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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편, 감옥놀이
at 2009-10-17 23:06:18 18 comment
감옥놀이
감옥을 만드는 건 어렵지 않은 작업이다. 나는 중학교 2학년 처음으로 사람을 가두었다. 지방과 근육이 두툼하게 붙은 한 학년 선배였다. 체격의 차이는 몽둥이로 극복할 수 있었다. 옮기느라 진땀을 뺐을 뿐. 나는 그를 뒷산에 있는 창고에 가두었다. 창고 주인은 오래 전 사업이 망하는 바람에 야반도주했고, 창고로 가는 길마저도 끊어져 불량배도 찾지 않는 곳이 되어 있었다. 새벽녘 나는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선배를 감금하는데 성공했다.
선배는 평소 고약한 행실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그가 사라지고 한참 후 경찰이 학교를 두어 번 찾아왔으나 단순한 가출 사건으로 마무리 지은 듯 했다. 이제 선배의 생명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건 나뿐이었다. 나는 기분 내키는 대로 선배를 찾아가 식빵 조각과 물을 주었다. 밧줄을 풀기 위해 몸부림을 쳤는지 손목과 발목은 붉게 부어 있었다. 나흘이 지나자 바지에 지린 똥오줌에서 고약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감금놀이는 일주일 만에 끝났다. 선배의 체념한 얼굴을 보고 싶었으나, 그의 얼굴에는 분노와 그리고 막연한 희망의 빛이 있었다. 나는 선배를 방치했다. 선배는 넉 달 후 시체로 발견됐다. 어느 누구도 나를 범인으로 지목하지 않았다.
감금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은닉처가 아니다. 감옥은 어디서든 만들 수 있다. 인적이 드문 역의 코인라커, 책상 아래의 공간, 심지어 침대 밑에도 나는 사람을 가두어보았다. 성공하는 감금의 요인은 어떤 경우에도 가둬둔 이를 풀어주지 않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사람을 가두는 이들은 풀어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손가락 일부를 절단하거나 시체로 되돌려주더라도 풀려나고 마는 것이다. 풀려난 수인(囚人)은 긴 꼬리가 된다. 사람을 가두다가 진짜 감옥으로 들어가는 이들은 감금을 수단으로 사용한 이들이었다. 돈을 위한,복수를 위한, 또 다른 어떤 것을 위한. 감금을 목적으로 두지 않은 이들은 결국 잡힌다. 나는 오로지 감금을 위하여 감금을 했다.
정신병원은 나의 최상의 감옥이었다. 원장 일가가 자살한 곳으로, 유명한 심령스폿이기도 했다.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사람들을 붙잡아 병원 지하에 가두었다. 방은 한정되어 있었기에 아무나 잡아 가둘 수는 없어, 나는 열심히 수인목록을 작성했다. 인생의 전성기를 맞이한 이, 다른 사람들의 중심에 선 이가 중심이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을 앞둔 여자, 오랜 빚을 청산한 회사원, 명문대에 합격한 재수생이 차례대로 방에 감금됐다.
하루에 한 번 물 잔과 빵 조각을 문 아래 작은 구멍으로 집어넣었다. 잔이 돌아오지 않으면 물은 주지 않았다. 이들은 내 기척을 느끼고 소리를 질렀으나 그것이 나를 더욱 기쁘게 했다. 죄수들은 금방금방 늘어났다. 석 달 쯤 되자 방의 절반이 채워졌다. 대단한 만족감에 나는 기절하는 듯 했다.
수인들의 대화를 듣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그들은 왜 갇혔는지, 어디에 와 있는지, 언제까지 이곳에 있어야 하는지 끊임없이 궁금해 했다. 답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추측을 해대는 꼴은 우스웠다. 가끔 나는 옆방에 새로 들어온 사람인 양 행동했다.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어느 여성이었다. 21세의 여자는 사교적인 사람이었는데, 일부러 그녀를 다른 사람들과 떼어놓았다. 외로움은 독이 됐는지 일주일이 지나자 미친 사람처럼 비명을 질러댔다. 그녀는 내 존재를 알게 되자 여러 가지를 말해주었다.
대화가 길어지자 그녀와의 친분이 두터워졌다. 나는 '감옥에 갇힌 나'에게 확고한 캐릭터를 부여했다. 그녀는 나를 사업에 성공했으나 가엾게도 갇혀버린 청년으로 받아들였다. 어느 날 나는 감옥놀이의 방향을 전환할 필요가 있음을 알았다. 절망한 사람들을 보는 건 즐거웠으나 계속되자 살짝 따분해진 것이다. 마침 나와 비슷한 연령의 사내가 시체로 발견되었다.
나는 여자에게 계획을 말해주었다. 오랫동안 음식을 받지 않고 말이 없다면 '간수'는 자신이 죽었다고 생각할 테고, 시체를 회수하러 방에 들어오는 순간 깬 유리잔으로 공격하겠다는 것이었다. 여자는 나를 걱정했으나 나는 오히려 만약의 상황이 더 걱정스러웠다.
나흘 후 나는 사내의 시체에 옷을 입히고 난투극을 벌이는 소리를 냈다. 문을 열자 여자가 탄성을 질렀다. 결국 해냈군요! 여자는 아직 갇혀있을 많은 사람들을 풀어줘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빨리 경찰을 부르는 쪽이 낫다는 내 주장을 꺾지 못했다.
병원에서 탈출, 자동차 탑승까지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옆자리에 앉은 여자는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그녀는쉬지 않고 말했다. 대부분 간수인 나에게 보내는 욕이었다. 나는 쓴웃음을 짓고 맞장구를 쳐주며 자동차를 움직였다. 자동차가 거리고 나오자 여자는 안도하는 얼굴이었다. 어디로 가야할 지 아시나요? 나는 오른편을 가리켰다. 그녀가 손가락을 따라 아무 것도 없는 곳을 보았을 때, 나는 미리 가지고 있던 주사기로 여성의 목을 찔렀다.
지금 여성은 코인라커에 갇혀있다. 손을 봐둬 결코 소리가 세지 않는 곳이다. 그녀는 곧 깨어날 것이고,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리라. 그녀의 머리가 들어간 라커의 문을 열고, 말해줄 것이다. 입소를 환영해요.
2482자
09.10.17 20:00~21:00
이글루스 가든 - 소설가가 되고 싶습니다!.
감옥을 만드는 건 어렵지 않은 작업이다. 나는 중학교 2학년 처음으로 사람을 가두었다. 지방과 근육이 두툼하게 붙은 한 학년 선배였다. 체격의 차이는 몽둥이로 극복할 수 있었다. 옮기느라 진땀을 뺐을 뿐. 나는 그를 뒷산에 있는 창고에 가두었다. 창고 주인은 오래 전 사업이 망하는 바람에 야반도주했고, 창고로 가는 길마저도 끊어져 불량배도 찾지 않는 곳이 되어 있었다. 새벽녘 나는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선배를 감금하는데 성공했다.
선배는 평소 고약한 행실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그가 사라지고 한참 후 경찰이 학교를 두어 번 찾아왔으나 단순한 가출 사건으로 마무리 지은 듯 했다. 이제 선배의 생명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건 나뿐이었다. 나는 기분 내키는 대로 선배를 찾아가 식빵 조각과 물을 주었다. 밧줄을 풀기 위해 몸부림을 쳤는지 손목과 발목은 붉게 부어 있었다. 나흘이 지나자 바지에 지린 똥오줌에서 고약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감금놀이는 일주일 만에 끝났다. 선배의 체념한 얼굴을 보고 싶었으나, 그의 얼굴에는 분노와 그리고 막연한 희망의 빛이 있었다. 나는 선배를 방치했다. 선배는 넉 달 후 시체로 발견됐다. 어느 누구도 나를 범인으로 지목하지 않았다.
감금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은닉처가 아니다. 감옥은 어디서든 만들 수 있다. 인적이 드문 역의 코인라커, 책상 아래의 공간, 심지어 침대 밑에도 나는 사람을 가두어보았다. 성공하는 감금의 요인은 어떤 경우에도 가둬둔 이를 풀어주지 않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사람을 가두는 이들은 풀어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손가락 일부를 절단하거나 시체로 되돌려주더라도 풀려나고 마는 것이다. 풀려난 수인(囚人)은 긴 꼬리가 된다. 사람을 가두다가 진짜 감옥으로 들어가는 이들은 감금을 수단으로 사용한 이들이었다. 돈을 위한,복수를 위한, 또 다른 어떤 것을 위한. 감금을 목적으로 두지 않은 이들은 결국 잡힌다. 나는 오로지 감금을 위하여 감금을 했다.
정신병원은 나의 최상의 감옥이었다. 원장 일가가 자살한 곳으로, 유명한 심령스폿이기도 했다.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사람들을 붙잡아 병원 지하에 가두었다. 방은 한정되어 있었기에 아무나 잡아 가둘 수는 없어, 나는 열심히 수인목록을 작성했다. 인생의 전성기를 맞이한 이, 다른 사람들의 중심에 선 이가 중심이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을 앞둔 여자, 오랜 빚을 청산한 회사원, 명문대에 합격한 재수생이 차례대로 방에 감금됐다.
하루에 한 번 물 잔과 빵 조각을 문 아래 작은 구멍으로 집어넣었다. 잔이 돌아오지 않으면 물은 주지 않았다. 이들은 내 기척을 느끼고 소리를 질렀으나 그것이 나를 더욱 기쁘게 했다. 죄수들은 금방금방 늘어났다. 석 달 쯤 되자 방의 절반이 채워졌다. 대단한 만족감에 나는 기절하는 듯 했다.
수인들의 대화를 듣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그들은 왜 갇혔는지, 어디에 와 있는지, 언제까지 이곳에 있어야 하는지 끊임없이 궁금해 했다. 답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추측을 해대는 꼴은 우스웠다. 가끔 나는 옆방에 새로 들어온 사람인 양 행동했다.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어느 여성이었다. 21세의 여자는 사교적인 사람이었는데, 일부러 그녀를 다른 사람들과 떼어놓았다. 외로움은 독이 됐는지 일주일이 지나자 미친 사람처럼 비명을 질러댔다. 그녀는 내 존재를 알게 되자 여러 가지를 말해주었다.
대화가 길어지자 그녀와의 친분이 두터워졌다. 나는 '감옥에 갇힌 나'에게 확고한 캐릭터를 부여했다. 그녀는 나를 사업에 성공했으나 가엾게도 갇혀버린 청년으로 받아들였다. 어느 날 나는 감옥놀이의 방향을 전환할 필요가 있음을 알았다. 절망한 사람들을 보는 건 즐거웠으나 계속되자 살짝 따분해진 것이다. 마침 나와 비슷한 연령의 사내가 시체로 발견되었다.
나는 여자에게 계획을 말해주었다. 오랫동안 음식을 받지 않고 말이 없다면 '간수'는 자신이 죽었다고 생각할 테고, 시체를 회수하러 방에 들어오는 순간 깬 유리잔으로 공격하겠다는 것이었다. 여자는 나를 걱정했으나 나는 오히려 만약의 상황이 더 걱정스러웠다.
나흘 후 나는 사내의 시체에 옷을 입히고 난투극을 벌이는 소리를 냈다. 문을 열자 여자가 탄성을 질렀다. 결국 해냈군요! 여자는 아직 갇혀있을 많은 사람들을 풀어줘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빨리 경찰을 부르는 쪽이 낫다는 내 주장을 꺾지 못했다.
병원에서 탈출, 자동차 탑승까지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옆자리에 앉은 여자는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그녀는쉬지 않고 말했다. 대부분 간수인 나에게 보내는 욕이었다. 나는 쓴웃음을 짓고 맞장구를 쳐주며 자동차를 움직였다. 자동차가 거리고 나오자 여자는 안도하는 얼굴이었다. 어디로 가야할 지 아시나요? 나는 오른편을 가리켰다. 그녀가 손가락을 따라 아무 것도 없는 곳을 보았을 때, 나는 미리 가지고 있던 주사기로 여성의 목을 찔렀다.
지금 여성은 코인라커에 갇혀있다. 손을 봐둬 결코 소리가 세지 않는 곳이다. 그녀는 곧 깨어날 것이고,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리라. 그녀의 머리가 들어간 라커의 문을 열고, 말해줄 것이다. 입소를 환영해요.
2482자
09.10.17 20:00~21:00
이글루스 가든 - 소설가가 되고 싶습니다!.






2009-10-17 23:22 #
2009-10-17 23:25 #
지적 감사합니다.
2009-10-17 23:52 #
1시간동안 이렇게 멋진 글을 쓴 C문자님이 부럽슴다. 읭읭.
잘 읽었습니다.
2009-10-18 07:50 #
농담이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2009-10-17 23:58 #
2009-10-18 07:51 #
하지만 결과는 모종의 다른 작품이 우수작을 거머쥔다거나…
2009-10-18 01:17 #
지금까지 엽기 단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닌거 같고.
2009-10-18 01:42 #
초단편, 쇼트-쇼트, 장掌편, 꽁트 여러가지로 부릅니다.
2009-10-18 07:51 #
2009-10-18 01:44 #
2009-10-18 07:51 #
고쓰!
2009-10-19 19:40 #
2009-10-19 19:45 #
2009-10-21 20:48 #
어차피 꽁트였고 짤막하게 쓰는 글이니 그런 건 상관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나중에 소설로 멋지게 만들어 주세요!
2009-10-23 01:05 #
2009-10-23 02:33 #
DOSKHARAAS님이야말로 정말 날카로우시네요 (웃음)
2009-10-25 15:57 #
2009-10-25 17:16 #
지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