음반들을 뒤적이던 중 루트비히2라는 뮤지컬 씨디를 보았다. "아니, 이게 아직도 안망해서 씨디로 나오고 있단 말야? 혹시 안팔려서 떨이로 나온 건 아니고?"하고 뒤집어보니 어라, 곡목이 내가 예전에 퓌쎈에서 보았던 뮤지컬 곡목들과 전혀 일치하지 않았다. 시험삼아 플레이를 약간 해보니 음악도 스타일은 여전히 오페레타를 연상케 한다만(...) 어쨌든 새로운 음악.
대체 어찌된 일인가 싶어 집에 와서 웹서핑을 해보니 내가 예전에 봤던 루트비히 2세 뮤지컬은 망한 게 맞긴 맞다. 2003년을 끝으로 더 이상 공연된 적이 없다. 하지만 뮤지컬 손님이 안들어 간판을 내렸다 해도 그것 때문에 일부러 지은 전용 극장은 어쩔 것인가. 그래서 바이에른 쪽에서는 재기를 꿈꾸며 루트비히 2세를 소재로 한 새 뮤지컬을 뚝딱뚝딱 만들어냈고 현재 공연중인 것은 이 새 버전이다. 바이에른, 역시 부자 동네. -_-b
옛날 뮤지컬과 새 뮤지컬은 제목이 다르다. 옛날 버전의 정식 명칭은 "Ludwig II - Sehnsucht nach Paradies 루트비히 II - 낙원을 향한 동경"이었고 이번 버전은 Ludwig 2 다. 아마존 관련 페이지는 이번 버전 씨디가 http://www.amazon.de/exec/obidos/ASIN/B0007Q6Q6Y/qid=1133817020/sr=2-1/ref=sr_2_11_1/028-3810438-0603701 여기고 옛날 망한 버전은 http://www.amazon.de/exec/obidos/ASIN/B00004SDP7/ref=pd_sim_dp_2/028-3810438-0603701 여기다.
하나 반가운 것은 이번 새 루트비히의 타이틀 롤을 맡은 가수가 예전 내가 본 공연에서 마침 루트비히를 맡았던 가수라는 점. 그 땐 번갈아 루트비히를 맡던 네 명의 가수들 중 제일 말단이었는데 이번에는 메인으로 승격한 모양이다. 그 때 뮤지컬 자체가 영 시원찮아서 공연의 질은 도리도리였지만 주인공 목소리는 좋다 싶었는데 드디어 메인을 꿰찼구나~ >_< 이 사람, 성악 공부를 해서 오페라 무대에 선 적도 있는 사람이라서 듣기 좋은 저음의 바리톤 목소리를 낸다. 게다가 뮤지컬 배우치고는 미남이기도 하다고.(뮤지컬 팬들은 안다. 성악계 만큼은 아니더라도 이 바닥도 의외로 미남미녀 찾기 힘들다는 걸...뮤지컬 가수들은 노래 실력도 성악가와 아이돌 가수의 중간 정도에 위치해 있고 외모도 성악가와 아이돌 가수의 중간이다) 그러니까 "꺅~ 꽃미남~" 예쁜이 스타일이 아니라 서글서글하니 선 굵게 잘생긴 타입.
덕택에 다시 퓌쎈에 가서 새 버전 루트비히 뮤지컬도 봐줘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고 있음. 엘리자베트 보러 슈투트가르트 가는 건 돈 때문에 포기했으면서 퓌쎈에는 다시 가볼까 하는 걸 보면 역시 내가 버닝했던 대상은 씨씨가 아닌 루트비히 2세가 맞다. 사실 내가 지금 엘리자베트 뮤지컬 역사적 배경 설명글을 쓸 수 있는 것도 루트비히 버닝 당시 곁다리로 루트비히 친척이던 씨씨의 전기를 읽었기 때문.(버닝 동지를 얻기 위해 비스콘티 감독의 루트비히 2세 영화를 주문해다 형식주의에게 보여주면서 "봐, 정말 훌륭한(...) 임금님이지?" "응, 정말 훌륭한(...) 임금님이네"같은 대화를 나눴음. 시간이 더 있었더라면 시우까지 꼬드길 수 있었는데...)
퓌쎈이야 언제 또 갈지 모르겠다만 새 루트비히 뮤지컬 음반은 이번에도 망했나 안망했나 확인 차원에서라도 지르게 될 것 같음. 아무려면 저번보다야 낫게 만들었겠지. 뭐 이번 것도 망하더라도 바이에른은 돈 많으니까 또 뮤지컬 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이글루스 가든 - 비영어권 뮤지컬에 버닝해보세
바이에른의 비텔스바흐 왕가는 원래 정신 이상의 피가 흐르는 터라 - 비텔스바흐 가문에서 합스부르크로 시집간 씨씨는 자기 가문의 우울증 유전자를 루돌프에게 물려주었다 - 정신 나간 인물 찾는 건 어렵지 않다. 그리고 가장 돈이 될만한 것은 흔히 백조성으로 알려진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지어 후손들에게 두고 두고 관광 산업으로 먹고 살 길을 닦아준 후 장절하게 파산한 루트비히 2세다.
그래서 바이에른 사람들은 노이슈반슈타인 성 근처 관광객들이 버스 타고 갈 수 있을만한 거리에 뚝딱뚝딱 전용 극장까지 짓고는 2000 년 뮤지컬 "루트비히 2세 - 낙원에 대한 동경"을 초연했다. 결과는?
쫄딱 망했다.
초연 1년 후 2001 년 봄에 마침 어학 연수 차 독일 와 있던 하일트가 바이에른 여행 간 참에 퓌쎈에서 이 뮤지컬을 보게 되었는데 표가 안 팔려서 가장 싼 표 산 관객들까지 1등석에서 볼 수 있었을 정도...그것도 관객들이 "어, 저기 자리 비었네?"하고 슬금슬금 1등석으로 넘어간 게 아니라 주최측에서 1등석이 너무 썰렁해서 보기 안좋으니까 관객들더러 저기 가서 앉아요~ 했다. 가난한 학생이라 가장 싼 표를 사야 했던 하일트야 좋았지.
그리고 본 공연은 과연 망할만 했다. 뮤지컬 만든 사람들이 엘리자베트 팀에서 성격 파탄 왕족을 소재로 대박났다는 점만 보고 그 밖의 장점은 못배운 게 분명했다. 뭐 배우들 가창력은 괜찮았다. 돈 팍팍 쓴 무대도 볼만했고.(바이에른이 원래 부자 동네다. 오죽하면 뮤지컬 하나 때문에 전용 극장까지 지었겠냐)
그런데 결정적으로 음악들이 시원찮았다. 전반적으로 뮤지컬이라기보다는 오페레타에 가까운 - 이건 내 표현이 아니라 이 뮤지컬 씨디에 대한 아마존의 고객 평에서 인용한거다 - 진부하고 무성의한 음악이라 전곡 공연을 보고 나서도 귀에 남는 게 별로 없었다. 게다가 대본은 시원찮은 정도가 아니라 형편없었다. 뮤지컬 엘리자베트가 왜 대박이 났는데. 픽션으로서 적당한 역사 왜곡과 과장을 행하되 그래도 역사적 인물 엘리자베트에 대해 좀 냉정하다 싶을 정도로 가차없는 시선을 보냄으로써 기존의 씨씨 영화같은 키치적인 엘리자베트 숭배와 거리를 둔 새로운 시각이 돋보이지 않았나. 루케니가 '키치'라는 노래에서 그간 영화나 관광 산업에서 재생산되던 씨씨 숭배를 비웃어대는 건 이 뮤지컬이 '우리는 그런 것과 다르다'고 과시하는 자신감의 발현이었다. 엘리자베트가 불감증이라 상대 남자 캐릭터들이 약해질 것 같으니까 죽음이라는 가상의 존재이되 나름대로 일리가 있는 캐릭터를 새로 집어넣는 센스도 발휘했고.
하지만 루트비히 뮤지컬에서는 그런 성의가 안보였다. 도발적인 구석이라고는 없는 기존의 <안전>하고 낭만적인 루트비히 이미지의 재탕에다 어떻게든 사람들 눈길을 더 끌어볼까 해서 별 상관도 없는 씨씨를 굳이 히로인처럼 끼워넣는 얕은 수법. 기껏 신선한 점을 찾자면 예전에는 알려져 있지 않던 루트비히의 약혼녀 조피와 - 씨씨의 동생이다 - 평민 사진사 사이의 로맨스를 끼워넣은 것 정도겠지만 역시 밋밋하고 약했다.
그래서 뮤지컬을 보고온 후 하일트는 유스호스텔에서 다른 나라 관광객들을 붙들고 "뮤지컬 엔간하면 보지마라"하고 열심히 뜯어말렸더랬다. 음반 살 생각도 물론 안했고.(그래도 일부러 백스테이지 투어는 했다. 무대 자체는 나쁘지 않았던데다 궁금하기도 했으니까)
그리고나서 한참 잊고 있다가 오늘 레코드 가게에서 뮤지컬 음반들을 뒤적이던 중 루트비히2라는 뮤지컬 씨디를 보았다. "아니, 이게 아직도 안망해서 씨디로 나오고 있단 말야? 혹시 안팔려서 떨이로 나온 건 아니고?"하고 뒤집어보니 어라, 곡목이 내가 예전에 퓌쎈에서 보았던 뮤지컬 곡목들과 전혀 일치하지 않았다. 시험삼아 플레이를 약간 해보니 음악도 스타일은 여전히 오페레타를 연상케 한다만(...) 어쨌든 새로운 음악.
대체 어찌된 일인가 싶어 집에 와서 웹서핑을 해보니 내가 예전에 봤던 루트비히 2세 뮤지컬은 망한 게 맞긴 맞다. 2003년을 끝으로 더 이상 공연된 적이 없다. 하지만 뮤지컬 손님이 안들어 간판을 내렸다 해도 그것 때문에 일부러 지은 전용 극장은 어쩔 것인가. 그래서 바이에른 쪽에서는 재기를 꿈꾸며 루트비히 2세를 소재로 한 새 뮤지컬을 뚝딱뚝딱 만들어냈고 현재 공연중인 것은 이 새 버전이다. 바이에른, 역시 부자 동네. -_-b
옛날 뮤지컬과 새 뮤지컬은 제목이 다르다. 옛날 버전의 정식 명칭은 "Ludwig II - Sehnsucht nach Paradies 루트비히 II - 낙원을 향한 동경"이었고 이번 버전은 Ludwig 2 다. 아마존 관련 페이지는 이번 버전 씨디가 http://www.amazon.de/exec/obidos/ASIN/B0007Q6Q6Y/qid=1133817020/sr=2-1/ref=sr_2_11_1/028-3810438-0603701 여기고 옛날 망한 버전은 http://www.amazon.de/exec/obidos/ASIN/B00004SDP7/ref=pd_sim_dp_2/028-3810438-0603701 여기다.
하나 반가운 것은 이번 새 루트비히의 타이틀 롤을 맡은 가수가 예전 내가 본 공연에서 마침 루트비히를 맡았던 가수라는 점. 그 땐 번갈아 루트비히를 맡던 네 명의 가수들 중 제일 말단이었는데 이번에는 메인으로 승격한 모양이다. 그 때 뮤지컬 자체가 영 시원찮아서 공연의 질은 도리도리였지만 주인공 목소리는 좋다 싶었는데 드디어 메인을 꿰찼구나~ >_< 이 사람, 성악 공부를 해서 오페라 무대에 선 적도 있는 사람이라서 듣기 좋은 저음의 바리톤 목소리를 낸다. 게다가 뮤지컬 배우치고는 미남이기도 하다고.(뮤지컬 팬들은 안다. 성악계 만큼은 아니더라도 이 바닥도 의외로 미남미녀 찾기 힘들다는 걸...뮤지컬 가수들은 노래 실력도 성악가와 아이돌 가수의 중간 정도에 위치해 있고 외모도 성악가와 아이돌 가수의 중간이다) 그러니까 "꺅~ 꽃미남~" 예쁜이 스타일이 아니라 서글서글하니 선 굵게 잘생긴 타입.
덕택에 다시 퓌쎈에 가서 새 버전 루트비히 뮤지컬도 봐줘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고 있음. 엘리자베트 보러 슈투트가르트 가는 건 돈 때문에 포기했으면서 퓌쎈에는 다시 가볼까 하는 걸 보면 역시 내가 버닝했던 대상은 씨씨가 아닌 루트비히 2세가 맞다. 사실 내가 지금 엘리자베트 뮤지컬 역사적 배경 설명글을 쓸 수 있는 것도 루트비히 버닝 당시 곁다리로 루트비히 친척이던 씨씨의 전기를 읽었기 때문.(버닝 동지를 얻기 위해 비스콘티 감독의 루트비히 2세 영화를 주문해다 형식주의에게 보여주면서 "봐, 정말 훌륭한(...) 임금님이지?" "응, 정말 훌륭한(...) 임금님이네"같은 대화를 나눴음. 시간이 더 있었더라면 시우까지 꼬드길 수 있었는데...)
퓌쎈이야 언제 또 갈지 모르겠다만 새 루트비히 뮤지컬 음반은 이번에도 망했나 안망했나 확인 차원에서라도 지르게 될 것 같음. 아무려면 저번보다야 낫게 만들었겠지. 뭐 이번 것도 망하더라도 바이에른은 돈 많으니까 또 뮤지컬 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이글루스 가든 - 비영어권 뮤지컬에 버닝해보세
회원님이 남기신 덧글 하나가 가든에 꽃을 피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