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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총
at 2007-09-24 17:11:38 0 comment
02. 은빛 총
은은 아주 예전부터 어둠을 물리치는 금속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은총알은 늑대인간, 흡혈귀 등의 괴물들을 죽이고 은십자가는 악마를 쫓는다고 하지요. 그것은 반은 진실이며 반은 거짓입니다. 공주님, 은십자가를 쳐들고 화형당하는 선지자들의 앞에서 성서를 읊는 사제의 가슴 속에는 또아리를 튼 악마가 웃고 있기 마련입니다. 수채구멍에 음식 찌꺼기를 들이붓는 아낙과 연인에게 사랑의 밀어를 읊는 청년, 곱게 기른 화분에 물을 주는 백발 할멈의 심장 속에도 악이 있습니다.
인간이 하늘을 올려다 볼 때 땅을 내려다보지 못합니다. 하늘의 별과 땅의 꽃을 같이 볼 수 없습니다. 시야가 좁은 인간은 그들이 보아야 할 것이 하늘일지, 땅일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자신들의 영혼이 선하며, 악은 땅 속 깊은 곳에 '지옥'이란 세계에 따로 존재한다고 믿는 것입니다.
설사 진실이 불을 보듯 뻔하다고 해도 그들은 자신이 편한대로 보이는 것을 끼워맞출 뿐 눈앞의 사실을 믿지 않습니다. 이를 믿지 못하신다면 옛 이야기 하나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산골 마을에는 마녀가 살고 있습니다. 이는 신화의 시대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사실로, 사제들이 마녀화형을 펼치기 전과 후의 시대에 그들의 명맥은 끊긴 적이 없습니다. 그들은 세이지, 박하, 마조람과 파슬리, 바곳, 양귀비 등의 약초를 벌꿀과 포도주와 섞어 달콤하고도 효과좋은 약을 만들었습니다. 마녀의 오두막은 약초를 구하기 쉽도록 숲속에 위치해 있으며 밤에는 별자리를 헤고 날씨를 추측해 농부들에게 밀을 거둘 시기를 알리고 어부들에게 폭풍을 경고합니다. 연인에게 사랑의 묘약을, 귀족에게 정적을 해칠 독약을, 임부에게 아들 낳는 약을 건네준다는 소문이 있으나 사실 여부는 저도 알 수 없습니다. 이는 작은 호수에 일어나는 새벽안개처럼 음산한 밤 축축하게 나타나 햇살이 내리쬐면 흩어지는, 정체를 확인할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마을에 자신의 일생을 바치며 헌신하던 어느 마녀를 알고 있습니다. 약초로 쓰이는 허브향이 옷깃에 배어있던 단정한 얼굴의 마녀로, 손재주가 뛰어나 마을 아이들의 헤진 옷깃을 꿰매주기도 하고 여자애들의 머리칼을 색색깔의 리본으로 묶어주기도 하였습니다. 그 고운 손길을 보고 마을들을 건너다니던 여행자 한명이 정착해, 마녀에게 조심스레 다가가며 호의를 표했습니다. 마녀는 남자의 매력을 보고 기꺼이 손을 뻗었습니다. 둘은 연인이 되어 한쌍의 비익조처럼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마녀사냥의 철이 돌아왔습니다. 몇십년마다 한번씩 돌아오는 이 계절은, 마을 사람들이 새삼스레 이어지는 흉년을 깨닫고, 유행하는 열병을 걱정하며, 사라진 여행자들의 행방을 의심하고, 간음한 배우자와 사기치는 상인의 위선을 더이상 참을 수 없어할 때 일어납니다. 쌓이고 쌓인 불평불만은 위험하게 부풀어올라 일정한 주기마다 터져, 마을에 진실이라는 부패한 오물을 뿌립니다. 이 시기가 되면 사람들은 이 오물의 주인으로 몰아세울 희생양을 찾아 눈을 까뒤집고 횃불을 들고 오밤중에도 몰려나옵니다.
일반적으로 마을의 모든 악의를 덮어쓰고 죽어야 하는 대상은 마녀가 됩니다만, 그 마녀는 자신이 잡은 남자의 매력을 아주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을 감싸안은 남자의 손을 뿌리치고 뛰쳐나가며 "살려줘요. 저 남자는 흡혈귀예요!"라고 외쳤습니다. 남자는 마녀가 준비한 은빛 총에 심장을 맞고 산사나무 말뚝에 꿰뚫려 죽었습니다. 살아남은 마녀는 악을 찾아낸 고마운 이로 칭송을 받으며 마을에서 약을 만들고 아이들의 머리칼에 리본을 묶어주며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다행이도 흡혈귀는 아주 오래된 이였기에 태양이 뜨기 전에 말뚝에 꿰인 몸을 끌고 도망칠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그는 저와 술을 나눠마시며 "그녀가 날 사랑한 것은 진심이었어. 다만 어두운 면이 무엇이든 수용하려 했는데 날 죽일 맘인 줄 누가 알았겠어?"하고 투덜거렸습니다.
아시겠습니까, 공주님? 군주가 될 분이시여, 인간의 속성을 기억하십시오. 사람들은 선한 얼굴을 겉에 내밀고 뒤로 돌린 손으로 죄를 짓습니다. 그러나 이 얼굴은 가면이 아니며 죄 또한 거짓이 아닙니다. 둘 다 하나이고 온전한 진실입니다. 그러나 자신이 선으로만 가득하다는 허위를 유지하고 싶어하는 이들은 죄를 외면합니다. 산처럼 쌓여 부패하기 시작한 죄가 악취로 인해 더이상 외면할 수 없게 되면 그들은 죄를 대신 받고 죽어야 할 속죄양을 찾습니다. 이는 배신당하고 누명을 받아도 저항할 힘이 없는 어리고 약하고 보잘 것 없으며 공동체의 일원이 아닌-혹은 예외적인-존재이기 마련이며, 속죄양을 처단할 때의 죄책감을 없애고 정당함을 과시하기 위해 그들은 신을 나타내는 십자가, 향기로운 들장미나무나 물에 담그면 푸른 빛을 띠는 정결한 물푸레나무, 당당하고 곧게 자라는 백양나무로 만든 말뚝, 그리고 성스러운 금속으로 만든 은빛 총과 총알을 사용합니다.
은은 아주 예전부터 어둠을 물리치는 금속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은총알은 늑대인간, 흡혈귀 등의 괴물들을 죽이고 은십자가는 악마를 쫓는다고 하지요. 그것은 반은 진실이며 반은 거짓입니다. 공주님, 은십자가를 쳐들고 화형당하는 선지자들의 앞에서 성서를 읊는 사제의 가슴 속에는 또아리를 튼 악마가 웃고 있기 마련입니다. 수채구멍에 음식 찌꺼기를 들이붓는 아낙과 연인에게 사랑의 밀어를 읊는 청년, 곱게 기른 화분에 물을 주는 백발 할멈의 심장 속에도 악이 있습니다.
인간이 하늘을 올려다 볼 때 땅을 내려다보지 못합니다. 하늘의 별과 땅의 꽃을 같이 볼 수 없습니다. 시야가 좁은 인간은 그들이 보아야 할 것이 하늘일지, 땅일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자신들의 영혼이 선하며, 악은 땅 속 깊은 곳에 '지옥'이란 세계에 따로 존재한다고 믿는 것입니다.
설사 진실이 불을 보듯 뻔하다고 해도 그들은 자신이 편한대로 보이는 것을 끼워맞출 뿐 눈앞의 사실을 믿지 않습니다. 이를 믿지 못하신다면 옛 이야기 하나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산골 마을에는 마녀가 살고 있습니다. 이는 신화의 시대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사실로, 사제들이 마녀화형을 펼치기 전과 후의 시대에 그들의 명맥은 끊긴 적이 없습니다. 그들은 세이지, 박하, 마조람과 파슬리, 바곳, 양귀비 등의 약초를 벌꿀과 포도주와 섞어 달콤하고도 효과좋은 약을 만들었습니다. 마녀의 오두막은 약초를 구하기 쉽도록 숲속에 위치해 있으며 밤에는 별자리를 헤고 날씨를 추측해 농부들에게 밀을 거둘 시기를 알리고 어부들에게 폭풍을 경고합니다. 연인에게 사랑의 묘약을, 귀족에게 정적을 해칠 독약을, 임부에게 아들 낳는 약을 건네준다는 소문이 있으나 사실 여부는 저도 알 수 없습니다. 이는 작은 호수에 일어나는 새벽안개처럼 음산한 밤 축축하게 나타나 햇살이 내리쬐면 흩어지는, 정체를 확인할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마을에 자신의 일생을 바치며 헌신하던 어느 마녀를 알고 있습니다. 약초로 쓰이는 허브향이 옷깃에 배어있던 단정한 얼굴의 마녀로, 손재주가 뛰어나 마을 아이들의 헤진 옷깃을 꿰매주기도 하고 여자애들의 머리칼을 색색깔의 리본으로 묶어주기도 하였습니다. 그 고운 손길을 보고 마을들을 건너다니던 여행자 한명이 정착해, 마녀에게 조심스레 다가가며 호의를 표했습니다. 마녀는 남자의 매력을 보고 기꺼이 손을 뻗었습니다. 둘은 연인이 되어 한쌍의 비익조처럼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마녀사냥의 철이 돌아왔습니다. 몇십년마다 한번씩 돌아오는 이 계절은, 마을 사람들이 새삼스레 이어지는 흉년을 깨닫고, 유행하는 열병을 걱정하며, 사라진 여행자들의 행방을 의심하고, 간음한 배우자와 사기치는 상인의 위선을 더이상 참을 수 없어할 때 일어납니다. 쌓이고 쌓인 불평불만은 위험하게 부풀어올라 일정한 주기마다 터져, 마을에 진실이라는 부패한 오물을 뿌립니다. 이 시기가 되면 사람들은 이 오물의 주인으로 몰아세울 희생양을 찾아 눈을 까뒤집고 횃불을 들고 오밤중에도 몰려나옵니다.
일반적으로 마을의 모든 악의를 덮어쓰고 죽어야 하는 대상은 마녀가 됩니다만, 그 마녀는 자신이 잡은 남자의 매력을 아주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을 감싸안은 남자의 손을 뿌리치고 뛰쳐나가며 "살려줘요. 저 남자는 흡혈귀예요!"라고 외쳤습니다. 남자는 마녀가 준비한 은빛 총에 심장을 맞고 산사나무 말뚝에 꿰뚫려 죽었습니다. 살아남은 마녀는 악을 찾아낸 고마운 이로 칭송을 받으며 마을에서 약을 만들고 아이들의 머리칼에 리본을 묶어주며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다행이도 흡혈귀는 아주 오래된 이였기에 태양이 뜨기 전에 말뚝에 꿰인 몸을 끌고 도망칠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그는 저와 술을 나눠마시며 "그녀가 날 사랑한 것은 진심이었어. 다만 어두운 면이 무엇이든 수용하려 했는데 날 죽일 맘인 줄 누가 알았겠어?"하고 투덜거렸습니다.
아시겠습니까, 공주님? 군주가 될 분이시여, 인간의 속성을 기억하십시오. 사람들은 선한 얼굴을 겉에 내밀고 뒤로 돌린 손으로 죄를 짓습니다. 그러나 이 얼굴은 가면이 아니며 죄 또한 거짓이 아닙니다. 둘 다 하나이고 온전한 진실입니다. 그러나 자신이 선으로만 가득하다는 허위를 유지하고 싶어하는 이들은 죄를 외면합니다. 산처럼 쌓여 부패하기 시작한 죄가 악취로 인해 더이상 외면할 수 없게 되면 그들은 죄를 대신 받고 죽어야 할 속죄양을 찾습니다. 이는 배신당하고 누명을 받아도 저항할 힘이 없는 어리고 약하고 보잘 것 없으며 공동체의 일원이 아닌-혹은 예외적인-존재이기 마련이며, 속죄양을 처단할 때의 죄책감을 없애고 정당함을 과시하기 위해 그들은 신을 나타내는 십자가, 향기로운 들장미나무나 물에 담그면 푸른 빛을 띠는 정결한 물푸레나무, 당당하고 곧게 자라는 백양나무로 만든 말뚝, 그리고 성스러운 금속으로 만든 은빛 총과 총알을 사용합니다.
할일: 단편을 써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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