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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글은 저런 사람들이 써야 하는 거구나.
at 2009-10-22 19:24:00 8 comment

1.
후두둑 후두둑.
난데없이 폭우가 쏟아지는 줄만 알았다.
창을 두드리는 굵은 빗줄기의 단단함을 닮은.
바닥을 차고 튀어오르는 빗방울의 청명한 음색같기도 한.
혹은 휘몰아치는 폭풍처럼 빠르고 거침없이 쏟아지던 타자기 소리.
작가의 방 가득한 그 소리가 브라운관 너머의 우리 집 거실까지 가득 매웠다.
신들린 연주라도 하는 것 처럼 타자 위를 쉴새 없이 차고 오르는 작가의 손을 보면서 생각했다.
아. 글은 저런 사람들이 써야 하는 거구나.
한 글자 써놓고 숨 한 번 뱉으며 천천히 숨고르기를 하 듯 글을 쓰는 내가 아니라.
그 텀이 너무도 긴 탓에 댕겅 댕겅 도막난 글을 이어붙이는 것이 고역인 내가 아니라.
후루룩 단숨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나가는 사람.
해야할 말들, 써야할 글들이 너무 많아서 도저히 손을 멈출 수가 없는 사람.
아무리 애를 써도 끝없이 차오르는 이야기를 모조리 다 쏟아내기엔 턱없이 모자란 사람.
조급증이라도 걸린 사람처럼 다급하게 써내리는 글과 매 순간 벅찬 호흡을 주고 받는 사람.
밤낮으로 쉴새 없이 손을 놀려도 아직, 아직, 아직도 먼 사람.
그런 사람만이 작가가 될 수 있는거구나.
2.
그 말을 기억한다.
자신의 글을 아낄 줄 몰라야 좋을 글을 쓸 수 있다는.
쓸데없이 덧붙은 글은 아끼지 않고 버리기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글을 쓰다보면 알면서도 범하게 되는 가장 큰 실수가 바로 이 것.
대부분 자신이 쓴 글은 모두 제 자식과도 같은지라 무엇 하나 버리지를 못한단다.
열달 배앓이해 낳은 것은 아니지만 글 하나를 완성할 때까지의 작가의 고통과 기쁨은
그와 다를 것이 없어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버릴 수가 없다고.
이 말을 해주던 분 역시도 작가이기에 그 심정을 십분 이해하지만
그러다보면 온갖 난잡함이 더덕더덕 붙어 절대 좋은 글이 나올 수가 없다며
자신의 글을 아끼지 말라 재차 당부했다.
그렇기에 썩 좋은 글이 아님에도 쉽사리 솎아내지 못하는 나는 결코,
좋은 글을 쓸 수 없을 것이다.
버리지 못하는 것은 글 뿐 만이 아니라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삶에도 이 말은 고스란히 적용된다. 잘못되어가는 것을 빤히 다 알면서도
버리지 못해 모다 껴안은 채로 사는 나의 삶은 결코, 좋은 삶이 될 수 없겠지.
2009.10.21. 수요일 밤. 한밤의 문화산책.
나는 진작에 글러먹었다..... 는 걸 알면서도 받아들이기 싫은 현실ㅠㅠㅠㅠㅠ
이글루스 가든 - 소설가가 되고 싶습니다!.






2009-10-22 19:39 #
2009-10-22 21: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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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4 07:06 #
2009-10-24 07:45 #
링크 가져가신다니 또 한번 감사드려요ㅠㅠ 종종 들르셔서 함께 이야기를 노누어보아요. 저역시 자주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