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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다 가블러 <8>
at 2005-08-23 09:59:54 0 comment
7편에서 계속.
엘브스테드 부인은 테스만과 브라크에게는 지나가면서 살짝 인사한 후 헤다와 악수한다. 뢰브보르그와는 말없이 서로 고개만 까닥한다.
엘브스테드 부인: (헤다에게) 남편분에게 가서 내가 인사라도 드려야 할까?
헤다: 관둬. 어차피 저 사람들은 곧 나갈텐데 뭐.
엘브스테드 부인: 나간다고?
헤다: 응, 술자리가 있어서 간대.
엘브스테드 부인: (뢰브보르그에게 잽싸게) 하지만 당신은 안가시는 거지요?
뢰브보르그: 안 갑니다.
헤다: 뢰브보르그 씨는 우리랑 같이 여기 남아있을거야.
이 말에 엘브스테드 부인은 안심하고 자리에 앉는다. 이 때 헤다는 잽싸게 중간이 끼어들면서 „거기 말고 여기 내 옆에 앉아. 나 가운데 앉고 싶어“라는 말을 한다. 하일트가 대학 시절 한 연극에서 헤다가 이 대사 하니까 관객들이 다 웃더라. 웃긴 대사였나;;
뢰브보르그, 헤다, 엘브스테드 부인. 뭔가 복잡한 인연으로 얽힌 세 사람이 한 자리에 앉아있다. 아까 헤다에게 껄떡대다 사랑이 아니었다고 한 방 먹은 뢰브보르그는 반격에 나서려는지 엘브스테드 부인을 이용해 헤다의 질투를 자극하려 들고 엘브스테드 부인을 사이에 둔 둘의 신경전이 벌어진다.
뢰브보르그: (엘브스테드 부인에 대해) 이 사람과 저는 진정한 동료와 같습니다. 숨기는 것 없이 전적으로 서로를 신뢰하지요. 덕택에 우리끼리는 무엇이든 서로 털어놓을 수 있습니다.
헤다: 숨기는 것 없이 말이지요, 뢰브보르그 씨?
뢰브보르그: 그것은 –
엘브스테드 부인: 아아, 난 정말 행복해, 헤다! 생각해봐, 이 사람 말로는 내가 자기에게 열정을 불어넣어준대.
헤다: (미소를 지어보이며) 그런 말도 했어?
뢰브보르그: 그리고 테아는 행동으로 실행하는 용기도 갖고 있습니다, 테스만 부인!
엘브스테드 부인: 어머, 내게 용기라니!
뢰브보르그: 동지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낼 용기지요.
헤다: 아 네, 용기요. 그런 게 있기만 하다면!
뢰브보르그: 하다면요?
헤다: 그럼 삶을 견뎌내기가 수월해지겠지요.(갑자기 말을 돌리며) 테아, 여기 시원한 펀치나 한 잔 들어.
엘브스테드 부인: 고마워. 하지만 나 술 종류는 마시지 않아.
헤다: 뢰브보르그 씨는요?
뢰브보르그: 고맙습니다만 저도 안 합니다.
엘브스테드 부인: 응, 이 사람도 술은 안해!
헤다: (뢰브보르그를 정면으로 쳐다보며) 제가 부탁해도 안되는 건가요?
뢰브보르그: 안됩니다.
헤다: (웃는다) 저는 당신께 영향력이 조금도 없는 거군요?
뢰브보르그: 이 문제에 있어서는 그렇습니다.
헤다: 하지만 진지하게 말하자면 당신 자신을 위해서라도 마시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엘브스테드 부인: 하지만 헤다!
뢰브보르그: 어째서요?
헤다: 사람들이 당신이 사실은 스스로의 의지력에 자신이 없는 거라고 생각할걸요.
엘브스테드 부인: (작은 소리로) 그런 소리 마, 헤다!
뢰브보르그: 사람들이야 믿고 싶은 걸 믿으라지요. 뭐 언젠가는 - .
엘브스테드 부인: (안도하며) 그렇지요!
헤다: 아까 브라크 판사님을 똑똑히 봤는데 말이죠.
뢰브보르그: 그래서요?
헤다: 자기들 저녁 모임 정도에도 참석할 엄두를 못낸다고 비웃던걸요.
뢰브보르그: 참석할 엄두를 못내는 거라구요! 저야 그 모임보다 여기서 여러분과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 훨씬 좋은 걸요.
엘브스테드 부인: 당연하잖아, 헤다!
헤다: 브라크 판사님이야 그런 사정은 모르지. 아까 판사님이 입꼬리를 올리면서 도저히 이해 못하겠다는 식으로 테스만과 어이 없다는 듯 서로 쳐다보는 걸 봤어. 그런 가벼운 자리조차 겁을 내냐고.
뢰브보르그: 겁을 낸다고! 제가 용기가 없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헤다: 제가 한 말이 아니예요. 하지만 판사님은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르죠.
뢰브보르그: 생각하라지요.
헤다: 그럼 모임에는 안따라가시는 건가요?
뢰브보르그: 여기 부인과 테아와 함께 있을 겁니다.
이렇게 헤다가 뢰브보르그를 엘브스테드 부인의 영향력에서 빼내보려는 시도는 실패로 돌아간다. 헤다는 작전을 바꿔 다른 식으로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으려 든다.
헤다: (엘브스테드 부인 쪽을 돌아보며) 거봐, 내가 뭐랬어. 오늘 아침 네가 완전히 불안해 하며 우리 집에 왔을 때 –
뢰브보르그: (충격을 받은 듯) 불안해하며 라구요!
엘브스테드 부인: (겁에 질려) 헤다, 헤다!
헤다: 하지만 봐! 그렇게 뢰브보르그 씨 일을 걱정할 필요는 없었잖아. 이제 우리 셋이서 편한 시간 보내자구.
뢰브보르그: 아 – 그게 무슨 얘기입니까, 테스만 부인!
엘브스테드 부인: 아아 헤다! 무슨 말을 해버린 거야! 무슨 짓을 하는 거야!
헤다: 가만히 앉아 있어! 저 음흉한 판사가 저 쪽에서 쳐다보고 있잖아.
뢰브보르그: 걱정했다고. 나를 못 믿어서.
눈치 빠른 뢰브보르그는 엘브스테드 부인이 자길 못 믿어서 테스만 부부에게 감시를 부탁했다는 걸 알아챈다. 테스만이라면 대놓고 설명해도 못알아들었을텐데 장하다, 뢰브보르그.
엘브스테드 부인: 아아 헤다, 왜 날 이 지경으로 몬 거야!
뢰브보르그: (일그러진 얼굴로 엘브스테드 부인을 응시하다) 이게 당신이 동지로서 내게 가진 믿음이라는 거군.
엘브스테드 부인: (에원한다) 아아, 내 사랑하는 친구, 제발 내 말을 들어-
뢰브보르그: (가득찬 펀치 잔을 들며 쉰 목소리로) 테아를 위해 건배!
엘브스테드: (낮은 목소리로) 헤다, 이렇게 되길 노렸던 거구나!
헤다: 노렸다고? 내가? 이 사람을 못 믿어?
뢰브보르그: 그리고 당신을 위해서도 건배, 테스만 부인! 진실을 알려줘서 고마워요! 진실 만세!
뢰브보르그는 두 번째 잔도 통채로 들이키고 새로 펀치를 따르려 한다. 그리고 헤다는 더 큰 일격을 가한다.
헤다: (뢰브보르그의 팔에 손을 얹으며) 그만 드세요. 이제 저녁 모임에 따라가셔야지요.
엥ㄹ브스테드 부인: 안돼요, 안돼!
헤다: 조용히 해! 저기 앉은 사람들이 계속 널 쳐다보고 있어.
뢰브보르그: (잔을 내려놓으며) 테아, 부디 솔직히 말해줘.
엘브스테드 부인: 물론!
뢰브보르그: 당신이 날 따라 온 거 남편도 알아?
엘브스테드 부인: 아아 헤다, 저 사람이 한 말 들었어?
뢰브보르그: 여기까지 따라와 날 감시하라고 남편이 시켰나? 아하! 날 또 부려먹을 일이 생긴 거구만. 아니면 카드 놀이 상대가 없어 아쉬웠나?
엘브스테드 부인: 아아, 뢰브보르그, 뢰브보르그!
뢰브보르그: (잔을 들고 다시 채우려 한다) 그 늙은 양반에게도 건배!
헤다: 이쯤해둬요. 테스만을 따라 모임에 가서 원고를 읽어줄 준비도 해야지요.
원고 말이 나오자 뢰브보르그는 다시 이성을 찾는 것처럼 보인다.
뢰브보르그: (조용히 잔을 내려놓으며) 내가 바보였어, 테아. 이런 걸로 당신에게 섭섭해 하다니. 나한테 화내지 말아줘, 내 소중한 동지. 당신의 도움으로 난 새사람이 되었고 그걸 당신과 다른 이들 앞에서 증명해 보일거야.
엘브스테드 부인: 하나님 감사합니다!
엘브스테드 부인은 뢰브보르그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자기 옆에 남아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뢰브보르그가 <다른 이들 앞에 증명해 보일거야>라고 한 것은 다른 의미였다. 브라크 판사와 테스만이 저녁 모임에 가겠다고 떠날 준비를 하자 뢰브보르그도 따라 나선다. 뢰브보르그는 술자리에서도 유혹에 지지 않고 멀쩡히 빠져나옴으로써 자신이 새 사람이 되었다는 걸 증명해보이고 싶었던 것이다. 테아는 불안에 떨지만 뢰브보르그는 원고만 읽어주고 돌아오겠다고, 당신이 여기서 기다려주면 밤 열 시 쯤 당신을 데리러 오겠다고 약속한다. 남자들이 떠난 방에는 헤다와 엘브스테드 부인만이 남아있다.
엘브스테드 부인: (일어서서 초조하게 방 안을 거닌다) 헤다, 헤다, 과연 이 일이 어떻게 끝날까!
헤다: 열 시가 되면 그 사람은 돌아올거야. 벌써 눈 앞에 보이는걸. 머리엔 포도관을 쓰고 당당하고 자랑스럽게 –
엘브스테드 부인: 그래만 준다면!
헤다: 그렇게 되면 그는 시험을 이기고 완전히 자기 자신의 주인이 된 거야. 그리고 남은 생애를 완전히 자유로운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을 거야.
엘브스테드 부인: 그래, 그 사람이 네가 말한대로 돌아오기만 한다면.
헤다: 그렇게 돌아오고말고. (일어서서 엘브스테드 부인 곁으로 간다) 난 그 사람을 못 믿지만 난 믿어. 그리고 우린 확인하게 될거야.
엘브스테드 부인: 뭔가 노리는 게 있었구나, 헤다!
헤다: 난 한번쯤 다른 인간의 운명을 좌우하는 힘을 가져보고 싶었어.
엘브스테드 부인: 아무에게도 그런 영향력을 가지지 못한다는 거야?
헤다: 내겐 그런 힘이 없어. 가져본 적도 없어.
엘브스테드 부인: 하지만 남편은 널 그렇게 사랑하는데?
헤다: 그 사람 운명 따위 좌우해봤자 무슨 가치가 있겠어! 아아, 내가 얼마나 가진 게 없는지 네가 알아줄 수 있다면! (열정적으로 엘브스테드 부인을 끌어안는다) 네 머리칼에 불을 질러버리고 싶어!
엘브스테드 부인: 놔! 놔줘! 무서워, 헤다!
그 때 하녀가 와서 식당에 차 드실 준비가 되었다고 한다.
헤다: 좋아, 식당으로 가자.
엘브스테드 부인: 아냐, 아냐! 나 그냥 숙소로 돌아가겠어. 지금 당장!
헤다: 바보같은 소리 마! 차를 마시고 기다리는 거야. 그러면 열 시에 에일러트 뢰브보르그가 돌아올거야. 머리에 포도관을 얹고.
그리고 2막이 끝난다.
<다음회에 계속>
지난 회의 퀴즈는 게마짱 님이 혼자 참여하셔서 하마터면 답을 맞추실 뻔 했습니다. 하일트는 원래 테스만 역이 하고 싶어서 테스만으로 지원했는데 오디션에서 떨어지는-_- 바람에 뢰브보르그 역을 맡게 되었답니다. 하일트의 친구 형식주의는 브라크 판사였다지요.
엘브스테드 부인은 테스만과 브라크에게는 지나가면서 살짝 인사한 후 헤다와 악수한다. 뢰브보르그와는 말없이 서로 고개만 까닥한다.
엘브스테드 부인: (헤다에게) 남편분에게 가서 내가 인사라도 드려야 할까?
헤다: 관둬. 어차피 저 사람들은 곧 나갈텐데 뭐.
엘브스테드 부인: 나간다고?
헤다: 응, 술자리가 있어서 간대.
엘브스테드 부인: (뢰브보르그에게 잽싸게) 하지만 당신은 안가시는 거지요?
뢰브보르그: 안 갑니다.
헤다: 뢰브보르그 씨는 우리랑 같이 여기 남아있을거야.
이 말에 엘브스테드 부인은 안심하고 자리에 앉는다. 이 때 헤다는 잽싸게 중간이 끼어들면서 „거기 말고 여기 내 옆에 앉아. 나 가운데 앉고 싶어“라는 말을 한다. 하일트가 대학 시절 한 연극에서 헤다가 이 대사 하니까 관객들이 다 웃더라. 웃긴 대사였나;;
뢰브보르그, 헤다, 엘브스테드 부인. 뭔가 복잡한 인연으로 얽힌 세 사람이 한 자리에 앉아있다. 아까 헤다에게 껄떡대다 사랑이 아니었다고 한 방 먹은 뢰브보르그는 반격에 나서려는지 엘브스테드 부인을 이용해 헤다의 질투를 자극하려 들고 엘브스테드 부인을 사이에 둔 둘의 신경전이 벌어진다.
뢰브보르그: (엘브스테드 부인에 대해) 이 사람과 저는 진정한 동료와 같습니다. 숨기는 것 없이 전적으로 서로를 신뢰하지요. 덕택에 우리끼리는 무엇이든 서로 털어놓을 수 있습니다.
헤다: 숨기는 것 없이 말이지요, 뢰브보르그 씨?
뢰브보르그: 그것은 –
엘브스테드 부인: 아아, 난 정말 행복해, 헤다! 생각해봐, 이 사람 말로는 내가 자기에게 열정을 불어넣어준대.
헤다: (미소를 지어보이며) 그런 말도 했어?
뢰브보르그: 그리고 테아는 행동으로 실행하는 용기도 갖고 있습니다, 테스만 부인!
엘브스테드 부인: 어머, 내게 용기라니!
뢰브보르그: 동지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낼 용기지요.
헤다: 아 네, 용기요. 그런 게 있기만 하다면!
뢰브보르그: 하다면요?
헤다: 그럼 삶을 견뎌내기가 수월해지겠지요.(갑자기 말을 돌리며) 테아, 여기 시원한 펀치나 한 잔 들어.
엘브스테드 부인: 고마워. 하지만 나 술 종류는 마시지 않아.
헤다: 뢰브보르그 씨는요?
뢰브보르그: 고맙습니다만 저도 안 합니다.
엘브스테드 부인: 응, 이 사람도 술은 안해!
헤다: (뢰브보르그를 정면으로 쳐다보며) 제가 부탁해도 안되는 건가요?
뢰브보르그: 안됩니다.
헤다: (웃는다) 저는 당신께 영향력이 조금도 없는 거군요?
뢰브보르그: 이 문제에 있어서는 그렇습니다.
헤다: 하지만 진지하게 말하자면 당신 자신을 위해서라도 마시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엘브스테드 부인: 하지만 헤다!
뢰브보르그: 어째서요?
헤다: 사람들이 당신이 사실은 스스로의 의지력에 자신이 없는 거라고 생각할걸요.
엘브스테드 부인: (작은 소리로) 그런 소리 마, 헤다!
뢰브보르그: 사람들이야 믿고 싶은 걸 믿으라지요. 뭐 언젠가는 - .
엘브스테드 부인: (안도하며) 그렇지요!
헤다: 아까 브라크 판사님을 똑똑히 봤는데 말이죠.
뢰브보르그: 그래서요?
헤다: 자기들 저녁 모임 정도에도 참석할 엄두를 못낸다고 비웃던걸요.
뢰브보르그: 참석할 엄두를 못내는 거라구요! 저야 그 모임보다 여기서 여러분과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 훨씬 좋은 걸요.
엘브스테드 부인: 당연하잖아, 헤다!
헤다: 브라크 판사님이야 그런 사정은 모르지. 아까 판사님이 입꼬리를 올리면서 도저히 이해 못하겠다는 식으로 테스만과 어이 없다는 듯 서로 쳐다보는 걸 봤어. 그런 가벼운 자리조차 겁을 내냐고.
뢰브보르그: 겁을 낸다고! 제가 용기가 없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헤다: 제가 한 말이 아니예요. 하지만 판사님은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르죠.
뢰브보르그: 생각하라지요.
헤다: 그럼 모임에는 안따라가시는 건가요?
뢰브보르그: 여기 부인과 테아와 함께 있을 겁니다.
이렇게 헤다가 뢰브보르그를 엘브스테드 부인의 영향력에서 빼내보려는 시도는 실패로 돌아간다. 헤다는 작전을 바꿔 다른 식으로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으려 든다.
헤다: (엘브스테드 부인 쪽을 돌아보며) 거봐, 내가 뭐랬어. 오늘 아침 네가 완전히 불안해 하며 우리 집에 왔을 때 –
뢰브보르그: (충격을 받은 듯) 불안해하며 라구요!
엘브스테드 부인: (겁에 질려) 헤다, 헤다!
헤다: 하지만 봐! 그렇게 뢰브보르그 씨 일을 걱정할 필요는 없었잖아. 이제 우리 셋이서 편한 시간 보내자구.
뢰브보르그: 아 – 그게 무슨 얘기입니까, 테스만 부인!
엘브스테드 부인: 아아 헤다! 무슨 말을 해버린 거야! 무슨 짓을 하는 거야!
헤다: 가만히 앉아 있어! 저 음흉한 판사가 저 쪽에서 쳐다보고 있잖아.
뢰브보르그: 걱정했다고. 나를 못 믿어서.
눈치 빠른 뢰브보르그는 엘브스테드 부인이 자길 못 믿어서 테스만 부부에게 감시를 부탁했다는 걸 알아챈다. 테스만이라면 대놓고 설명해도 못알아들었을텐데 장하다, 뢰브보르그.
엘브스테드 부인: 아아 헤다, 왜 날 이 지경으로 몬 거야!
뢰브보르그: (일그러진 얼굴로 엘브스테드 부인을 응시하다) 이게 당신이 동지로서 내게 가진 믿음이라는 거군.
엘브스테드 부인: (에원한다) 아아, 내 사랑하는 친구, 제발 내 말을 들어-
뢰브보르그: (가득찬 펀치 잔을 들며 쉰 목소리로) 테아를 위해 건배!
엘브스테드: (낮은 목소리로) 헤다, 이렇게 되길 노렸던 거구나!
헤다: 노렸다고? 내가? 이 사람을 못 믿어?
뢰브보르그: 그리고 당신을 위해서도 건배, 테스만 부인! 진실을 알려줘서 고마워요! 진실 만세!
뢰브보르그는 두 번째 잔도 통채로 들이키고 새로 펀치를 따르려 한다. 그리고 헤다는 더 큰 일격을 가한다.
헤다: (뢰브보르그의 팔에 손을 얹으며) 그만 드세요. 이제 저녁 모임에 따라가셔야지요.
엥ㄹ브스테드 부인: 안돼요, 안돼!
헤다: 조용히 해! 저기 앉은 사람들이 계속 널 쳐다보고 있어.
뢰브보르그: (잔을 내려놓으며) 테아, 부디 솔직히 말해줘.
엘브스테드 부인: 물론!
뢰브보르그: 당신이 날 따라 온 거 남편도 알아?
엘브스테드 부인: 아아 헤다, 저 사람이 한 말 들었어?
뢰브보르그: 여기까지 따라와 날 감시하라고 남편이 시켰나? 아하! 날 또 부려먹을 일이 생긴 거구만. 아니면 카드 놀이 상대가 없어 아쉬웠나?
엘브스테드 부인: 아아, 뢰브보르그, 뢰브보르그!
뢰브보르그: (잔을 들고 다시 채우려 한다) 그 늙은 양반에게도 건배!
헤다: 이쯤해둬요. 테스만을 따라 모임에 가서 원고를 읽어줄 준비도 해야지요.
원고 말이 나오자 뢰브보르그는 다시 이성을 찾는 것처럼 보인다.
뢰브보르그: (조용히 잔을 내려놓으며) 내가 바보였어, 테아. 이런 걸로 당신에게 섭섭해 하다니. 나한테 화내지 말아줘, 내 소중한 동지. 당신의 도움으로 난 새사람이 되었고 그걸 당신과 다른 이들 앞에서 증명해 보일거야.
엘브스테드 부인: 하나님 감사합니다!
엘브스테드 부인은 뢰브보르그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자기 옆에 남아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뢰브보르그가 <다른 이들 앞에 증명해 보일거야>라고 한 것은 다른 의미였다. 브라크 판사와 테스만이 저녁 모임에 가겠다고 떠날 준비를 하자 뢰브보르그도 따라 나선다. 뢰브보르그는 술자리에서도 유혹에 지지 않고 멀쩡히 빠져나옴으로써 자신이 새 사람이 되었다는 걸 증명해보이고 싶었던 것이다. 테아는 불안에 떨지만 뢰브보르그는 원고만 읽어주고 돌아오겠다고, 당신이 여기서 기다려주면 밤 열 시 쯤 당신을 데리러 오겠다고 약속한다. 남자들이 떠난 방에는 헤다와 엘브스테드 부인만이 남아있다.
엘브스테드 부인: (일어서서 초조하게 방 안을 거닌다) 헤다, 헤다, 과연 이 일이 어떻게 끝날까!
헤다: 열 시가 되면 그 사람은 돌아올거야. 벌써 눈 앞에 보이는걸. 머리엔 포도관을 쓰고 당당하고 자랑스럽게 –
엘브스테드 부인: 그래만 준다면!
헤다: 그렇게 되면 그는 시험을 이기고 완전히 자기 자신의 주인이 된 거야. 그리고 남은 생애를 완전히 자유로운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을 거야.
엘브스테드 부인: 그래, 그 사람이 네가 말한대로 돌아오기만 한다면.
헤다: 그렇게 돌아오고말고. (일어서서 엘브스테드 부인 곁으로 간다) 난 그 사람을 못 믿지만 난 믿어. 그리고 우린 확인하게 될거야.
엘브스테드 부인: 뭔가 노리는 게 있었구나, 헤다!
헤다: 난 한번쯤 다른 인간의 운명을 좌우하는 힘을 가져보고 싶었어.
엘브스테드 부인: 아무에게도 그런 영향력을 가지지 못한다는 거야?
헤다: 내겐 그런 힘이 없어. 가져본 적도 없어.
엘브스테드 부인: 하지만 남편은 널 그렇게 사랑하는데?
헤다: 그 사람 운명 따위 좌우해봤자 무슨 가치가 있겠어! 아아, 내가 얼마나 가진 게 없는지 네가 알아줄 수 있다면! (열정적으로 엘브스테드 부인을 끌어안는다) 네 머리칼에 불을 질러버리고 싶어!
엘브스테드 부인: 놔! 놔줘! 무서워, 헤다!
그 때 하녀가 와서 식당에 차 드실 준비가 되었다고 한다.
헤다: 좋아, 식당으로 가자.
엘브스테드 부인: 아냐, 아냐! 나 그냥 숙소로 돌아가겠어. 지금 당장!
헤다: 바보같은 소리 마! 차를 마시고 기다리는 거야. 그러면 열 시에 에일러트 뢰브보르그가 돌아올거야. 머리에 포도관을 얹고.
그리고 2막이 끝난다.
<다음회에 계속>
지난 회의 퀴즈는 게마짱 님이 혼자 참여하셔서 하마터면 답을 맞추실 뻔 했습니다. 하일트는 원래 테스만 역이 하고 싶어서 테스만으로 지원했는데 오디션에서 떨어지는-_- 바람에 뢰브보르그 역을 맡게 되었답니다. 하일트의 친구 형식주의는 브라크 판사였다지요.
할일: 시험 공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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