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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를 크게 베어 먹고 나서 끈적해진 손가락을, 누군가가 핥아준 적이 있나요.
at 2009-01-09 12:18:27 0 comment
사과를 좋아한다.
껍질과 과육에 이를 갖다대면, 아삭하고 부서지며 튀어오르는 물기와 향기. 그 시고 단 맛을 좋아한다.
그런 느낌으로, 그를 좋아했다.
한 때는 중독처럼 찾아댔다.
그도, 사과도.
살그머니 이를 갖다대면 그 팽팽함을 느낄 수 있는 진한 피부와 그의 살 내음은
잘 익은 과육과 단맛으로 무장한 농익은 한 개의 사과같았다.
보는 것만으로도 선명한 향기가 시선에 묻어나서
나는 가끔 아찔, 정신을 놓을 뻔 하곤 했다.
너한테선 늘 사과냄새나 식초 향이나, 하면서 웃던 그의 미소. 입가.
아, 이 사람은 저런 식으로 웃는구나- 멍 하니 그의 내 어깨에 둘러진 두꺼운 팔에 살금 손을 얹으며
뾰족하게 올라간 양 입가를 바라 보았었지.
사과를 좋아한다.
차게 달구어진 그 단 맛을 베어 물면서,
취어오르는 과즙과 물기를 혀로 느끼면서
누군가를 추억한다.
잊어버린다.
두 번 다시 만나지 않을 누군가를 떠올리며 눈을 감는다.
껍질부터 속까지 다 먹어치운 과일을 쓰레기 통에 넣고도
내 손에는 진득한 과즙의 단 내가 사라지지 않아.
당신이 내 머리 속에서 꺼져 주질 않아.
사과는 참,
중독성 강한 과일.
머리 속으로 탐닉하는 것이 더 아름다울 때가 있는 것이 사람이요
입이 아닌 다른 기관으로 느끼는 것이 더 사랑스러울 때가 있는 것이 과실이요
떠올릴 때마다 가슴 저리게 향기로운 것이 죄의 과실, 지난 사랑이어라. 진한 사람이여라.
진한 피부색에 하얗고 고른 이를 가진, 취하길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한 적이 있었다.
불량식품이 유혹적인 이유는 사회적으로 나쁘다고 통보받고 일종의 금기시된 음식들이기 때문이다.
쾌락으로 채워진 단 맛, 짠 맛, 신 맛과 매운 맛들은 체 내에 들어가 어떤 영향력을 발휘할지보다 혀의 감각에 집중적으로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학교 앞 동네 문구점에서 팔던 싸구려 불량식품이기보다는
아버지가 어느 날 간혹 들고 오시는 미군부대의 식량 안에 들어있는 혀가 썩을 정도로 단 분말주스나 허쉬 초컬릿 같던 그 사람.
나는 간혹 어떤 아이템에서 그의 추억을 발견한다.
공유한 시간들은 있지만 서로 전혀 다른 느낌이였기에
홀로 간직하고 있는 체취와 색과 촉감과 탄력과 소리.
순두부같이 흐물거리는 내 뽀얀 피부를 쓰다듬던 다갈색의 커다란 손바닥과 손가락을 떠올리면
자신도 모르게 아찔,해지는 기분은 반사적으로 익히고 있다.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데
더 이상 그리워 않는데
과거에 익숙해졌던 감각은 감각으로만 남아서
나를 간혹 슬프게 만든다.
어릴 적 살던 아파트 지하의 수퍼에서 나던 과자향내를 어디선가 맡으면 떠오르게 되는 향수 같은 것.
기쁜 슬픔.
당신이 개셰르비퀴라서 감사합니다. 정말로. 2집 대박나길 바래요 : )
이글루스 가든 - 생각해서는 안될 생각하기
할일: 발칙한 상상, 허망한 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