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번역은 반역인가
at 2006-02-15 19:36:11 0 comment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php?bid=2089080
번역은 반역인가 , 박상익 지음, 푸른역사, 2006
'뉴턴에서 조지오웰까지'의 번역자이기도 한 박상익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한국의 번역현실에 대한 담담한 보고서를 써냈다. 번역의 역사, 번역자의 조건과 같은 내용을 포함시키기도 했지만(이런 '번역'을 테마로 한 다양한 글은 이 책의 장점과 동시에, 단점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 목적이 학문적인 글쓰기가 아니라, 대중적인 글쓰기므로 장점에 더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결국 크게 '번역의 가치에 대한 역설' 이며 그러한면 에서 책의 서문과 끝은 이 책의 핵심이다.
여건이 허락하지 않건, 때가 오건 오지 않건, 해야 할 일이라면 누군가는 해야 한다. 무지와 야만의 바다에 외로이 떠 있는 섬과도 같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목표를 추구하며, 사라질 위기에 처한 지식을 구했던 중세 유럽의 수도사들처럼 헌신해야 하는 것이다. (서문 중)
1.번역은 한국어 사용권에 존재하지 않는 텍스트를 존재하게 만드는 가치 있는 행위이다. 그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이다. 좋은책 한권을 번역한다는 것은, 한국사회라고 하는 거대한 동굴에 등불 하나를 밝히는 일과도 같다. 좋은 번역서 한 권이 국회의원 한 명의 4년 임기 의정 활동보다 더욱 큰 가치를 가질 수 있다는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이 일에 임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2.번역가는 먼저 독립적 사고 능력을 지닌 지식인이 되어야 한다. '이 땅에서' 공부하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학연, 지연, 정실에 의지하여 인생을 도모하려는 정신 자세로는 번역 작업을 수행해 나갈 수 없다. 오직 글쓰기 능력과 출판된 결과물에 의해서만 엄정한 평가를 받겠다는 자세로 철저한 프로 정신을 견지해야 한다. 관심 분야에 대한 꾸준한 독서를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무식유죄, 유식무죄를 잊지 말자.
3.번역가는 편집자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도움을 적극적으로 요청할 줄 알아야 한다. 독립적 사고를 하라는 것은 편집자의 적절한 도움마저 뿌리치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약점 없는 인간 없듯이 결점 없는 번역도 없다.(너 자신을 알라!) 편집자는 번역가의 한계를 극복하게 도와주는 최선의 동지이며, 번역 결과물의 수준을 끌어올려주는 고마운 동료이다. 번역가의 평가는 오직 '결과물'에 의해서만 이룽진다는 사시을 다시 한번 명심하자.
4.쓰고 또 쓰고, 고쳐 쓰고 또 고쳐 쓰는, 이마에 땀 맺히는 수고를 마다하면 안 된다. 번역에는 왕도가 없다. 궁극적으로 정성이며 성의이다. 지성이면 감천이다. 좋은 번역어를 찾기 위해 사전 찾기를 게을리 하지 말 일이다. 일단 번역한 문장은 읽고 또 읽으면서 문장의 흐름이 제대로 이어지는지, 접속사는 적절히 사용되었는지 부단히 검토하라. 문장의 리듬을 살리기 위해 소리를 내어 읽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5.번역가는 기본적으로 독서인잉야 한다. 자신만의 개인도서관을 만들어 관심 분야에 대한 책을 꾸준히 사 모으고 책 읽기를 삶의 가장 소중한 부분으로 여길 수 있어야 한다. 인문학이란 가장 근원적으로 보자면 결국 글읽기와 글쓰기이다. 읽기없이는 쓰기가 나올수 없다. 공자는 호지자 불여락지자 라고 했다.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같지 못하다"는 말이다. 좋아하는 것으로는 2퍼센트 부족하다. 책 읽기를 즐겨라.
6.낭중지추란 말이 있다. 능력과 재능 있는자는 언젠가는 인정받을 날이 오고야 만다. 번역가가 그 하는 일의 중요성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엄연한 현실이다. 아니, 번역 그 자체가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고 있다. 그러나 비관할 일만도 아니다. 한국 사회가 멸망하기로 작정을 하지 않은 이상 번역과 번역가에 대한 대우가 현 수준에서 머물 수는 없다. 한국은 망하지 않는다. 끝까지 정도를 걸어라. 합당한 대우를 받는 날이 올 것이다.
7.인문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이라면 논문 작성 과정에서 자신이 연구하는 텍스트를 읽는 데 그치지 말고 번역, 역주 작업을 동시에 진행해주기 바란다. 논문 쓰기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일이지만, 그렇게 해야 논문 차원을 뛰어넘어 본격적인 학술 단행본 출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 논문과 달리 출판된 책은 소수의 전문가 집단이 아닌, 국민 전체를 위한 기여가 될 수 있다. 번역, 주석 작업을 병행할 경우 필경 논문의 수준도 올라갈 것이다. 이렇게 청년 인문학도들의 개인적인 노력이 집적될 경우 그들이 중견 학자로 성장한 후에는 우리 대학원의 학풍에도 조금씩 변화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한번 밝혀둔다. 번역은 결코 반역이 아니다. (p226~9)
서문과 끝은 저자 그 자신의 번역가로서의 태도가 스며들어있음과 동시에 이러한 기본적인 덕목을 실천하지 못하는 현 출판계 관행에 대한 간접적인 비판, 그리고 미래의 번역가들에 대한 조언이 동시에 들어가 있다. 한국의 '번역 현실'에 대해 어느 정도 아는 이들이 구태여 이 책을 정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은 이 책을 보면서 '번역이 반역이 되고 있는 현실'을 파악할 필요가 있고, 이미 알고 있는 이들은 서문과 끝 문장을 보면서 어떤 식으로 이 현실을 타개해야할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
생각할 거리를 던져줄 책으로 보고 있습니다.
번역은 반역인가 , 박상익 지음, 푸른역사, 2006
'뉴턴에서 조지오웰까지'의 번역자이기도 한 박상익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한국의 번역현실에 대한 담담한 보고서를 써냈다. 번역의 역사, 번역자의 조건과 같은 내용을 포함시키기도 했지만(이런 '번역'을 테마로 한 다양한 글은 이 책의 장점과 동시에, 단점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 목적이 학문적인 글쓰기가 아니라, 대중적인 글쓰기므로 장점에 더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결국 크게 '번역의 가치에 대한 역설' 이며 그러한면 에서 책의 서문과 끝은 이 책의 핵심이다.
여건이 허락하지 않건, 때가 오건 오지 않건, 해야 할 일이라면 누군가는 해야 한다. 무지와 야만의 바다에 외로이 떠 있는 섬과도 같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목표를 추구하며, 사라질 위기에 처한 지식을 구했던 중세 유럽의 수도사들처럼 헌신해야 하는 것이다. (서문 중)
1.번역은 한국어 사용권에 존재하지 않는 텍스트를 존재하게 만드는 가치 있는 행위이다. 그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이다. 좋은책 한권을 번역한다는 것은, 한국사회라고 하는 거대한 동굴에 등불 하나를 밝히는 일과도 같다. 좋은 번역서 한 권이 국회의원 한 명의 4년 임기 의정 활동보다 더욱 큰 가치를 가질 수 있다는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이 일에 임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2.번역가는 먼저 독립적 사고 능력을 지닌 지식인이 되어야 한다. '이 땅에서' 공부하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학연, 지연, 정실에 의지하여 인생을 도모하려는 정신 자세로는 번역 작업을 수행해 나갈 수 없다. 오직 글쓰기 능력과 출판된 결과물에 의해서만 엄정한 평가를 받겠다는 자세로 철저한 프로 정신을 견지해야 한다. 관심 분야에 대한 꾸준한 독서를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무식유죄, 유식무죄를 잊지 말자.
3.번역가는 편집자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도움을 적극적으로 요청할 줄 알아야 한다. 독립적 사고를 하라는 것은 편집자의 적절한 도움마저 뿌리치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약점 없는 인간 없듯이 결점 없는 번역도 없다.(너 자신을 알라!) 편집자는 번역가의 한계를 극복하게 도와주는 최선의 동지이며, 번역 결과물의 수준을 끌어올려주는 고마운 동료이다. 번역가의 평가는 오직 '결과물'에 의해서만 이룽진다는 사시을 다시 한번 명심하자.
4.쓰고 또 쓰고, 고쳐 쓰고 또 고쳐 쓰는, 이마에 땀 맺히는 수고를 마다하면 안 된다. 번역에는 왕도가 없다. 궁극적으로 정성이며 성의이다. 지성이면 감천이다. 좋은 번역어를 찾기 위해 사전 찾기를 게을리 하지 말 일이다. 일단 번역한 문장은 읽고 또 읽으면서 문장의 흐름이 제대로 이어지는지, 접속사는 적절히 사용되었는지 부단히 검토하라. 문장의 리듬을 살리기 위해 소리를 내어 읽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5.번역가는 기본적으로 독서인잉야 한다. 자신만의 개인도서관을 만들어 관심 분야에 대한 책을 꾸준히 사 모으고 책 읽기를 삶의 가장 소중한 부분으로 여길 수 있어야 한다. 인문학이란 가장 근원적으로 보자면 결국 글읽기와 글쓰기이다. 읽기없이는 쓰기가 나올수 없다. 공자는 호지자 불여락지자 라고 했다.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같지 못하다"는 말이다. 좋아하는 것으로는 2퍼센트 부족하다. 책 읽기를 즐겨라.
6.낭중지추란 말이 있다. 능력과 재능 있는자는 언젠가는 인정받을 날이 오고야 만다. 번역가가 그 하는 일의 중요성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엄연한 현실이다. 아니, 번역 그 자체가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고 있다. 그러나 비관할 일만도 아니다. 한국 사회가 멸망하기로 작정을 하지 않은 이상 번역과 번역가에 대한 대우가 현 수준에서 머물 수는 없다. 한국은 망하지 않는다. 끝까지 정도를 걸어라. 합당한 대우를 받는 날이 올 것이다.
7.인문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이라면 논문 작성 과정에서 자신이 연구하는 텍스트를 읽는 데 그치지 말고 번역, 역주 작업을 동시에 진행해주기 바란다. 논문 쓰기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일이지만, 그렇게 해야 논문 차원을 뛰어넘어 본격적인 학술 단행본 출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 논문과 달리 출판된 책은 소수의 전문가 집단이 아닌, 국민 전체를 위한 기여가 될 수 있다. 번역, 주석 작업을 병행할 경우 필경 논문의 수준도 올라갈 것이다. 이렇게 청년 인문학도들의 개인적인 노력이 집적될 경우 그들이 중견 학자로 성장한 후에는 우리 대학원의 학풍에도 조금씩 변화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한번 밝혀둔다. 번역은 결코 반역이 아니다. (p226~9)
서문과 끝은 저자 그 자신의 번역가로서의 태도가 스며들어있음과 동시에 이러한 기본적인 덕목을 실천하지 못하는 현 출판계 관행에 대한 간접적인 비판, 그리고 미래의 번역가들에 대한 조언이 동시에 들어가 있다. 한국의 '번역 현실'에 대해 어느 정도 아는 이들이 구태여 이 책을 정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은 이 책을 보면서 '번역이 반역이 되고 있는 현실'을 파악할 필요가 있고, 이미 알고 있는 이들은 서문과 끝 문장을 보면서 어떤 식으로 이 현실을 타개해야할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
생각할 거리를 던져줄 책으로 보고 있습니다.
회원님이 남기신 덧글 하나가 가든에 꽃을 피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