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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컬릿
at 2007-09-23 00:57:26 0 comment
01. 초컬릿
초컬릿은 악마의 음료라고도 일컬어지는 검고 진하고 독처럼 달콤한 액체입니다. 예전에는 뜨거운 액체로 컵에 담아 마셨다고 하는데 요즘은 굳혀서 납작한 판형, 단추같이 둥글고 두꺼운 모양 등 여러가지 형태로 나오지요. 은박지나 색색깔의 리본으로 감싸 연인에게 선물하기도 하며 디저트로 내오기도 합니다. 원래 쓴 맛이나 설탕을 듬뿍 넣어서 '악마처럼 달디단' 음식이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공주님. 악마는 달콤합니다. 검고, 진하고, 독처럼 달콤하면서도 뗄 수 없는 존재이지요. 그리고 초컬릿은 분명히 악마의 음식입니다. 이를 믿지 못하신다면 옛 이야기 하나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온통 금과 은과 보석으로 치장한 화려한 성 안에는 탑에 갇힌 왕비님이 살고 계셨다 합니다. 왕은 그녀보다 쉰 살이나 나이먹은 늙은이였고, 젊다 못해 어리고 아리따운 아내를 의심하여 레이스와 실크와 비단으로 치장한 방 안에 가두고 탑을 천번을 닦은 유리로 만들어 탑을 오르려는 자는 미끄러지고 열쇠를 가지고 있는 왕 외에 아무도 드나들 수 없게 했고, 정오의 햇살을 받은 다이아만큼이나 눈부시게 칠을 해 반소경에 가까운 왕 외에 아무도 쳐다볼 수 없게 하였습니다. 왕비님은 손가락 하나 틈만한 벽돌 틈으로 바깥을 보며 잃어버린 세상을 그리워했습니다.
왕은 슬픔에 빠진 왕비를 달래기 위해 온갖 보물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햇살을 받으면 우아하게 춤추는 발레인형들, 테엽을 감으면 노래를 부르는 기계새, 레이스와 보석이 흐드러지게 박힌 드레스와 아침 이슬과 햇살이 뿌려진 듯 빛나는 머리장식들, 잎사귀와 꽃잎이 어우러져 황홀한 향기를 뿜어내는 꽃다발. 그러나 모두 탑에 들어오면 그 빛과 향과 움직임을 잃고 색이 바랬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지요. 그 탑은 왕비의 실의로 꽉 차서 탐욕으로 눈과 코와 귀가 먼 왕만 빼고 모두의 생기를 뺐었거든요.
나날이 우울의 바다에 잠겨가는 왕비에게, 왕은 어느날 남쪽에서 온 검은 피부의 상인이 가져왔다는 이국의 음료를 가져다주었습니다. 그것은 신비롭게도, 왕이 컵의 뚜껑을 여는 순간 짙고 달콤한 향기를 한껏 뿜어내며 왕비와 왕을 사로잡고 말았습니다. 왕비는 넋나간 듯 왕의 손에서 컵을 빼앗아 꿀꺽 마셨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왕비의 몸에선 그 음료와 흡사한 짙은 향기가 풍겨나왔고 그 향은 백일이 아흔번 지나도록 가시지 않아 온 짐승들을 탑밑으로 끌어들이고 나뭇가지와 꽃조차 탑 쪽으로 향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탑의 경계는 살벌하고 열쇠는 왕만이 갖고 있었으며 창은 손가락 하나만한 틈 뿐이라 새조차 날아들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밤, 왕비는 탑 밑에 멈추는 마차 소리를 들었습니다. 삐꺽이는 바퀴소리가 멈추고 가는 틈 사이로 숨막힐 듯 달디단 냄새가 풍겨왔습니다 --- 맡아본 적이 있었으나 자신의 몸에서 나는 향기에 익숙해있던 왕비조차 정신이 아찔할 정도로 짙은 향기었습니다. 그리고 비틀거리는 왕비를 받아준 것은 젊은 남자였습니다. 피부는 커피색처럼 매끄럽고 진한 갈색, 눈동자는 끈적한 꿀빛, 목소리는 강철조차 녹일듯 달콤한, 천사같이 아름다운 청년이었습니다. 그 날 밤이 지나고 왕비는 아기를 가졌습니다.
그리고 아기가 태어났을 때 '그것'은 검디 검은 머리칼과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500년 동안 백금발과 푸른 눈, 혹은 진한 태양색 머리칼과 녹색 눈만을 가지고 태어나던 순혈의 왕족과는 전혀 다른 색깔의 머리와 눈에, 사람들은 경악하며 아기를 탑에 유폐시켰습니다. 열세개의 방과 미로 같은 복도, 그리고 단 하나의 출구를 가진 탑에요. 사람들은 아기가 아침햇살에 녹을 수도 있고 아비인 악마를 따라 지옥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소곤대지만, 그들이 걱정하는 단 한가지는 그녀가 멀쩡한 인간이라서 햇살 아래를 뚜벅뚜벅 걸어와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고 옥좌에 앉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와 악마가 '너무 달콤해서 떼어낼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이 무슨 상관이냐구요? 공주님, 악마는 너무나 달콤해서 가만히 존재하는 것만으로 무심코 타인을 끌어당기는 법입니다. 탁자 위에 놓여있는 초컬릿이 소리없이 퍼지는 향으로 나비와 벌을 끌어들이는 것처럼.
공주님, 또 머리가 헝클어졌군요. 빗겨드릴테니 이리오십시오. 칭얼거리지 마세요. 아름다운 머리칼인데 흐트러져 있으면 아깝지 않습니까.
아닙니다, 공주님. 하하, 정말 아름다운 머리칼입니다. 놀리는 것이 아닙니다. 무심코 시선을 끌어당기는, 진하고, 검은, 순도 높은 초컬릿의 색깔이지요. 눈동자도 마찬가지죠. 눈을 감지마세요, 아니, 빈말이 아닙니다. 저희들은 거짓말을 할 줄 모르거든요.
아아, 눈을 감지 마세요. 정말로 매혹적인 색깔입니다, 공주님.
초컬릿은 악마의 음료라고도 일컬어지는 검고 진하고 독처럼 달콤한 액체입니다. 예전에는 뜨거운 액체로 컵에 담아 마셨다고 하는데 요즘은 굳혀서 납작한 판형, 단추같이 둥글고 두꺼운 모양 등 여러가지 형태로 나오지요. 은박지나 색색깔의 리본으로 감싸 연인에게 선물하기도 하며 디저트로 내오기도 합니다. 원래 쓴 맛이나 설탕을 듬뿍 넣어서 '악마처럼 달디단' 음식이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공주님. 악마는 달콤합니다. 검고, 진하고, 독처럼 달콤하면서도 뗄 수 없는 존재이지요. 그리고 초컬릿은 분명히 악마의 음식입니다. 이를 믿지 못하신다면 옛 이야기 하나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온통 금과 은과 보석으로 치장한 화려한 성 안에는 탑에 갇힌 왕비님이 살고 계셨다 합니다. 왕은 그녀보다 쉰 살이나 나이먹은 늙은이였고, 젊다 못해 어리고 아리따운 아내를 의심하여 레이스와 실크와 비단으로 치장한 방 안에 가두고 탑을 천번을 닦은 유리로 만들어 탑을 오르려는 자는 미끄러지고 열쇠를 가지고 있는 왕 외에 아무도 드나들 수 없게 했고, 정오의 햇살을 받은 다이아만큼이나 눈부시게 칠을 해 반소경에 가까운 왕 외에 아무도 쳐다볼 수 없게 하였습니다. 왕비님은 손가락 하나 틈만한 벽돌 틈으로 바깥을 보며 잃어버린 세상을 그리워했습니다.
왕은 슬픔에 빠진 왕비를 달래기 위해 온갖 보물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햇살을 받으면 우아하게 춤추는 발레인형들, 테엽을 감으면 노래를 부르는 기계새, 레이스와 보석이 흐드러지게 박힌 드레스와 아침 이슬과 햇살이 뿌려진 듯 빛나는 머리장식들, 잎사귀와 꽃잎이 어우러져 황홀한 향기를 뿜어내는 꽃다발. 그러나 모두 탑에 들어오면 그 빛과 향과 움직임을 잃고 색이 바랬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지요. 그 탑은 왕비의 실의로 꽉 차서 탐욕으로 눈과 코와 귀가 먼 왕만 빼고 모두의 생기를 뺐었거든요.
나날이 우울의 바다에 잠겨가는 왕비에게, 왕은 어느날 남쪽에서 온 검은 피부의 상인이 가져왔다는 이국의 음료를 가져다주었습니다. 그것은 신비롭게도, 왕이 컵의 뚜껑을 여는 순간 짙고 달콤한 향기를 한껏 뿜어내며 왕비와 왕을 사로잡고 말았습니다. 왕비는 넋나간 듯 왕의 손에서 컵을 빼앗아 꿀꺽 마셨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왕비의 몸에선 그 음료와 흡사한 짙은 향기가 풍겨나왔고 그 향은 백일이 아흔번 지나도록 가시지 않아 온 짐승들을 탑밑으로 끌어들이고 나뭇가지와 꽃조차 탑 쪽으로 향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탑의 경계는 살벌하고 열쇠는 왕만이 갖고 있었으며 창은 손가락 하나만한 틈 뿐이라 새조차 날아들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밤, 왕비는 탑 밑에 멈추는 마차 소리를 들었습니다. 삐꺽이는 바퀴소리가 멈추고 가는 틈 사이로 숨막힐 듯 달디단 냄새가 풍겨왔습니다 --- 맡아본 적이 있었으나 자신의 몸에서 나는 향기에 익숙해있던 왕비조차 정신이 아찔할 정도로 짙은 향기었습니다. 그리고 비틀거리는 왕비를 받아준 것은 젊은 남자였습니다. 피부는 커피색처럼 매끄럽고 진한 갈색, 눈동자는 끈적한 꿀빛, 목소리는 강철조차 녹일듯 달콤한, 천사같이 아름다운 청년이었습니다. 그 날 밤이 지나고 왕비는 아기를 가졌습니다.
그리고 아기가 태어났을 때 '그것'은 검디 검은 머리칼과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500년 동안 백금발과 푸른 눈, 혹은 진한 태양색 머리칼과 녹색 눈만을 가지고 태어나던 순혈의 왕족과는 전혀 다른 색깔의 머리와 눈에, 사람들은 경악하며 아기를 탑에 유폐시켰습니다. 열세개의 방과 미로 같은 복도, 그리고 단 하나의 출구를 가진 탑에요. 사람들은 아기가 아침햇살에 녹을 수도 있고 아비인 악마를 따라 지옥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소곤대지만, 그들이 걱정하는 단 한가지는 그녀가 멀쩡한 인간이라서 햇살 아래를 뚜벅뚜벅 걸어와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고 옥좌에 앉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와 악마가 '너무 달콤해서 떼어낼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이 무슨 상관이냐구요? 공주님, 악마는 너무나 달콤해서 가만히 존재하는 것만으로 무심코 타인을 끌어당기는 법입니다. 탁자 위에 놓여있는 초컬릿이 소리없이 퍼지는 향으로 나비와 벌을 끌어들이는 것처럼.
공주님, 또 머리가 헝클어졌군요. 빗겨드릴테니 이리오십시오. 칭얼거리지 마세요. 아름다운 머리칼인데 흐트러져 있으면 아깝지 않습니까.
아닙니다, 공주님. 하하, 정말 아름다운 머리칼입니다. 놀리는 것이 아닙니다. 무심코 시선을 끌어당기는, 진하고, 검은, 순도 높은 초컬릿의 색깔이지요. 눈동자도 마찬가지죠. 눈을 감지마세요, 아니, 빈말이 아닙니다. 저희들은 거짓말을 할 줄 모르거든요.
아아, 눈을 감지 마세요. 정말로 매혹적인 색깔입니다, 공주님.
할일: 단편을 써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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