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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DP part 3 - VS Imperfectioner(프롤로그)
at 2005-06-25 15:17:57 0 comment
음, 써버렸습니다.
하지만 불만족, 불만족.
하도 오랜만에 쓰다 보니 감이 잡히질 않는군요.
무퇴고.
며칠 뒤에 수정될지도-_-a
프롤로그
“자, 그럼 이제는 대파괴에 관련된 내용을 설명한다. 페이지는 248쪽, 5-1, 대파괴란 무엇인가 단원부터 들어가지.”
멀리서 희미하게 목소리가 들렸다. 밝고 우렁찬, 힘 있는 남자의 목소리다.
무언가 귀가 간지러운 웅성거림이 들렸다.
“뭐? 다 알고 있다고? 헛소리 말고 들어둬, 임마들아. 시험 문제 여기서 내서 틀려도 책임 못 진다. 나야 여기 대충 넘어가면 쉬워서 좋은데 다 너희들을 생각해서 꼼꼼하게 설명해주고 있는 거 아니냐.”
세계가 붕괴된다.
그것 말고는 달리 이 상황을 표현할 말이 없다.
대지가 갈라지고 폭염이 치솟아 하늘을 가렸다. 자욱한 연기와 먼지가 햇빛을 가려 주변은 어두운 가운데 단 2시간 전, 새로운 기술이 결집된, 문명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 평을 받았던 새로운 개발 단지가 지어졌던 곳에는 생물과 무생물을 포함하여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거대한 건물들 덕분에 이 세계에서는 절대로 눈으로 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지평선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시야를 가릴 건물들이 싸그리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것은 어느 존재에게나 예외가 없다.
생명공학의 연구가 진행될 것이라던 탑. 온갖 세포를 비롯한 유전자 정보의 총본산이라 했던 희고 높은 탑도, 슈퍼 컴퓨터로 가득 찬 검고 넓은 정보의 총본산도, 세계 교통의 중심에서 교통의 요지로 존재하던 에어 웹 스테이션도 예외가 아니다. 단순히 크고 괴이쩍은 모습을 해서 도시의 상징으로 불리던 몬스터 타워도,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마르코포스 기업의 공장도 그 대참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몽땅 무너져 대지와 동화되었다.
어두운 공기 속에서 건물이 부서진 파편과 바닥은 구분이 가지 않는다. 아프다.
몸이 아프다.
무너지는 건물의 파편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하여간에 무겁고, 삐죽하고, 거친 것들이 온 몸을 짓누르고 있다.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엎어진 채로 고개도 돌릴 수 없이 멍하니 앞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차라리 기절이라도 해버리면 편하련만, 그의 몸은 그것조차도 허락지 않는다.
몸이 뜨겁다.
“일단 너희들도 다 알고 있는 내용이겠지만… 거의 100년, 그러니까 올해로 99년이 되는 ‘대파괴’ 라는 것은 인류 문명의 절반 이상을 소멸시킨, 말 그대로의 엄청난 파괴다. 사진 보면 알겠지만 건물이란 건물은 남아나지가 않았지. 봐라, 다 무너졌지? 사진 내에 시야를 가릴 만한 것이 존재하지를 않지. 잔해의 지평선이라는 거야. 건물로 꽉 들어차 그 전에는 세계에서 절대 존재할 수 없다고 했던 지평선이란 단어를 아직도 볼 수 있다는 것은 그 대파괴의 반경이 얼마나 넓은지 말해주는 거지. 부서져서 지평선만큼의 범위 내의 건물이… 아니, 존재하는 모든 것이 전부 파괴되었다는 거다.”
화염이 뒤덮고 있는 지평선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터널 월드’- 미래를 향한 도약을 위해 전 세계에서 내노라 하는 기업과 인재들이 모여 구성한 하나의 도시, 꿈의 도시. 20년 넘게 수많은 건물들이 건축되고, 새로운 장비가 옮겨지고, 이 세계 누구나 그곳에서 살고 싶어 했던 도시. 그 도시의 개방을 축하하는 파티에 초대받았었다.
높은 권력을 가진 그의 가문에 있어서도 이터널 월드에서의 거주권을 손에 넣는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골치 아픈 일은 싫어했고 그의 부모님이 그 거주권을 구워먹든 삶아먹든 어떻게 참견하고픈 마음도 없었다. 일단은 이 상황을 순순히 좋게 받아들이자. 그래서 오랜만에 무거운 짐은 전부 벗어던지고 한껏 놀아보려고 했다. 그곳엔 수많은 것들이 있었다.
수많은 건물들과, 수많은 기기들과, 수많은 음식들과, 수많은 영광들과 행복한 미래가 있었지만-
부서졌다.
폭발한 것은 아니다. 단순히 와르르 무너질 뿐이었다. 천재 건축가인 레메 보트라가 이보다 더 튼튼할 수는 없다고 호언장담한 건물들이, 마치, 파도에 쓸린 모래성처럼 와스스 무너졌다. 그리고 그 무너지는 현상은 건물들에 국한되어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사람들도 부서지기 시작했다.
툭, 툭 하는 무기질적이고 기분 나쁜 소리가 들렸다. 처음 무너진 것이 그의 앞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던 열두어살의 여자아이였을 것이다. 머리카락이, 손가락이 하나 둘씩 떨어지기 시작하여, 결국에는 건물들 마냥 조각조각 부서져 흩어졌다.
“대파괴의 범위는 일단 인구가 밀집되어 있는 대도시와 행정도시 들이었다…. 도시 목록에 밑줄. 중요한 거다. 물론 그 당시에는 교통편이 좋았기 때문에 인구 불균형이 그렇게 크지는 않았지.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되겠지만, 어쨌거나 기술이나 정보가 집약된 도시들이 모두 없어졌다는 것은 살아남은 인류에 있어서 큰 재앙 중 하나였다는 거란다.”
파문은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건물이 처음 무너진 것과 사람들의 몸이 부서지기 시작한 것은 거의 동시였다. 하지만 크기의 차이가 있기에-수많은 인파 사이에 있는 작은 꼬마아이 따위는 그 높은 분들의 시선에는 보이지 않았겠지만-사람들은 건물의 붕괴 먼저 인식했다. 불평과 비난의 의미를 담은 거친 욕설들이 오가고 행사 관계자들은 건설업체와 상부에 보고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리고, 그때까지의 사람들의 반응은 웅성거림이었다.
웅성거림이 공포로 변한 것은 몇 초 뒤, ‘붕괴’가 인간에게도 적용된다는 것을 사람들이 깨달았을 때부터 시작되어-
그곳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전부 부서지기까지의 5분여간밖에 지속되지 못하였다.
“단순히 면적만으로 따지자면 전 세계의 1/3 밖에 되지 않는 넓이에서의 파괴가 이루어졌지만 그 장소들이 각 나라의 중심 도시들인 만큼 인구피해는 더더욱 컸지. 교과서에는 전 세계 인구의 1/2 라고 나와 있지? 그건 시험에 안 나오니까 신경 쓸 필요는 없다. 그 당시에 날아간 게 하도 많아서 바로 인구통계 내기가 불가능했거든. 여기는 대충 추측이라고 적어 놓은 거니 넘어가도록 하고…. 그러니까, 이제 또 말할 게…, 그렇지.”
아무도 없다-
그의 머리는 가까스로 그것을 인지했다.
지독한 통증으로 오히려 뚜렷해진 그의 정신은 기억을 헤집어 그 사실을 발견했다. 주위에 존재하던 것들은 말 그대로 ‘붕괴되었다’. 사람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라, 마치 피 한방을 떨어지지 않고 블록으로 만든 인형이 부서지듯, 조각조각 흩어져 무너졌다.
무너진 건물과 인간의 잔해, 그리고 그 사이에서 타오르는 화염.
검붉은 지평선 사이에서 오로지 그만 살아 숨 쉬고 있다. 그것이 당연할 리는 없었다. 그것이 심각하게 부조리하다는 사실을, 그의 머리는 깨닫고 있었다. 어째서 나만 살아남았는가- 라고.
“어라, 살아있는 사람이 있었습니까?”
기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젊은 것도 아니고, 늙은 것도 아닌 어중간한 톤의 목소리였다. 깜짝 놀라 머리를 든 그의 앞에는 여러 사람이 서 있었다. 어디 하나 다치거나 더럽혀진 곳 없이, 마치 이곳에 산책 나온 것처럼 여유로운 태도를 취하고 있는.
방금 전의 말은 그들의 맨 앞에 서있던 기묘한 복장을 한 더벅머리 청년이 한 것이었다.
“이 대파괴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정확히 384명이다. 여기도 중요하니까 밑줄. 공통점은 없었고, 그다지 특이할 만한 사항도 없었으니 그냥 인원수만 알아두면 돼. 마지막으로 대파괴의 원인에 대한 내용인데….”
그 청년은 기묘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
골동품점에 처박혀야 할 것 같은 너덜너덜한 청바지와 셔츠를 입고 머리카락은 온통 헝클어져 있다. 신발도 다 해진 낡은 운동화를 신고 있었고 키가 크지는 않았지만 말하는 태도나 자세에서는 여유로움이 넘치고 있었다. 입 끝이 올라가 있어, 항상 웃고 있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겠지만, 커다랗고 동그란 선글라스를 낀 얼굴에서 그 표정의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아니, 무엇보다 지금 땅바닥에 쓰러져 파편 더미 속에 묻혀있고 방금 홀로 살아남았다고 인지한 그에게는 아무 일 없다는 듯 나타난 사람들의 존재 자체가 충격으로 다가와 한 사람의 표정이나 읽고 있을 틈은 없었다.
맨 앞에 서있던 더벅머리의 청년이 턱을 긁적이더니 입을 열었다.
“흐음…, 이걸 어떻게 생각할까요? 존재확률왜곡에서 벗어난 인간? ……인 저로서도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생각도 못해서.”
체력이 없어서인지 정신이 어지러웠다. 몇몇 단어는 귀에 들리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살아남은 곳도 있나?”
청년의 말에 대해 재질문한 것은 노신사였다. 검은색 양복과 모자를 갖춰 입고 있었다. 키가 작고 통통한 체형이라 전체적인 인상은 선해 보였으나 표정은 그렇지 않았다. 짜증과 불만이 가득 찬 얼굴이었다.
“그런 건 그냥 ……가 알아서 찾아보면 힘듭니까? 안 그래도 이쪽은 지금 사람이 많이 죽어서 존재구현 자체도 버겁단 말입니다. 봐요, 희미해졌잖아요.”
청년은 오른손을 흔들었다. 그의 오른팔은 반투명한 상태였다.
노인이 다시 대답했다.
“흥… 하긴, 네 존재가 인간들에 의해 유지되니 어쩔 수 없겠지. 그나저나 우선 이 살아남은 놈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문제인데.”
“존재확률왜곡에도 인간이 살아남을 수 있는 겁니까?”
‘그들’ 중 한명이 노인에게 물었다. 노인은 잠시 눈을 감더니 대답했다.
“가능성은 있지…. 그래, 진화가 정답이라고 할 수 있겠어. 우리의 의지, 즉 ……의 의지에 대항해 인간이라는 종 자체가 급속도로 진화한 것일 수도 있다. 물론 그 진화가 어떤 방향으로 성장하느냐는 모르겠지만 말야.”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하실 겁니까? 작업을 계속 할 것인지? 어차피 인간이 진화했다 해도 극소수…. 현재 384명이 살아있습니다. 처리 못할 수는 아닙니다만.”
“아니… 일단 잠시 미룬다. 이정도 했으면 아무리 어리석은 인간이라 해도 어느 정도는 알아들었겠지. 시간을 줘 본 뒤 안 되면 다시 행하면 돼. 그것뿐이다.”
노인은 ‘그들’ 쪽으로 향하고 있는 고개를 돌려 땅바닥에 쓰러져 있는 생존자를 바라보았다. 손에 쥐여져 있는 지팡이를 바로잡으며 그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입을 열어-
“일단 대파괴에 대한 원인은 전 세계에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지진에 있다고 보고되고 있지. 하지만 이것도 가설이라서 말야. 그렇게 타이밍 좋게 전 세계가 흔들릴 리도 없고 설령 지진이 일어난다 해도 왜 주요 대도시에서만 나타났냐는 거지. 뭐, 여기에 대해선 의심쩍은 일이 많은 게 사실이지만 일단 교과서에 나온 내용은 대지진이 원인이라는 내용이니 형식적으로나마 알아둬라. 시간이 많다면 더 이야기 해 줄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시간이 별로 많이 남지를 않았구나. 그러니까 수업 진도 좀 제대로 공부들 해와, 이놈들아.”
노인이 말하는 내용이 귀로 들어올 때-
“그건 그렇고, 시간이, 어디 보자…. 음? 거기 자는 놈 누구냐?”
그 말이 의미하는 뜻을 생각하여-
“…뭐야, 또 세핀이냐. 쟤는 매일 자는 게 지겹지도 않냐? 다렌, 등짝 좀 한대 세게 때려줘라.”
“옛써-”
엎드려 자고 있는 세핀의 옆에 앉아있는 덩치 큰 소년이 팔을 높이 들어 올린 뒤 내리쳤다.
콰앙! 하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교실 한 구석에서 의자와 책상이 뒤엉켜 쓰러졌다. 필기구와 교과서, 공책들이 하늘을 향해 비상하고자 하는 욕구를 분출시켰다. 그러나 날개가 없는 그 도구들은 금방 추락했고, 그 밑에 있던 사람의 머리 위에 비상착륙을 시도했다. 물론 비상착륙을 시도하려는 그 장소의 주인에게 허락 따위는 받지 않은 상태였고 결국 세핀은 아무런 사전 동의 없이 온갖 도구들을 등과 머리로 받아내야 했다.
“흐어어어어억?!”
고통에 몸부리치며 바닥을 구르고 있는 세핀을 보며 역사선생 가부스 레일튼은 피식 웃었다. 입가에는 상큼한 미소를 띠우며 오른손으로는 세핀이 땅에 굴러다니게 만든 주범인 다렌에게 엄지손가락을 세워 주었다. 다렌 역시 씨익 웃으며 시원하게 경례했다.
가부스는 교탁에 팔을 걸치며 말했다.
“잘 잤냐?”
“세상이 멸망한다!!!”
“대파괴가 재림하는 꿈이라도 꿨냐?”
“…에?”
안개 낀 것처럼 뿌옇던 세핀의 의식에 익숙한 목소리가 스며들어 왔다. 그는 팔에 눌린 눈을 힘겹게 뜨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날씨는 맑고 바람은 시원하다. 햇볕이 조금 따갑긴 하지만 좋은 날씨이다.
검붉은 지평선은 없었다. 무너진 건물도, 사람도 없었다. 눈에 보이는 것은 하도 봐와서 익숙한 교실의 풍경. 주위에 있는 학생들과 앞에 서 있는 선생. 이상한 말을 하던 사람들도 없었다-이상한 말? 뭐였지?
“어라?”
“뭐가 ‘어라-’냐 이 녀석아. 무슨 꿈을 꿨는데 애가 그 모양이야. 어서 주변 정리하고 자리에 앉아라. 끝날 시간 다 됐으니까.”
“아, 가부스 선생님?”
세핀은 여전히 어정쩡하게 선 채로 눈을 비비며 가부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가부스는 헛, 하고 짧은 한숨을 내쉬며 손을 내저었다.
“됐다, 됐어 이 녀석아. 그래, 내가 졌으니까 자리에나 앉아라. 수업 끝났다.”
세핀은 여전히 어벙벙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예에…”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필기구들을 주우며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가부스 선생은 몸을 돌려 교탁 위에 올려져 있는 책들을 들어 옆구리에 끼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 수업이 끝나도 인사를 받지 않는 것이 그의 특징 중 하나였다. 대충 손을 학생들에게 흔들며 문의 앞까지 다가간 그는 잠시 발을 멈췄다.
“아 참, 깜박 잊고 이야기를 안했는데 내일 새로운 선생님이랑 전학생 하나가 올 예정이니 그렇게 알아두도록.”
그리고는 다시 문을 열고 성큼성큼 나가버렸다.
•
[G] 로부터 [R] 에게.
코드 명 [Dreamer]의 발동을 확인. 관찰 상태로 보아 발동조건은 없음.
능력으로 구현되는 사실도 전부 불규칙. 하지만 95% 이상의 적중률을 보임.
신 차네즈 력 99년 6월 4일 14:07 부터 14:46 까지 발동.
내용은 ‘대파괴’에 관련된 것으로 보이나 본인은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음.
앞으로의 가능성은 미지수.
관찰 시간을 늘리고 [Dreamer]가 사실에 대해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는 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함.
보고 내용 완료.
하지만 불만족, 불만족.
하도 오랜만에 쓰다 보니 감이 잡히질 않는군요.
무퇴고.
며칠 뒤에 수정될지도-_-a
프롤로그
“자, 그럼 이제는 대파괴에 관련된 내용을 설명한다. 페이지는 248쪽, 5-1, 대파괴란 무엇인가 단원부터 들어가지.”
멀리서 희미하게 목소리가 들렸다. 밝고 우렁찬, 힘 있는 남자의 목소리다.
무언가 귀가 간지러운 웅성거림이 들렸다.
“뭐? 다 알고 있다고? 헛소리 말고 들어둬, 임마들아. 시험 문제 여기서 내서 틀려도 책임 못 진다. 나야 여기 대충 넘어가면 쉬워서 좋은데 다 너희들을 생각해서 꼼꼼하게 설명해주고 있는 거 아니냐.”
세계가 붕괴된다.
그것 말고는 달리 이 상황을 표현할 말이 없다.
대지가 갈라지고 폭염이 치솟아 하늘을 가렸다. 자욱한 연기와 먼지가 햇빛을 가려 주변은 어두운 가운데 단 2시간 전, 새로운 기술이 결집된, 문명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 평을 받았던 새로운 개발 단지가 지어졌던 곳에는 생물과 무생물을 포함하여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거대한 건물들 덕분에 이 세계에서는 절대로 눈으로 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지평선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시야를 가릴 건물들이 싸그리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것은 어느 존재에게나 예외가 없다.
생명공학의 연구가 진행될 것이라던 탑. 온갖 세포를 비롯한 유전자 정보의 총본산이라 했던 희고 높은 탑도, 슈퍼 컴퓨터로 가득 찬 검고 넓은 정보의 총본산도, 세계 교통의 중심에서 교통의 요지로 존재하던 에어 웹 스테이션도 예외가 아니다. 단순히 크고 괴이쩍은 모습을 해서 도시의 상징으로 불리던 몬스터 타워도,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마르코포스 기업의 공장도 그 대참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몽땅 무너져 대지와 동화되었다.
어두운 공기 속에서 건물이 부서진 파편과 바닥은 구분이 가지 않는다. 아프다.
몸이 아프다.
무너지는 건물의 파편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하여간에 무겁고, 삐죽하고, 거친 것들이 온 몸을 짓누르고 있다.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엎어진 채로 고개도 돌릴 수 없이 멍하니 앞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차라리 기절이라도 해버리면 편하련만, 그의 몸은 그것조차도 허락지 않는다.
몸이 뜨겁다.
“일단 너희들도 다 알고 있는 내용이겠지만… 거의 100년, 그러니까 올해로 99년이 되는 ‘대파괴’ 라는 것은 인류 문명의 절반 이상을 소멸시킨, 말 그대로의 엄청난 파괴다. 사진 보면 알겠지만 건물이란 건물은 남아나지가 않았지. 봐라, 다 무너졌지? 사진 내에 시야를 가릴 만한 것이 존재하지를 않지. 잔해의 지평선이라는 거야. 건물로 꽉 들어차 그 전에는 세계에서 절대 존재할 수 없다고 했던 지평선이란 단어를 아직도 볼 수 있다는 것은 그 대파괴의 반경이 얼마나 넓은지 말해주는 거지. 부서져서 지평선만큼의 범위 내의 건물이… 아니, 존재하는 모든 것이 전부 파괴되었다는 거다.”
화염이 뒤덮고 있는 지평선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터널 월드’- 미래를 향한 도약을 위해 전 세계에서 내노라 하는 기업과 인재들이 모여 구성한 하나의 도시, 꿈의 도시. 20년 넘게 수많은 건물들이 건축되고, 새로운 장비가 옮겨지고, 이 세계 누구나 그곳에서 살고 싶어 했던 도시. 그 도시의 개방을 축하하는 파티에 초대받았었다.
높은 권력을 가진 그의 가문에 있어서도 이터널 월드에서의 거주권을 손에 넣는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골치 아픈 일은 싫어했고 그의 부모님이 그 거주권을 구워먹든 삶아먹든 어떻게 참견하고픈 마음도 없었다. 일단은 이 상황을 순순히 좋게 받아들이자. 그래서 오랜만에 무거운 짐은 전부 벗어던지고 한껏 놀아보려고 했다. 그곳엔 수많은 것들이 있었다.
수많은 건물들과, 수많은 기기들과, 수많은 음식들과, 수많은 영광들과 행복한 미래가 있었지만-
부서졌다.
폭발한 것은 아니다. 단순히 와르르 무너질 뿐이었다. 천재 건축가인 레메 보트라가 이보다 더 튼튼할 수는 없다고 호언장담한 건물들이, 마치, 파도에 쓸린 모래성처럼 와스스 무너졌다. 그리고 그 무너지는 현상은 건물들에 국한되어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사람들도 부서지기 시작했다.
툭, 툭 하는 무기질적이고 기분 나쁜 소리가 들렸다. 처음 무너진 것이 그의 앞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던 열두어살의 여자아이였을 것이다. 머리카락이, 손가락이 하나 둘씩 떨어지기 시작하여, 결국에는 건물들 마냥 조각조각 부서져 흩어졌다.
“대파괴의 범위는 일단 인구가 밀집되어 있는 대도시와 행정도시 들이었다…. 도시 목록에 밑줄. 중요한 거다. 물론 그 당시에는 교통편이 좋았기 때문에 인구 불균형이 그렇게 크지는 않았지.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되겠지만, 어쨌거나 기술이나 정보가 집약된 도시들이 모두 없어졌다는 것은 살아남은 인류에 있어서 큰 재앙 중 하나였다는 거란다.”
파문은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건물이 처음 무너진 것과 사람들의 몸이 부서지기 시작한 것은 거의 동시였다. 하지만 크기의 차이가 있기에-수많은 인파 사이에 있는 작은 꼬마아이 따위는 그 높은 분들의 시선에는 보이지 않았겠지만-사람들은 건물의 붕괴 먼저 인식했다. 불평과 비난의 의미를 담은 거친 욕설들이 오가고 행사 관계자들은 건설업체와 상부에 보고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리고, 그때까지의 사람들의 반응은 웅성거림이었다.
웅성거림이 공포로 변한 것은 몇 초 뒤, ‘붕괴’가 인간에게도 적용된다는 것을 사람들이 깨달았을 때부터 시작되어-
그곳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전부 부서지기까지의 5분여간밖에 지속되지 못하였다.
“단순히 면적만으로 따지자면 전 세계의 1/3 밖에 되지 않는 넓이에서의 파괴가 이루어졌지만 그 장소들이 각 나라의 중심 도시들인 만큼 인구피해는 더더욱 컸지. 교과서에는 전 세계 인구의 1/2 라고 나와 있지? 그건 시험에 안 나오니까 신경 쓸 필요는 없다. 그 당시에 날아간 게 하도 많아서 바로 인구통계 내기가 불가능했거든. 여기는 대충 추측이라고 적어 놓은 거니 넘어가도록 하고…. 그러니까, 이제 또 말할 게…, 그렇지.”
아무도 없다-
그의 머리는 가까스로 그것을 인지했다.
지독한 통증으로 오히려 뚜렷해진 그의 정신은 기억을 헤집어 그 사실을 발견했다. 주위에 존재하던 것들은 말 그대로 ‘붕괴되었다’. 사람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라, 마치 피 한방을 떨어지지 않고 블록으로 만든 인형이 부서지듯, 조각조각 흩어져 무너졌다.
무너진 건물과 인간의 잔해, 그리고 그 사이에서 타오르는 화염.
검붉은 지평선 사이에서 오로지 그만 살아 숨 쉬고 있다. 그것이 당연할 리는 없었다. 그것이 심각하게 부조리하다는 사실을, 그의 머리는 깨닫고 있었다. 어째서 나만 살아남았는가- 라고.
“어라, 살아있는 사람이 있었습니까?”
기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젊은 것도 아니고, 늙은 것도 아닌 어중간한 톤의 목소리였다. 깜짝 놀라 머리를 든 그의 앞에는 여러 사람이 서 있었다. 어디 하나 다치거나 더럽혀진 곳 없이, 마치 이곳에 산책 나온 것처럼 여유로운 태도를 취하고 있는.
방금 전의 말은 그들의 맨 앞에 서있던 기묘한 복장을 한 더벅머리 청년이 한 것이었다.
“이 대파괴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정확히 384명이다. 여기도 중요하니까 밑줄. 공통점은 없었고, 그다지 특이할 만한 사항도 없었으니 그냥 인원수만 알아두면 돼. 마지막으로 대파괴의 원인에 대한 내용인데….”
그 청년은 기묘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
골동품점에 처박혀야 할 것 같은 너덜너덜한 청바지와 셔츠를 입고 머리카락은 온통 헝클어져 있다. 신발도 다 해진 낡은 운동화를 신고 있었고 키가 크지는 않았지만 말하는 태도나 자세에서는 여유로움이 넘치고 있었다. 입 끝이 올라가 있어, 항상 웃고 있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겠지만, 커다랗고 동그란 선글라스를 낀 얼굴에서 그 표정의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아니, 무엇보다 지금 땅바닥에 쓰러져 파편 더미 속에 묻혀있고 방금 홀로 살아남았다고 인지한 그에게는 아무 일 없다는 듯 나타난 사람들의 존재 자체가 충격으로 다가와 한 사람의 표정이나 읽고 있을 틈은 없었다.
맨 앞에 서있던 더벅머리의 청년이 턱을 긁적이더니 입을 열었다.
“흐음…, 이걸 어떻게 생각할까요? 존재확률왜곡에서 벗어난 인간? ……인 저로서도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생각도 못해서.”
체력이 없어서인지 정신이 어지러웠다. 몇몇 단어는 귀에 들리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살아남은 곳도 있나?”
청년의 말에 대해 재질문한 것은 노신사였다. 검은색 양복과 모자를 갖춰 입고 있었다. 키가 작고 통통한 체형이라 전체적인 인상은 선해 보였으나 표정은 그렇지 않았다. 짜증과 불만이 가득 찬 얼굴이었다.
“그런 건 그냥 ……가 알아서 찾아보면 힘듭니까? 안 그래도 이쪽은 지금 사람이 많이 죽어서 존재구현 자체도 버겁단 말입니다. 봐요, 희미해졌잖아요.”
청년은 오른손을 흔들었다. 그의 오른팔은 반투명한 상태였다.
노인이 다시 대답했다.
“흥… 하긴, 네 존재가 인간들에 의해 유지되니 어쩔 수 없겠지. 그나저나 우선 이 살아남은 놈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문제인데.”
“존재확률왜곡에도 인간이 살아남을 수 있는 겁니까?”
‘그들’ 중 한명이 노인에게 물었다. 노인은 잠시 눈을 감더니 대답했다.
“가능성은 있지…. 그래, 진화가 정답이라고 할 수 있겠어. 우리의 의지, 즉 ……의 의지에 대항해 인간이라는 종 자체가 급속도로 진화한 것일 수도 있다. 물론 그 진화가 어떤 방향으로 성장하느냐는 모르겠지만 말야.”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하실 겁니까? 작업을 계속 할 것인지? 어차피 인간이 진화했다 해도 극소수…. 현재 384명이 살아있습니다. 처리 못할 수는 아닙니다만.”
“아니… 일단 잠시 미룬다. 이정도 했으면 아무리 어리석은 인간이라 해도 어느 정도는 알아들었겠지. 시간을 줘 본 뒤 안 되면 다시 행하면 돼. 그것뿐이다.”
노인은 ‘그들’ 쪽으로 향하고 있는 고개를 돌려 땅바닥에 쓰러져 있는 생존자를 바라보았다. 손에 쥐여져 있는 지팡이를 바로잡으며 그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입을 열어-
“일단 대파괴에 대한 원인은 전 세계에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지진에 있다고 보고되고 있지. 하지만 이것도 가설이라서 말야. 그렇게 타이밍 좋게 전 세계가 흔들릴 리도 없고 설령 지진이 일어난다 해도 왜 주요 대도시에서만 나타났냐는 거지. 뭐, 여기에 대해선 의심쩍은 일이 많은 게 사실이지만 일단 교과서에 나온 내용은 대지진이 원인이라는 내용이니 형식적으로나마 알아둬라. 시간이 많다면 더 이야기 해 줄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시간이 별로 많이 남지를 않았구나. 그러니까 수업 진도 좀 제대로 공부들 해와, 이놈들아.”
노인이 말하는 내용이 귀로 들어올 때-
“그건 그렇고, 시간이, 어디 보자…. 음? 거기 자는 놈 누구냐?”
그 말이 의미하는 뜻을 생각하여-
“…뭐야, 또 세핀이냐. 쟤는 매일 자는 게 지겹지도 않냐? 다렌, 등짝 좀 한대 세게 때려줘라.”
“옛써-”
엎드려 자고 있는 세핀의 옆에 앉아있는 덩치 큰 소년이 팔을 높이 들어 올린 뒤 내리쳤다.
콰앙! 하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교실 한 구석에서 의자와 책상이 뒤엉켜 쓰러졌다. 필기구와 교과서, 공책들이 하늘을 향해 비상하고자 하는 욕구를 분출시켰다. 그러나 날개가 없는 그 도구들은 금방 추락했고, 그 밑에 있던 사람의 머리 위에 비상착륙을 시도했다. 물론 비상착륙을 시도하려는 그 장소의 주인에게 허락 따위는 받지 않은 상태였고 결국 세핀은 아무런 사전 동의 없이 온갖 도구들을 등과 머리로 받아내야 했다.
“흐어어어어억?!”
고통에 몸부리치며 바닥을 구르고 있는 세핀을 보며 역사선생 가부스 레일튼은 피식 웃었다. 입가에는 상큼한 미소를 띠우며 오른손으로는 세핀이 땅에 굴러다니게 만든 주범인 다렌에게 엄지손가락을 세워 주었다. 다렌 역시 씨익 웃으며 시원하게 경례했다.
가부스는 교탁에 팔을 걸치며 말했다.
“잘 잤냐?”
“세상이 멸망한다!!!”
“대파괴가 재림하는 꿈이라도 꿨냐?”
“…에?”
안개 낀 것처럼 뿌옇던 세핀의 의식에 익숙한 목소리가 스며들어 왔다. 그는 팔에 눌린 눈을 힘겹게 뜨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날씨는 맑고 바람은 시원하다. 햇볕이 조금 따갑긴 하지만 좋은 날씨이다.
검붉은 지평선은 없었다. 무너진 건물도, 사람도 없었다. 눈에 보이는 것은 하도 봐와서 익숙한 교실의 풍경. 주위에 있는 학생들과 앞에 서 있는 선생. 이상한 말을 하던 사람들도 없었다-이상한 말? 뭐였지?
“어라?”
“뭐가 ‘어라-’냐 이 녀석아. 무슨 꿈을 꿨는데 애가 그 모양이야. 어서 주변 정리하고 자리에 앉아라. 끝날 시간 다 됐으니까.”
“아, 가부스 선생님?”
세핀은 여전히 어정쩡하게 선 채로 눈을 비비며 가부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가부스는 헛, 하고 짧은 한숨을 내쉬며 손을 내저었다.
“됐다, 됐어 이 녀석아. 그래, 내가 졌으니까 자리에나 앉아라. 수업 끝났다.”
세핀은 여전히 어벙벙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예에…”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필기구들을 주우며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가부스 선생은 몸을 돌려 교탁 위에 올려져 있는 책들을 들어 옆구리에 끼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 수업이 끝나도 인사를 받지 않는 것이 그의 특징 중 하나였다. 대충 손을 학생들에게 흔들며 문의 앞까지 다가간 그는 잠시 발을 멈췄다.
“아 참, 깜박 잊고 이야기를 안했는데 내일 새로운 선생님이랑 전학생 하나가 올 예정이니 그렇게 알아두도록.”
그리고는 다시 문을 열고 성큼성큼 나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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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로부터 [R] 에게.
코드 명 [Dreamer]의 발동을 확인. 관찰 상태로 보아 발동조건은 없음.
능력으로 구현되는 사실도 전부 불규칙. 하지만 95% 이상의 적중률을 보임.
신 차네즈 력 99년 6월 4일 14:07 부터 14:46 까지 발동.
내용은 ‘대파괴’에 관련된 것으로 보이나 본인은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음.
앞으로의 가능성은 미지수.
관찰 시간을 늘리고 [Dreamer]가 사실에 대해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는 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함.
보고 내용 완료.
할일: 라이트노벨을 직접 써보고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준다
회원님이 남기신 덧글 하나가 가든에 꽃을 피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