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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다 가블러 <11>
at 2005-08-24 12:54:59 0 comment
10편에서 계속.
헤다: 뢰브보르그 씨, 테아를 데려가기에는 너무 늦게 오셨어요.
뢰브보르그: 당신을 방문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고요. 실례했습니다.
헤다: 테아가 아직 우리집에 있는 건 어떻게 아셨어요?
뢰브보르그: 그녀의 숙소로 갔더니 돌아오지 않았다더군요.
헤다: 당신이 말을 거니까 숙소 사람들이 좀 이상해지지 않던가요?
뢰브보르그: 이상해진다고요?
헤다: 뭔가 아는 눈치를 보인다던가요.
눈치 빠른 뢰브보르그는 헤다의 질문 의미를 알아챈다.
뢰브보르그: 아, 맞습니다. 나 때문에 그녀의 평판까지 나빠지고 있어요. 그 밖의 점은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테스만은 아직 안일어났나요?
헤다: 아니오, 아마 아직 –
뢰브보르그: 테스만은 언제 돌아왔습니까?
헤다: 무척 늦게요.
뢰브보르그: 테스만이 당신에게 무슨 얘기 안하던가요?
헤다: 판사님 댁에서 무척 떠들썩하니 즐거웠다더군요.
뢰브보르그: 그 밖에는요?
헤다: 별 말 없었어요. 게다가 그 때 난 졸려서 –
그 때 뢰브보르그가 나타난 건 어찌 귀신같이 알고 엘브스테드 부인이 나타난다.
엘브스테드 부인: 아, 뢰브보르그! 이제서야!
뢰브보르그: 그래, 이제서야. 너무 늦어버렸어.
엘브스테드 부인: (불안하게 그를 바라보며) 너무 늦다니 무슨 소리야?
뢰브보르그: 모든 의미에서. 난 이제 끝장이야.
엘브스테드 부인: 아니, 아니야, 그런 말은 하지마!
뢰브보르그: 사연을 듣는다면 당신도 같은 말을 –
엘브스테드 부인: 아무 말도 하지마!
헤다: 테아와 단 둘이 이야기하시겠어요? 그럼 비켜드리지요.
뢰브보르그: 아니오, 거기 계십시오. 머물러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엘브스테드 부인: 난 아무 것도 듣고 싶지 않아.
뢰브보르그: 어젯밤 내가 벌인 일에 대해 말하려는 게 아니야.
엘브스테드 부인: 그럼 무슨-?
뢰브보르그: 우리가 이제 갈라서야 한다는 말을 하려고 해.
엘브스테드 부인: 갈라선다고?
헤다: (저도 모르게) 그럴 거라 생각했지.
뢰브보르그: 난 당신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아, 테아.
엘브스테드 부인: 나에게 대고 그런 말을 하는거야! 내가 더 필요없다고! 하지만 난 이전처럼 당신을 계속 도울 수 있잖아? 그래도 우린 계속 함께 일을 하는 거지?
뢰브보르그: 난 앞으로는 일할 생각 없어.
엘브스테드 부인: 그럼 난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지?
뢰브보르그: 날 애당초 몰랐던 것처럼 살아가도록 해봐.
엘브스테드 부인: 그럴 수는 없어!
뢰브보르그: 할 수 있는 한 노력해, 테아. 당신은 이제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
엘브스테드 부인: 절대로 안돌아가! 당신이 있는 곳에서 나도 살아갈 거야! 이런 식으로 날 쫓아보낼 수는 없어! 난 여기 머무르며 책이 나오는 순간을 당신과 함께 보낼거야.
헤다: (긴장해서 반쯤 큰 소리로) 아, 그 책 –
뢰브보르그: 나의 책이자 테아의 책이지요.
엘브스테드 부인: 바로 그래. 그래서 나도 그게 출판될 때 당신 곁에 있을 권리가 있어! 난 당신이 다시 명예와 존경을 얻는 걸 보고 싶어. 그리고 당신과 많은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어.
뢰브보르그: 테아 – 우리 책은 절대 출판되지 않을거야.
헤다: 아!
엘브스테드 부인: 출판되지 않을거라고!
뢰브보르그: 출판될 수도 없어.
엘브스테드 부인: 뢰브보르그 – 원고를 갖고 뭘 한거야!
헤다: (긴장해서 뢰브보르그를 바라본다) 그래, 원고에?
엘브스테드 부인: 원고는 어디 있어?
뢰브보르그: 아아 테아, 차라리 묻지를 마.
엘브스테드 부인: 아니, 난 알아야겠어. 난 거기에 대해 들을 권리가 있어.
뢰브보르그: 원고는 - . 좋아, 그 원고는, 내가 산산조각으로 찢어버렸어.
엘브스테드 부인: 아아 아니야, 안돼!
헤다: (저도 모르게)그럴리가!
뢰브보르그: (헤다를 보며)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합니까?
헤다: (진정하고) 믿어요. 당신이 직접 자기 입으로 말씀하셨으니까. 하지만 납득하기 힘든 일이라서 –
뢰브보르그: 그래도 사실입니다.
엘브스테드 부인: 오 하나님, 오 하나님, 헤다, 제 손으로 자기 저작을 찢어버렸대!
뢰브보르그: 나 자신의 삶을 찢겨나갔으니 나의 필생의 역작 또한 –
엘브스테드 부인: 그리고 지난 밤에 바로 그 일을 저질렀고!
뢰브보르그: 말 그대로야. 수천 조각으로 찢었지. 그리고 피요르드 아래로 흩뿌려 버렸어. 저 멀리. 차가운 바닷물 위로. 그 위로조각들은 떠돌아다니겠지. 폭풍과 바람 속에서. 그리고 얼마 후엔 가라앉을 거야. 깊이 깊이 심연으로. 내가 가라앉는 것러럼, 테아.
엘브스테드 부인: 알아요, 뢰브보르그, 당신이 원고에다 한 짓 - .그건 제 자식을 죽이는 거나 다름 없는 짓이고 난 평생 그걸 기억하고 살거야.
뢰브보르그: 당신 말이 맞아. 그건 자기 자식을 살해하는 거나 다름없는 짓이었어.
엘브스테드 부인: 알면서도 어떻게 그런 짓을-! 그건 내 아이기도 했어.
헤다: (거의 소리 없이) 아, 아이라고 –
엘브스테드 부인: 정말로 끝난거구나. 그래, 난 이제 가겠어, 헤다.
헤다: 하지만 이 도시를 떠나려는 건 아니지?
엘브스테드 부인: 내가 이제 뭘 해야 할지는 나도 몰라. 그저 눈 앞이 깜깜할 뿐인걸.
엘브스테드 부인은 힘없이 퇴장한다.
헤다: 그녀를 바래다주지 않을 건가요, 뢰브보르그 씨?
뢰브보르그: 제가요? 저 한길로? 그 사람과 내가 같이 걷는 걸 사람들이 다 쳐다보란 말입니까?
헤다: 대체 어젯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겠지만 되돌리는 게 불가능한 일인가요?
뢰브보르그: 어젯밤만의 일이 아닙니다. 진짜 이유는 내가 더 이상 그런 삶을 계속해갈 수 없다는 겁니다. 다시 한 번 새출발할 용기와 기백이 나에게선 사라졌어요.
헤다: 그 귀엽고 멍청한 여자가 사람의 운명을 좌우하는 힘을 갖고 있었던 거군요. 그런데 어떻게 그녀를 그리 냉혹하게 대할 수 있었죠.
뢰브보르그: 내가 냉혹했단 말은 하지 말아요.
헤다: 그녀가 오랫동안 온 마음을 쏟은 걸 파괴해 놓고 냉혹하지 않았다구요!
뢰브보르그: 당신에게는 진실을 털어놓을 수 있어요, 헤다.
헤다: 진실이라구요?
뢰브보르그: 하지만 먼저 약속해줘요. 내가 이제부터 하려는 얘기 테아에게는 절대 하지 않겠다고.
헤다: 약속해요.
뢰브보르그: 좋습니다. 그럼 말하지요. 아까 여기서 한 얘기는 사실이 아닙니다.
헤다: 원고 이야기요?
뢰브보르그: 네. 찢어버리지 않았어요. 피요르드에 뿌려버리지도 않았고요.
헤다: 네, 네. 하지만 – 그럼 원고는 어디 있죠?
뢰브보르그: 하지만 내가 없애버린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철저히요, 헤다!
헤다: 말씀을 이해 못하겠어요.
뢰브보르그: 테아가 말하길 내가 한 짓은 제 자식을 죽이는 거나 다름없다고 했지요.
헤다: 네, 그런 말을 했어요.
뢰브보르그: 하지만 아기를 죽이는 건 아버지로서 아이에게 저지를 수 있는 가장 큰 죄악은 아닙니다.
헤다: 그게 가장 큰 죄가 아니라고요?
뢰브보르그: 아니오. 그리고 내가 저지른 가장 큰 죄는 차마 테아에게 말할 수 없었어요.
헤다: 무엇이 그 가장 큰 죄인가요?
뢰브보르그: 만약에 어떤 사내가 방탕한 밤을 보내고 나서 아이의 어머니에게 가 이런 말을 했다고 칩시다. 여보, 내가 어제 밤에 그렇고 그런 장소에 갔는데 거기에다 우리 애도 같이 데려갔지. 그렇고 그런 장소에 말야. 그런데 애가 없어져버렸어. 흔적도 없이. 그 애가 누구 손에 떨어져 어떤 짓을 당하고 있는지는 아무도 몰라 – 이런 말을요.
뢰브보르그가 비유를 써서 빙빙 말을 돌리고 있는데 부연설명하자면 그는 자신의 원고가 길바닥에 떨어진 게 아니라 디아나 양의 집, 방탕한 파티에서 사라졌다고 믿고 있다. 그런 장소에서 원고가 사라지도록 눈치를 못챘다고 테아에게 고백하느니 차라리 자기 손으로 찢어버렸다고 거짓말을 하는 게 그로서는 속편했던 것이다.
헤다: 아, 하지만 그건 본래는 책 한 권에 불과한걸요.
뢰브보르그: 테아의 순수한 영혼이 그 안에 깃들어 있었습니다.
헤다: 네, 이해하겠어요.
뢰브보르그: 그럼 테아와 나의 관계가 더 이상 미래가 없다는 것도 이해하시겠지요.
헤다: 그리고 당신은 이제 어떤 길을 가려는 거지요?
뢰브보르그: 아무 길도 없습니다. 그저 이 모든 이야기에 끝을 낼 뿐이지요. 빠를수록 좋습니다.
헤다: (한 발짝 다가가면서) 뢰브보르그 – 들어봐요 – 이왕 끝을 낼 작정이라면 아름답게 끝을 내 주시겠어요?
뢰브보르그: 아름답게? (미소짓는다) 당신이 예전에 당신 자신의 결말을 상상하던 것처럼 머리 위에 포도잎 관을 얹고 –
헤다: 아니요, 포도잎 같은 건 나도 더 이상 믿지 않아요. 하지만 그래도 아름답게요! 이 마지막 한 번이라도! 잘가요. 이제 가셔야지요.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말아요.
뢰브보르그: 안녕히 계십시오, 부인. 그리고 예르겐 테스만에게 안부 전해 주십시오.
헤다: 아니, 잠깐만요! 당신에게 드릴 기념품이 있어요.
헤다는 책상으로 가 서랍을 열고 권총 상자를 꺼낸다. 두 자루의 권총 중 하나를 그녀는 뢰브보르그에게 내민다.
뢰브보르그: 그것을? 그것이 기념품입니까?
헤다: 이 권총을 기억하지요? 한 때 당신에게 겨눴던 권총이예요.
뢰브보르그: 당신이 그 때 방아쇠를 당겼다면 좋았을걸.
헤다: 가져가요! 그리고 이번에는 방아쇠를 당기세요.
뢰브보르그: (권총을 가슴 주머니에 넣으며)당신에게 감사해요.
헤다: 그리고 부디 아름답게요, 에일러트 뢰브보르그. 약속해줘요!
뢰브보르그: 안녕히, 헤다 가블러.
뢰브보르그가 퇴장하자 헤다는 다른 데 숨겨두었던 뢰브보르그의 원고 뭉치를 꺼낸다. 두어장 넘겨보던 그녀는 원고를 통채로 들고 난롯가로 간다.
헤다: (원고 중 한 장을 불길 속으로 던지며) 이제 난 네 아기에 태우고 있어, 테아! 풍성한 머리칼을 자랑하던 너! (몇 장을 더 난로 속으로 던진다) 너와 에일러트의 뢰브보르그의 아기를. (나머지 원고 뭉치를 불길 속으로 완전히 내던진다) 지금 네 아이를 내가 불태우고 있어.
헤다: 뢰브보르그 씨, 테아를 데려가기에는 너무 늦게 오셨어요.
뢰브보르그: 당신을 방문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고요. 실례했습니다.
헤다: 테아가 아직 우리집에 있는 건 어떻게 아셨어요?
뢰브보르그: 그녀의 숙소로 갔더니 돌아오지 않았다더군요.
헤다: 당신이 말을 거니까 숙소 사람들이 좀 이상해지지 않던가요?
뢰브보르그: 이상해진다고요?
헤다: 뭔가 아는 눈치를 보인다던가요.
눈치 빠른 뢰브보르그는 헤다의 질문 의미를 알아챈다.
뢰브보르그: 아, 맞습니다. 나 때문에 그녀의 평판까지 나빠지고 있어요. 그 밖의 점은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테스만은 아직 안일어났나요?
헤다: 아니오, 아마 아직 –
뢰브보르그: 테스만은 언제 돌아왔습니까?
헤다: 무척 늦게요.
뢰브보르그: 테스만이 당신에게 무슨 얘기 안하던가요?
헤다: 판사님 댁에서 무척 떠들썩하니 즐거웠다더군요.
뢰브보르그: 그 밖에는요?
헤다: 별 말 없었어요. 게다가 그 때 난 졸려서 –
그 때 뢰브보르그가 나타난 건 어찌 귀신같이 알고 엘브스테드 부인이 나타난다.
엘브스테드 부인: 아, 뢰브보르그! 이제서야!
뢰브보르그: 그래, 이제서야. 너무 늦어버렸어.
엘브스테드 부인: (불안하게 그를 바라보며) 너무 늦다니 무슨 소리야?
뢰브보르그: 모든 의미에서. 난 이제 끝장이야.
엘브스테드 부인: 아니, 아니야, 그런 말은 하지마!
뢰브보르그: 사연을 듣는다면 당신도 같은 말을 –
엘브스테드 부인: 아무 말도 하지마!
헤다: 테아와 단 둘이 이야기하시겠어요? 그럼 비켜드리지요.
뢰브보르그: 아니오, 거기 계십시오. 머물러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엘브스테드 부인: 난 아무 것도 듣고 싶지 않아.
뢰브보르그: 어젯밤 내가 벌인 일에 대해 말하려는 게 아니야.
엘브스테드 부인: 그럼 무슨-?
뢰브보르그: 우리가 이제 갈라서야 한다는 말을 하려고 해.
엘브스테드 부인: 갈라선다고?
헤다: (저도 모르게) 그럴 거라 생각했지.
뢰브보르그: 난 당신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아, 테아.
엘브스테드 부인: 나에게 대고 그런 말을 하는거야! 내가 더 필요없다고! 하지만 난 이전처럼 당신을 계속 도울 수 있잖아? 그래도 우린 계속 함께 일을 하는 거지?
뢰브보르그: 난 앞으로는 일할 생각 없어.
엘브스테드 부인: 그럼 난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지?
뢰브보르그: 날 애당초 몰랐던 것처럼 살아가도록 해봐.
엘브스테드 부인: 그럴 수는 없어!
뢰브보르그: 할 수 있는 한 노력해, 테아. 당신은 이제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
엘브스테드 부인: 절대로 안돌아가! 당신이 있는 곳에서 나도 살아갈 거야! 이런 식으로 날 쫓아보낼 수는 없어! 난 여기 머무르며 책이 나오는 순간을 당신과 함께 보낼거야.
헤다: (긴장해서 반쯤 큰 소리로) 아, 그 책 –
뢰브보르그: 나의 책이자 테아의 책이지요.
엘브스테드 부인: 바로 그래. 그래서 나도 그게 출판될 때 당신 곁에 있을 권리가 있어! 난 당신이 다시 명예와 존경을 얻는 걸 보고 싶어. 그리고 당신과 많은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어.
뢰브보르그: 테아 – 우리 책은 절대 출판되지 않을거야.
헤다: 아!
엘브스테드 부인: 출판되지 않을거라고!
뢰브보르그: 출판될 수도 없어.
엘브스테드 부인: 뢰브보르그 – 원고를 갖고 뭘 한거야!
헤다: (긴장해서 뢰브보르그를 바라본다) 그래, 원고에?
엘브스테드 부인: 원고는 어디 있어?
뢰브보르그: 아아 테아, 차라리 묻지를 마.
엘브스테드 부인: 아니, 난 알아야겠어. 난 거기에 대해 들을 권리가 있어.
뢰브보르그: 원고는 - . 좋아, 그 원고는, 내가 산산조각으로 찢어버렸어.
엘브스테드 부인: 아아 아니야, 안돼!
헤다: (저도 모르게)그럴리가!
뢰브보르그: (헤다를 보며)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합니까?
헤다: (진정하고) 믿어요. 당신이 직접 자기 입으로 말씀하셨으니까. 하지만 납득하기 힘든 일이라서 –
뢰브보르그: 그래도 사실입니다.
엘브스테드 부인: 오 하나님, 오 하나님, 헤다, 제 손으로 자기 저작을 찢어버렸대!
뢰브보르그: 나 자신의 삶을 찢겨나갔으니 나의 필생의 역작 또한 –
엘브스테드 부인: 그리고 지난 밤에 바로 그 일을 저질렀고!
뢰브보르그: 말 그대로야. 수천 조각으로 찢었지. 그리고 피요르드 아래로 흩뿌려 버렸어. 저 멀리. 차가운 바닷물 위로. 그 위로조각들은 떠돌아다니겠지. 폭풍과 바람 속에서. 그리고 얼마 후엔 가라앉을 거야. 깊이 깊이 심연으로. 내가 가라앉는 것러럼, 테아.
엘브스테드 부인: 알아요, 뢰브보르그, 당신이 원고에다 한 짓 - .그건 제 자식을 죽이는 거나 다름 없는 짓이고 난 평생 그걸 기억하고 살거야.
뢰브보르그: 당신 말이 맞아. 그건 자기 자식을 살해하는 거나 다름없는 짓이었어.
엘브스테드 부인: 알면서도 어떻게 그런 짓을-! 그건 내 아이기도 했어.
헤다: (거의 소리 없이) 아, 아이라고 –
엘브스테드 부인: 정말로 끝난거구나. 그래, 난 이제 가겠어, 헤다.
헤다: 하지만 이 도시를 떠나려는 건 아니지?
엘브스테드 부인: 내가 이제 뭘 해야 할지는 나도 몰라. 그저 눈 앞이 깜깜할 뿐인걸.
엘브스테드 부인은 힘없이 퇴장한다.
헤다: 그녀를 바래다주지 않을 건가요, 뢰브보르그 씨?
뢰브보르그: 제가요? 저 한길로? 그 사람과 내가 같이 걷는 걸 사람들이 다 쳐다보란 말입니까?
헤다: 대체 어젯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겠지만 되돌리는 게 불가능한 일인가요?
뢰브보르그: 어젯밤만의 일이 아닙니다. 진짜 이유는 내가 더 이상 그런 삶을 계속해갈 수 없다는 겁니다. 다시 한 번 새출발할 용기와 기백이 나에게선 사라졌어요.
헤다: 그 귀엽고 멍청한 여자가 사람의 운명을 좌우하는 힘을 갖고 있었던 거군요. 그런데 어떻게 그녀를 그리 냉혹하게 대할 수 있었죠.
뢰브보르그: 내가 냉혹했단 말은 하지 말아요.
헤다: 그녀가 오랫동안 온 마음을 쏟은 걸 파괴해 놓고 냉혹하지 않았다구요!
뢰브보르그: 당신에게는 진실을 털어놓을 수 있어요, 헤다.
헤다: 진실이라구요?
뢰브보르그: 하지만 먼저 약속해줘요. 내가 이제부터 하려는 얘기 테아에게는 절대 하지 않겠다고.
헤다: 약속해요.
뢰브보르그: 좋습니다. 그럼 말하지요. 아까 여기서 한 얘기는 사실이 아닙니다.
헤다: 원고 이야기요?
뢰브보르그: 네. 찢어버리지 않았어요. 피요르드에 뿌려버리지도 않았고요.
헤다: 네, 네. 하지만 – 그럼 원고는 어디 있죠?
뢰브보르그: 하지만 내가 없애버린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철저히요, 헤다!
헤다: 말씀을 이해 못하겠어요.
뢰브보르그: 테아가 말하길 내가 한 짓은 제 자식을 죽이는 거나 다름없다고 했지요.
헤다: 네, 그런 말을 했어요.
뢰브보르그: 하지만 아기를 죽이는 건 아버지로서 아이에게 저지를 수 있는 가장 큰 죄악은 아닙니다.
헤다: 그게 가장 큰 죄가 아니라고요?
뢰브보르그: 아니오. 그리고 내가 저지른 가장 큰 죄는 차마 테아에게 말할 수 없었어요.
헤다: 무엇이 그 가장 큰 죄인가요?
뢰브보르그: 만약에 어떤 사내가 방탕한 밤을 보내고 나서 아이의 어머니에게 가 이런 말을 했다고 칩시다. 여보, 내가 어제 밤에 그렇고 그런 장소에 갔는데 거기에다 우리 애도 같이 데려갔지. 그렇고 그런 장소에 말야. 그런데 애가 없어져버렸어. 흔적도 없이. 그 애가 누구 손에 떨어져 어떤 짓을 당하고 있는지는 아무도 몰라 – 이런 말을요.
뢰브보르그가 비유를 써서 빙빙 말을 돌리고 있는데 부연설명하자면 그는 자신의 원고가 길바닥에 떨어진 게 아니라 디아나 양의 집, 방탕한 파티에서 사라졌다고 믿고 있다. 그런 장소에서 원고가 사라지도록 눈치를 못챘다고 테아에게 고백하느니 차라리 자기 손으로 찢어버렸다고 거짓말을 하는 게 그로서는 속편했던 것이다.
헤다: 아, 하지만 그건 본래는 책 한 권에 불과한걸요.
뢰브보르그: 테아의 순수한 영혼이 그 안에 깃들어 있었습니다.
헤다: 네, 이해하겠어요.
뢰브보르그: 그럼 테아와 나의 관계가 더 이상 미래가 없다는 것도 이해하시겠지요.
헤다: 그리고 당신은 이제 어떤 길을 가려는 거지요?
뢰브보르그: 아무 길도 없습니다. 그저 이 모든 이야기에 끝을 낼 뿐이지요. 빠를수록 좋습니다.
헤다: (한 발짝 다가가면서) 뢰브보르그 – 들어봐요 – 이왕 끝을 낼 작정이라면 아름답게 끝을 내 주시겠어요?
뢰브보르그: 아름답게? (미소짓는다) 당신이 예전에 당신 자신의 결말을 상상하던 것처럼 머리 위에 포도잎 관을 얹고 –
헤다: 아니요, 포도잎 같은 건 나도 더 이상 믿지 않아요. 하지만 그래도 아름답게요! 이 마지막 한 번이라도! 잘가요. 이제 가셔야지요.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말아요.
뢰브보르그: 안녕히 계십시오, 부인. 그리고 예르겐 테스만에게 안부 전해 주십시오.
헤다: 아니, 잠깐만요! 당신에게 드릴 기념품이 있어요.
헤다는 책상으로 가 서랍을 열고 권총 상자를 꺼낸다. 두 자루의 권총 중 하나를 그녀는 뢰브보르그에게 내민다.
뢰브보르그: 그것을? 그것이 기념품입니까?
헤다: 이 권총을 기억하지요? 한 때 당신에게 겨눴던 권총이예요.
뢰브보르그: 당신이 그 때 방아쇠를 당겼다면 좋았을걸.
헤다: 가져가요! 그리고 이번에는 방아쇠를 당기세요.
뢰브보르그: (권총을 가슴 주머니에 넣으며)당신에게 감사해요.
헤다: 그리고 부디 아름답게요, 에일러트 뢰브보르그. 약속해줘요!
뢰브보르그: 안녕히, 헤다 가블러.
뢰브보르그가 퇴장하자 헤다는 다른 데 숨겨두었던 뢰브보르그의 원고 뭉치를 꺼낸다. 두어장 넘겨보던 그녀는 원고를 통채로 들고 난롯가로 간다.
헤다: (원고 중 한 장을 불길 속으로 던지며) 이제 난 네 아기에 태우고 있어, 테아! 풍성한 머리칼을 자랑하던 너! (몇 장을 더 난로 속으로 던진다) 너와 에일러트의 뢰브보르그의 아기를. (나머지 원고 뭉치를 불길 속으로 완전히 내던진다) 지금 네 아이를 내가 불태우고 있어.
할일: 시험 공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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