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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머리를 보면서 드는 생각.
at 2009-10-15 20:55:00 2 comment

요새 부쩍 흰 머리가 많이 난다.
예전엔 머리를 넘기다가 한 올 돋아있는 흰 머리카락을 발견하면 꿈쩍꿈쩍 놀라곤 했는데 이젠 그 정도는 대수롭잖은 일이 되어버렸다. 흰 머리가 이렇게 많이 났다는 건 얼마 전 함께 일하던 착하고 이쁜 아이♡가 (하트를 백개 달아도 모자를 만큼 사랑스럽다) 언니, 흰 머리 좀 뽑아드릴까요? 라며 살갑게 물어왔을 때부터 실감했던 것..... 나이를 먹긴 먹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런 소리를 들었다는 것이 조금 충격적이어서-_- 내가 흰 머리가 그렇게 많니? 하고 집에 와 확인해보았는데... 응. 많았다. 이쁜이의 말은 역시 가벼이 넘겨도 될 말이 아니었다ㅠㅠㅠㅠㅠㅠ
머리를 일년에 한번 자를까 말까... 할 정도로 머리 손질에 드는 돈을 아까워하고 미용적인 부분에 관심과 애정따우 쥐톨도 없는-_- 그런 사람. 나란 사람... 미용실에 갈때마다 이렇게 긴 머리 어렵게 기르셨을텐데 자르면 안아까우세요? 라는 말을 번번히 듣는데... 그건 어렵게 기른게 아니라 그냥 지가 긴겁니다ㅠㅠㅠ 전 기르려고 기른게 아니라 그냥 지 혼자 막 자랐.....ㅠㅠ 그러니까 아까워말고 과감하게 잘라버리세욧! 이라고 대답한다. 흰 머리가 이만치나 난 걸 모르고 있었던 것 역시 이 정도로 무심했던 탓.
그 사실을 깨닫고 나니 살살 관심이 가긴 가더라.
사람 천성이 변하는데는 한계가 있어 애정까지는 주지 못하지만.
머리를 빗다가 빗에 엉켜 나오는 머리카락 중에도 흰 가닥이 섞여있는 걸 확인하고
거울을 볼 때마다 정수리깨에 수두룩 빽빽한 흰 머리를 보면서
이제 나도 꺾어진 쉰이구나.. 염색을 해야 하나... 부쩍 늘어난 관심따라 오만 생각을 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그 많은 생각들이 하나로 모아지는 귀결지는.
내게도 흰 머리를 뽑아 줄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
나의 치부랄 법한 부분을 스스럼없이 보여주고 내 몸의 일부를 맡길 수 있을만큼 편안한 사람.
그런 나를 기꺼워하며 무릎을 내어주고 흰 머리도 뽑아주고 덩달아 귀지도 파주는 다정한 사람.
나는 그렇게 해 줄 수 있는데.... 아니. 해주고 싶은데ㅠㅠㅠㅠㅠ
(머리도 감겨주고 세수도 시켜주고 이도 닦아주고 밥도 먹여줄 수 있는데ㅠㅠ)
거울 보면서 자기 흰 머리 뽑는 건 참말로 어렵고. 그보다 더 큰 크기로 슬프다.
그러니까. 서로의 흰 머리를 뽑아줄 수 있는 둘이서, 함께 늙어갔으면 좋겠다. 흰 머리만을 정확히 뽑아내는 섬세한 손놀림을 자랑할 수 없을만치 늙었을 때는 곰실거리는 아이들의 손을 빌리기도 하면서.....
(그런 아가들에게는 직접 구운 쿠키도 쥐어주고 말이야.. :^)
* 꾸덕꾸덕하게 잘 말라가던 건어물녀인 내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누ㅠㅠ
어릴 적부터 꿈꿔왔던 소박하고 행복한 삶. 언젠가 이루어지겠지, 하는 막연함을 껴안고 살았지만 어느 샌가 나란 인간에겐 그런거 안 어울려, 라며 포기. 이러다 종단엔 독신녀쪼그랑할머니로 늙어죽을지도 몰라. 근데 그게 뭐ㅠㅠㅠ 남에게 폐끼치지않는 단정한 죽음이야ㅠㅠㅠ 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내 상태로 봐서는 당장 누구라도 붙잡고 흰 머리 뽑아달라며 머리통을 들이밀 태세... 에잇ㅠㅠㅠㅠㅠㅠㅠ
이글루스 가든 - 나를 사랑하며 20대를 살아가기
할일: 나를 사랑하기






2009-11-04 13:37 #
이거..이거...너무 공감가서...어흑 ㅠㅠ
전 흰머리보다.. 늘어나는 뱃살때문에..
사실 좀 늘어나는 뱃살까진 이해한답니다.
그러나..중력을 받아 아래로 향하는 것까진..ㅠ_ㅠ
너무 슬프잖아요 꺼이~
ㅋ
2009-11-04 15:11 #
어릴 땐 뱃살이 쪄도 뭔가 탱글~ 하게 탄력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가차없이 아래로 떨구어지며 쳐지는 뱃살ㅠㅠ
탄력이라곤 찾아볼 수 없이 축축 쳐지는데... (참 적나라합니다ㅠㅠ)
쳐지는 뱃살과 흰 머리를 보면서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이토록 슬픈 일이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꺼이꺼이~~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