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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원숭이] 100%의 취향
at 2005-12-14 11:35:13 2 comment
김애란의 '달려라 아비' 를 읽으며 킥킥거리는 동시에 콧등이 시큰거리고 몸은 덜컹거렸다. 지하철의 리듬에 맞춰 책장을 넘기는 순간, 하얀 종이 까만 활자위에 커다란 그림자가 졌다. 고개를 들어보니 한눈에도 키가 무척 큰 훤칠한 청년이 내 앞에 자리를 잡고 버티어 선 것이었다.
그림자의 얼굴을 흘끗 보는 순간, 흘끗의 시간은 고정되어 멈추어 섰다.
그러니까 그는 100퍼센트에 가까운 완벽한 내 취향의 스타일로 지하철에 강림한 존재였다. 적어도 185센티는 넘을 것 같은 키에 캐주얼한 점퍼와 적당히 흘려입은 진으로 일견 평범한 듯 버티어 섰다. PSP에 정신을 팔고있는 덕에 나는 강림군의 얼굴을 마음껏 바라볼 기회를 얻었다. 거듭 고맙습니다.
세상에 레게 머리가 그렇게 잘어울리는 동양청년이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지도 못했다. 꽃미남도 아니었고 조각상도 아니었지만 그를 보는 순간, 시선은 고정되어 뗄 수가 없었다. 선이 굵은 얼굴에 자리잡은 코는 약간 투박했지만 콧등의 각이 매우 예술적으로 살아있었다. 쌍꺼풀이 없는 큰 눈은 장난기로 가득했고 살짝 올라간 입꼬리가 매력이었다. 그리고 그 잘 빠진 턱선이 마음을 꾸욱 눌러 심장에 핸드프린팅을 했다.
그의 성격과 취향이 어떤지 모르므로, 그의 목소리가 어떤지 알 길이 없으므로 지금 이 순간 그는 내게 100퍼센트의 만족 자체이다. 어쩐지 안도감이 마음을 덮어왔다. 세상에 이렇게나 완벽한 내 취향의 발현체가 자신만의 성격을 가지고 내 주변에서 살아 움직이게 된다면 나는 아마도 틀림없이 실망하겠지. 세상 누구나 그러하듯, 실망할 터이다.
말 한마디에 행동 하나에 나는 웃고 울고를 거듭할테니 그런 실의는 겪고 싶지 않다. 그러니 그저 단 5분의 강림으로 나는 충분히 만족한다. 그런 존재가 있다는 것만으로 즐거워진다.
홍대입구역에서 나는 스르르 일어선다. 그의 앞으로 빠져나가며 옷깃을 스친다.
인연의 완성이다. 이것으로 되었다.
다시 만날 일이 없기를.
이글루스 가든 - 거미원숭이 놀이를 하는 사람들
그림자의 얼굴을 흘끗 보는 순간, 흘끗의 시간은 고정되어 멈추어 섰다.
그러니까 그는 100퍼센트에 가까운 완벽한 내 취향의 스타일로 지하철에 강림한 존재였다. 적어도 185센티는 넘을 것 같은 키에 캐주얼한 점퍼와 적당히 흘려입은 진으로 일견 평범한 듯 버티어 섰다. PSP에 정신을 팔고있는 덕에 나는 강림군의 얼굴을 마음껏 바라볼 기회를 얻었다. 거듭 고맙습니다.
세상에 레게 머리가 그렇게 잘어울리는 동양청년이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지도 못했다. 꽃미남도 아니었고 조각상도 아니었지만 그를 보는 순간, 시선은 고정되어 뗄 수가 없었다. 선이 굵은 얼굴에 자리잡은 코는 약간 투박했지만 콧등의 각이 매우 예술적으로 살아있었다. 쌍꺼풀이 없는 큰 눈은 장난기로 가득했고 살짝 올라간 입꼬리가 매력이었다. 그리고 그 잘 빠진 턱선이 마음을 꾸욱 눌러 심장에 핸드프린팅을 했다.
그의 성격과 취향이 어떤지 모르므로, 그의 목소리가 어떤지 알 길이 없으므로 지금 이 순간 그는 내게 100퍼센트의 만족 자체이다. 어쩐지 안도감이 마음을 덮어왔다. 세상에 이렇게나 완벽한 내 취향의 발현체가 자신만의 성격을 가지고 내 주변에서 살아 움직이게 된다면 나는 아마도 틀림없이 실망하겠지. 세상 누구나 그러하듯, 실망할 터이다.
말 한마디에 행동 하나에 나는 웃고 울고를 거듭할테니 그런 실의는 겪고 싶지 않다. 그러니 그저 단 5분의 강림으로 나는 충분히 만족한다. 그런 존재가 있다는 것만으로 즐거워진다.
홍대입구역에서 나는 스르르 일어선다. 그의 앞으로 빠져나가며 옷깃을 스친다.
인연의 완성이다. 이것으로 되었다.
다시 만날 일이 없기를.
이글루스 가든 - 거미원숭이 놀이를 하는 사람들




2005-12-17 02:52 #
좋아요. >_<
2005-12-21 09: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