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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다 가블러 <10>
at 2005-08-24 09:56:03 0 comment
9편에서 계속.
테스만과 엇갈리면서 브라크 판사가 방문한다.(거의 자기집 드나드는 수준인듯;;) 원래는 테스만 친구이니 테스만이 상대해야겠지만 테스만이 어서 고모댁에 가봐야할 판이라 헤다가 그를 접대하게 된다.
헤다: 어제 댁에서 모임은 꽤 떠들썩했다고 들었어요, 판사님.
브라크: 전 옷도 못갈아입고 바로 여기로 왔습니다, 헤다 부인.
헤다: 판사님도 그러세요?
브라크: 테스만이 어제 밤 일에 대해서는 뭐라고 하던가요?
헤다: 별 얘기 없었어요. 끝나고 자기는 커피 마시러 갔다는 것 정도밖에.
브라크: 커피 마시러 간 얘기는 저도 들었습니다만 에일러트 뢰브보르그는 그 자리에 끼지 않았다지요?
헤다: 아니오, 그 전에 다른 사람들이 뢰브보르그 씨를 숙소로 데려다줬다던데요.
브라크: 테스만도 같이요?
헤다: 아니오, 테스만은 같이 안갔고 다른 사람들이요.
브라크: (미소지으며) 예르겐 테스만은 정말 건실한 사람입니다, 헤다 부인.
헤다: 그렇고 말고요. 하지만 무슨 문제가 있었나요?
브라크: 네, 실상은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었습니다.
헤다: 그럼 여기 앉아 이야기를 해보시지요.
브라크: 저는 어제밤 제 손님들 –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제 손님들 중 몇 명의 뒤를 밟을 필요가 있었습니다.
헤다: 그리고 그 손님들 중 에일러트 뢰브보르그도 포함되었구요?
브라크: 고백하자면 그 사람도 조사 대상이었지요.
헤다: 정말 궁금하게 하시네요.
브라크: 뢰브보르그와 그를 바래준다고 같이 간 몇명이 사실은 그 후 나머지 시간을 어디서 보낸줄 아십니까, 헤다 부인?
헤다: 해도 되는 얘기라면 해보세요.
브라크: 해도 되긴 하지요. 그 무리들은 어느 굉장히 들뜬 모임을 하나 더 방문했습니다.
헤다: 유쾌한 모임을 하나 더요?
브라크: 굉장히 유쾌한 모임이지요.
19세기 희곡 답게 <굉장히 유쾌하다>라고 돌려 표현하고 있지만 실제로 뜻하는 것은 저속하고 저질적인 자리를 의미한다. 술자리 끝나고 또 가는 2차, 3차가 문제있는 자리인 것은 시대와 문화권을 막론하고 마찬가지인가보다.
그 자리를 주최한 것은 뢰브보르그가 몸굴리며 살던 시절 교류하던 친구들이었다. 뢰브보르그가 다시 이 도시에 나타났다는 소문에 친구들은 다시 그를 초대했지만 새사람이 되겠다고 마음먹은 뢰브보르그는 초대를 사양한 터였다. 하지만 어제 브라크내 집에서 이미 한껏 마시고 잔뜩 취해 뢰브뷁으로 변신했던 뢰브보르그는 „가자, 가자“를 되뇌이며 왕년의 암흑의 모임에 다시 나타나고 말았다. 물론 19세기 부르주아 가정을 배경으로 한 희곡이므로 브라크는 이 이야기를 빙빙 돌려서 표현한다. 현대 독자의 시각으로 보면 이게 입센 희곡의 매력이기도 하다. 다루는 소재는 사실주의-자연주의 계열 답게 근친상간에 성병에 광기에 안락사 등등 찌라시스럽고 센세이셔널하기 짝이 없는데(근친상간 성병 안락사 등은 헤다 가블러 말고 입센의 다른 작품에 나온다) 그걸 부르주아 살롱에서 점잔 빼는 언어로 빙빙 돌려가며 표현하는 거다.
브라크: 간단히 말해서 뢰브보르그가 마지막에 도착한 곳은 디아나 양의 살롱이었습니다.
헤다: 디아나 양이요?
브라크: 그 모임을 주최한 것은 디아나 양이었습니다. 소수의 친구들과 숭배자들을 위한 모임이었지요.
헤다: 그 빨간 머리 여자 말인가요?
브라크: 맞습니다.
헤다: 가수라는?
브라크: 그렇습니다. 게다가 신사들을 사냥하는 취미도 있고요. 헤다 부인도 소문을 들으신 적이 있을 겁니다. 에일러트 뢰브보르그는 왕년에 그녀의 가장 절친한 수호자 중 하나였습니다.
헤다: 그리고 이 이야기의 결말은 어떻게 되지요?
브라크: 시작보다는 덜 유쾌합니다. 처음에는 아주 다정하게 맞아주던 디아나 양이었지만 나중에는 주먹다짐을 하게 되었다는군요.
헤다: 뢰브보르그와요?
브라크: 그렇습니다. 그는 디아나 양이었던가 그녀의 친구들을 도둑이라고 욕했습니다. 지갑과 다른 물건들이 사라졌다는 거였어요. 그 후 굉장한 난장판이 벌어졌습니다.
헤다: 그 결과는요?
브라크: 숙녀들과 신사들이 서로 물어뜯는 싸움판이 벌어졌지요. 다행히 경찰이 출동했습니다.
헤다: 경찰까지 왔다구요?
브라크: 그렇습니다, 뢰브보르그는 아마 재미 본 대가를 톡톡이 치르게 될겁니다. 그 친구 정신이 나갔어요.
헤다: 그래요!
브라크: 공권력에 저항을 펼치더군요. 경관의 따귀를 때리고 제복을 찢어버렸답니다. 그래서 경찰서까지 끌려갔지요.
헤다: 어디서 그런 걸 다 들으셨어요?
브라크: 경관에게 직접요.
헤다: 그렇게 된 거군요. 머리에 포도잎 관 같은 건 쓰지 못한 채로요.
브라크: 포도잎 관이라구요, 헤다 부인?
헤다: (어조를 바꾸며) 하지만 어디 털어놓아 보세요, 판사님, 왜 에일러트 뢰브보르그의 뒷조사를 한거지요?
브라크: 심문 과정에서 그가 사건 전 제 집에도 머물렀다는 게 드러나면 저로서도 무관한 일이 아니지요.
헤다: 심문까지 가게 되나요?
브라크: 물론입니다. 하지만 그건 진짜 중요한 이유는 아닙니다. 이 댁의 친구로서 저는 부인과 테스만에게 뢰브보르그가 밤에 벌인 일에 대해 똑똑히 알려드릴 의무가 있다고 봅니다.
헤다: 어째서요?
브라크: 그가 당신들을 바람막이로 이용할 수도 있으니까요.
헤다: 왜 그런 생각을 하세요?
브라크: 모르는 척 마십시오, 헤다 부인. 주의하세요! 그 엘브스테드 부인이라는 사람은 이 도시에 한동안 머물 것 아닙니까.
헤다: 그녀와 뢰브보르그가 만날 곳이 필요하다면 여기 말고 다른 장소들도 있어요.
브라크: 제대로 된 집안에서는 못만날 겁니다. 체면을 신경쓰는 집안이라면 이제부터 뢰브보르그에게는 다시 문을 열어주지 않게 될겁니다.
헤다: 그리고 저희 집도 그 사람과 교류해서는 안된다는 거군요?
브라크: 그렇습니다. 고백하자면 그 신사가 이 집을 계속 들락거리는 건 제게 수치스러운 일 정도로 끝나는 게 아닙니다. 그 사람이 이 곳에 끼어들어 –
헤다: 삼각관계에서 판사님의 자리를 빼앗을까봐요?
브라크: 그거지요. 저로서는 제 집이 없어지는 거나 다를 바 없습니다.
헤다: 바구니의 유일한 수탉으로 남고 싶으시다는 거군요.
브라크: 네, 그것이 제 목표입니다. 그리고 이 목표를 위해서라면 저는 수단을 가리지 않고 싸울 겁니다.
헤다: 판사님은 경우에 따라서는 굉장히 위험해질 인간이시네요.
브라크: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헤다: 네,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판사님 손아귀에 꼼짝달싹 할 수 없이 내맡겨진 상황이 아니라서 다행이예요.
그 후로도 의미심장한 몇 마디가 이어지다가 브라크는 퇴장한다. 다음 장면에 이 집으로 들어오는 사람은 뭔가 흥분해있는 상태의 뢰브보르그다.
테스만과 엇갈리면서 브라크 판사가 방문한다.(거의 자기집 드나드는 수준인듯;;) 원래는 테스만 친구이니 테스만이 상대해야겠지만 테스만이 어서 고모댁에 가봐야할 판이라 헤다가 그를 접대하게 된다.
헤다: 어제 댁에서 모임은 꽤 떠들썩했다고 들었어요, 판사님.
브라크: 전 옷도 못갈아입고 바로 여기로 왔습니다, 헤다 부인.
헤다: 판사님도 그러세요?
브라크: 테스만이 어제 밤 일에 대해서는 뭐라고 하던가요?
헤다: 별 얘기 없었어요. 끝나고 자기는 커피 마시러 갔다는 것 정도밖에.
브라크: 커피 마시러 간 얘기는 저도 들었습니다만 에일러트 뢰브보르그는 그 자리에 끼지 않았다지요?
헤다: 아니오, 그 전에 다른 사람들이 뢰브보르그 씨를 숙소로 데려다줬다던데요.
브라크: 테스만도 같이요?
헤다: 아니오, 테스만은 같이 안갔고 다른 사람들이요.
브라크: (미소지으며) 예르겐 테스만은 정말 건실한 사람입니다, 헤다 부인.
헤다: 그렇고 말고요. 하지만 무슨 문제가 있었나요?
브라크: 네, 실상은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었습니다.
헤다: 그럼 여기 앉아 이야기를 해보시지요.
브라크: 저는 어제밤 제 손님들 –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제 손님들 중 몇 명의 뒤를 밟을 필요가 있었습니다.
헤다: 그리고 그 손님들 중 에일러트 뢰브보르그도 포함되었구요?
브라크: 고백하자면 그 사람도 조사 대상이었지요.
헤다: 정말 궁금하게 하시네요.
브라크: 뢰브보르그와 그를 바래준다고 같이 간 몇명이 사실은 그 후 나머지 시간을 어디서 보낸줄 아십니까, 헤다 부인?
헤다: 해도 되는 얘기라면 해보세요.
브라크: 해도 되긴 하지요. 그 무리들은 어느 굉장히 들뜬 모임을 하나 더 방문했습니다.
헤다: 유쾌한 모임을 하나 더요?
브라크: 굉장히 유쾌한 모임이지요.
19세기 희곡 답게 <굉장히 유쾌하다>라고 돌려 표현하고 있지만 실제로 뜻하는 것은 저속하고 저질적인 자리를 의미한다. 술자리 끝나고 또 가는 2차, 3차가 문제있는 자리인 것은 시대와 문화권을 막론하고 마찬가지인가보다.
그 자리를 주최한 것은 뢰브보르그가 몸굴리며 살던 시절 교류하던 친구들이었다. 뢰브보르그가 다시 이 도시에 나타났다는 소문에 친구들은 다시 그를 초대했지만 새사람이 되겠다고 마음먹은 뢰브보르그는 초대를 사양한 터였다. 하지만 어제 브라크내 집에서 이미 한껏 마시고 잔뜩 취해 뢰브뷁으로 변신했던 뢰브보르그는 „가자, 가자“를 되뇌이며 왕년의 암흑의 모임에 다시 나타나고 말았다. 물론 19세기 부르주아 가정을 배경으로 한 희곡이므로 브라크는 이 이야기를 빙빙 돌려서 표현한다. 현대 독자의 시각으로 보면 이게 입센 희곡의 매력이기도 하다. 다루는 소재는 사실주의-자연주의 계열 답게 근친상간에 성병에 광기에 안락사 등등 찌라시스럽고 센세이셔널하기 짝이 없는데(근친상간 성병 안락사 등은 헤다 가블러 말고 입센의 다른 작품에 나온다) 그걸 부르주아 살롱에서 점잔 빼는 언어로 빙빙 돌려가며 표현하는 거다.
브라크: 간단히 말해서 뢰브보르그가 마지막에 도착한 곳은 디아나 양의 살롱이었습니다.
헤다: 디아나 양이요?
브라크: 그 모임을 주최한 것은 디아나 양이었습니다. 소수의 친구들과 숭배자들을 위한 모임이었지요.
헤다: 그 빨간 머리 여자 말인가요?
브라크: 맞습니다.
헤다: 가수라는?
브라크: 그렇습니다. 게다가 신사들을 사냥하는 취미도 있고요. 헤다 부인도 소문을 들으신 적이 있을 겁니다. 에일러트 뢰브보르그는 왕년에 그녀의 가장 절친한 수호자 중 하나였습니다.
헤다: 그리고 이 이야기의 결말은 어떻게 되지요?
브라크: 시작보다는 덜 유쾌합니다. 처음에는 아주 다정하게 맞아주던 디아나 양이었지만 나중에는 주먹다짐을 하게 되었다는군요.
헤다: 뢰브보르그와요?
브라크: 그렇습니다. 그는 디아나 양이었던가 그녀의 친구들을 도둑이라고 욕했습니다. 지갑과 다른 물건들이 사라졌다는 거였어요. 그 후 굉장한 난장판이 벌어졌습니다.
헤다: 그 결과는요?
브라크: 숙녀들과 신사들이 서로 물어뜯는 싸움판이 벌어졌지요. 다행히 경찰이 출동했습니다.
헤다: 경찰까지 왔다구요?
브라크: 그렇습니다, 뢰브보르그는 아마 재미 본 대가를 톡톡이 치르게 될겁니다. 그 친구 정신이 나갔어요.
헤다: 그래요!
브라크: 공권력에 저항을 펼치더군요. 경관의 따귀를 때리고 제복을 찢어버렸답니다. 그래서 경찰서까지 끌려갔지요.
헤다: 어디서 그런 걸 다 들으셨어요?
브라크: 경관에게 직접요.
헤다: 그렇게 된 거군요. 머리에 포도잎 관 같은 건 쓰지 못한 채로요.
브라크: 포도잎 관이라구요, 헤다 부인?
헤다: (어조를 바꾸며) 하지만 어디 털어놓아 보세요, 판사님, 왜 에일러트 뢰브보르그의 뒷조사를 한거지요?
브라크: 심문 과정에서 그가 사건 전 제 집에도 머물렀다는 게 드러나면 저로서도 무관한 일이 아니지요.
헤다: 심문까지 가게 되나요?
브라크: 물론입니다. 하지만 그건 진짜 중요한 이유는 아닙니다. 이 댁의 친구로서 저는 부인과 테스만에게 뢰브보르그가 밤에 벌인 일에 대해 똑똑히 알려드릴 의무가 있다고 봅니다.
헤다: 어째서요?
브라크: 그가 당신들을 바람막이로 이용할 수도 있으니까요.
헤다: 왜 그런 생각을 하세요?
브라크: 모르는 척 마십시오, 헤다 부인. 주의하세요! 그 엘브스테드 부인이라는 사람은 이 도시에 한동안 머물 것 아닙니까.
헤다: 그녀와 뢰브보르그가 만날 곳이 필요하다면 여기 말고 다른 장소들도 있어요.
브라크: 제대로 된 집안에서는 못만날 겁니다. 체면을 신경쓰는 집안이라면 이제부터 뢰브보르그에게는 다시 문을 열어주지 않게 될겁니다.
헤다: 그리고 저희 집도 그 사람과 교류해서는 안된다는 거군요?
브라크: 그렇습니다. 고백하자면 그 신사가 이 집을 계속 들락거리는 건 제게 수치스러운 일 정도로 끝나는 게 아닙니다. 그 사람이 이 곳에 끼어들어 –
헤다: 삼각관계에서 판사님의 자리를 빼앗을까봐요?
브라크: 그거지요. 저로서는 제 집이 없어지는 거나 다를 바 없습니다.
헤다: 바구니의 유일한 수탉으로 남고 싶으시다는 거군요.
브라크: 네, 그것이 제 목표입니다. 그리고 이 목표를 위해서라면 저는 수단을 가리지 않고 싸울 겁니다.
헤다: 판사님은 경우에 따라서는 굉장히 위험해질 인간이시네요.
브라크: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헤다: 네,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판사님 손아귀에 꼼짝달싹 할 수 없이 내맡겨진 상황이 아니라서 다행이예요.
그 후로도 의미심장한 몇 마디가 이어지다가 브라크는 퇴장한다. 다음 장면에 이 집으로 들어오는 사람은 뭔가 흥분해있는 상태의 뢰브보르그다.
할일: 시험 공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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