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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 햇] 천국같은 순간
at 2008-01-19 09:41:42 0 comment

프레드 아스테어와 진저 로저스
우디 알렌의 <카이로의 붉은 장미>에서 묘사되는 것처럼 대공황기를 겪던 미국의 30년대는 할리우드 영화 산업이 절정기를 맞는 시기이기도 했다. TV가 등장하기 이전의 시절, 사람들은 고단한 일상이 끝나면 지옥같은 현실을 잊기 위해 천국같은 판타지가 펼쳐지는 극장으로 향했고 이런 30년대 중반부터 후반까지가 뮤지컬 영화 역사상 최고의 커플로 꼽히는 프레드 아스테어와 진저 로저스의 전성기이기도 했다. 이들은 이 시기에 이 글에서 이야기 되고 있는 <톱 햇, 1935>을 비롯해서 <함대를 따르라 Follow the Fleet, 1935>, <스윙 타임 Swing Time, 1936>, <쉘 위 댄스 Shall We Dance ?, 1937> 등의 대표작을 비롯해 여러 편의 RKO 영화사의 뮤지컬들에 출연했고 또 이 영화들은 큰 인기를 끌었다.
프레드 아스테어와 진저 로저스의 뮤지컬 영화들을 비슷한 시기의 워너 브라더스나 MGM의 뮤지컬 영화들과 비교해 보면 이야기나 테크닉적인 측면에서 우수함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단적으로 <톱 햇>의 후반부에 담긴 군무 시퀀스와 버스비 버클리(할리우드 뮤지컬 영화 초창기의 또다른 개척자)가 안무한 <42번가, 1933>를 비교해 보면 화려함이나 규모, 안무의 정밀도 등에서 <42번가>가 훨씬 완성도가 높은 뮤지컬 시퀀스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톱 햇>에는 다른 뮤지컬 영화에는 볼 수 없는 특별함이 이있고 그것은 바로 이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황홀경이다.

<톱 햇>의 내용은 늘 로맨틱한 이야기를 펼쳐 놓았던 아스테어와 로저스 커플의 다른 뮤지컬들처럼 별 다른 것이 없다. 이 영화에서 뮤지컬 시퀀스를 빼놓는다면 몇 퍼센트 부족한 스크루볼 코미디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뮤지컬 시퀀스는 말 그대로 빛이 난다. 영화의 후반부에서 베니스에서 만난 아스테어와 로저스, 아스테어는 '난 천국에 있어요(I'm in Heaven)'라고 노래하고 로저스와 함께 춤을 춘다. 바로 이 부분이 명불허전이다.
명저 <할리우드 장르의 구조>의 저자 토마스 샤츠의 말 처럼 '뮤지컬 역사에 있어서 그 어떤 연기자도 아스테어가 갖고 있는 가수, 댄서, 배우 그리고 스타적인 페르소나로서의 총체적인 재능에 필적되는 재능을 갖고 있진 못했다.'
말 그대로 귀족적인 우아함으로 가득한 아스테어의 노래와 안무는 영화를 극도의 로맨틱 무드로 몰고 간다. 이런 점에서 그 자신이 뛰어난 테크니션 무용수였으면서도 결코 아스테어의 우아한 영역을 침범하지 않았던 진저 로저스는 최상의 짝궁이다.
이 환상적인 우아함 때문에 <톱 햇>은 오직 배우의 이름으로 기억된다.(이 영화의 감독은 마크 샌드리치다.. 근데 누구지 ?)
<톱 햇>은 따지고 보자면 당대의 판타지 영화다. 이 영화의 세계는 철저히 실내 프로덕션의 세계 안에 있다. 그들은 실크 톱 햇을 쓰고 우아한 연미복을 입고 잘 빗어 넘긴 헤어 스타일을 지닌 상류 계층이다. <톱 햇>의 등장 인물 중 '먹고 사는 일'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들은 연인을 보기 위해 비행기를 전세내어 런던에서 베니스로 날아갈 수 있고 오직 '사랑이 최고'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고 이 영화는 당시 대공황기를 보내던 미국인들이 빠져들던 영화다. 그리고 그 판타지의 세계를 극대화한 인물이 바로 프레드 아스테어와 진저 로저스다. 당시나 지금이나 아스테어와 로저스는 압도적인 외모를 자랑하는 배우들이 아니다. 하지만 많은 장면을 풀 샷으로 찍고 있는 이 영화에서 이들의 우아한 춤과 자태는 압도적으로 로맨틱한 순간들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아직도 많은 이들이 <톱 햇>을 기억하는 바로 그것 때문이다. 이 영화의 어떤 순간은 '천국같은 순간'을 안겨준다.

쇼핑몰에서 상당히 싼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이 영화의 출시 형태는 비정상적이다. 마스터 필름에 대한 판권을 지낸 국내 유명 직배사가 출시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소규모 출시사가 이 영화의 DVD 국내 출시를 했다. 문제는 이 DVD는 미국판을 고스란히 리핑한 것이라는 것. 그래서 영상 소스 자체의 퀄리트는 30년대 영화임에도 매우 깔끔한 편이며 모노 음향 역시 고전 영화로서의 기본은 하고 있다. 하지만 부가 영상의 경우에는 음성 해설을 비롯해서 북미판의 서플먼트가 고스란히 담겨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글 자막은 물론 영어 자막도 지원되지 않아 필자 같이 영어기피증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불편하기 짝이 없다.
일단 소비자 입장에서는 국내 출시가 영영 소원해보였던 클래식 영화 자체의 출시 자체가 반갑기는 하지만 좀 더 온전한 상태로 출시가 되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울 따름이다. 더구나 본편의 한글 자막의 경우에도 '뮤지컬' 영화에서 노래 자체가 대사를 대치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영화의 노래 부분에 대해 아무 자막도 지원되지 않는다는 점은 무척 아쉬운 노릇이다.

Starring : 프레드 아스테어 / 진저 로저스 / 에드워드 에버렛 호튼 / 에릭 로즈 / 에릭 블로리 / 헬렌 브로데릭
Director : 마크 샌드리치
Running Time : 147 Min
Video Format : 4:3 풀스크린
Audio Track : 영어 / 돌비디지털 1.0 모노
지역코드 : ALL
제작년도 : 1935
관람등급 : 전체 이용가
디스크수 : 1disc
자막 : 한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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