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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정섭, <때밀이 넘버쓰리>(2006) ***1/2
at 2007-01-24 21:45:15 0 comment

이정섭, <때밀이 넘버쓰리>(2006) ***1/2
글 : 임준형
들어가며
필자가 이 작품에 매긴 별 3과 1/2개(별 4개 만점)을 보고 웃지 마시라. 이 드라마, 매우 잘 만든 걸작이다. 장르의 기본에 철저히 충실하고 또 그러면서도 장르를 살짝 비틀어 창의적 요소들을 곳곳에 삽입하는 걸작의 요건들을 두루 갖추고 있다는 말이다.
무협 때밀이 드라마
이 드라마가 애초에 표방하였듯 이 드라마의 장르는 "무협"이다. 그리고 장르의 공식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것을 현대로 옮기고 있다.
별볼일 없는 능력의 주인공, 주변의 괄시에 온갖 수난과 고초를 겪지만 마음은 착하게 먹고 살아간다. 그러다 주인공은 중국 무협소설계의 J.R.R. 톨킨인 김용 (金庸, 1924~ ) 무협소설 이래로 무협소설의 필수요소로 자리잡은 "무림비급"(그 이름도 거창한 《금강차력대마술》(金鋼借力大魔術) !! 그런데 그 제목이 무슨 뜻인지는 도통 알 수가 없다;;;) 을 얻어 절대 고수로 거듭나게 된다. 그러나 그 비급을 노리는 어둠의 무리가 속속 덮쳐오고... (보시라! 설정만 보면 완전 정통 무협소설이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이 영화에 폭소 백만개를 안겨주는 것은 주인공의 직업이 때밀이라는 것이다. 주인공 준태가 익히게 되는 비급의 무공이란 것도 "때밀이 무공"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웃지 마시라. 이 무공이 아주 천하무적이다) 중국 황실에 대대로 전해졌다는 때밀이 무공을 익혔더니 때만 밀어주면 손님들이 천국에 갔다온 표정이고 되더니 이후로 다른 손님들을 아주 구름처럼 몰고와서 준태는 순식간에 연봉 3억의 초절정 고소득 때밀이가 되어버리고 만다.
전술한 것처럼 싸움도 천하무적이다. 건달 수십명쯤 때수건으로 한 번씩 후려쳐주면 걔들도 역시 천국으로 가버린다. (아, 그렇다고 죽는 건 아니고 천국에 가는 기분으로 기절들을 하지 않았을까 해서 추측해 본 것이다)

액션 시퀀스
"무협" 장르를 표방하고 있는 작품답게 액션시퀀스 역시 "끝내주게" 찍었다. 무술감독에다 무술 액션 팀까지 구성해서 아주 제대로 찍었다. 물론 그렇다고 장예모의 <영웅>(英雄, 2002) 에서의 이연걸과 견자단의 결투씬처럼 밥먹다가 보면 입 딱 벌리고 숟가락 떨어뜨리게 될 정도로 잘 찍었다는 건 아니고 TV 드라마에서 해낼 수 있는 한도 내에서는 최대한으로 잘 해냈다는 이야기이다. (다들 아시지 않는가, 우리나라 TV 드라마 제작환경)
억 소리나는 진짜 액션을 못 찍는 대신 연출자는 아주 극단적으로 키치적으로 찍는 방식으로 갔는데 이게 아주 쿠엔틴 타란티노 뺨친다. 사실 때밀이 비급을 익힌다고 무공이 열라 강해질 이유는 없지 않은가. 그런데 이게 준태가 때 미는 장면을 보다보면 이해가 간다. 아주 때밀려고 누운 사람 위를 미친년 널뛰듯이 날아다니면서 때를 민다. 그리고 때를 미는 건지 당랑권을 하는 건지 모르게 손가락으로 쵹쵹쵹쵹 온몸의 혈도를 눌러 찍는다.
그리고 막판에는 원화평 감독의 영화 <태극권>(太極張三豊, Tai-Chi Master, 1993) 에서 이연걸이 태극권을 수련하며 낙엽을 이용하여 보여주었던 것처럼, 주성치의 영화 <소림축구>(少林足球, Shaolin Soccer, 2001) 에서 조미가 만두피를 빚으면서 보여주었던 것처럼, 이 영화의 준태 역시 태극권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하여 누워있는 손님의 몸위에 밀어져 있는 때를 내공인지 염력인지를 이용해 하늘로 들어올려 공중에서 거대한 구체로 만들어 휘휘 회전시키다 다른 손님들을 향해 파바박 날려버리는 기가 막힌 묘기를 보여준다 (어떤가, 정말 쿠엔틴 타란티노 뺨치지 않는가;;;)

게다가 싸우는 것도 진짜 아주 포복절도다. 새빨간 때수건을 이용해서 쌍절곤처럼 휘휘 돌리면서 악당들을 때려눕히는데 그 때수건 가지고 별 짓을 다한다. 때수건으로 땅을 한 번 때리면 하늘로 날아오르지를 않나, 때수건으로 아까 태극권으로 했던 짓을 또 하기도 한다. (악당들이 뭘 던지면 그걸 때수건으로 잡아서 공중에서 휘휘 돌리다가 다시 던져준다;)
그리고 이게 또 한 명의 때밀이 무공의 전수자(영화 <매트릭스>에 나오는 번쩍이는 검은 가죽코트를 입고 장발에 짧은 수염까지 멋지게 기른 ㅠㅠ)를 만나서 싸우게 되면 아주 기절이다. 둘 다 빨간 때수건을 꺼내서 들고 싸우는데 그 때수건으로 수십명의 적들을 때려눕힌 다음에 자기들끼리 또 싸우는 것까지 보고 있자면 아주 숨이 넘어간다 (꺽꺽)

음악
음악감독이 음악을 선곡하기가 귀찮았던지 MC몽의 <천하무적>, 체리필터의 <낭만고양이>만 주리줄창 틀어대고 있는데 (주인공이 때를 밀때나 신이 나서 뭔가를 할 때는 <천하무적>, 그리고 때밀이 무공을 수련할 때나 악당들이랑 싸울 때는 <낭만고양이>다) 이 선곡이 참 묘하고 기가 막히게도 엉터리가 아니고 제대로 효과를 내고 있다. 제작비상 오리지널 곡을 쓰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고 (근데 저 노래를 사용하는데도 돈이 꽤 들어갔을 텐데) 또 TV 드라마의 특성상 사람들의 귀를 한 번에 확 잡아끌어야 하기 때문에 당시 잘 알려진 인기곡을 사용한 전략일 수도 있는데 어쨌건 간에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들을 때 스탠리 큐브릭의 <2001 : 스페이스 오디세이>(2001: A Space Odyssey, 1968) 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는 것처럼 이 드라마에도 저 두 곡의 가요가 기가막히게 맞아떨어져 저 노래를 들을 때 이 작품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게 하고 있다.
황당 엔딩
그런데 다 좋은데 이 놈의 엔딩이 문제다. 이 참신하기 짝이 없는 드라마의 결말이 장자의 호접몽에도 나오고 아라비아의 아라비안 나이트에도 나오는 인류 역사 수천년의 클리세 "앗, 꿈이었구나!"로 끝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준태가 무림비급을 주웠던 것도 때밀이 무공을 익히게 된 것도 절대고수가 된 것도 전부 다 꿈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엄청난 절망 앞에 휘청거리고 있는 관객들이게 드라마는 아예 피니쉬 블로우까지 먹여버린다. "진정한 때는 몸의 때가 아니라 마음의 때인 것이여."라는 교훈까지 구수하게 읆어주고 있는 것이다 (아아악!)
나름대로 온가족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함께 보아야하는 가족드라마의 특성상 교훈적인 결말로 가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보여지기도 하는데 그 석연찮고 안타까운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그러나 TV 드라마에서 이 정도로 참신하고 완성도 있는 장르패러디물 드라마를 본 것이 어디냐는 위안으로 마음을 달래며 글을 마친다.
(2007-01-24)
참조링크
KBS : http://www.kbs.co.kr/drama/dramacity/view/1384917_1355.html

제목 : 이정섭, <때밀이 넘버쓰리>(2006) ***1/2
방영일 : 2006-03-04
연출 : 이정섭
극본 : 김신태
출연 : 정은표(준태 역), 윤문식(목욕탕사장 역), 박철민(고시생 역), 성동일(종구 역), 박건태(영웅 역)
기획의도
실업자의 수가 사십 만명을 돌파한다는 현재, 직업의 귀천이 없다는 옛말이 무색하게 다들 편한 직장을 원하고 그러기 위해 실업상태를 유지하기도 한다.
이 때밀이 넘버쓰리의 주인공은 ‘목욕관리사’다. 남들의 때를 밀어주는 것이 직업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기피하는 직업이기도 하다. 처음엔 공장이 망해서 시작했던 직업이라, 돈과 명예만을 쫓던 주인공이 조금씩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중요함을 깨닫게 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출처 : KBS 드라마시티
줄거리
주인공 준태는 목욕관리사다. 일명 때밀이... 그중에서도 넘버쓰리다.
목욕탕에서 손님이 때를 밀기위해 때밀이를 불렀을 때, 세 번째나 되야 지명될 수 있는 때밀이 넘버쓰리.
공장을 운영하다 공장 말아먹고, 부인에게 이혼당하고, 아들마저 겨우겨우 만나고 있는 준태에게는 때밀이 넘버원이 되는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러던 어느날, 쫓기고 있던 한 중국인이 버리고 간 책을 줍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때밀이 비법이 적혀있는 《금강차력대마술》이라는 책..
그 책을 번역하여 무술을 익히기 시작한 준태, 사람을 구름처럼 몰고 다니는 때밀이 넘버원이 되는데... 그 책을 찾으려는 집단들이 다가오기 시작한다.
출처 : KBS 드라마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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