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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20] "다르다"와 "틀리다"가 같아진 이유에 대한 다른 설명
at 2009-06-24 21:51:27 31 comment
한국어에서 다름과 틀림이 같아지게 된 이유 추정에 트랙백 보냅니다.
이 포스팅은 언어 또는 학술 밸리 신설을 위한 스무 번째 투쟁입니다. 관련 포스팅을 보시려면 여기를 누르세요.
퇴근하기 직전에 위 트랙백 보낸 글을 읽고 대강 생각나는대로 아래처럼 덧글을 달았습니다.
이 덧글이 달린 뒤 가고일님께서 원래 글과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는 설명을 전개하는 덧글을 답니다.
가고일 님의 현대국어의 거센소리/된소리되기 경향도 국어학에선 아주 일반적인 설명방법입니다. 다만 운향목님이 지적하신 것처럼 발음의 유사성 자체만 가지고 설명하기엔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사실 학부 교수님 정도 되는 분들의 설명은 좀 더 진지하게 전개됩니다. 다른 설명이란 뭐 그러니까 제가 수업시간에 들었던 국문학부 교수님의 설명에 제 생각을 좀 보탠 겁니다. 시작해 보지요.
"다르다"와 "틀리다"는 품사가 다르긴 하지만 의미가 유사한 부분이 있지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다르다"는 대상 A와 대상 B가 같은 층위에서, 또는 같은 수준의 하위속성끼리 비교했을 때, 대응하는 요소의 불일치성을 나타냅니다. ex1) 사과와 참외는 "색이 다르다" 또는 "모양이 다르다" 또는 "무늬가 다르다" 또는 "씨가 다르다" ... 등등.
한편 "틀리다"는 단독 지시대상 A에 대하여, 사안의 옳고 그름이나 사실의 적부를 나타내지요. 그런데 여기서 실은 "옳다" 또는 "적합하다"는 판단의 근거는 이미 전제되었거나 또는 드러나있지 않은 일반적인 준거점 B에 준하게 됩니다. ex2) "연습하다 혼자만 박자를 틀렸어" 또는 "책을 소리내어 읽다가 발음을 틀렸어" ... 등등.
즉 표현상으로는 지시대상 A만이 언급되지만, 인식구조는 기 언급된 지시대상 A와 언급되지 않는 준거점 B가 같은 층위에서, 또는 같은 수준의 하위속성끼리 비교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 쪽(안 드러난 준거점 B)이 "판단 없이 타당"하기 때문에, A와 B가 대응하는 요소의 불일치성을 나타낼 경우 지시대상 A는 당연히 "틀린" 것이 되죠.
요약 : 다르다와 틀리다의 같은 점은 비교대상과의 불일치성이다. "다른" 점은, 다르다의 준거점은 양방 기준으로 상대적이고, 틀리다의 준거점은 일방 기준으로 절대적이란 것이다.
최근 방송에서 대중 일반이 구사하는 화법은 격정적이거나 격앙되어 있고, 자기주장이 강화되는 추세입니다. 이를 설명하는 방식은 학계에 따라 다양하지만 일반적인 시각은 그 "표현의 강경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위 인용한 덧글-가고일님께서 지적하신 "발음의 된소리/거센소리되기"현상 역시 이 경향의 경험적 실례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즉, 대중 일반이 구사하는 표현/주장의 강경화 경향에 따라서 유순하고 중립적으로 고려할 때 필요한 "다르다" 대신 강경하고 단정적으로 선언할 때 필요한 (나는 맞고 너는)"틀리다"가 편향적으로 선택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시겠지만 위 본론과 아래 보론은 서로 배타적인 설명은 아닙니다. 상호 보완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 가설이지요. 그리고 이건 이미 알 수 없지만 "다르다"가 쓸 자리에 "틀리다"를 쓰는 경향이 퍼진 사태의 초기에 벌어진 현상이고, 요샌 둘이 별개로 구분되는지도 모르는 인간들(*애들?)도 많아서 습관적으로 쓰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할 수도 있을 겁니다.
여기서 보완적으로 "서브컬처 일본어 번역투"가 들어가면 설득적이죠. 이 설명방식이 유리한 점은 제가 덧글에서 이야기한 "어쩌다가 서브컬처 번역투가 대중 일반에 광범위하게/급속도로 확산되었는가"에 대해 논증할 부담이 없다는 것입니다.
간만에 긴 글 읽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덧. 이런 설명에서 출발하여, 오히려 일본어의 다르다/틀리다 어휘가 부분적으로 중복된 용례를 근거로 일본인들이 의식속에서 '다른 것'과 '틀린 것'을 어떤식으로 다루는지 분석하는 방향으로 접근할 수도 있습니다.
덧둘. 원글이 과학밸리인듯 하니 여기서도 과학 밸리. 언어밸리는 아직도 안 만들어 준다. 더러운 놈들.
이글루스 가든 - 우리말 올바로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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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기 직전에 위 트랙백 보낸 글을 읽고 대강 생각나는대로 아래처럼 덧글을 달았습니다.
이 덧글이 달린 뒤 가고일님께서 원래 글과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는 설명을 전개하는 덧글을 답니다.
가고일 님의 현대국어의 거센소리/된소리되기 경향도 국어학에선 아주 일반적인 설명방법입니다. 다만 운향목님이 지적하신 것처럼 발음의 유사성 자체만 가지고 설명하기엔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사실 학부 교수님 정도 되는 분들의 설명은 좀 더 진지하게 전개됩니다. 다른 설명이란 뭐 그러니까 제가 수업시간에 들었던 국문학부 교수님의 설명에 제 생각을 좀 보탠 겁니다. 시작해 보지요.
의미론적 설명
"다르다"와 "틀리다"는 품사가 다르긴 하지만 의미가 유사한 부분이 있지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다르다"는 대상 A와 대상 B가 같은 층위에서, 또는 같은 수준의 하위속성끼리 비교했을 때, 대응하는 요소의 불일치성을 나타냅니다. ex1) 사과와 참외는 "색이 다르다" 또는 "모양이 다르다" 또는 "무늬가 다르다" 또는 "씨가 다르다" ... 등등.
한편 "틀리다"는 단독 지시대상 A에 대하여, 사안의 옳고 그름이나 사실의 적부를 나타내지요. 그런데 여기서 실은 "옳다" 또는 "적합하다"는 판단의 근거는 이미 전제되었거나 또는 드러나있지 않은 일반적인 준거점 B에 준하게 됩니다. ex2) "연습하다 혼자만 박자를 틀렸어" 또는 "책을 소리내어 읽다가 발음을 틀렸어" ... 등등.
즉 표현상으로는 지시대상 A만이 언급되지만, 인식구조는 기 언급된 지시대상 A와 언급되지 않는 준거점 B가 같은 층위에서, 또는 같은 수준의 하위속성끼리 비교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 쪽(안 드러난 준거점 B)이 "판단 없이 타당"하기 때문에, A와 B가 대응하는 요소의 불일치성을 나타낼 경우 지시대상 A는 당연히 "틀린" 것이 되죠.
요약 : 다르다와 틀리다의 같은 점은 비교대상과의 불일치성이다. "다른" 점은, 다르다의 준거점은 양방 기준으로 상대적이고, 틀리다의 준거점은 일방 기준으로 절대적이란 것이다.
보론 - 언어문화적 맥락.
최근 방송에서 대중 일반이 구사하는 화법은 격정적이거나 격앙되어 있고, 자기주장이 강화되는 추세입니다. 이를 설명하는 방식은 학계에 따라 다양하지만 일반적인 시각은 그 "표현의 강경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위 인용한 덧글-가고일님께서 지적하신 "발음의 된소리/거센소리되기"현상 역시 이 경향의 경험적 실례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즉, 대중 일반이 구사하는 표현/주장의 강경화 경향에 따라서 유순하고 중립적으로 고려할 때 필요한 "다르다" 대신 강경하고 단정적으로 선언할 때 필요한 (나는 맞고 너는)"틀리다"가 편향적으로 선택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시겠지만 위 본론과 아래 보론은 서로 배타적인 설명은 아닙니다. 상호 보완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 가설이지요. 그리고 이건 이미 알 수 없지만 "다르다"가 쓸 자리에 "틀리다"를 쓰는 경향이 퍼진 사태의 초기에 벌어진 현상이고, 요샌 둘이 별개로 구분되는지도 모르는 인간들(*애들?)도 많아서 습관적으로 쓰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할 수도 있을 겁니다.
여기서 보완적으로 "서브컬처 일본어 번역투"가 들어가면 설득적이죠. 이 설명방식이 유리한 점은 제가 덧글에서 이야기한 "어쩌다가 서브컬처 번역투가 대중 일반에 광범위하게/급속도로 확산되었는가"에 대해 논증할 부담이 없다는 것입니다.
간만에 긴 글 읽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덧. 이런 설명에서 출발하여, 오히려 일본어의 다르다/틀리다 어휘가 부분적으로 중복된 용례를 근거로 일본인들이 의식속에서 '다른 것'과 '틀린 것'을 어떤식으로 다루는지 분석하는 방향으로 접근할 수도 있습니다.
덧둘. 원글이 과학밸리인듯 하니 여기서도 과학 밸리. 언어밸리는 아직도 안 만들어 준다. 더러운 놈들.
이글루스 가든 - 우리말 올바로 쓰기




2009-06-24 22:01 #
2009-06-24 22:01 #
2009-06-24 22:04 #
'다르다'와 '틀리다'를 구별하려고 하는 의도는 기본적으로 섬세하다고 해야되나, 또는 극단적이지 않다고 해야되나. 그런 의도라고 보는데, 그렇다면 의미론적으로 봤을때 사실 '다르다'와 '틀리다'는 의미상 구별도 모호한 면이 있는데 (가령 논쟁중에 "난 너의 생각과 달라"라고 말하기보다는 "네 생각은 틀렸다고 생각해"라고 강력하게 표현하는 경우) 이렇게 경계가 불명확한 상황에서 언어문화적인 '강경성'이 증대되면 더욱 그 두 표현을 섬세하게 구분하려 하는 인센티브가 떨어지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2009-06-24 22:08 #
2009-06-24 22:18 #
언어의 간소화 경향이야말로 만국 언어를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것이며, 상호피드백과 맞물리면 더욱 다르다와 틀리다의 혼용이 잦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군요.
잠깐 타국 언어를 예로 들면 (Ex 포르투갈어)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표현인 "따봉"은 원래 Estar Bom 입니다. 여기서 관찰되는 문법파괴를 보면, 우선 Bom과 Bem(Good-Well)이 인삿말에서 맘대로 혼용되고, Estar에서 es가 떨어져 나가면서 우리가 아는 "Ta bom"(따봉)이 됩니다. -_-;;
이런 모든 언어에서 관측되는 간소화 경향성을 생각해보면 더욱 '다르다'와 '틀리다'의 혼용을 설명하기에 유리할 것 같습니다.
2009-06-24 22:25 #
그리고 말씀하신 언어의 간소화 경향은... 의미범주가 동일하거나 유사한 "의미장"의 어휘군끼리도 전혀 안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겠지만, 보통은 개별 어휘 안에서 또는 문법요소 범위에서 우선 일어나는 것을 일반적이라고 간주합니다.
포르투갈어 따봉이었군요 ㄱ-;; 전 그게 걍 만든 말인줄 알았습니다. 그... 수입산 과일주스 광고였나요? 그 광고 아무튼 한국에 참 많은 화제를 만들어 놓았군요 ㄱ-;;
2009-06-24 23:43 #
2009-06-24 22:19 #
데칼챠, 아니 서브 컬처의 기운이 가득 담긴 문장인데도, 제대로 쓴 건 칭찬해 줘야합니다?
죽어라고 울지는 않았죠. 하핫.
저는 주로 이렇게 구분합니다.
하지만 인류는 틀렸습니다.(O)=>하지만 드롯셀은 달랐습니다.(O)
감동했습니다...(파이어볼 네타있음)
바닥에 꿇어 앉아서 정말 미친듯이 이러고 있어서 죄송합니다.
오용이 계속되는 건 교육과 의식의 불건전함이 가장 큰 원인 인 것 같으니 용서해주시...
2009-06-24 22:28 #
2009-06-24 23:07 #
2009-06-24 22:24 #
너무 오랫동안 한가지 정확한 답이 아니면 '틀리는' 시험위주의 교육만 해왔죠.
2009-06-24 22:29 #
2009-06-24 23:04 #
그런데 한 번 혼잣말로 '다르다'와 '틀리다'를 발음해봤는데, '틀리다'가 입에 더 잘 붙는군요.
이게 '다르다'라는 말을 잘 안 쓰게 되서 그런건지 가고일님의 말 대로 발음강경화와 연관이 있는건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2009-06-24 23:13 #
기 본형 어미인 -다 는 사실 거의 쓰지 않는 형태이므로 일상적으로 쓰는 양상을 예로 들면 다른 다르고 다르니 달라서 다르므로 다르니까 달랐지만 다를텐데 ... 예 다르다는 르 불규칙 활용을 합니다. 한편 틀린 틀리고 틀리니 틀려서 틀리므로 틀리니까 틀렸지만 틀릴텐데 ... 규칙적이죠.
그리고 틀리다의 ㅌ이 기음이라 숨을 많이 내쉬게 하는 것 이외엔 어간이 연속으로 유음 ㄹㄹ(틀리-)이 들어간다든지 뭐 이런 것도.
쓰고 보니까 다르다가 인기가 없는 이유는 한 두 가지가 아닌 듯 합니다. :)
2009-06-25 14:41 #
음... '정확하다'와 '적확하다'의 관계도 비슷한 것 일까요?
들이 뜻이 좀 겹치고 정확하다 쪽이 훨씬 입에 잘 붙으니 말이죠.
2009-06-25 07:46 #
2009-06-25 10:44 #
2009-06-25 08:06 #
2009-06-25 10:47 #
2009-06-26 10:54 #
언어밸리라는 건 있으면 재미는 있겠어요. 저도 자연과학계열이지만, 인문학계열은 왠지 무시되는 듯한 밸리.. 일상밸리도 없고...
2009-06-26 13:13 #
사실 문법적으로 "-아/어지다"와 "-이다"는 같은 기능을 합니다. 피동태죠.
ex1) 허공을 갈랐다 / 바다가 갈라졌다 / 갈리다(승패가 갈리다)
ex2) 아무거나 골랐다 / 어쩌다보니 골라졌다 / * 골리다
ex3) 돈을 모았다 / 사람들이 모였다 / * 모아지다
ex4) 집에 놓았다 / 마음이 놓였다 / * 놓여지다
피동형으로 나타낼 때 예1,2의 가르다/고르다처럼 -아/어지다 꼴을 쓰는 동사들이 있고, 예3,4의 모으다/놓다처럼 -이다 꼴을 쓰는 동사들이 있는 겁니다. 두 형태 모두 일단 표현은 되고 어색하나마 뜻도 통하지만, 예1 가르다/갈라지다/갈리다처럼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둘 다 쓰는 경우는 거의 없죠. 같이 쓴다고 해도 의미나 활용범위가 미묘하게 다릅니다.
틀다/틀어지다/틀리다 역시 이런 경우입니다. 예외적으로 두 형태를 모두 쓰는데 뜻이 다른 경우지요.
다만 그 쓰임이 다른데, 우선 "틀다"는 일반적으로 원형보다는 예시한 파생형을 많이 쓰죠. 특히 능동형일 때는 "비틀다" 피동형일 때는 "뒤틀리다" 쪽이 선호도가 높은 것처럼 보입니다(제 생각에).
바이올렛님이 언급하신 "틀어지다"를 의미상 요약해 보면 이렇습니다. 기다란 물건, 또는 시간적으로 긴 흐름을 보이는 사건의 처음과 끝이 어긋나게 꼬이다, 맞물리지 않게 하다 - 결과적으로 망쳐놓다 뭐 이런 정도.
그리고 "틀리다"는 아시다시피 연속적인 흐름과는 무관하거나 사안의 단면을 평가할 때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론하면 바이올렛님의 덧글이 약간 부정확한 추론을 포함하고 있기는 하지만 "틀어지다"와 "틀리다"의 의미상 관련성은 옳게 간파하신 것입니다. 언어밸리 있으면 정말 재미있겠죠? 이 글 보시는 분들 다 같이 건의 메일을 보냅시다 :)
2009-06-26 10:58 #
2009-06-26 13:14 #
2009-06-26 16:37 #
2009-06-26 17:42 #
2009-06-30 12:24 #
덧말이지만, 저는 문장에서 후後라는 한자형태소를 자꾸 씀으로서 뒤라는 고유어 형태소의 영역이 점점 줄어든다는 생각이 들어 웬만하면 뒤를 쓰고, 또 뒤로 後가 커버가 되는데 앞은 前의 영역을 커버하지 못하더군요. 前이 공간개념과 시간개념이 두루 표현가능하다면, 앞은 공간개념에만 갇혀 버린 느낌이었습니다....
2009-06-30 13:06 #
개인적인 차원에서 말 씀씀이를 당위로 접근하는 것은 사실 "좋은" 일입니다. 나름대로 근거와 일관성을 갖춘 표현방식이 실제로 전체 언어 환경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저는 생각하는 편입니다.
저도 입말은 생각대로, 평소 주의주장대로 표현이 잘 안 되는 편이라서 말 해놓고 아 이건 틀렸는데 생각하곤 하지요. 그런데 한 번 틀린 것은 한동안 잊고 있다가 다시 같은 실수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습관이 많이 작용하는 것 같아요. 특히 저는 말할 때 생각할 시간을 남들보다 길게 갖지 않으면 외계인의 전파교란으로 뜬금없는 얘길 할 때가 있어서(...).
앞/뒤와 전/후의 시간, 공간인식에 대하여 참고할만한 글이 있습니다. "요약"에 명쾌하게 정리되어있으니 한 번 보시길.
http://morelogue.net/blog/185
위 글과 별개로 개인적인 생각을 덧붙이면 이렇습니다. 한자어 접두/접미사가 현대 한국어에서도 일상적으로 쓰이곤 있지만, 앞/뒤와 달리 전/후 를 비롯한 "근본 한자어라고 인식 가능한 것들"은 그 나름대로 중첩된 단계를 거쳐 의미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 결과 전/후는 (한자가 해석된 의미로) 그냥 앞/뒤와 동일한 의미로 쓰는 범주가 있는가 하면, (독자적인 낱말로) 전/후만 어울리는 범주가 따로 존재하게 됩니다.
앞/뒤와 전/후만 예로 들었지만 사실 이건 한국어에 편입된 한자어 가운데 뜻이 비슷한 고유어로 대체해 쓸 수 있는 모든 낱말에 해당하지요.
2009-06-30 14:16 #
개인적으로 다르다와 틀리다가 하나로 통합되버리는 사태는 피하고 싶습니다;;;
앞뒤 전후의 미묘한 차이에 대한 인식은 우리나라와 같이 한자어와 고유어의 쌍이
있는 일본어의 예 때문입니다. 우리말에서 ~하는 중(中)에나 하기 전(前)에 같은 어형에서 일본어는 고유어짝인 "가운데" "앞"에 해당하는 말의 쓰임새가 우리말보다 넓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이건 말의 최소단위까지 쪼개서 읽는 일본식 한문읽기와 한문 사이에 토씨를 넣어 읽던 한국식 한문 읽기의 차이인것 같습니다.
2009-07-01 00:14 #
일본어 얘기로 또 엮어 보자면, 사실 일본어에서 치가우와 마치가우는 둘 다 "틀리다"를 나타내긴 합니다만 전자는 "다르다"도 내포하고 있고, 후자는 오로지 "틀리다"를 강조할 때만 쓴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기서 시사하는 점은, 사실 일본어도 "다르다"와 "틀리다"를 구분 안 하는 게 아니란 거죠. 일상생활에서 "틀리다"를 쓸 자리에 "치가우"가 오는 경우는 사실 "다르다"의 뉘앙스를 어느정도 기대하고 있는 것입니다. 즉 "틀리다"의 어조를 희석시킬 의도가 있다는 것이지요.
이런 논리에 따르면 반대로 "다르다"가 올 자리에 "치가우"를 쓰는 경우에 대해서, 그럼 "틀리다"의 뉘앙스가 들어가는 것 아니냐, 어조가 강해지는 게 아니냐는 반론이 가능한데, 의미범주적 특성에 의해 그렇게 이해되지는 않을 거라고 봅니다. "틀리다" 뉘앙스를 본격적으로 나타내고 싶으면 실제로 더 강한 표현인 "마치가우"를 쓰면 되니까요.
다르다와 틀리다가 혼동되는 요즘 상황은 통탄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일화할 조짐이 없는 건 아니지만, 실제로 그렇게 흘러가도 결국은 어떤 방식으로든 다르다와 틀리다의 의미적 차이를 나타낼 다른 표현방식이 나타날 거고요.
아 또 덧글이 길어지네요 한 번 날려먹었는데...;
일본식 한문 읽기에 대해서 저랑 관점이 약간 다르신 듯해서 몇 자 더 적어 봅니다. 말의 최소단위까지 쪼개 읽는다 - 고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일본어에서 그냥 일본말로 있는 건 일본어로 읽고 말하되, "문자 표기만 한자를 빌어서 쓴다."고 표현합니다.
일본어에서도 한자의 음가를 동원해 낱말을 만들 때가 있는데, 그건 한국의 한자어랑 구조적으로 같지요. 소리가 일본어 발음상의 한계로 다를 뿐. 한국어는 한자를 "절대로 뜻으로는 읽지 않는데", 일본어는 "뜻으로 읽는 경우가 엄청나게 많습니다." 이건 그 한자어의 뜻에 일본어를 매치했다기 보다, 이미 있었던 일본어 표현과 뜻이 통하는 "한자를 찾아 적은 게 관례가 된 것"이라고 보는 게 타당할 것 같습니다.
딱히 근거가 있어서 하는 얘기는 아니니 심각하게 보지 말고, 사실과 다르다 싶으시면 언제든지 지적해주시기 바랍니다. "좋은 덧글" 감사합니다. :)
2009-07-21 19:50 #
2009-07-22 00:57 #
탄설음 ㄹ을 설측음 ㄹㄹ로 대체하는 경향은 제가 위에 언럭키즈님 답글에 쓴 것처럼 선후행 모음의 조합에도 관련되지 않나 싶습니다. "하려고"를 "할라고"라고는 하지만 굳이 "할려고"로 발음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듯해서요.
(하려고/할려고는 입모양 변화가 번거로움 /ㅏ/-/(반모음)ㅣ/-/ㅓ/-/ㅗ/)
(할라고는 입모양 변화가 단순함 /ㅏ(길게)/-/ㅗ/)
하지만 이렇게 보면 "잃어버리다"와 "잊어버리다"는 크게 차이가 있다고는 볼 수 없겠군요. 오랜만에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