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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멕스 : 절망과 구원의 아카폴코
at 2008-01-19 09:42:55 0 comment

* 홍보사의 언론 시사용 DVD를 받아 볼 기회가 있어서 이 영화를 봤다.
멕시코산 저예산 영화인 이 영화를 보면서 든 생각은, 이제까지 안 보고 있었던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나리투의 세 영화 <아모레스 페레스>, <13 그램>, <바벨>을 빨리 봐야하겠다는 것(결국 새벽에 <아모레스 페레스>를 보고 말았다)과 알폰소 쿠아론의 <이투마마, 2001>가 굉장히 잘 만든 영화라는 생각이었다.
한마디로 <드라마/멕스>는 강한 실험 정신은 남아있지만 이야기의 줄기가 잘 잡히지 않는 영화다. 영화는 처음 시작하자마자 한 식당에 영화의 주요 등장 인물들 4명을 모두 등장 시킨다.
'망할 놈, 망할 놈'
이라고 말은 하지만 젊고 아름다운 여인인 페르난다(디아나 가르시아)는 그녀의 돌아온 연인이자 탕아인 차노(에밀리오 발데즈)가 돌아온 것을 내심 기뻐하고 있다. 그리고 한쪽에서는 이 두 인물과 직접적인 상관은 없지만 노년의 퇴직 공무원인 제이미(페르난도 베셀릴)와 관광지에서 손님들을 대상으로 성적인 영업에 막 나선 어린 소녀 티그릴로(마리아나 모로)가 자리하고 있다.
눈치 챘겠지만 이 영화는 이등분되어 있는데, 앞서 말한 페르난다와 차노 그리고 페르난다의 현재 연인인 곤잘로(후한 파블로 카스네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부분과 직장을 때려치우고 말없이 자살 여행을 아카폴코로 온 제이미와 어린 소녀인 티그릴로의 이야기가 한 축이다. 두 부분의 이야기는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고 벼랑 끝에 몰린 연인들의 이야기와 인생의 막장으로 몰린 노인과 소녀의 이야기는 서로 교차되고 두 이야기의 시간 개념은 서로 엉켜있다. 이런 '뫼비우스의 띠' 스타일의 구성 방식은 우리가 잘 알고 있듯 같은 멕시코 감독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나리투의 영화들 속에서 만난 바 있다.
'구원자'로서의 여성
<드라마/멕스>의 주요 등장 인물들 중 5명 중 핵심적인 인물들은 여성들이다.
삼각 관계 부분에서 세 인물의 권력 관계를 강자부터 서술하면 차노>페르난다>곤잘로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 페르난다는 영화의 도입부에 차노를 마구 비난하지만, 꽤 강도 높은 성애 묘사 장면에 이르면 이 둘의 관계에서 더 사랑하는 쪽은 페르난다라는 것이 곧 드러난다. 페르난다는 엄연히 현재의 남자 친구인 곤잘로가 있지만, 그녀가 더 사랑하는 것은 '나쁜 남자'인 차노쪽이다.(차노는 대사에서 드러나듯 페르난다 아버지의 돈을 훔쳐 드러났고 영화상에서 한번 더 도둑질을 감행한다.) 반면 곤잘로는 이를테면 '찌질이'인데, 떠나가는 연인을 붙잡기 위해 마리아치들을 동원해 뜬금 없이 노래를 부른다던가 페르난다를 붙잡고 징징거리는 인물이다. 영화의 이 부분은 '연애'를 다룬 동서고금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고전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즉 자신이 좋아하는 쪽을 선택하느냐 아니면 자신을 좋아하는 쪽을 선택하느냐의 부분으로 가고 영화의 결말에 이르면 알 수 있겠지만 페르난다는 누군가의 구원자가 된다.
영화의 또 다른 부분의 등장인물인 제이미와 티그릴로의 관계에서도 '구원자'는 어린 소녀인 티그릴로다. 본래 해변에 나쁜 목적으로 나타난 티그릴로는 자살을 시도하려는 제이미의 모습을 보고 그의 한달 월급이 통째로 들어 있는 지갑을 털려고 시도하는데, 제이미와 술을 먹다가 변심하고 만다. 결국 이 부분은 인생의 절망감에 시달리던 노년의 남자가 자살을 시도하려다가 만다는데, 이 남자의 변심의 동인은 바로 티그릴로에 있다. 이 영화의 이 부분은 조금 더 답답한 느낌인데,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제이미가 거의 아무런 말이 없는 인물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영화의 초반부에 바이러스를 잔뜩 먹은 컴퓨터를 내팽겨치고 경리 사원에게 하루 먼저 월급을 탄 후 관리자의 책상 위에 침을 뱉고는 집을 경유해(짐작하듯 집에서도 그는 거의 단절된 존재다) 아카폴코 해변쪽으로 오게되는데 아무래도 플롯의 인과 관계가 잘 드러나지 않는 편이다. 또 티그릴로 역시 뭔가 가정에 문제가 있는 아이인 듯처럼 보이지만 구체적으로 그 행동의 동인은 드러나지 않는다. 조금 답답한 노릇이기는 하지만 대략적인 행동 원인을 파악하고 보면 둘의 관계는 결국 자신의 상실된 가족의 복원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티그릴로는 제이미로부터 자신의 아버지를 보았을 것이고 제이미는 자신의 딸의 모습을 티그릴로로부터 본 것으로 보인다.(제이미와 딸의 관계는 좀 더 특별한 것으로 유추된다. 제이미가 가정에 들렸을 때 슬퍼하는 유일한 인물이 바로 딸이다.)
어쨌든 이 영화의 이야기 두 줄기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것은 남성들의 입장에서 여성들이 '타자화'되었다는 점이다. 이 영화에서 여성상은 '구원의 여신'이다. 두 여성은 결국 남성들을 구원한다.
아카폴코
이 영화의 주무대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아카폴코 해변이다.
그러나 이 아카폴코의 이미지는 우리나라의 3류 해수욕장 이상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 영화의 비주얼은 저예산이라는 한계이기도 하겠지만 의도적으로 핸드 핼드와 자연광을 바탕으로 촬영되었다.
당연하게도 영화의 전체적인 느낌은 거칠고 현실적으로 보이는데 더구나 배우들의 얼굴에 매우 근접한 클로즈 업이 빈번하게 사용되다보니 숨이 막힐 정도다.
그 속에서 아카폴코라는 관광지는 매우 현실적인 장소로 다가오게 된다.
문제는 영화 전체의 주제가 현실적인 스타일과 그다지 맞아 떨어진다는 느낌은 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런 스타일의 실험성은 인물들의 절망적 감성들이 직접적으로 느껴지게 하지만 이야기의 맥락은 좀 더 현실적인 부분까지 나아가지 못한다.
이런 영화적 한계는 아무래도 연출력의 한계라고 할 수 있을 듯 한데, 배우들의 표정들이 생생하게 묘사되는데 비해 영화적인 논리가 뒷받침되지 못하다 보니 영화가 생경함 이상을 넘어서지 못하는 것이라고 봐야할 듯 하다.
<드라마/멕스>는 우리가 흔히 접하지 못하는 멕시코 영화라는 국적성과 스타일이 두드러지는 영화다.
NAFTA 이후 양극화되어진 멕시코라는 나라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절망감과 고통이 느껴지지만 아쉽게도 그것이 영화 전체의 온전한 완성도로는 귀결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을 준다.
드라마/멕스(DRAMA/MEX, 2006)
감독 : 제라도 나란조
출연 : 디아나 가르시아, 에밀리오 발데즈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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