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뿌연 안개 속의 도시, 그리고 사랑 <파주>
at 2009-11-01 22:07:38 0 comment
"안된다고 하니까 더 갖고 싶어졌다."파란의 러브스토리 <파주>가 개봉했다. 개봉했던 첫 날인 10월 28일에 바로 보았는데, 상영관이 좀 작긴 했지만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사람이 꽉 차서 나처럼 이 영화를 기다린 사람이 꽤 많은가보다 하고 생각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어떤 이미지, 어떤 기대를 가지고 있을까? 난 솔직히 금지된 사랑, 형부와 처제의 사랑이라길래, 거기다 18세 관람가인지라 파격적인 장면과 내용의 영화가 아닐까 생각했었다. 포스터의 느낌도 그렇고 홍보 문구도 그렇고, 약간은 그런 것을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한데, 사실 영화 속 중식(이선균)과 은모(서우)의 스킨십은 키스 정도이다. (써놓고 보니 너무 밝히는 사람 같은ㆀ)
이 영화는 8년 전, 현재, 3년 전 등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사람들과의 관계,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정신을 바짝 차리고 봐야 따라갈 수 있는 영화다. 은모의 언니, 은수(심이영)의 의문의 죽음과 관련된 실마리가 풀리는 부분에서는 반전이라고까지 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예상치 못했던 것이 있었고, 두 사람의 애매모호한 관계도
언제부터 사랑이었는지 사실 잘 모르겠다. 박찬옥 감독이 안개로 가득차 있는 파주를 지나며 떠올렸다던 이야기처럼 영화도 뿌연 안개처럼 명확하고 시원하게 답을 말해주지 않고, 두 사람의 사랑도 좀처럼 쉽게 앞을 볼 수가 없어서 보는 사람 입장에선 답답할 수 있다. 특히 결말의 경우, 이제 뭔가 이야기가 좀 시작되려나 보다 하는 순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서 당황스럽기도 했는데 그 때 상영관 이곳저곳에서 튀어나온 사람들의 짧은 탄식 "아!"를 좀처럼 잊을 수가 없다. 그 탄식의 의미는 나름대로의 해석에 맡기기로 하고.. 박찬옥 감독의 전작 <질투는 나의 힘>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감독의 스타일이 어떤지도 잘 모르겠고, 일단 <파주>만 가지고 생각한 것이 있다면 관객에게 그리 친절한 감독은 아닌 것 같다는 점이랄까? 다시 말하면, 명확한 내용과 확실한 결말을 제시해 주고 있지 않은 점도 있고, 상업적으로 대부분의 관객들이 좋아하고 만족할 만한 스타일은 아닌 것 같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어쩌면 흥행과는 조금 거리가 먼 것일지도 모르겠는데 작품성만큼은 여러 영화제에서 받은 상을 통해서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화가 어쩌면 밋밋하게 느껴질지도 모르는데 그러한 부분을 배우 이선균과 서우가 채워주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 동안 젠틀하고 로맨티스트 같은 멋있는 인물을 주로 연기한 이선균은 시종일관 어두컴컴한 영화에서 울림 목소리를 제대로 빛을 발하게 하고, 시대적인 상황과 여러 상황에서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중식을 잘 표현한 것 같다. 특히 이선균이 "괴물"이라고 표현하는 서우는 <미쓰 홍당무>에서 각인시킨 자신의 존재를 <파주>를 통해 굳건하게 굳혔다고 할 수 있을만큼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무엇보다 동안인 외모 때문인지 중학생부터 23살까지의 나이를 다 커버할 수 있는 연기는 그냥 생활인 것 같은 느낌마저 주었다. 처음엔 의지할 대상의 전부였던, 언니를 빼앗아갔던 형부에서 자신도 모르게 어느 새 그 사람 없이 혼자 살기는 두려워진 성숙한 한 여인으로 성장한 은모. 영화에서 보여주지 않은 둘의 그 다음 이야기가 사뭇 궁금해진다.
회원님이 남기신 덧글 하나가 가든에 꽃을 피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